과꽃만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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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 .구름 예쁘던 날

허름한 길가에서 만난 과꽃

과꽃만 보면 생각나는 시. . .

이 블로그에 서너 번도 더 올렸을,

해마다 가을은 오니, 용서하시길. . .

과꽃이 무슨
기억처럼 피어 있지
누구나 기억처럼 세상에
왔다가 가지
조금 울다가 가버리지
옛날같이 언제나 옛날에는
빈 하늘 한 장이 높히 걸려있었지

– 김영태 ‘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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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마랑 같이 부르던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 .’

노래 부르며 상상하던 꽃을 처음 만난 날

평범하고 촌스러워 실망 한가득이었지

허나 세월많이지난 후

그 촌스러움 때문에 더 옛날이 그리워 지는

더 촌스런 옛날 사람. . .

아침에 만난 절묘한 시. . .

. . . 때문에. . . . . . .

옛날 사람

때론 사랑이 시들해질 때가 있지
달력 그림 같은 창밖 풍경들도 이내 무료해지듯
경춘선 기차 객실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리다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이 든 그 설렘도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던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떨림도
북촌 마을 막다른 골목 가슴 터질듯 두근거리던 입맞춤도
그냥 지겨워질 때가 있지
그래서 보낸 사람이 있지

세월이 흘러 홀로 지나온 길을 남몰래 돌아보지

날은 어둡고 텅 빈 하늘 아래 드문드문 가로등불
오래된 성당 앞 가로수 길에 찬바람 불고
낙엽과 함께 뒹구는 당신 이름, 당신과의 날들
빛바랜 누런 털, 눈물 그렁그렁한 선한 눈망울
영화 속 늙은 소 같은 옛날 사람
시들하고 지겨웠던, 휴식이고 위로였던 그 이름
늘 내 안에 있는 당신

이제 눈물을 훔치며 무릎을 내미네
두근거림은 없어도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곽효환(1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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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적을 더듬어보고 싶다면 아름다운 사랑이었을 것이다.

반추하여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완성된 사랑일 것이다.

모든 지나간 사랑의 시간들이 소박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랑의 기억도 있고 당장 물리고 싶은 얽매인 연애도 있으니,

그리움은 미래를 향할까 과거를 향할까.

추억으로 만족할 수 없어 꿈을 갖는 것이 또한 사랑의 속성이니

다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이 맨 나중까지 나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 장석남 [가슴으로 읽는 시]

12 Comments

  1. 김진아

    03/09/2012 at 03:12

    지하 매장 안에 있다 보니,
    푸르른 하늘에 대한 목마름이 제일 심해요.
    저 뿐만 아니라..대부분은,
    가을의 푸른 하늘과 향기 마저 느껴지는 공기가 필요함을..늘 상기하게 됩니다.ㅎ

    오늘은 구름이 쉬는 날인가 봐요.

    햇 빛만 요란합니다. 막바지 매미의 울음소리까지…   

  2. 딱따구리

    03/09/2012 at 03:29

    과꽃이 참….어여쁜 걸 오늘 느껴요..
    저 세번째에서 색의 조화가 어찌 저리도 …
    화려하면서도 난하지 않고 고상하면서도 친근하고
    잎의 끝날이 날카로운 듯 하지만 소박한 것도 같고…
    너무너무 인상적이어요..
    음악이 저 색체와 안맞는 듯하면서도
    또 아주 잘 어울리고요…
    이음악 무척 좋아하는데..다들 그러시겠지만..   

  3. 아카시아향

    03/09/2012 at 04:59

    하늘도 과꽃도 너무나 이 곳과 꼭 같아서
    잠시 거기가 여긴지, 여기가 거긴지? 싶습니다.

    구월하고도 벌써 사흘째라니…
    흐르는 강물보다도 시간이 더 빠른 듯해요.

    소박한 시가 좋습니다.^^
       

  4. 참나무.

    03/09/2012 at 05:44

    그러시구나
    맨 마지막 사진은 버스 안이랍니다
    버스타고 오가는 시간 충분히 즐겨야겠네요 진아씨…^^   

  5. 참나무.

    03/09/2012 at 05:49

    ♬…과~꽃 예~쁜꽃 드려다 보면…2절이 그렇게 시작되지만
    저는 아직 예쁜꽃으로 기억되질 않도라구요
    그냥 시골 누이나 이웃 아주머니 처럼 수수한 그런 느낌…

    음악은 모던한 김형태 시인과 닮은 듯해서- 그냥 제맘이지요 만…^^
       

  6. 참나무.

    03/09/2012 at 05:57

    그곳에도 과꽃이 피나봐요
    고향생각 많이 나시나보다
    …푸른 하늘 끝닿은~~여기가 거긴가~~♬ 노래 부르고 있답니다 저도 지금…

    어제 장충동 평양 냉면 앞 유리 건물에 비친 구름이 참 멋졌는데
    예배 시간 많이 늦어 허러럭 거리느라 찍질 못했네요

    짧은 시 과꽃, 말 그대로 절창이지요

    ( 어제 점심시간 식당에서 처음으로 시인 형님 만났는데…
    살짝 피했답니다…안면 트면 서로 불편할까봐…ㅎㅎ)
       

  7. shlee

    03/09/2012 at 08:28

    과꽃에 앉은게
    호랑나비인가…?
    나방일까…?
    과 라는 이름을 가진 꽃~
    꽃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을것 같은데…
       

  8. 참나무.

    03/09/2012 at 12:44

    호랑나비는 아닌 것같지요…나방 종류인지?
    과꽃의 과…
    꽃의 입장에선 한 번도 안 생각해봤는데
    좌우지간 기발한 생각을 잘 하십니다 쉬리 님

    어제 보름달 구경을 하셨나요
    약간 달무리가 졌던데 울 동네는…
       

  9. shlee

    03/09/2012 at 12:50

    구르메 묻혀 일그러진 달을 봤어요…
       

  10. 참나무.

    03/09/2012 at 12:53

    …어린왕자랑 놀다왔는데…^^   

  11. 참나무.

    03/09/2012 at 13:32

    아고…고유명사를 -조 위에 김형태–> 김영태로 수정합니다
    과꽃 2절 가삿말도 틀려서 – 이 노래 2절 안부르면 무효라 그랬지요
    *
    과꽃 예쁜 곳을 들여다 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 간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12. 서준

    04/09/2012 at 00:10

    가을 느낌 물씬 나네요. ^^*
    들꽃 좋아하는 제겐 과꽃도 넘 예쁜 꽃이에요.
    어릴 적 엄마한테 꼭 이 꽃으로 마당에 심어달라고 떼를 썼었어요.
    이제 베란다 화분에 한번 심어보려고 해요. ^^*

    * 안부게시판에 질문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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