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수용…청회색 저녁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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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올리고 싶은 그림이 있는데 파일을 아무리 뒤져도 못찾습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틀림없이 찍은 것 같은데. . .

시간 다 보내고 곰곰생각하니

리플랫 사진이 더 좋은 것 같아

눈치보며 찍지않은 게 생각났지뭡니까

가방 홀랑 뒤집어 찾았답니다

이혜민 ㅡ그리움(情) . 캔버스에 유채 . Bo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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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시달린(?) 후엔 이런 그림 좋지않습디까?

진작 1,2부 나눌 걸 정신없이 올리느라 혼났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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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혹시 가실 분들은 KIAF 전시장을 나와

입구의 차분한 전시장에서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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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변진용 뎐 우리 공예의 가치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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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KIAF 갈 시간 없는 분들도 이곳은 무료 전시회니

그냥 들어가셔도 절대 후회없으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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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도 있고 작품 해설 모니터도 있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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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수용 할 만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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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힘든 시간들. . . . . ..기댈 수 없는

말들로 이루어진 시에 기댔다.

골똘하게 시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사라지고 이상하게도 타인의

낯선 눈으로 사라진 나를 바라보는

말들이 있었다.

– 2009년 6월

채호기

문학과 지성 시인선 361

손가락은 뜨겁다 채호시 시집

오늘 비 오셔서 . . . 또. . .

청회색 저녁 무렵

어두워져가는 청회색 저녁 무렵
나는 이 층의 계단참에서
꺾여져 아프게 내려가는 계단들을 바라본다.

내 안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깨뜨릴 수 없는 어떤 끈덕진 물질이

차갑게 웃으며 침묵하는 저녁,
내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이
어둠의 무게로 마음을 잡아당긴다.

내 안에 나를 집 삼아 기거하는
초초함과 답답함의 덩어리,
그가 내뱉는 한숨 소리가 내 몸의 창문들을
미세하게 떨리게 하고
그가 숨 쉬는 무겁고 건조한 공기가
내 안의 저녁을 더욱 어둡고

쓸쓸하게 한다.

문밖엔 거칠고 캄캄한 숲,
거대하고 낮선 언덕이 가로막고 있는데… …..
우울하게 억눌린 마음의 눈초리가
잠겨 있던 문열고
내 밖으로 떠나버리고 싶어 한다.

서성이는 불안한 마음이
나를 떠나 어디로 갈지 망설이는,
불운한 마음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이 저녁.

나는 이 층의 계단참에서
그들이 내뱉는 깊고 암울한 탄식이 교차하는

이 저녁의 색채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본다. (88~89P)

강물의 심장

당신 편지를 읽는 것만으론 부족해

편지지에서 글자를 딴다.

투명한 물 아래 선명하게 보이는

그것들에게 손을 뻗는다.

물의 살에 손을 집어넣을 때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 일렁이는 물결,

일그러지는 글자들

아직도 가라앉아 있는 돌들

투명한 당신의 가슴 안에

손을 집어넣어 물고기처럼 퍼덕대는

마음을 거머쥐듯

강물에서 돌을 따낼 것이다.

물은 손에 부딪혀 더 세차게 흐르고

그 진동에 숲이 부르르 떤다.

당신의 신음처럼

새들은 어지럽게 공중을 휘젓고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당신

신경의 흥분과 육체의 떨림을

이것에서 편지의 글자를 낚아챈

손으로 생생하게 감지한다. (10~11 p)

비가 찾아온다


기억을 더듬듯
윗잎에서 아랫잎으로
잎에서 잎으로 튀어 오른다.
돌을 디뎌 스며들다가
한 겹 돌의 피부가 될 때까지
비는 구석구석 찾아든다.
빗방울 주렴에 굴절되는 산
가슴 안으로 울새 한 마리 재빨리 숨어들고
도로 아스팔트 위에
텅 빈 소로 흙 위에
비의 발자국.
옥수수 잎, 감자 잎, 상추 잎, 완두콩 잎
위에도 빠짐없이

비의 발자국.
농가 뒤꼍 주인 없는 수돗가
비어 있는 고무 다라이 안에 모여들고,
막혀서 고인 한적한 수로
죽어 있는 검은 물 표면을 소란스럽게 하고,
죽어 있는 검은 날들을 들쑤시며 깨운다.

기억을 소생시키듯
비가 찾아온다.(78~79 p)

여름나무의 추억

투명한 햇빛으로 들끓는 텅 빈 정적 속에서

모가지를 꺾고 툭툭 떨어지는 붉은 꽃들은

네 얼굴이 아니다. 결코 네 피가 아니다,

한여름 잎들의 샤워 꼭지에서 짙은 그림자를

쏟아 붓는 진초록 그늘이 한결 너답다.

머리카락 그림자를 깊게 빨아들인 너의 얼굴,

검푸른 수면에 무지개빛 반짝이는 기름을

띄운 듯 너의 얼굴에 햇빛 조각들이

가볍게 떠돈다.

햇빛 조명이 정오의 적막함을 밝게 비추고

불붙은 뜨거운 공기 사이로

짙푸른 잡풀들이 몸을 비튼다. 온갖

날벌레들의 날개 소리만이 귓속에 가득해서

거기 너로부터 아득히 먼 곳으로 나는 허공을

날갯짓도 없이 날아왔다.

저기 저 아래 바다 위에 촘촘히 떠 있는 섬들은

내가 네 밑에 물결처럼 드러누웠을 때덮은

출럴이는 너의 진초록 잎들 같다.

올려다본 하늘 바다에 별이 된 너의 섬들,

섬으로 떠 있는 너의 잎들.

네게서 멀리 떠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나는

열매처럼 너의 이름을 입안에 넣어본다.

너의 맛을 모른다고는 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 여름

나는 결코 너의 이름을 입 밖으로 뱉어낼 수가 없겠지. 하지만

안녕, 나의 진초록들이여.(128~129)


검은 돌 앞에서

겨울답게 눈이 내리고 있다.
몇 송이는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며.

눈이 내리고 있다.
검은 돌의 화면에 희게 긁힌 자국을 내면서……

어찌할 수 없는 멀건 눈으로
나는 바라본다.
완고하게 닫힌 돌을 안타깝게
노크하는 눈송이들을.

불 꺼진 창 그 안의 어둠같이
퀭한 눈으로 입을 닫고 있는 돌,

어둠 속에 무슨 단서라도 있는 듯
어떤 대답이 들어 있는 듯… ….

검은 돌 앞에서 나는 불 꺼진
내 마음의 어둠을 뒤적거려 본다.

눈이 내린다.
낡은 니트에서 떨어져 나온
보푸라기 같은 것들이 바닥을 굴러다니는데,
검은 돌을 두드리는 다급한 눈들은 금세 사라진다.

나는 내 마음의 어둠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손끝에 걸리는 대답들을 안타깝게 기다려 본다
(116~117 )

마이산

봉우리 나무 밑에 섰을 때
시야는 탁 트여 파란 하늘에
흩어지는 말을 들으려 쫑긋거리는
돌이 멀리 돛을 펼치고 있다.
대지에서 출항하여 구름 사이로
항해하려는 듯 공기는 떨리고
금관 악기의 저녁 빛이 돌에 닿아
황금빛 뱃고동으로 물든 돌이
바람을 머금고 펄럭이는 듯.

고요의 심연으로 시간은 가라앉고
깊은 물속에 잠긴 산과 골짜기와
나무들 사이에 수천만 년 전부터
그 자리에 꼼짝 않고 닳아왔던 돌처럼
입 벌려 말하려다가 굳은 채 나는
서 있었다. 먼 옛날 거대한 호수가

융기할 때 물결 한 자락이 돌이 된
울렁임의 가락으로 같은 한 덩어리의
물에서 좀더 격렬하게 분출하며 솟아오른,
거대한 물방울이 굳은 저 마이산을 마주한 채
애타는 기다림이 서서 굳어버린 돌로,

고요의 마법이 풀리고 돌로 굳어버린 내
입이 말하기 시작하면 저 돌의 귀는 마침내
돌의 부동을 풀고 물이 되어 유동할까?
흐르다가 내 입과 저 귀는 다시 하나의 물결이 될까?
마이봉이 그토록 듣고 싶어 한 내 입속의 말은,

산과 숲과 돌이 얼어붙은 공기 아래
무겁게 잠겨 있는 황혼의 정지한 시간 속에
저 까마득한 바닥으로부터 기포처럼 천천히
떠올라 팔랑거리며 떠도는 작은 이파리들이
목구멍을 치밀어 오르는, 억눌린 말들이 되어
목울대를 부유한다. 마이산은 귀를 쫑긋거리며
펼친 돌돛 가득 바람을 머금고 저 황혼으로의
출항을 재촉하듯 우뚝한 돌의 입상으로
꺼져가는 황금색 뱃고동을 울린다.
(154~156p)

* 제 15회 ‘청담,’시인과의 만남’ 에서

시인이 낭독하시고말씀 들려주신

7 Comments

  1. 도토리

    17/09/2012 at 03:49

    상큼한 꼬마 아가씨 표정을 보니 온갖 시름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격리수용하실만 합니다.!!!^^*   

  2. 참나무.

    17/09/2012 at 05:24

    제가 그랬답니다
    맨 위 첫작품 게슴츠레한 눈 자세히 좀 보셔요…^^   

  3. 지해범

    17/09/2012 at 07:02

    꼬마아가씨가 병아리와 인사하는 거지요?    

  4. 참나무.

    17/09/2012 at 08:39

    아득한 유년시절이 생각나는…따로 설명 없어도 되는 이런 것들이 그냥 좋지요
    지기자 님 내일 사카에서 뵈었으면 좋으련만- 워낙 바쁘신 분이라…^^

    ( 떡 주문해 놓고 왔답니다- 내일 많이들 오셔요오~~^^*
    대문 클릭하시면 됩니다..^^)
       

  5. 겨울비

    17/09/2012 at 14:14

    시인이 낭독하실 시 모두 옮기셨네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셨을까 싶어요.
    한글에서 옮기는 것만 몇 시간 보내고 나니 지쳐서
    저는 엄두도 못 내고 제목만…

    이혜민 작가의 마지막 그림 참 좋습니다.
    박항률의 그림과 겹쳐지기도 하면서…

    어여쁜 도토리님, 지기자님,
    보고픈 마음 여기에 남겨요~~

       

  6. 참나무.

    17/09/2012 at 22:43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바쁜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전 필사가 젤로 힘들어 주로 검색해서 일단 올려두고- 검색도 만만찮음…;;
    시집 펼쳐 직접 확인하며 올리는데
    언제나 그렇지만 검색해서 찾은 시들절대 믿지못합니다.
    오타, 행…억망진창- 시집 없으면 불가한 일이어서…
       

  7. summer moon

    19/09/2012 at 04:21

    한국 다녀오면서 찍은 사진들 속에 있던 그림의 작가를 몰라서
    혼자 안타까워했었는데…’이혜민’이란 분이 그리신거군요
    아, 화가의 이름을 알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
    정말 고마워요, 참나무님 !^^
    제가 본 그림은 아이가 강아지와 함께인작품이었는데
    마치 시골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었어요.

    공예 작품들-참 아름답네요, 욕심도 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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