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도 별천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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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을 내미는 그 짧은 순간 ‘별천지’라는

단어를 선택하신 시인의 고운 마음을헤아려봅니다

시인을 만난 이후 다시음미하는시들은 매 번 새롭게 다가오지요

오늘 날씨 화창한 날 오후 약속 한 건 깨면서

빈 시간이 생기니 우리 동네 수련이 궁금하더랍니다

일본 여행이다 전시회다, 한 며칠 그 쪽으로 뜸하였거든요

…거리…

고정적인 땅이 아니고 유동적인 물에서 피는 수련

부대끼는 공간이 아닌 땅과의 거리를 두고 물 위에 피는

아름다운 ‘하얀 수련’을 종이 위의 언어로 옮길 수 없을까. . .

이런 소망의말씀이깊게 와 닿았습니다

시인은 일산 호수를 자주 찾는다 하셨지요

ㅡ어제처럼 청바지에 은빛 자전거는 아닐까요

사시는 곳 일산 외에도 도처의 수련 피는 곳은 어디든

멀리 지베르니 정원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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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에 얼마나 심취하셨으면

모네의 *성당 연작까지 좋아하신다고

인상파가 현대 미술의 모태라는 걸 몸으로 익히신 듯 했답니다

수련이야기로만시집 한 권을 엮으신 저력, 대단하지 않은지요

하여 . . .

청담, 시인과의 만남이후

우리 동네 작은 연못에라도 얼른 가고싶더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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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드려다 보는 일은 내면을 보는 일이다’

한 낮의 한강 윤슬을 찬찬히 드려다보며 강물의 심장은 어디 쯤일까

어제 시인이 들려주시던 얘기 상상하며

새롭게 다가오는풍경들. . .단어들. . .

연결해 보며 오늘 하루를 보내는 일도 나쁘지 않았네요

피어 널린 개망초를 보던 시선도 느껴보며. . .

먼지 나는 여름 신작로 위에 죽어가는 개망초… ….

오래 된 사진처럼 언젠가 그의 일생 딱 한 번 그 신작로를 지나갔었네

안개 같은 먼지 속에 짧은 순간 그녀 일생 전체가 부르르 흔들렸다네

호기 – 오래 된 사진 문학과 지성 시인선 110 시집 ‘지독한 사랑’ 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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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에서 하늘 보는 꿈을 자주 꾸며

‘언어도 물질( 바닷가 조개껍질이나 돌맹이)처럼 간직할 수도 있겠구나. . .

예쁜 단어들을 수집하여 편지도하며 중학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 때는 맘이 통하는 친구랑 얘기 할 공간이 필요하여

돈이 없어 매혈까지 하며 ‘환상의 집’ 이란 문패를 달고

(체중 미달인 친구는 매혈 거부 당하는 얘기까지…)

음악하는 2인, 글 쓰는 2인,그림 그리는 2인들과 합숙.

키에르케고르,죽음에 이르는 병

카프카의 폐쇄(?)- 일명 ‘아메리카 실종자’

이런 책을 읽으며 같이 지내다

사촌 누나를 사랑하는 친구 한 명이 자살 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환상의 집’은 어른들께 공개와 동시에 폐쇄되고 집으로 붙들려가셨다지요

대학 들어가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고통의 축제’를 쓰신 정현종 시인과의 첫 만남의설레임

졸업 후,현암사에 재직한이야기 등등

거침없이 술술 풀어놓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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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몸에 관한 시집 ‘지독한 사랑’

사고로 죽은 게이, 당신이 그 게이가 되어 쓴 ‘슬픈게이’

‘마음의 공중전화’는 ‘베르그송’

대상의 진동에 의해 행동하는 ‘시 감각’에 대하여

수련은 위에 잠깐 언급하여 얘기가 길어져서. . .

‘손가락은 뜨겁다’는 문지사 대표직 사임하고

‘예전’ 가시기 전공백 기간 동안이명세감독이

빈 사무실 하나를 제공하여 그 곳에서 탄생된시집이라지요

편안한 작은 목소리로 물 흐르는 듯한 얘기에

몰두하다 보니 우리는 시 다섯 권의 배경과

시인의 반생(?)까지 자연스럽게 알게됩니다

동석한 이명세 감독님도

친구가 저토록 얘길 잘 하는 줄 못랐다 그랬고,

청담 단골한의원 엄원장님까지

원고를 외운듯술술 잘 풀어주시냐고

진심에서 우러난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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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의 없는 뒷풀이도 재미있지요

‘시작엔 정답이 없다.’

‘허술한 봉제선을 찾아내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야기는 인생에도 정답은 없다로 이어집니다

조심스럽게 이명세 감독님께도 질문이있었지요

데뷰 작이 ‘영화 개그 맨’ 이라 잘 모르는 분들은

당신을 개그맨으로 오해하는 분도 많다는

개그 같은 얘기로 왁짜 웃기도 하고

이태리에서 돌아와 첫 외출이라는

이 현 화백 역시 그림과 글 모두에 능한 분인데

우리나라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감독이 이명세 감독일거라 하셨지요

평소의 채호기 시인은 정말 말 없는 분이라고. . .

세 분의 우정을 엿보는 시간은 보너스 같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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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포스터를 제작해 주시는 분

초청 시인과 진행자 코사지를 항상 만들어 오는 분

단 한 번도 결석않고 참석하여 내 일처럼 돕는 분들

시인도 소장 못한 초판본을 들고 와사인 받으며 시인을 행복하게 해 주시는 분

시를 많이 읽은 사람만 할 수 있는 마치맞은 질문을 하여회원들어깨까지 으쓱하게 하는 분

출국하기 전전 날 내년엔 못 나올 것 같다며1년치 회비를 미리 내고 가신 분

알게 모르게 표 안나게 도와주시는 이런 분들때문에

뒷풀이 장소에서 시인들께 ‘참 반가운 모임’이란 말씀을

단 한 번도거르지 않고 듣게 되는청담,

아지못할 충만함으로 가득했던

어제 저녁이 별천지는 아니었나 싶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길바라며

내공 부족으로 못 푸는얘기들은

다음 분은 천천히계속해 주시길 바라며 급조합니다

오늘 아침엔 덕희님 처럼 저도

호퍼의 계단 그림들 찾아 보다 외출했답니다

청회색 저녁 무렵

어두워져가는 청회색 저녁 무렵
나는 이 층의 계단참에서
꺾여져 아프게 내려가는 계단들을 바라본다.

내 안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깨뜨릴 수 없는 어떤 끈덕진 물질이

차갑게 웃으며 침묵하는 저녁,
내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이
어둠의 무게로 마음을 잡아당긴다.

내 안에 나를 집 삼아 기거하는
초초함과 답답함의 덩어리,
그가 내뱉는 한숨 소리가 내 몸의 창문들을
미세하게 떨리게 하고 Edward Hopper Stairway 1949
그가 숨 쉬는 무겁고 건조한 공기가
내 안의 저녁을 더욱 어둡고

쓸쓸하게 한다.

문밖엔 거칠고 캄캄한 숲,
거대하고 낮선 언덕이 가로막고 있는데… …..
우울하게 억눌린 마음의 눈초리가
잠겨 있던 문열고
내 밖으로 떠나버리고 싶어 한다.

서성이는 불안한 마음이
나를 떠나 어디로 갈지 망설이는,
불운한 마음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이 저녁.

나는 이 층의 계단참에서
그들이 내뱉는 깊고 암울한 탄식이 교차하는

이 저녁의 색채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본다.

채호기시집

‘손가락이 뜨겁다’ (88~89P)

Sunday-1926

청회색 저녁 무렵은 두 번째 계단 그림이지요

바깥에 큰 돌이 있는 그림 (사실은 바위)

시인께선’바위’라는 단어는 운이 좋지않아 그냥 돌이라하신다고

마지막 그림은 큰 돌을 피하여 바깥으로 나오면

망연자실,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시인은 詩 연도과 세세한 배경을 주석처럼 달지 않듯

저도 연대 불문하고 주르륵 올려봅니다

‘빌 비올라’의작품을 본 후 탄생된 그녀 2.의 배경은

일반 독자들은도무지짐작 조차 할 수 없는秘話들

어제 참석한 분들만 알게 된 특권이라 해둘까요

* 성당 연작– 빛 이야길 잠깐 해 주셨지요

이미지 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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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 후기는 ‘청담’에서..채 호기 시인을 만난후 … 참조 하시구요

저는 항상 편파적잡기라. . .

13 Comments

  1. 김진아

    19/09/2012 at 14:46

    가을…코스모스가 도로 옆으로 줄지어서 피어있는데..

    시집 도착하면 옆 구리에 끼고서 버스 안에서 오만가지 생각들로 꽉 채워 다니고픕니다.
    *^^*

    참나무님 감사합니다.   

  2. 참나무.

    19/09/2012 at 14:51

    수련은 지고 없어 유감이었지만
    잎들도 저는 좋아한답니다

    오늘 서울숲에서 콩꽃이 많이 피어 금아선생님 생각도 나더랍니다

    시집 도착하면 꼭 그리하셔요 진아씨…오늘도 얼마나 바쁘셨을까…
       

  3. 겨울비

    19/09/2012 at 21:27

    시인이 모네며 호퍼 이야기 하실 때
    속으로 얼마나 좋으실까…
    했답니다.

    덕희님도 그렇고 이리 자세히 풀어주시니
    다시 그 시간 속에 들어가 행복합니다.

    시낭독회 이틀 앞두고 한국을 떠나시며
    큰 마음 남겨주고 가신 파도 없는 잔잔한 바다 같은 분
    생각도 나고…
    이 좋은 시간 함께 했으면 좋았을…
    참석 못하신 분들 여러 번 떠올렸던
    ‘충만한’ 시간이었습니다.
       

  4. 도토리

    20/09/2012 at 03:06

    참 아름다운 시인이시구나… 생각합니다.
    후기를 또 이렇듯 알차고 흥미진진하게 적어주신 참나무님..
    고맙습니다….^^*   

  5. 佳人

    20/09/2012 at 05:36

    참 찬찬히 잘 들으시고 잘 옮기셨구나, 그래서 또 놓쳤던 부분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만나니 더욱 좋은 분, 그래서 더 시를 가깝게 읽게 하고 싶은 분,
    편안하고 고요하고 차분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힘…

    함께 시공부하자는 얘기가 앞에서 나왔던 거 같은데
    청담에서 시인들을 뵐 때면 정말 공부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해요.

    맛있는 절편을 무겁게 들고오시는 수고로움과
    편백나무향, 테이블셋팅, 시인들께 드리는 소소한 선물..
    감사드려요!   

  6. 참나무.

    20/09/2012 at 06:14

    빌 비올라 금산(? 금호) 갤러리에서 보셨다셔서
    저는 국제 갤러리에서 본 기억이 난다고 말씀드렸드니 수정하시데요…

    바쁜 겨울비 님 천천히 올리라고 느스레 수준의 잡기 그냥 올렸답니다
    멍석을 깔아야 할 것같아서…

    일정이 늦어 참석않고 떠나신 분 참 안타까웠지요
    진정으로 시를 좋아하는 분이라 더더욱…
       

  7. 참나무.

    20/09/2012 at 06:16

    좋은 말씀 기억력이 없어 다 잊어버리고
    정말이지 속기를 배우고 싶다니까요

    제가 끈 메모를 제가 못알아 먹습니다
    좋은 말씀 기억하고픈 말씀 정말 많이 해 주셨는데. . .   

  8. 참나무.

    20/09/2012 at 06:17

    정말이지 속기를 배우고 싶다니까요

    제가 쓴 글씨를 제가 못알아 먹으니
    기억하고픈 말씀 정말 많이 해 주셨는데. . .메롱입니다 도토리 님..ㅎㅎ
       

  9. 참나무.

    20/09/2012 at 06:26

    덕희 님 친구분은 진심으로 편안한 채호기 시인께 시작을 배우고 싶다고
    귀가길에서도 다시 얘기하던데…

    가인 님도 시에 관심 많으니 청담을 시작한 거 아닙니까요…^^
    늘 얘기하지만 평소에도 들리는 예술인들을 항상 만날 수 있는
    살롱같은 분위기의 사카… 간절히 바랍니다

    어느 분 보다 제일 수고가 많지요 언제나…^^    

  10. douky

    21/09/2012 at 01:49

    제가 놓치고 담지 못한 이야기들 모두 챙겨 담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참나무님~

    친구하고 나란히 앉아 시인의 이야기 들으며,
    ‘허삼관 매혈기’에 ‘죽은 시인의 사회’와 상황 비슷하다고…
    시인의 인생으로 영화 한 편 만들어도 좋겠다…수근거리며 재미있게 들었어요…

    삶의 순간순간, 같은 경험도 남다르게 받아 들이고 있음을 보며
    역시 ‘시인’ 했습니다.

    호퍼의 ‘계단’ 그림 중…
    ‘두번째’ 그림 말고 ‘세번째’ 그림이 시와 관련된 것이지요?
    설명은 세번째로 하신 것 보고… ‘흠…참나무님식 오타’ 하고 웃습니다~

    인상파에서 ‘추상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모네의 ‘성당’연작도 올려 주셔서 반갑습니다~~~   

  11. 참나무.

    21/09/2012 at 02:01

    맞아요 저도 허삼관 매혈기 덕희 님 독후감 올린 것도 생각났고
    우리 뒷자리에선 경춘선 마담하고 ‘죽은 시인의 사회’ 도 여러 번 나왔답니다

    덜렁이 실수 또 한 번- 제 머리 쥐어막으며..ㅎㅎ
    추상화가 생각나질않아 그냥 현대미술로 올려두곤 수정도 않았네요
    그냥 그대로 두겠습니다- ㅎㅎ

    요즘은 ‘수련’ 들고 다닌답니다- 참 대단하신 수련 사랑…
    많이 친한 관계였다면

    ‘ 이미 물 위의 수련, 종이 위에 피우셨습니다…’

    이런 문자라도 보내고 싶었답니다. . .
       

  12. 참나무.

    21/09/2012 at 02:26

    …시시각각으로 저 성당의 빛을 그린
    모네(지베르니 수련도 물론)-제주도 김영갑- 채호기 시인을 나란히 한 줄로. . .

    이 말 하려했는데 빼먹다니…^^   

  13. 참나무.

    21/09/2012 at 08:58

    http://lee-hyun.com/

    이현 화백 사이트도 볼거리 많답니다
    내년에도 예당에서 전시회 한다셔거든요
    작년엔가? 다녀온 후기 제 블로그 어딘가에 있을겁니다

    [ 이현 개인전 ] 으로 검색해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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