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 가을 하늘 같은 노경

귀한 초대를 받았어요. . .

오전 일 대강 마치고 출발하면서

오랫만에 가을 들녘 해지는 풍경도 보겠구나

기차에 앉은 호퍼의 모자쓴 여인 생각도 잠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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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에서 요즘 개통한 분당선 언제 타 보나

수영장 오가며 바라보던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지하 4층으로 급행 -이어폰 작동 멈추고 지지직~~

세상에나 곧바로 왕십리라니!

(그러면 박영덕 갤러리,풍월당도 딱 한정거장- 살판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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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으로 바꿔타자 실내는 야매 문신한 분들과

원색의 등산복 차림이 많이 보이고. . .

아…도봉산을 지나치며

연이틀 이상하게 온천, 도봉산 맴돌던이유가

정리됩니다- 1호선 탈 일 있으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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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가기 전 문간의 패랭이꽃앞에서

감동은 시작됩니다 ㅡ 엄마 생각 때문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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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초대받아동행이 선물한 화분이 글쎄 이렇게 많이 퍼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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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밥에 얹어먹는 울타리 콩도 조롱조롱

스윗트 피가 보였으면. . .혼자 금아선생 생각도잠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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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거꾸로 매달린 건 빗자루 만들거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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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약간 시들어도 ‘절교’ 때문에 또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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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팎 풍경 담으며

순한 개 ‘봄이’ 까지 집주인을 닮았다…말했지요

어릴 때 아이들께 만들어 준 고양이 인형 이름이’봄이’

. . .어쩌면 인연의 끈은 그 옛날부터

이미 시작되지 않았나 했습니다

(사카 마담 따님 이름은 ‘별이’

안 지가 몇 해나 지나도

언제나 먼저 튀어나오는 이름은 ‘봄이’ 여서

‘구박’ 받는단 농담도 했을겁니다. . . 아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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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장거리 여행이라

음식 준비 하는 동안 이곳 저곳 둘러보라셔서. . .

아. . . 낯익은 이 향기. . .뭐더라

– 제가 코가 좀 예민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후각 발달하면 하등동물에 가깝다

그러던데기어이 찾아냅니다 -저 하등동물 맞습니다

은방울꽃 향기였어요

영국인들도 은방울꽃 향기를 좋아한다는 설명 듣고

프랑스’노동절’ 이야기. . .저도 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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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유난히 패랭이꽃이 많아. . .

엄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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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댁엔 탐나는 작품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 중에도 이 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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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풍혈의 작은 탁자 여러 개를

붙일 수도 있고 나눌 수도 있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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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주인이 직접 구워 만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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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식탁에 앉습니다- 따뜻한 부엌이 보이는

눈으로 낯익은 음식들이 하나씩 저를 위해 차려집니다

축제같은 날이다 – 감동할만하지요

새까만 마늘, 고들뻬기, 상추등등 야채를 깔고

스테이크처럼 칼질해서 먹는 도토리 묵,

아침부터 푸욱 고운 갈비찜,

갖은 야채 샐러드엔 잔칼질하여이댁 전통의식초에

숙성시킨 후숯불에 구운 고기도 섞여있습니다

알맞게 익은 물김치, 갓김치, 우엉졸임등은

먹기에 바빠 담지못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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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트 피 못봐서 아쉬웠는데

갖은 견과류를 섞은 주먹밥 위에 얌전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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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이 따뜻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는 멀리 계신분의 할머님얘기도 나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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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 별이 보이는 찻잔과 그릇 이야기는 요담에. . .

노을진 들녘은 담지도 못하고. . .

필력도 내공도 딸리는데 ‘두 남자의 크루즈’까지 듣느라

이제사 엔터를 칩니다- 누가되진 않았나 걱정하며

P.S

제목 차용: 가슴으로 읽는 시

헝클어진 생각 조각들이

이런 시와 해설 만나면와르르 무너져버려. . .

. . .다 읽어보셔야 – 어쩌지요 죄송해서

가을 이미지

갑자기 종로에서 만난
가을.

―그 떫은 햇살 때문에

손수레 위에 빠알간
감.

(하학길 달뜨게 한 紅枾)

소꿉 같은 널판 위에 앉은
가을

만나자 서너 발 앞서 횡단로 건너는
손짓.

―금빛 그 햇살 때문에

피 맑은 살 속 깊이 나이 든
하늘.

―조영서(1932~ )

가을이라는 물건은 없다. 그것은 시간의 이름이니까. 감이 익어갈수록 가을이 오는 줄 알고 그 감이 짓푸른 하늘에서 모두 사라질 즈음이면 이미 그 자리에 겨울이 와 있다. 어쩌면 ‘가을’의 어원이 ‘간다’는 의미에서 온 것은 아닐까? 한 해가 다 간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서울의 도심에서는 손수레에 감을 팔러 나온 이가 있으면 이미 가을이 깊어진 것이다.

서울 종로에 어느 날 문득 감을 파는 좌판이 섰다.

‘소꿉’놀이처럼 다섯 알씩 정성스레 쌓아올린 감은 이내 잊었던 유년의 기억 속을 밝히는 등불이다.

‘하학길’의 허기진 눈길을 사로잡던 남의 집 담장 너머의 감들.

잠시 ‘떫은’ 기억의 단층(斷層) 속에 갇힌 사이에 동행은 이미 횡단보도 저편으로 가서 ‘손짓’을 하고 있다.

그 손짓은 유년에서부터 ‘나’를 잡아당기고 현재에서부터도 잡아당긴다.

노경(老境)의 금빛 햇살 속으로 이끄는 손짓인 것이다.

미숙하고 떫은 햇살이 아닌, 맑은 피로서 완성하는 노경을 예감하는 손짓이다.

청색(靑色) 가을 하늘 같은 노경을 동경한다.시인 장석남

단 둘만의 만남이어서 쏟아낼 수 있는 얘기들 하느라

11 Comments

  1. 리나아

    12/10/2012 at 06:24

    아..분당선이 마저 연결 개통됐군요.. 며칠 남도와 제주 간 사이에 …
    돌아가던길 직선으로…
    저기 음식들도 그림도 세간들도 볼만합니다..어디쯤인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가을.. 서울은 쌀쌀하네요   

  2. 참나무.

    12/10/2012 at 08:09

    오늘도 분당선 타고 청담미술제 거의 마스터하고 왔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분이 마구 불평하며 갑디다?- 아직 어수선한 주변을 보고

    관계자 한 분이 엘리베이터 위에 ‘문에 기대면 위험합니다’ 스틱커를 붙이고 계시길래
    -수고하십니다아~~했더니

    사실은 한달 뒤에 개통해야 하는데 시민들 위해 하루라도 빨리 이용하도록
    애 쓰고도 이렇게 욕 먹는다며 저에게 하소연을 하는겁니다

    -아니 뭘 더바래요 전 좋아죽겠는데 어젠 한 방에 왕십리
    오늘은 또 압구정 로데오…요담엔 분당 장악하러 갈겁니다…ㅎㅎ

    이러며 고맙단 인사하고 왔답니다- 저 잘했지요..^^*
       

  3. 김진아

    12/10/2012 at 08:47

    참나무님,

    박수박수~~!!!

    인삿말 한 마디..시원한 청량감,때론 박카스 한 병보다 더 큰 위력을 보여주는데..

    그럼요. 그래서 참나무님께 이렇게 또 배운답니다. ^^
    고맙습니다.   

  4. summer moon

    12/10/2012 at 17:51

    초대하신 분의 손이 닿는 모든 것들이
    그대로 아름다운 ‘ 예술 작품’이 되는 것 같네요
    일정 기간 보여주기 위한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살아있는 Art !!!

    얼마나 기쁜 만남이고
    정성이 담긴 소중한 초대였을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5. 노바

    12/10/2012 at 21:28

    그 어떤분… 삶의 여유를 즐기는 참 예술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갈하면서도 소박함이
    멋스러움 속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곤한 하루의 마무리가 즐겁습니다.^^   

  6. 참나무.

    12/10/2012 at 22:44

    맞아요…
    그림 조각(테라코타까지)
    밭일도 열심이고…부엌에서 많은 시간보내며…나누는 것도 좋아하셔서…

    원하기만 하면 우리 같이 가봐요- 연이 닿으면 아마도…
    곧 다른 다라 여행 일정 때문에… 그냥 달려간겁니다
    다시 그리운 저 식탁…
    2층 아틀리에에서 바라보는 들판 풍경도 좋은데, 얘기하느라 깜빡
       

  7. 참나무.

    12/10/2012 at 22:52

    노바님 느끼신 그대로…참 예술인 맞습니다.

    서울은 이제 본격 가을인가봐요
    어제부터 전기장판이 나왔답니다.

    편안하시지요…
       

  8. 마이란

    13/10/2012 at 00:15

    아, 루시아님 댁 다녀오셨구나… ^^
    전 그것도 모르고 며칠전에 루시아님 댁 밥상보며
    먹기도 아까운 것들 대접받은 분은 며칠내내 행복하시겠단 댓글을 달았지 뭐예요. ㅎㅎ
    아마 그 밥상은 아닌듯 하지만 그래도 거의 같은…
    새 전철타고 오가는 길하며, 맛있는 음식 먹으며 도란도란 정담 나누셨을 시간까지..
    저 날, 참나무님 분명 날아다니셨을꺼야. ^^

    보기.. 참.. 그윽합니다.

       

  9. 참나무.

    13/10/2012 at 00:59

    그럼요…^^*

    내 마음 날 같이 아실이…많이 부럽지요…^^

       

  10. 딱따구리

    13/10/2012 at 04:09

    천당 밑에 분당이라고 하던데..햐~   

  11. 참나무.

    05/04/2016 at 09:36

    분당선 관련글 클릭하니 반가운 이름들이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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