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네 집에서의 3박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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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레 하루 앞 둔 날 아기가응급실 실려갔다는

소식듣고 달려갔을 때의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며느리가 또 응급실에 실려갔단다.

오른쪽 손목에 압박 붕대를 하고 있던 외할머님,

급한 볼 일이 있다고, 금요일 시간 되면~난처한 표정으로 물어서 한 며칠 쉬시라하고 무조건 또 달려갔다

사람이 이기적인 동물이라

‘음…토요일예당 라두 루푸 연주회는 물건너 갔구나…’

아쉬움이 먼저 생겼다는 게 솔직한 심경이었다

며느리 병명은 장염, 울집 남자는 대뜸

‘가물치 탓인가’ 걱정을 하더라 했더니

-아이, 그건 아니고… 철분 부족에다, 면역성이 떨어져서…

출산 때 며느리는 출혈이 심했다

요즘은 수혈 부작용 때문에 철분제를투여한다는 설명을

산부인과 병동에서 의사에게 나도들은적 있었다

친정어머닌 걱정이 많았다산후에입맛을 잃었는지

미역국을 잘 안먹는다고…

다른 방법으로 맛나게 끓이는 법이 있냐면서 부탁하고떠난 이후

나름 열심히 먹거리를 준비하여 권하니 시어머니라 어려워서인지

곧잘 먹기는 했지만 그리 왕성하게- 젖먹이는 산모답진 않았다.

금요일 늦게 아들이 마침 출장에서 돌아와

참 오랜만에 토,일 양일간 집에서 쉰다며 좋아했다.

마침 부엌에서 펄펄 끓고있는 내가 끓인 미역국

맛을 보더니‘음…미역국이 이래야지…’ 하며 저녁

먹었다면서도밥 반공기쯤말아 뚝딱 먹어치웠다.

토요일…운도 좋지

아들은 등만 닿으면 잠을 자면서도

아가 우유 멕이고 등도 토닥토닥 트림 시키는 자세가

오히려 며느리보다 안정적이어서 설설 운을 떼었다

사실은 포기했는데… 놓

치기 아까운 공연이 있어서… 여차저차…

아들도 며느리도그럼 다녀오셔야지요…

오랜만에 참 맘 편히 밤외출을 했다

– 오히려 집이었으면 남편 눈치 더 봤을지도…

최대한 아가돌보는 거 한 뒤 딱 시간맞춰 예당으로 달려갔다.

ㅅ님의… ( 허락받은 장물 – 라두 루푸-슈베르트 오래도록 기억하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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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콘서트 홀 계단 앞에 이르자 초승달이 보인다

집에 와서 따져보니 초사흘달은 아니고,

초나흘달이 아주 예쁘게 감나무에 걸려있는 것이었다

일차 감동 먼저 – 아무리 바빠도 얼른 디카 꺼내어 담긴 했다.

확인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시간이 빠듯하여프로그램부터 사들고

그것보다 더 급한 아이샤 꾸리 에필로그…마자 읽으려고

앉을 자리를 찾으니 딱 한 군데 탁자가 비어있었다

이모 이야기 끌어내려고 마이란이 한 노력… 눈물겨워서 원…ㅠ.ㅜ

사진이 글쎄..;;

다른 사람 앉기 전에 얼른 달려가는데

멀리서 보니탁자 위에 웬 쓰레기?

오모나…

바싹말라 오그라 든단풍잎 두 장!

인증샷 어찌 담지않을 수가 …정말이지 연출아님

-벤조님 대왕참나무처럼 단풍잎은 예쁘지도 않았다

나 같으면 좀 예쁜 거 주웠을텐데…

( . . . . . . . )

비로소 눈에 보이는 대숲에 드는 바람소리.

잘 말려진 바람이 반닫이 깊이 넣어두었던 맑은 웃음을 꺼내 내게

입혀준다.

오래도록, 움직일 때 마다 그 소리, 멈추질 않았다.

– 아이샤 꾸리,에필로그. 행복의 풍경 199p

그녀의 블로그에서 먼저 만난 낯익은 문장의 마지막 장 닫으니 입장을 알리는 멘트가 시작되었다

탁자의 단풍잎은 책갈피에잘 펴서 끼운 후

Radu Lupu

Thefirst Concert in Korea

마침내 전설을 만나다

라두 루푸 프로그램과 해설은 첫 귀절만 읽고

연주회장으로 들어가슈베르트 원없이 감상했다

라두 루푸,

연주회 이야기는 전문가 김성현 기자 포스팅 참고하시고~~

돌아오는 길…

서초역 근처 진열장엔

벌써 크리스마스가 와 있었다.

마치 흑백으로 포토샵 보정한 것처럼

모두 하얀 장식이었다-맹세코 아무짓도 안했음.

덜컥… 또 한 해가 가는구나…가 솔직한 심경

Nativity Carol : Kings College Choir, Cambridge

결혼 사진 몇 장이 걸려 있는 거실까지

아기 용품이 널려있는 아들네 집에서

처음으로 3박 4일 하며

우유 먹이는 일 우윳병 소독…목욕…

가제 수건, 배냇저고리 간단한 건 손빨래도 했고

입맛 돌아오라고 녹두죽, 잣죽도 끓이고

집에서 보다 들고 간아이샤 꾸리도 완독

했고 오래 전에 해 둔 패치워크 샌드위치

한 거급한 와중에도 들고 가길 얼마나 잘

했는지 바깥 경치 눈돌리며 가끔 퀼팅할

시간도 있었다. 12월 14일 아들 생일선물

하면 되겠네…하며 …

내 집에 와도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배고프다고 왕왕 울던 아가 모습이

자주 눈에 삼삼거린다.

P.S:

Fantasia on a Theme by Thomas Tallis – Ralph Vaughan Williams

18 Comments

  1. douky

    21/11/2012 at 01:46

    와우, 아기 눈 뜬 사진!!
    눈매가 아빠죠? 참나무님 모습도 보여요…ㅎㅎㅎㅎ
    큼직큼직 잘 생겼어요. 정만 눈에 삼삼하시겠습니다~~

    참나무님 정성어린 음식들 잘 먹고,
    며느님 얼른 회복했으면 좋겠네요.
    철분제가 소화도 잘 안되게 하고, 속이 불편한 느낌을 많이 주더라고요.
    음식 잘 섭취하여 약 복용 얼른 필요없게 되기를요…   

  2. 도토리

    21/11/2012 at 02:55

    며칠 소식 없으셔서 아가 돌봐주러 가셨나보다… 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예당에도 다녀오시고…!!

    아가가 눈 앞에 어른거리실터…
    바삐 또 아들 댁에 가실것만 같습니다..ㅎㅎ^^*   

  3. summer moon

    21/11/2012 at 05:24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참나무님 블로그에 올 때 마다 어쩌면 이리도
    많은 것들을 하시면서 잘 사시는건가 하고 감탄을 하곤 했었어요
    저는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을 거 같은 정열적인 !!!!!!

    참나문님 스케쥴이 이렇게 더 타이트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는데…

    예당에 가신 것- 너무나 잘 하신 결정 !!!!^^

    아주 독특한 초생달 사진-작품입니다 !ㅎ

    엄마와 아기 모두 건강 하길!!!!!!!!   

  4. 아카시아향

    21/11/2012 at 06:48

    처음으로 라두 루프 연주회에 갔던 날,
    대략 2-3시간 예상 했다가
    4시간 너머를 잡혀 있게 되는 바람에
    이후 스케트줄이 엉키고 섫힌 적이 있었답니다.

    아기도 엄마도… 새세상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은 듯 합니다.
    초짜 엄마 얘기 들으니
    옛날 제 시절도 자꾸 생각납니다~^^

       

  5. 겨울비

    21/11/2012 at 12:36

    이제야…
    조금 자랑스러워하시며 자랑하셨던 거 이해 가요.
    눈이며 입이며 너무 예뻐요.

    뒤늦게나마 많이 많이 축하드립니다.   

  6. 해 연

    21/11/2012 at 13:25

    그런 와중에도 예당에…

    나는 왜?
    그렇게 못하는지…참!!!   

  7. 참나무.

    21/11/2012 at 22:12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 걱정은 며느리 식욕이 빨리 돌아오는 것 뿐이랍니다.
    잘 먹기만 한다는 음식 하는 건 문제도 아닌데…

    제가 머무는 동안 시누이랑 시댁 식구들이 다녀갔는데
    제 아들 태어났을 때 마침 남편도 출장 중이어서 시누이 둘이 젤 먼저 봤는데
    아들 닮지않았다는데요…전 아직 잘 모르겠고…^^
       

  8. 참나무.

    21/11/2012 at 22:16

    아들집에서 아가 돌보는 3박 4일 ..꽤 긴 것같았어요
    단조로운 생활이어선지 계속 긴장하고 있어선지?

    그러다 예당에서 보낸 시간은 또 색다른 경험이더라구요
       

  9. 참나무.

    21/11/2012 at 22:24

    맞아요..아기 탄생 이후 제 스케줄이 좀 더 타이트해진 건 사실…^^
    달 사진…망설이다 올린겁니다 좀 웃자고…ㅎㅎ

    그 날 로비에서 아는 얼굴들 많이 보이더군요-정경화씨 부부하며
    그래도 제일 반가운 일은 생각지도 않았던 노날가족 만난 일
    저는 바빠 얘기도 못나누고 총총 집으로…

       

  10. 참나무.

    21/11/2012 at 22:32

    17일은 슈베르트
    19일은 이대욱교수랑 베토벤…망설이지도 않고 슈베르트 정했는데
    김성현 기자의 리뷰 읽고 앵콜 시간
    두 거장께서 나란히 군대행진곡 연주하셨단 얘기 들으니 부럽기도 하데요
    더구나 라두 루푸씨가 반주자로 양보를 했다니…
    그리고 올해 베스트 손열음에서 이대욱 교수로 바뀌게 되었다니…

    김성현 기자 블로그 가보셔요 꼭!
    향님은 독일에서 미리 만나셨군요..4시간? – 그래도 바그너보단 짧네요..ㅎㅎㅎ

       

  11. 참나무.

    21/11/2012 at 22:33

    네에 늦은 축하 배로 받겠습니다, 아주 고맙게

    12월 청담…정현종 시인 섭외하느라 또 얼마나 수고하셨을까
       

  12. 참나무.

    21/11/2012 at 22:36

    해윤이 해연이 알뜰살뜰 돌보시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고말고요
    전 아직 김장 계획도 못하고 있는 나이롱이라 미안할 뿐이지요…ㅎㅎ
       

  13. 마이란

    22/11/2012 at 06:08

    출세했네요.
    아이샤 꾸리.
    저렇게 분위기 좋은 곳에서 폼도 잡아보고. ㅎㅎ

    며칠 안 보이시길래 혹시 아가가 다시 아픈가 했더니
    이번엔 산모였군요.
    그나마 큰 탈 아니라 다행이예요.
    철분제 먹으면 응가도 까맣게 나오잖아요, 왜. ㅋㅋ
    수혈 후유증, 전 피부 트러블을 좀 겪었어요.
    암튼 모두 그만하기 정말 다행이예요.

    근데 아가가 볼수록 범상치가 않아요.
    그냥 귀엽고 예쁜 아가라기보다 뭔가 포스가 느껴지잖아요. ㅎㅎ
    사진으로 본 아빠 많이 닮은 듯도 하고. ^^

    참나무님~~!
    저 또 상 받았습니다~~!
    며칠 후에 자세히… 아직 신문에 발표 안 난 상태라..
    그래도 참나무님께 보고는 해야할 것 같아서요. ^^

       

  14. 참나무.

    22/11/2012 at 08:33

    와아~~일단 축하!
    그러면 수상하러 한국나오겠네요- 올 이유도 많잖아요
    오랜만에 고국에서 부부 나란히 나들이 할 시간도 가지고 말이지요

    시장다녀와서 오늘은 바느질 하느라 바빴네요
    아가 속싸개도 부족하고 수유할 때 어깨에 대는 건 파는 게 없어서…^^
       

  15. 산성

    22/11/2012 at 13:58

    왜 이렇게 낯선가 했더니 바탕 화면이 바뀌었군요.
    눈의 나라.

    아가 볼통한 얼굴이 늘 마음에 오시겠습니다.
    그 와중에도 라두루프
    통영 가느라 놓쳤답니다.

    그리고 마이란님은 또 무슨 기쁜 소식이신지…

       

  16. 참나무.

    22/11/2012 at 22:34

    이유 설명하느라 기인~~답글 올렸어요 어제 늦게…^^

    마이란 또 수상한 소식 이젠 아셨겠지요
    대상이면 더 좋았을걸…안타까웠지만 대단한 일 아닌가요
    통영엔 또 무슨일루요 통영음악제는 봄인데…^^
       

  17. 참나무.

    27/11/2012 at 00:05

    고맙습니다아 ~~
    작품은 키우고 추상화는 줄이고…^^
       

  18. 산성

    27/11/2012 at 07:51

    ㅎㅎ 예당의 감나무가 제대로 출세하는 중입니다.
    입 쫑긋 아가의 표정.
    츠암 울 할머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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