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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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용품들 모자라는 게 있어서 오늘은 오랜만에 시장엘 갔다.

버스 파업 뉴스 듣고 좀 걸어서 지하철로 가야겠네 했는데

곧 파업 철회 소식이 들려 버스 한 번타고 음악 감상하며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전철에선 가끔 지직거리고 의자 뒤에 기댈 수도 없어 음악듣기는 불편하거든…

오늘 초대손님은 러시아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통역자 초청하여그의이야기와 연주 끝나는 시간에 도착했다

속싸개 만들려면 광목이나 융 파는 집에 먼저 들리고

쿳션과 러너보더 천도 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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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가는 날은 거의 도매서점에도 들렀는데

이상하게 골목이 썰렁했다.

단골로 다니는 서점엔 가끔 흔치 않은 책들

-예를 들면 감각의 미술관

이런 책들은미리 전화주문을 해야하는데

전화 연결이 안되더니 그 이유를 오늘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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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골목에 중간중간 아직 서점 간판을 달고

빈 가게도 많이 보이고 더러는 다른업종들도 보였다?

그 중에 제법 큰 서점 찾아 들어가서 물어보니

내 단골 서점을 문 닫은 지 제법 되었다네

– 왜요?

‘전부 인터넷 주문을 하니…’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며 한숨부터 쉰다.

나도 가급적이면 서점을 이용하는 편이지만

인터넷 주문 아니한 사람도 아니어도 괜히 미안하여

낯익은 책 한 권도 사들고, 주문도 하고

내가주문한 책은 인터넷과 비슷하지만 소설류는 30%나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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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있던 곳인데 이런 가게로 바뀌다니

돌아와서도 하루 종일 바느질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The Great 3B Series 실황과 들으며 마무리 하니 지금 시간이다.

도시락 찬까지 준비해야하니내 일도 보통은 넘는다

우리집 김장도 해야하고 사돈네도

언제 시간나면 김장도 좀 했으면~하던데…

여러가지로 맘이 바빠 11월 한 달은 정말이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르겠다

어라~~ 글 쓰는 사이 날이 바뀌었네

잡글이라도 잘 못하면 날릴까봐

일단 올려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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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만난 고흐 아몬드 ( 3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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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분주한 시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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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파시는 이 할머니참낯익다 한20년, 넘었나?

예전엔 염색하는 곳이 골목 안에 있어서 자주 다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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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 미안해서 한 봉지 사들고

의자가 있는커피집에도 들러봤다

군밤보면 생각나는 사람도 나처럼 늙어가겠지

이런 생각, 아마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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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는 이 아주머니 안 지도 한 20년?

아니면 더 이상. . . 그 많은 세월 한 곳에서. . .참. . .

600원짜리 커피 한 잔 시키면서 군밤 같이 먹자 했지만

자주 먹는다며 사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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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어깨 너머 맞은 편으로보이는 길면(吉麵)

네이밍도 로고도 명작이다

요담엔 2,500 원짜리 잔치국수

커피 가게에서 먹어보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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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는 대로로 나오면 2,500원 콩나물밥

예전에 한 번 들러본 곳, 금방 나오고 맛도 괜찮았던 기억이

지금보니 2층도 있었네?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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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반짝반짝 광택제도가끔 샀는데…앞에서는 못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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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도 거리에도 벌써 연말분위기

. . . 하여 블로그 바탕화면도 괜히 바꿔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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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은행나문 또 수난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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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먼저 널아 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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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커피 마셔서 선산 근처에서 꺾어온

산국차 한 잔. . .그대 잔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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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펼쳐본사랑외전

‘그대 오늘 사랑을 굶지는 않으셨나요’

변하지않는격외옹의 서정에 가슴 찡~하다

기발난 재치에쿡! 웃다. . .

귀에서는몰다우가흘렀고 브람스도 흐느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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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싸개 둘 완성 : F(or) H J.

밤이어서 바느질도 삐뚤삐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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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용 어깨 덮개 ; 이거 꼭 필요한데 파는 게 없어서기저기도 요즘은 이렇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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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자주 베란다에 나가는 버릇은언제부터?

편한 내 집에서 음악들을 귀 있고일 할 수 있으니

아직은 . . .

P.S: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서너 달에 한 번쯤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하면 안된다

서너 달에 한 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를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운명을 모른 체하면 안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까지도

―이병률(1967~ )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도, 무엇에도 궁극적으로 길들지는 않는다. 그게 나의 믿음이다. 다만 조화로울 뿐이다. 저 멀리, 인류가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먼 시절 우리는 야생(野生)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본연의 모습은 한군데 머물지 않는다. 실은 운수납자(雲水衲子)가 본모습에 가깝다. 계절에 따라 ‘서너 달에 한 번쯤은 거처를 옮겨야’ 맞다. 그렇지 못하니 우리들의 심신은 으르렁댄다. 주일에 한 번쯤은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야’ 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저 먼, 젊은 시절’의 습관이다. 젊은 사자가 얼룩말을 잡아 배를 찢고 머리를 들이밀어 몰입하는 모습인 것이다. ‘일만여’ 나라를 어슬렁거린 이 시인의 경험과 통찰이 빛난다. 내가 줄 서는 것이 극심히 싫은 까닭, 내가 길들 수 없어서 괴로운 이유를 짚어준다. 제발 나를 놓아다오! ‘의정부’쯤의 짬뽕 집으로 나를 ‘타이르러’ 가야겠다. ㅡ 장석남 가슴으로 읽는 시 <–출처

21 Comments

  1. 산성

    23/11/2012 at 00:54

    아기용품은 전부 만들어서 쓰게 하시나요?
    시어머니 자리는 좀 덜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재주 많으신 참나무님만 빼고…ㅎㅎ
    근데 아까부터 음악이 1분 44초 쯤에서 뚝!

    동네 서점 없어지니까 그리 서운할 수가…
    이미 8년 정도? 안경 낀 서점 아주머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학생들의 문제집 아니면 거의 매출이 안오른다고요.
    그마저 학교 정문 앞 문방구에 다 빼앗겨버려서 가게 지켜내기가 힘들다고
    한 눈에 책 좋아하시는 분인 줄 알았었는데…그만,폐업.

    아가야 용품을 들여다 보니 덩달아
    마음이 보드~~라워집니다.

       

  2. 참나무.

    23/11/2012 at 01:44

    왜그렇까요…저는 아무 이상없이 아조 자알 들리는데?
    라두 루푸 슈만 피아노 협주곡- 슈베르트는 하 많이 올려서…

    아기용품 만든 거 이번이 처음- 미리 준비하면 아가에게 안좋다는 말이 있어서
    지들끼리 준비한 모양인데 막 쓰는 게 모자라더라구요

    성업중이던 동대문 종합시장 도매서점들…
    이빠진 듯한 풍경이 어찌나 썰렁한지요

    P.S
    가슴으로 읽는 시 보셨나요 …산성 님 다아 가지셔요…^^
    영양가 없는 잡글이라 시 한수라도 올려두는겁니다
       

  3. 김진아

    23/11/2012 at 05:18

    사라져가는 서점들…

    성남에서도 꽤 오래된 서점이, 문을 닫았을 때, 기분이..묘하더라구요.
    지금도 꽤 버티고 있는 서점이 몇 군데 있지만, 언제 닫게 될지..

    저 역시도 인터넷 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서점에서 책을 들여다 보는
    그 즐거움은..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군밤..군 고구마..겨울이네요.

    참나무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속싸개, 수유용 덮개..특별합니다.

    *^^*   

  4. 무무

    23/11/2012 at 05:47

    저도 언니가 만들어 준 아기 이불을 아직도 갖고 있어요.
    이담에 수미 시집가면 줄거예요.
    어릴때 입던 베냇저고리랑 포대기를 오랫동안 잘 가지고 있다가
    형편 어려운 전도사님께 드렸었는데 그게 요즘 눈에 밟히네요.^^

    시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속싸개,
    저라면 너무 특별한 선물이라 감사할텐데요.
    물론 며느님도 좋아하실거예요.^^
       

  5. 지해범

    23/11/2012 at 05:55

    구경거리가 다양합니다.
    헌책서점은 우리 세대에게 독특한 느낌이 있는 곳인데,
    생각만큼 자주 안가게 돼요. 안타깝습니다.   

  6. 리나아

    23/11/2012 at 06:46

    깜딱이야 …….
    아직은…이
    여기에 왜 ? 하고요 (아직은…제목 때문에 왜 깜닥 놀라는지 모르실지도요…)

       

  7. 리나아

    23/11/2012 at 06:50

    저도 아직 김장 숙제 못했네요…12월초에 할 예정..
    아기용품 손수 만드시기도 하시네요.. 척척 바느질대장~
    이상하게 못할것만 안할것만 같은 일들이 하고싶어지고 하게된다는…즐거운 마음까지
    동반되며…..그 마음 알것 같습니다.
       

  8. 아카시아향

    23/11/2012 at 07:30

    전 속싸개 한 번도 사용 못해봤어요.
    애들 옷 입는 풍속이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다보니
    병원에 들고 들어갔던 속싸개를 보면서
    의사와 간호사가 고개를 절로절로 흔들더라구요.
    준비했던 신생아용품 하나도 못 쓴 거 참 많았어요;;
    제 시모께서 대신 태몽을 꿔 주셨는데
    ‘딸이것 같다’ 하시면서도
    색은 모두 파랑으로 준비 해 보내셨기도 했구요.^^

    의정부 짬뽕은 못 먹지만…;;
    이 근처 맛 괜찮은 짬뽕 가게에 한 번 가려면 저도 족히 시간 반은 일상을
    잘라내야 해요.^^

       

  9. 도토리

    23/11/2012 at 08:08

    아 낳을 예정일이 열흘쯤 남은 울 며눌은 어떻게 하고 있을라나..
    워낙 바느질 잘 하는 며눌이라 전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장에 가서 천 사서 기저귀도 만들어보고 싶네요..
    무늬도 어여쁜 아기 용품… 많이 부러워집니다…ㅎㅎ^^*   

  10. 참나무.

    23/11/2012 at 12:19

    아직 문 닫지않고 버티고 있는 서점 주인 말이
    ‘우리도 언제 문 닫을 지 모르겠다하더군요…;;

    군고구마 군밤 파는 풍경이 있어서 그나마
    어쩌면 이런 풍경들도 조만간 사라지지않을까 싶어서…
       

  11. 참나무.

    23/11/2012 at 12:25

    아직도 그런 걸 보관하고계셨나요 – 무무님 혹 처녀좌?

    융으로 만든 수유용 덥개를 좋은분에게 선물받은 게 생각나서
    그냥 있는 천으로 만들어봤답니다.
    며느리에게 편리하단 말 들으면 아기 탄생선물로도 괜찮겠다 싶네요
       

  12. 참나무.

    23/11/2012 at 12:27

    예전부터 아기용품 만드는 건 좋아했답니다
    기저기 가방도 만들어 볼까하는데…
    며느리 취향 알아보고 말이지요

    리나아님 포스트 이름이 ‘아직도…….’ 이젠 잊지않겠습니다…^^
       

  13. 참나무.

    23/11/2012 at 12:33

    딸이면 핑크계열을 준비하셨을텐데..그 참 묘한일이네요
    근데 서양아기들은 속싸게 안쓰고 어떻게키운데요?
    전 상상이 안가는데요…

    이병률 시인 좋아하는데 아침에 만났을 때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더라구요
    장석남 시인의 해설도 와닿지요
    짬뽕하시니 딸네집에서 비싸게 먹은 중국음식 생각이나는군요

    제가먹어 본 가장 맛난 짬뽕은 경남 사천- 남해쪽 해산물이 맛나거든요
       

  14. 참나무.

    23/11/2012 at 12:45

    요즘사람들 천 기저기 잘 안쓰는데
    수건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같아 몇 장만 사봤습니다…^^

    10일 후면 12월생?
    그래도 혹 울 며느리처럼 빨리 나을 수도 있으니
    만반의 준비하셔야겠네요- 참 젊은 할머니…^^   

  15. 참나무.

    23/11/2012 at 12:57

    아 지기자님 답글이 빠졌네
    헌책방점은 청계천에 많지요…^^

    저곳을 아는 분들 많지않더군요
    온갖 천과 부자재들 약국 의료기구…또 꽃집에다 서점까지
    말 그대로 동대문 종합시장.

    요즘은 샵몰이 뜬다면서요   

  16. 리나아

    23/11/2012 at 18:08

    아직도…가 아니고
    아직은….이라서.^^ 이 시각에 잠시 들렀네요. 감사합니다.    

  17. 참나무.

    23/11/2012 at 22:46

    도와 은의 차이…굉장한데
    이런 대 실수를 하다니…;;
    새벽 3시 …저는 죽음보다 깊은 잠 자는 시간에 항의하실만 합니다

    잘못했어요…아주 많이…;;
    정말 죄송합니다   

  18. summer moon

    24/11/2012 at 07:17

    참나무님 가까이에 있으면
    사랑 굶을 일은 전혀 없을거라고 확신합니다 !^^   

  19. 레오

    24/11/2012 at 08:29

    하루를 30시간처럼
    사는 참나무님 존경~~
    전 별 하는 것도 없이
    매일 혼자만 바빠요^^
    왜 그런지모르겠어요ㅠㅠ

    아기용품들까지 만들고 동대문까지 가시는
    그 수고로움이 너무도 큰 사랑이리라~부러워요!!

       

  20. 참나무.

    24/11/2012 at 08:43

    강고집에 성질괴팍한 거 아시는 분들 웃으시겠네요…ㅎㅎ
    서머문 답글은 서머문께 고대~~로 반사!   

  21. 참나무.

    24/11/2012 at 08:44

    산토리니 가고싶어요 저도…
    레오님 처럼 이쁜 대문 부겐빌레아도 찍어가며…

    저녁 밥 시간이나 급해서…
    나중에 리움 다녀온 이야기 올리겠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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