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가고 싶은 곳도 줄어든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지워진다
움직이는 시간보다
종일 그 자리에 있는 하루가 늘어난다
모자쓰고 굽 높은 구두 신고 외출하던
시멘트 틈 사이 피어난
엉겅퀴에 물 주듯
용서하는 (나부터 먼저)
날이 많아지면서

김영태 <정처>

"하염없이 내리는
첫눈
이어지는 이승에
누군가 다녀갔듯이
비스듬히 고개 떨군
개잡초들과 다른
선비 하나 저만치
가던 길 멈추고

자꾸 자꾸 되돌아보시는가"

누군가 다녀갔듯이


– 김영태 시집 ‘누군가 다녀갔듯이’ 9p 문지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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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열 시간도 없는데 하필 김영태 시인의 정처를 들려준다

오늘은 종일 바느질에 올인할 군번인데

아침 시간에 해질녘 음악만 아니어도 창 안열었을까

내일 13일 청담 시인과의 만남

14일 아들 생일( 선물 한다 했는데 언제 완성하나 )

15일 모임엔 빠지면 안될테고. . .

아고시간이 괜찮아 덜렁 약속 해버린

출판기념회는 또 어쩐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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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 쐬고 돌아다녀 목감기가 들어서만은 아니다

하루살이에 모과 대추 온갖 거 넣고 끓이던 주전자

현재 스코어 2개 널브러져있다 – 새까맣게

어제는 또 현금 100만원 찾은 돈봉투를 잃어버려 집안을 발칵 뒤집고

너무 기가 차서 돈 찾은 은행에 전화까지 다 하고

해까닥 미칠 것 같은 ARS 서비스

그 천편일률 친절한 목소리라니

정말 엉뚱한 곳에서 나왔을 때,

그렇게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행복이란 게 이리 수시로 바뀐다니. . .

집안 발칵 뒤집다 발견된 헝겁쪼가리들

많아도 너무 많다

나 없으지면 다 버릴 것들

글쎄, 퀼트 좋아하는 산호맘이면

지네 애들 장난질 하느라 혹시 챙길까

언제 다 이을꼬.

블로그도 다 집어치우고 싶어

문 닫을까 하다가도

혹시 괜히 또 주절거리고 싶을 때

실없는 사람 될까 봐. . .

. . .

이럴 시간 정말 없는데

지금부터라도 초치기 돌입해야한다.

행망궂은 이 버릇 어이할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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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고요해지면
눈이 내린다
슬픔이 조금 비어 있을 때도
그 언저리에 눈이 내린다
양말에도 눈이 내린다
촛불을 켜고 童話처럼
그들은 살다 간다
말없이 아끼고
그냥 말 없이

눈 오는 양말 – 김영태

음지식물은
더 고개 숙여
정적을 배운다
참으로 정적은 수다스럽지 않으니
고개 숙인 만큼 제 값도 있는 법이니

「정적」 부분 – 김영태

이번 연말, 조용히 보내고 싶은. . .

6 Comments

  1. 김진아

    12/12/2012 at 02:32

    눈이 내리는 그 순간 만큼은 고요하죠..

    참나무님에게선..그 고요함이 느껴져서 좋아요.

    감기 조심하시구, 다행히 오후부터 날이 풀린다고 합니다.

    *^^*   

  2. 무무

    12/12/2012 at 04:31

    오라는데 없는데 갈데 많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랍니다
    오라는데도 많고 갈데도 많은 사람은 더 행복한 사람이겠죠
    오라는데 많고 갈곳도 많고 할일도 많은 참나무님은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겁니다^^
       

  3. 참나무.

    12/12/2012 at 10:47

    그러게요…내일 청담 모임인데 날이 풀린다 해서 고밥네…했답니다
    언제쯤 진아씨 사카에서 뵐 수 있을까나…^^
       

  4. 참나무.

    12/12/2012 at 10:55

    남들 마음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이 진짜 행복하신 분 아닌가 싶은데요

    명상 시간에 자기가 제일 행복한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는 시간이 있답니다
    무무 님은 어떤 모습을 그리실까요…^^

       

  5. 딱따구리

    13/12/2012 at 02:53

    어데서 찾았을지가 너무 궁금해요.
    저는 젊어부터 할망해서요..
    실없는 사람될까봐..제 맘이구요….(저야,뭐 그래봤자, 먼지 한톨이라 상관없지만)
    참나무님은 그러시면 안 될거 같은데요~~
       

  6. ranran

    29/03/2013 at 11:31

    이 곡 참 좋아해요!!!!^^ Twilight Time !!

    김영태 시인도 아주 옛날 외환은행 에 근무 하실때부터 잘 알고 있어서 반갑구요.
    시 에 너무 어울리는 곡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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