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선생의 글맛

목수 이정섭씨가 아주 좋아한다는

고 이윤기 선생의 ‘프리즘과 무지개’ 한 단락

그리고 블로그 이웃 푸나무님의 조선일보 사외 칼럼 ‘아침편지’도 전합니다

조선일보 사외 칼럼 ‘아침 편지’

제목: 스물일곱 내 딸, 청춘이 너무 아프다

글쓴이 : 위 영

‘청년백수.’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에도 없던 단어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 전역을 떠도는 심각한 전염병이다. 며칠 전 지하철 안에서 서고 앉은 젊은이들 넷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취업원서를 300번 넘게 썼다는 것, 몇 번 면접 보러 갔지만 왜 떨어졌는지 모른다는 것, 뭐든 시켜만 주면 잘할 수 있다는 것, 취직을 못하니 부모님께도 미안하고 친구들 보기도 싫어진다는 것, 결혼은 아득하고 연애는 꿈도 못 꾸니 사는 재미가 없다는 것 등. 낯선 젊은이들의 말에 가슴이 저려왔다. 마치 내 딸이 하는 말처럼 들려왔기 때문이다.

썩 명문대는 아니라도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학점도 높아 반 학기 미리 졸업한 내 딸. 문헌정보 전공에 사서자격증, 교직 이수로 사서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졸업만 하면 금방 취직할 것 같았다. 임용고사 준비 2년 내내 서울·경기지역은 사서교사를 한 명도 뽑지 않았다. 헛공부한 셈이었다. 올해는 방향을 전환해 토익시험도 보고 컴퓨터 활용 자격증도 따서 여기저기 원서를 내고 있다. 사서교사가 아니라도 어디나 불러만 주면 열심히 일할 의욕에 차서 수없이 자기소개서를 쓰고 취업 원서를 내보지만, 연락 오는 곳은 드물고 면접을 해도 다시 오라는 곳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신감이 줄어드는 게 눈에 띈다.

며칠 전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딸이 그랬다. "엄마, 이제 내년이면 스물여덟인데 그러면 기업 취직은 어렵대. 내년에는 나이 상관없는 시험 준비를 해야 할까봐.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뭘 시켜도 잘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지? 학교 때문에? 혹시 성형수술을 안 해서 일까? 아님 크지 않는 키가? 엄마, 뭐가 문제일까? 엄마가 객관적으로 이야기 좀 해줘봐." 대통령 후보들은 말이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콕콕 찌르는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다. 딸의 말을 듣는 동안 가슴 속으로 피가 흘렀다. "딸! 힘내, 엄마가 보건대 너한테 문제는 없어.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훌륭해. 넌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아직 때가 네게 이르지 못한 것뿐이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때가 너를 찾아올 거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미는 더 답답하고 두렵기만 하다.

정말 내 딸에게 때가 올까? 세상 모든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 딸들 앞에 그때가 올 것인가? 장학금 받으려고 공부에만 매달렸던 대학 시절도 그다지 즐거운 청춘은 아니었다. 졸업만 하면 문이 열릴 줄 알았는데 청춘은 또 취업이라는 거대한 옹벽에 갇혀 버렸다. 즐겁게 일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청춘! 내 딸에게 그런 청춘은 요원한 걸까?

출처: [아침 편지] 스물일곱 내 딸, 청춘이 너무 아프다 <–2012. 12. 13 (목)

P.S:

http://www.gallerykong.com/ <– 정승희 개인전- 풍경 ( 공근혜 갤러리 )

7 Comments

  1. 참나무.

    24/12/2012 at 00:43

    조선일보에 실린 푸나무 님 칼럼도 공개합니다   

  2. 푸나무

    24/12/2012 at 05:23

    블로그에
    어느 분 오셔서

    블로그 글보다
    훨 더 못썼다고 콕 찝어서 이야기 해주셨는데… ^^*
    하여간
    참나무님 기억에 감사드립니다.

    정승희 화가
    공근혜 갤러리 홈페이지에
    실려 있어요.
    그림이 좋아서 퍼오려고 했더니
    못퍼오겠어요.

    갤러리 홈페이지에
    제 글 한귀절과 이름이 올려있으니….
    저처럼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생전에 없을 일일듯…. ㅋㅋ
       

  3. 참나무.

    24/12/2012 at 05:48

    공근혜 갤러리…지금 확인했습니다

    http://www.gallerykong.com/

    "나무는 한 겨울인 지금도 벗은 몸으로 서로 존중하며 의연하게 ‘홀로’이면서
    숲이라는 ‘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위 영

    세잔과 나란히 등극하셨네요, 축하합니다…진심으로!
       

  4. 참나무.

    24/12/2012 at 05:57

    "나무는 인간에게 지상 최고의 친구이다. 우리가 나무를 존중하며 경제적으로 사용할 때,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훌룽한 자원 중의 하나를 얻게 된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내촌 목공소, ‘나무 이야기’ 중

    이 칸을 아예 나무 예찬 칸으로 꾸며볼까요…^^    

  5. 푸나무

    24/12/2012 at 07:10

    신 만이 나무를 만들수 있다.

    누가말햇는지 기억은 안나요. ㅋㅋ
       

  6. 술래

    25/12/2012 at 16:31

    참나무님 감사해요.
    푸나무님 조선일보에 실렸다는 글이 궁금했었는데…

    가심이 저릿하네요.
    푸나무님 글이…   

  7. 참나무.

    25/12/2012 at 22:30

    술래 님 외에도 이 글 궁금하다고 묻는 분들 있어서
    제법 시간 지난 칼럼이지만 올렸답니다.

    저도 신문을 늦게보고 많이 반가웠거든요…^^
       

Leave a Reply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