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션 둘- 카불 거리의 소녀 & 에단 호크 수염

(… ….)전시장에는 스무 점 남짓한 사진이 걸려있었고 관람객은 없었다. 혼자서 관람하는 전시는 조용하고, 난잡하지 않았다. 사진을 대충 지나치며 한 바퀴를 돌고, 벽을 따라 걸었다. 중앙의 패널을 거쳐 순환하며 걷는 진로는 엎어놓은 ‘8’자 모양, 그러니까 무한대를 나타내는 표지의 모양, 또는 벌들이 멀리 있는 꿀을 찾았을 때 추는 춤의 모양 같았다. 사진들은 전쟁터, 폐허, 도시의 뒷모습,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절망, 슬픔과 유약함, 한 포기의 포기들을 담은 채로 황금색 조명들에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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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 사람은 한동안 걷다가 한 사진 앞에 발을 멈췄다. 예쁜 소녀였다. 나이는 열 살 남짓으로 보였고. 사진의 밑에

‘카불 거리의 어린 소녀’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괄호 안에는 ‘A young girl on the street of Kabul’ 이라는 원제적혀있었다. 어린 소녀는 조금 지저분하지만 전쟁통의 아프간치고는 꽤나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손을 앞으로 모아 치마 앞자락을 꽉 쥐고 한껏 멋을 낸 머릿결이 조금 삐쳐있었지만 앙다물지 않은 입술은 예쁜 빛깔이었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고 있는 그 눈빛은 아마 거리의 소녀, 몸을 파는 소녀의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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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내몰린 소녀가 그 사진을 찍고 있던 카메라맨에게 몸을 팔고 있었다. 어른들의 전쟁에 내몰려 어른들의 돈에 몸을 파는 그 눈빛은 카메라맨을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소녀의 눈에 눈물의 흔적은 없었다. 분노에 차있지도, 절망에 빠지지도 않은 눈을 하고 있었다. ‘카불 거리의 어린 소녀’가 아니라 ‘카불의 어린 거리 소녀’ 였겠지만 팻말에는 ‘A young street girl in Kabul’이라고 쓰여 있지는 않았다. 조용해지는 전시장에서 그 사람은 그 소녀를한참 동안 바라보고는, 발길을 홱 돌렸다.

미션 1. ‘카불 거리의 어린 소녀’ 찾기

1월 4일 하콘 가는 길 가방에 조선일보 2013 신년특집 신춘문예 신문지 2장을 넣고 출발했다

오래오래 전에는 제법 기다리던 시절도 있던 섹션을 4일이 되도록 안 읽었다.

당선소감부터 먼저 읽은 습관이 있다.

올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단편 소설 당선작 ‘폐쇄 회로’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집중하였다.

어느 정돈가 하면 에스컬레이터 오르내릴 때도 눈길을 멈추지않았다

계단 끝날 때 넘어질까 두려워 계속 난간에 손을 얹고

경사가 멈추는직선이 감지됐을 때나 고개를 들었다.

귀에는 이어 폰까지 꽂혀있었으니 눈,귀, 손, 다리…

온 몸과 신경을 다 소비하며 다닌 꼴이다

글을 읽는 중에도 소설 내용에 나오는

‘카불 거리의 소녀’가 어떤 작품일까가 내내 궁금했다

그걸 오늘 아침에사 찾아보다니. . .

몸을 팔았을 어린 소녀 눈빛을 보니 또 어제 본 레 미제라블 영화 장면이 떠오른다

뮤지컬에 나오는 음악들 그냥 들을 때랑

영화 속 화면과 같이 볼 때의 차이…말해 무엇하리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다 아는 내용. . .

많이 들은 노래들 뭐 그리 큰 감동일까

솔직히 의아했지만

아! 느낌표 찍어야한다

음악의 힘, 내 부끄러운 신앙에깊이를 준 영화,

배우들의 연기력 가창력 모두 최상급

스케일도 굉장한 대작이다

한 번 더 볼 지도 모르겠다.

3D 안경 안쓰고 본 ‘라이프 오브 파이’

3D 안경 쓰고 한 번 더 볼까도 싶었는데

레 미제라블에 밀리겠다 아무래도. . .

( 우야꼬~~ 지금 레 미제라블 얘기 할 시간 아닌데

꼭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담으로 미루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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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2 : 에단 호크 수염의 긴 얼굴

블로그 이웃 아드님이 어쩌면 하콘에 올지도 몰라

선물 하나를넣은 새로 만든 가방을 들고갔다

내 가방을 보여줬다 했으니…혹시? 하고. . .

그러나 하콘 신년음악회 예상보다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연주 중간 중간에도 동석한 분께 도움을 청했다.

‘얼굴 길고 에단 호크 수염의 안경낀 청년’

인터미션과 3부 와인 파티 시간에

착한 이웃 분은나 대신 가방을 들고

하콘 율하우스 마룻바닥을 ‘일부러’ 왔다 갔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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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기 얼굴 길고 안경쓴 청년이 진주씨랑 얘기하고 있네요

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다시 일어나 가방을 들고

그 주위를 제법 맴돌다

-아는 척도 않는데요…ㅎㅎ

" L.A에서 온 최여사 아드님을 찾습니다아~~"

방송 의뢰라도 하고싶었지만 용기가 안나서 참았다.

못 만나는 것도 인연일테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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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은 최근에 영화 아무르를 봤고

여주인공 안나랑 비슷한 연세의 어머님을 모시고 오셔서

1월 4일 하콘신년음악회 최고령 관객으로 또 다른 감동을 주셨다.

은근히 내가 최고령이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노년층도 중간중간 계셨다.

어머님은 따님이 건내주는 주스 받으시면서도 ‘땡큐~~’ 하셨다

두 다리 인공 관절 수술후 아주잠깐 우리 집에 모실 때

밥상 차려드리면 ‘감사합니다’ 하셨던 엄마 생각은 꽁꽁 누르고. . .

25살 조진주 연주는 파워풀 했다.

정경화 씨 젊었을 당시의 연주가생각날정도로!

피아노 반주김현수 청년과 ‘토카타와 푸가’ 를 연상케 하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3악장)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했다.

이후엔 ‘비운의 여인’ 설명 후 들려주는 연주라 쏙쏙 들어왔다.

". . . 행복보다는 슬픔이 아름답게 보였고, 비극적 운명의 여인들에게

매료됐어요. .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한다는말이 실감났다.

‘. . . 마음속 깊이 슬퍼하는 사람은 용서가 된’ 다던

최근에 읽은 소설한 자락도 떠올랐고 . . .

3부 땐 츄리닝 차림으로 거리감까지 좁혀주고

ㅡ하콘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10주년이 지난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

2013엔 연주회 1,000회를 기획했으니

지방 분들 기회 놓치지 마셨으면 좋겠어서

소설 전문<–궁금하신 분만

맨 위 푸른 글씨는 2013 조선일보 신춘문에 단편소설 ‘폐쇄 회로’ 일부.

당선자 이호는 당선 소감에서 이 소설을 할아버지께 바친다 했다

그 할아버지 혹 경비원을 하셨을까…엄한 생각도 했다

13 Comments

  1. 士雄

    08/01/2013 at 05:09

    부지런하게 다니시니 이렇게 앉아서 호사를 누립니다.
    감사합니다.^^~   

  2. 산성

    09/01/2013 at 00:50

    이리 길게 읽고 있을 형편 아닌데도 몰입.
    레 미제라블은 저도 스토리가 많아요.그런데도 늘 풀어낼 재주 없어…

    96,7년에 뮤지컬로 먼저 봤어요.미국버전.열대나라에서.
    하콘은 관심 넘쳤지만(?) 사정 있어 못갔네요.
    찬찬히 다시 읽고 답장 쓰기로…

    신춘문예,그랬었지요.
    옛날에는 집에 안오는 신문들 사러 길에 나가기도 했었는데.

    사진 속 소녀의 눈빛,그리고 움켜쥔 손!

       

  3. 참나무.

    09/01/2013 at 05:39

    답방도 않아 죄송한데 …인사주셔서 감사합니다.   

  4. 참나무.

    09/01/2013 at 05:51

    이번 영화 길어서 다시 읽기 힘든 원작 대신,
    뮤지컬의 한계인 무대를 넘어선 말 그대로 스팩터컬 대작입디다
    외국어 능하지 못한 사람이라 친절한 자막까지 있어서
    2시간 반이 하낫도 지루하지않았어요.

    신춘문예 시조 부분은 최인호씨처럼 군인이데요
    최인호 씨는 그 당시 여러 신문에 투고하여 자신감도 넘쳤는지
    겨우 하나에만? 했다지요.

    희곡 제목이 ‘우울군 슬픈읍 늙으면’ 도 있었지요
    어딜 또 나가셨나봅니다
    양수린 언제 가보나…
    ( 거기 재즈 카페 So What 은 아직 있을지- 혼잣말…;;)    

  5. 초록정원

    09/01/2013 at 16:00

    신문지 두 장.. 제 가방 안에도 아직 구겨져 있답니다.(반가움!!^^)
    1월 2일날 병원 가면서 서둘러 접어넣었었는데,
    단편만 읽고 슬픈읍인지 우울면인지 그것조차도 여태 못읽고는 가방 뒤질 때마다
    이거 들어있었지.. 하거든요.
    마지막 장면이 따뜻해서 기분 좋은 당선작이다 생각 했어요.

    가방을 들고.. 착한 이웃분.. 낮에 폰으로 읽다가 웃음 빵 터졌었어요~ ㅎㅎㅎ
    막 로긴했었는데 간호사가 불러서 댓글 못달고
    집에 돌아와 한심 자고일어난 참입니다.

       

  6. 초록정원

    09/01/2013 at 16:08

    저도 읽으면서 이거 무슨 사진일까 하고는 잊었었는데..

    이렇게 이쁜 소녀가 몸을 파는 소녀일까요??
    머리까지 깍고 열연한 앤 헤서웨이.. 정말 대단하지요.
    (영화 보면서 진짜로 깍는 거야?? 싶어서 소름..)
    (사전정보 없이 가서 봤거든요..)
    속옷사건땜에 곤욕 치렀지만, 정말 멋진 배우입니다.

       

  7. 산성

    10/01/2013 at 00:07

    So What 스토리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8. 참나무.

    10/01/2013 at 11:00

    ‘슬픈읍…’ 그거 넘 슬픈 노인이야기…;;
    늦게까지 머물렀네요
    제가 강조하고싶은 부분을 딱 짚어내셨네- 얼마나 재밌었다구요 둘이서만…^^

    그 거리 소녀 ‘아프간 하길래 ‘스티브 맥커리’로 검색해서 찾아냈어요
    모르는 사진이었는데 이번 당산자 덕분에 의미깊게 다가오는 작품이 되었답니다
    눈 큰 아프칸 소녀, 지금은 나이 든 모습과 나란히 비교하여 많이 떠돌아다니지요
    어느 카페에서 복사화 걸어뒀다 저작권에 걸려 몇 억 손해배상 했다던가요?

    ‘몸파는’ 부분에서 머리깎이는 헤서웨이 처참한 표정이 연상되더라구요…ㅠ.ㅜ
    노래랑 연기…기막힌 캐스팅이었지요 정말로…
       

  9. 참나무.

    10/01/2013 at 11:02

    에고~~ 산성 님… 민망했던 사건, 그걸 여태 기억하시다니…;;

    반찬 다 해두고 좀 늦을거라해서 다시 콕콕거립니다
    내일은 좀 풀린다지요   

  10. 술래

    10/01/2013 at 14:57

    ㅎㅎㅎ
    참나무님…

    전 레미제라블을 20년도전에 불란서에서 온 뮤지컬로 봤는데
    감동 감동이었던 기억 나요.

    그것도 앵커리지 같은 시골에서 보면서
    와~~~이런 시골에서도 이렇게 큰 뮤지컬을 볼수 있다니하고
    놀랐던 기억도 나고요.
    그때 미국 간지 바로여서 한국의 시골과
    비교가 많이 되었던거 같아요.   

  11. 참나무.

    11/01/2013 at 00:21

    전 왜 ‘샌프란…’ 과 엘 에이 구별을 못할까요…;;
    그 날 ‘L.A에서 오신 …’광고해도 헛일이었겠네요…ㅎㅎ

    그니까 술래 님은 불어도 능하시군요- 부러워라~~    

  12. 술래

    11/01/2013 at 08:04

    엘에이가 맞았어요.
    저와 아들은 다른 곳에서 사니깐요. ㅎㅎ

    불어라고는 몇 개밖에 모르는데요?
    아마도 자막이 있었겠지요.
    영어는 쬐금 가능하니깐…   

  13. 참나무.

    11/01/2013 at 09:51

    아참~~ 떨어져 계신다는 글 읽고도- 제가 늘 이렇습니다

    가만 있었으면 더 좋았을걸..그지요~~
    전 영어는 커녕 한국말도 잘 못하잖아요…ㅎㅎ

    여행할 땐 불편해서 이번엔 꼭! 하다 한평생 다 보내고 악순환만 연속…
    이 게으름 어쩌면 좋을까요- 지금부터도 늦지않을텐데…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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