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환상적인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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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설 특보 내린 입춘 아침 신문이 8시 넘어 왔고

우유는 내일 배달된다 했다.

오늘은 밖에서 커피 마실 일이 있을거 같은예감이어서

신문올 때까지 보이차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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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아침다른해처럼 노란 프리지어나

snow-drop 대신 대문에 눈 결정체올리고집을 나섰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 눈 결정체를 많이 만났다

필연을 가장한 우연인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지, 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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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 겁나다고 집에 가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지난 주는 운동을 2일 밖에 못했거든.

아기 보려면 내 몸부터 건강해야겠기에

벌벌~ 조심조심~ 빙판길 걸어 운동 열심히

개인 숙제 장운동 500번까지 마치고

2.

조금 걸어 왕십리 e마트에서 간단한 점심 먹은 후

바로 커피 마시는 거 좋지않아 조금 걸어

카페 시벳가서 에스프레소 한 잔 하고

3.

어제 헛탕친 가로수길로 다시 향했다

왕십리–>서울숲–압구정 로데로. 딱 3정거장

7번 출구로 나와 신사중학교 가는 버스 타니 15분도 안걸렸다.

분당선 연장은 완전히 나를 위한 노선이다

4.

어제 헛걸음 했을 땐 같은 전시장 같은 전시회

두 번 가지말라는 뜻? 했지만

환상적인 동선 덕분에 아주 쉽게 두 번 가게된것이다

일단 비치용 도록부터 마스트 하는 중

기자들이 여러 명 와서 사진찍을 준비들을 했다.

그렇거나 말거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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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두꺼운 도록엔 이번 전시 작품들 구입할 때 에피소드랑

작가들 이야기도 상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소장전 주인공인 이명숙씨도

나처럼 전시장은 혼자 다녔단다

난 영화도 혼자가 편하다

야한 영화 같은건 곤란할 것같아서

간혹 가수 박인희씨랑 같이 찾는 전시장도

따로 따로돌아다닌 후나중에 만나

서로 맘에 드는 작품들 얘기하고

남편 생시에도따로다녔지만 맘에 드는 작품 말하면

거의 맞아 떨어져서 구입한 이야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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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왔을 때 소장 작가 중 ‘이진용’씨도 있어서

도대체 작가 이름 본 기억이 없었는데

도록 펼친 테이블과 같은 사진이 있길래

혹시 이 테이블이 이진용씨 작품? 질문하니

데스크 직원이 내가 앉은 의자로 다가와

유리 아래 사진과 그림들을 손으로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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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급히 디카질 하느라

케이스 덜렁거리는 것도 몰랐는데

재빨리 들어 올려주기까지 …

다른 화랑에서 도촬하던 생각이 나서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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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급히 볼 땐 사진인 줄 알았는데

도록 해설 보고 극사실화인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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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품 역시 작가미상인데 소장자 남편의 외조부 초상이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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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로수길예화랑

첫날 갔을 때는비가 왔고, 어제는 흐렸고

오늘은 ‘폭설 후 맑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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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폰으로 별 10개 짜리 강력 추천하는 카라얀 전집 중

차이콥스키 5번 ‘민혜경’ 테마도 흘렀다.

요즘 부쩍 전집류가 값도 싸게 많이 출시된다

풍월당에도’엔니코 마이나르디’ 14장 전집이 6만 5천원

CD 한 장,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많은 고객들 주문이 쇄도 하더라만

난 담쌓은 지 오래라 강 건너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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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들으며 맑은 하늘 반가워

디카질하느라 정류장을 지나쳤다.

건너 편을 보니 허형만 압구정 커피집이 보인다

커피 마신 지 두 시간도 안됐는데

또 커피 생각나서 기어이 길을 건넜다

내가 들어갔을 때 좁은 가게에선 생두를 핸드 픽 하고 있었다

혹 전시효과? 했지만 쌓여있는 봉지들 보고

다른 커피 매장에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집인 걸 알게된다.

에스프에소와 원두 100g 주문하면서

커피 내리는 아직 어려보이는 아가씨께

‘허영만씨랑 착각하는 분 많겠네요’ 했더니

"맞아요…많은분들이…" 하며 웃었다.

집에 와 또 향이 궁금해서 드립커피 한 잔 더 하고. . .

오늘 커피 4잔…좀 많이 마셨나?

예화랑 작품들과 이리저리 들이댄가로숫길

첫 날, 둘쨋 날과비교해 보느라시간 좀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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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새벽에 나가 후유~~

한숨쉬며 돌아온 남편

빙판길 사고나지 않았고

나도 넘어지지 않았고

이만 하면 기적같은 하루 아닌가

4 Comments

  1. summer moon

    05/02/2013 at 02:30

    사진으로 찍어서 읽게 해주신 부분들만 보고도
    전시도록을 구해서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한 줄 한 줄이 가슴에 곧장 다가오는…
    책은 이런 분들이 쓰시면 참 좋은데…^^

    눈이랑 커피랑 같이 하는 하루-
    저는 상상만 해보지만….참 좋네요!^^   

  2. 참나무.

    05/02/2013 at 03:51

    불행히도 도록은 비매품이라 이런 짓을 했답니다.
    방법이 없잖아요.

    컬렉터가 된 건 아버님의 영향이 큰 거같더군요
    아드님까지 예술에 관심이 많아보이고…
    저도 본 적있는 권옥연 화백의 소녀는 아드님 방에 걸려있다지요

    다 못담았지만 저도 이기순씨의 타피스트리등 낯익은 작품들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요즘 서울엔 볼만한 전시가 많네요…^^
    단대목이라 외출도 자주 못할텐데
    또 시장바구니들고 후르륵 달려갈지도…ㅋㅋ
       

  3. trio

    06/02/2013 at 07:26

    참나무님은 매우 부지런하신 것같아요.
    포스팅을 볼 때마다 느끼게 되요.
    건강하시고…행복해 보이세요. 언제나…
       

  4. 참나무.

    06/02/2013 at 13:25

    네에 고맙습니다. 아까 아들네집에서 아가보면서 정성들인 포스팅 잘 봤답니다.
    제 컴이 아니어서 답글은 못달았지만…
    미스트랄…그 바람이 가끔은 사람을 미치게도한다는 글을 어디서 읽은 것같은데…

    그리고 제가 가진 책 중에 일본 사진작가 부부가 명작이 그려진 장소를 찾아가서
    현재의 모습과 명화를 나란히 비교해서 찍은 책도 생각났구요

    예전에 포스팅도 했을건데 워낙 잡글들이 많아 찾아질까 모르겠네요.
    책 제목은 나중에라도 알려드릴게요…
    그곳은 구정이라도 특별이 더 바쁘고 그러진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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