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요일
민도가 좀 낮은 우리 동네골목 목욕탕
언제부터인지 등 어깨 허리 부분에 이상한 걸붙인 사람들이 많이보였다.
분홍, 검정, 흰색… 색갈도 다양하다
탁구공과 정구공 중간 사이즈를 절반으로 자른 모양이다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확한 이름도 모른다
집에서도 붙이고들 다니는 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탕 안에서 어떤이가 그거 어디서 사냐 물으니
E마트에서 샀다는 것만 안다 ?
목욕탕 수영장 사우나 락커룸에서
나는 죽다 깨어나도 못하겠는 자세들 자주 본다
가끔 내가 비정상일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토요일 내 곁에 앉은 할머니 한 분이
자꾸 나를 보면서 딸막 딸막 말을 걸려는 눈치를 보고
"등 같이 밀자 ~~?" 숨은 뜻이 읽혔다
평소 샤워할 땐 급히 비누질만 대강 하기 때문에
일주일 밀린 떼눈치봐가며 살짝 도우미께 등만 부탁하는데
( …어쩌나… 떼가 많을텐데창피해서…)
예상은 들어맞았다. . .이런 부탁 들어본 지 오래다
그 할머닌 이태리 타올을 적당히 뭉쳐 내밀면서
– 떼가 많을텐데…미안해서 어쩌지…( 다 그렇치요 그냥 웃기만 했다)
– 집에서 놀아요? 떼도 없어보이는데 (풍년두부같은 … 겉모습만 보고 어이알리…;;)
– 난 이 나이까지 일을 하는데 요새 좀 아파 몇 일 쉬었더니…
( 무슨 일인진 안물어봤다 더 길어질 것 같아서
어쩌나…기운도 없고…얼른 가서 5시 카잘스 음악회 실황도들어야 하는데
아 좋았다 앵콜로 그날 연주자 모두 다 함께
카잘스 새를 들려주길래두어 군데배경음악까지 바꿨다 )
여차저차 좋은 일이다 싶어 성의껏 밀어드리고
비누질까지 야물딱지게 해드렸더니
고맙다 소리 여러 번 하시며 내 등까지 밀어주실 폼
아~~괜찮아요 전 떼 수건도 없는데 …아무리 우겨도
– 내꺼하면 되지. . .
기어이강고집 꺾이고 . . .
여자의 일생이 시작되었다
2남 1녀 중 1남 1녀는 결혼해서 손자가 넷
막내아들을 아직 여의지 못했다
어디 좋은 색시깜 있으면 소개해 달라~~시는거다
아 그 전에 고향을 먼저 물으셨다 당신은 하동이라며
다같은 경상도라도 부산, 대구 말이 다르고
하동. 남해. 진주. 억양이 조금씩 다르고 말고
– 같은 겡상도끼리는 대강 알아차린다.
등 밀고 난 후에도그 여자의 일생은 계속 되었다…
‘내일 주일 당신 시어른 두 분 기일이다
시어머니 돌아가신 지3일만에 시아버님도
줄초상이 나서 제사를 한꺼번에 같이 지낸’다시며. . .
나도제사 지낸다 했다
‘어쩐지 맏며느리처럼 생겼더라니까 . . .
내 얼굴이 편하게 생겼는지 여하튼 다른 때도
유난히 말 거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목욕탕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중매까지 서라는 부탁은 첨이다 – 같은 겡상도라서 그랬지 싶다만.
2. 일요일
많이 피곤해서인지 충무아트 홀에서 내려 교회까지 걷거나
내린 그 자리에서 퇴계로 가는 버스 한 정거잘 타야한다
신당동~안내 방송 들은 것 같은 데 깜빡 잠이 들어
버스는 국립중앙의료원까지 가버린 것이다
사람들 내리는 거 보고헐레벌떡 꼴찌로 급히 내렸다.
정류장 근처 신호등 푸른 표시가 하나만보이더니 금방 빨강으로 바뀌었다
우두커니 기다리기 싫어 좀 더 올라가서 찾았지만
도대체, 도대체~~횡단 보도가 보이질 않는 거다
얼른 상황 판단 하니 역사박물관 공사 때문에
근처 길을 모두 막아놓은 모양이다
밀리오레, 두타, 어디 어디…
종래에는 청계천 평화시장 간판 보일 때까지 걸었다
단 몇 분을 못기다리고 꼼수부리다 서너 배의 시간을 소비하다니…
역사박물관은 뚝섬 유원지 애벌레랑 비슷하다.
왜 그 비싼돈을 외국사람에게 바쳤을까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완공될지 두고 볼 일이다만.
이왕 늦은 거 외국 동포들께 현재모습 구경시키란 뜻인갑다
금방 맘을 바꾸고 디카나 들이대었다.
사순절 성찬식 있는 날인데
다행이 많이 늦지 않아
예수님살도 먹고피도 마시고. . .
3.충무아트홀
아…빙판길 없어 얼마나 신나냐
충무아트홀까지 한들한들 걸었다
5번 남산가는 연두버스 보였지만 날씨 쌀랑하여 참았고
앗! 전광판에 ‘…이인성 초대전’이 보인다
눈이 번쩍- 우예 안들어갈 수 있겠는지
우짠지 걷고싶더라니깐.
– 세상에나 2월부터 시작했네?
허나 문은 잠겨있었다.
1시 즈음이면 다른 날은 열려있는데?
다른 날 다시 한 번 더?
혹시 몰라 유리창 안 잠깐 디려다 보고
아쉬워하며 발길 돌려 화장실로. . .
남 녀 갈라지는 가운데 벽에 낯익은 마티스 그림
이상하게 마티스 종이시대 그림들은 화장실에서 자주 만난디
코엑스, 예당…또 어디더라? 산뜻한 원색 이어서일까?
볼 일보고돌아나오는데
오~~ 갤러리 문이 열려있다
이거 무슨복일까 급히 들어갔다.
갤리리 중앙에서 컴 작업 중인 분이 미소로 맞이한다
– 사진촬영 가능하단다
언제나 처럼 나 혼자다
‘그 많은 싱아는 …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하며 시간을 보낼까
나 혼자 신난다. 신난다~~
단 선원에서 ‘신 난다 신난다’
‘꼬리치기’ 자세가 생각나 씨익 한 번 웃고
근데 이상하다 아무리 판화라 해도 값이 싸도 너~~무싸다
호기심에 참을 수 없어 컴 작업하고 있는 분에게 질문을 했더니
데스크에서 가저온 스켓치북 한 권을 펼치며
원화를 직접 찍은 사진 그대로 드로잉한판화란다
박종인 기자 사진은복사 불가라지만
원화랑 같은 사이즈의 복사화 판화들이
10만원에서 50만원 …액자까지 끼워서?
혹시 이인성화백 마니아들 계시면
올해 탄생 100주년이라 아트 상품도 많고
원화랑 꼭 같은 드로잉 판화는 단돈 10만원
선물해도 좋을 것 같아 급조 중이다
서정욱 갤러리 손바닥만한 복사화 액자도 25만원이라는데
내일이 마감이라 해서. . .
아트 상품 몇 가지 사고 나오려는데
일부러 안쪽 전시실에 날 데리고 가서 설명을 한다
아버님 화실 사진 속, 빨간 점과
같은 자리 작품과 유품들 전시한 공간으로
‘덕수궁에도 비슷하게… 걸려있었는데작품들이 훨씬많네요’
내 질문에. . .그 땐 보내지않았습니다– 좀 쓸쓸한 표정으로 답한다.
오른쪽 벽에 걸린 나무쟁반…
삘간 점 하나 하나 짚어가며 실물을 함께 지적했다
리움 미술관 국립 미술관 소장픔과 대표작 60작품, 유품들 참고자료까지
이인성화백 사업회 주최여서 맨맨하고 조용하고, 알찬 전시회였다
대구미술관–鄕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리플렛과 파일집까지그냥 두 개나 주셨다.
고양 아람누리 교과서속 현대미술 매인 포스터 보고 가볼까 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이인성화백 아드님과 깊은 이야길 주고받았다
그림 전공하셨냐는 내 질문에 전공하진 않았지만
그림 잘 그린다고 직접 말했다
당신 아이들도 미술전공 시키지 않았다고
( 요 부분은 다음에… 어쩌면 좀 길게…? )
‘구하면 얻으리라’ 바야흐로 로컬시대…
멀리가지 않아도 내 동네 그대 동네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건덕지들 있으리라 믿는다
돌아오는 길 날씨는 쌀쌀했지만
오후 한낮이라 걸을만해서 서울숲까지 들어가 본 어제. . .
참나무.
04/03/2013 at 10:41
이번 초대전 내일까지지만 혹 관심 있으시면 ‘이인성 사업회’에 연락해도 될 것같네요
■ 전시개요
• 전 시 명 : 황토색채를 사랑한 천재화가 이인성 판화초대전
• 전시기간 : 2013. 2.15 ~ 3.7(기간 중 무휴)
• 관람시간 : 12:00~20:00(3.7(목) 17:00 입장마감)
• 전시장소 : 충무아트홀 충무갤러리
• 참여작가 : 故이인성(1912-1950)
• 전시내용 : 디지털복제화, 유품, 엽서, 포스터, 도서 등
• 문 의 : 02)2230-6678 / 6629
■ 전시취지
충무갤러리는 한국적 정서와 색채의 서양화로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故이인성 판화전을 기획했다. 이번전시는 작가의 생전 대표작(유화,수채화)을 판화로 제작한 60여점의 작품과 유품(편지, 드로잉 등)을함께 전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는 2월 15일부터 3월 7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
해 연
04/03/2013 at 14:24
전철로 한 정거장인데…ㅎ
빨리 충무아트홀과 친해져야 하는데…ㅎ
참나무.
04/03/2013 at 14:34
그러네요 청구…^^
화장실 옆에 컴도 세대나 있고
실내 실외 카페 커피상 베이글 셋트 오천원이랍니다…^^
방금 잡글을 또 하나 올렸네요 주책맞게…^^
리나아
04/03/2013 at 17:03
충무아트홀 – 청구역에서 내리면 되는…?
늘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참나무.
04/03/2013 at 23:10
그림 그리는 분이라 관심이 있으신가봐요
오늘 마지막 날인데 …나름 알찬 전시였거든요
일단 헐렁해서 더 좋답니다
지하철 2호선 ‘신당’입니다
강남분들 대전 2시간 강북은 한 달이라던가요…ㅎㅎ
데레사
05/03/2013 at 13:14
언젠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저보다 나이가 한참은 더 많아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여기가 아시아나 맞아요?
하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드니 수속을 하고 비행기 탈 동안까지
자기 80평생 이야기 다 하고 아들대로 넘어갔다가 손자대에 이르렀을때
비행기를 타라고 해서 해방된 적이 있어요.
나도 나이 들었으면서도 귀찮을 때가 많아서 말 붙일려는 사람을
좀 피해 버리기도 하거든요.
부황이라고 하나요? 그거 우리 스포츠센터 목욕탕에서도 붙이는 사람
엄청 많아요. 시원하다고 하던데 나는 안 해봤어요. ㅎㅎ
작고하신 분의 전시회군요.
참나무.
05/03/2013 at 20:43
ㅎㅎ.. 포스팅 하나 하실 분량의 답글이십니다
교과서에도 실린분이지요
고양 아람누리에서 제법 큰 전시도 있다네요…
제주 여행 후기 잘 보고있어요
늘 고맙습니다 데레사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