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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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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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 수영 풀

오늘은 풀처럼 퍼져서 눕고싶은 날,

보통은 자고있는 아기가 현관 들어갈 때부터 우는 소리가 나서 내내 안고 있다

아들 며느리 아침에 먹을 거랑 아니면 가져갈 거라도 만들려고

박수근 그림처럼 아기 들쳐 업었는데 …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아들은 바쁜 일이 있어서 벌써 깨어 욕실에서 물소리만 들렸고

며느리는 어제 잘 못먹은 음식 때문에 체해서 밤새 고생해서

굶어야겠다며. . .

ㅡ그림 설명

상 : 매 해 11월1일 시의 날 ‘서림화랑 -시가 있는 그림전’ 콤비 시인과 화가들 중 오래 기억에 남던

김수영 시인의 올린 시랑 같은 제목의 안병석 화백 그림

(참고로 김남조 & 김영재 / 김상용& 조병덕까지)

중 : 자주 다녔던 …아! 도봉산장 과 천축사 올라가는 입구의 김수영 시비

하 :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 봉투- 이제 성공한 기업이라 인정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조금은 한심한 생각이 드는 ‘젊음의 거리’ 는 살짝 비켰지만

‘나 혼자’ 종로통 면을 살려준 장소라 생각한다

ㅡ나이트 클럽 자리라서 더더욱

요즘 계속 자리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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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널리 퍼져서 설명은 빼고 종로지점은

작가들 모습을 글자로 만든 케리커추어가 명물이다

-강남 신촌은 안가봐서 모른다.

처음 봐도 모두 짐작 가지만 혹 몰라도

그 작가의 책 구절들 찾아보면 금방 알게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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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로 연결되는 젊음의 거리는 대부분 먹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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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실종녀들도 많이 보이고…

외국처럼 좀 멋지게 꾸밀 순 없을까

이쪽은 잘 안가진다 그래서, 더군다나 난 젊은이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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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내 눈에만 그랬을까

알라딘 중고서점 안의 젊은이들은

그 흔한 레깅스 차림들이 안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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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방금 팔고간 책 수량이 금방 금방 바뀌고

음반 DVD까지 여러 부스가 밀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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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코너는 딱 한 군데 제일 빈약해서

섭섭하기도 하고 또 한 편 반갑기도 하다

그 얇고 값도 싼 시집들을 헌책방에서 만나면

시인들께 괜히 죄짓는 기분이 들지않을까 했는데

눈에 들어오는 시인의 시집 두 권 만난후의 치사한 이율배반이라니…

몇 권 주워담은 책들 예술 서적 한 권밖에 안되는 돈 지불하고

김수영 시인 안고 올 때 기분이 하 묘해서. . .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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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벤자민 시계처럼 거꾸로 가고있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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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랑 첫 상면 멋없이 하고 호텔로 가는 회랑,

현란한 꽃장식이 또 눈을 끌었다.

젊은 사람들이 무슨 일 난 것처럼 모여있다?

자세히 보니 사진들을 찍는 중이었다.

상황 판단을 얼른…

한류 스타들을 배경으로 일본 중국여행객들이

주위 시선 신경 아랑곳 없이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있었다.

배경을…또 배경 앞에 서서 V 치켜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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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서 종로 바닥 가로 질러갈 때

일본상품 불매 운동 젊은이들 데모 행진이

얼핏 보이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흰 장갑을 끼었던가

– 우린 안사고 저들은 한류 관광 많이 오라 그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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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차리려고 나 혼자 차린 아점

이름하여 ‘황후의 밥상’ 먹는 중 아기가 깨어서

발가락 고사리 손과 팔 시작되는 옴팡한 경계선

펴서 만져가미 아기 볼, 눈썹 뽀뽀해가미. . .

아 고소한 머리냄새라니!

우유 쪼옥~~소리 나도록 다 멕이고,

트림 시키느라 많이 안고 있다 편히 누인 후

식어버린 밥 자알 먹고 둥글레 차 한 잔 하미

난 내 자리 잘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냥 믿고 싶어서. . .

6 Comments

  1. 산성

    14/03/2013 at 05:39

    내 자리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

    아까 읽고만 나갔다가 다시 들렀어요.
    길가 나무들도 봄볕으로 한참 봄맞이 중이더군요.
    고새 예당 앞을 다녀왔답니다.

    이쪽 동네에도 있다던데 한번도 못가봤네요. 알라딘 서점.
    김수영 시인을 모시고 오셨군요.누가 내놓았을까…

    먼길 아기 돌보시느라
    매일 매일이 풀처럼 눕고 싶은 날…
    많이 고단하시지요?
    그런데도 바람보다 재빨리 일어나서 또 새벽 전철에…!
    사랑 아니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겠어요…

       

  2. 참나무.

    14/03/2013 at 05:52

    서림화랑 ‘시가 있는 그림전’ 열심히 다녔지만
    곧바로 기억되는 시인과 화가는 컴비 세 분
    -김수영& 안병석- 디지털이지만 ‘그래도’
    -김남조& 김영재- 푸는산 바다 풍경
    -월파선생& 조병덕 화백의 향토색 짙은 그림들 뿐이네요 -해마다 바뀌지만서도

    꽃자리에 잘 앉아 있는 거 맞지요~~
    아기 업고 발 만지작거리면 가끔 깔깔 웃어주는 선물도 받으며…
    세상 천지 봄꽃 피어도 안부럽지… 막 우기며…^^
       

  3. 해 연

    14/03/2013 at 06:02

    나는 눕고 싶은게 아니라 도망치고 싶어요.ㅎㅎ

       

  4. 참나무.

    14/03/2013 at 06:25

    ㅎㅎ 아직 초짜라 해연 님 하시는 일관 비교도 안되지만
    치매끼가 오는 지 가끔은 분유를 몇 숫갈 넣었지? 깜빡할 때가 있답니다…ㅎㅎ

    그저께는 임 아트에서 카드 낸다는 걸 시니어 카드를 내어
    괜히 나이 공개해서 우사 당하고…^^   

  5. 페이퍼

    14/03/2013 at 13:55

    ㅎㅎㅎ 종로거리도, 아기보시는 참나무님의 사랑도, 따스하게 전해져 오네요.
    저도 언제부턴가 종로에 나서면 버름해져서 괜히 주변 눈치보다가 슬그머니 들어오게 되더니 이젠 남의 나라처럼 느껴지더군요. 나이도 나이지만 세상이 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해서 괴리감도 더 크게 다가오는 거겠지요.^^;

    아고~ 그래도 귀여운 아기의 꼬물거림이 사랑스러우시죠?
    제가 늘 하는 말이 있답니다. "에, 그러니까 이 효녀 때문에 엄마는 아기 보느라 허리도 안끊어지고 소녀로 계시니 이 딸한테 감사하셔도 된다…" 뭐 이런 대사로 말이죠.
    물론 매번 본전도 못건지지만 말이죠.ㅋㅋ
       

  6. 참나무.

    15/03/2013 at 00:44

    종로거리…저랑 비슷한 생각…동지를 만나 더 반가워요

    육아문제…사실 심각한 부분이 많답니다 특히 워킹맘들
    …참 재밌는 페이퍼 님…^^

    다 좋은 데… 퇴근(^^)할 땐 온갖 관절이 다 아프답니다…
    좀 일찍 장가갔으면 더 좋았을걸 하다가도
    ‘그래도…’ 얼마나 다행…한답니다
    울 아들도 독신 기미가 살짝 보였더랬거든요…

    근데 요즘은 싱글들이 참 많더군요- 제 주변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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