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해서…^^

너무 못 생겨 ‘외모 논쟁’ 유발한 목동

목동을 고용하여 돈을 쥐여 주고, 양들을 보살피라며 들판으로 내보냈는데, 주인의 눈

벗어나자그 목동의 하는 짓이 가관이다. 순진한 시골 아가씨를 불러 앉히고 손

나방을 보여준다는데, 그냥 눈앞에 보이면 될 것을 구태여 아가씨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얼굴을 비벼대며 어깨 위로 팔을 둘러 들이댄다. 어정쩡하게 앉은 아가씨는 이토록

‘친절한’ 목동을 밀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딱히 그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목동이 제 할 일을 제쳐 두고 한눈을 팔고 있으니, 양떼가 안전할 리 없다.

벌써 무리를 벗어난 양 한 마리가 도랑을 건너 이웃한 옥수수 밭으로 넘어 들어간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03] 너무 못 생겨 ‘외모 논쟁’ 유발한 목동 2013. 5. 28 (화)


	1851년, 캔버스에 유채, 76.4×109.5㎝, 영국 맨체스터 미술관 소장.

윌리엄 홀먼 헌트, 고용된 목동 – 1851년, 캔버스에 유채, 76.4×109.5㎝, 영국 맨체스터 미술관 소장.

이 그림은 영국 화가 윌리엄 홀먼 헌트(William Holman Hunt·1827~1910)의 작품이다.

신실한 사람이었던 헌트는 종교적이고 교훈적인 회화를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악습을 지적하고

비판하고자 했다. 성화(聖畵)에 익숙한 이라면, ‘고용된 목동’에서 헌트가 사용한 전통적인 기독교

상징들을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목동은 성직자의 상징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나는 선한 목자고, 너희는 내 양’이라고 비유한 이래 그렇다. 한편, 애벌레였다가 날개를 달고 날아

오르는 나방은 부활을 의미한다. 따라서 헌트는, 무의미한 교리 논쟁에 몰두하느라 정작 길을 잃고

헤매는 신자들을 방관하는 당시의 교회와 성직자들을 ‘고용된 목동’에 비유해 비난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발표되고 나서 호된 악평에 시달렸다.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들이 너무 못생겨서

보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않은가? 예나 지금이나, 무의미한 교리 논쟁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무의미한 외모 논쟁이다.

갑갑해서<–옥수수 밭 넘어가는 양도 잘 안보이고…^^

Deanna Durbin – Danny Boy

2 Comments

  1. 도토리

    30/05/2013 at 10:18

    흥미 진진…ㅎㅎ^*^   

  2. 참나무.

    30/05/2013 at 10:59

    외모지상주의… 요즘 세태와도 맞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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