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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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영화를 난 가볍게 여기네.
사랑도 웃어넘기네.
명예욕도 아침이 오면
사라지는 한때의 꿈일 뿐.

내가 기도한다면, 내 입술 움직이는
단 한 가지 기도는
“제 마음 지금 그대로 두고
제게 자유를 주십시오!”

그렇다, 화살 같은 삶이 종말로 치달을 때
그것만이 내가 바라는 것일 뿐
삶에도 죽음에도 인내할 용기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에밀리 브론테- 부귀영화를 가볍게 여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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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건 모두 유치원에서 배웠다’ 가 아니고

‘내가 아는 건 대부분 라디오에서 들었다’

이런 말을 해도 지나치치않을만큼

나는 라디오 듣기에 집착하는 편이다

별 일 없는 날은 항상집에서 라디오를 듣는다- 그것도 kbs 1 f.m

작금의 ‘갑 을’ 논쟁에일침을 가하는 글들을 많이 접했지만

나는 방송으로 들은 정채봉 선생의 동화 한 편이 가장 와 닿았다

지 주제도 모르고설치는 못난 갑을 세탁소 옷걸이에걸린 고급옷이

자기인 줄 착각하는 세탁소 옷걸이를 주제로 한. . .

만약 일상 생활을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생활한다 해도

라디오만들을 수 있으면 난 견딜수 있을것같은 예감이 들 정도다

– 말이 씨 될라..말 하고도 겁나지만…

라디오로 많은 음악을 듣고 전문가들이 엮어주는

예술가들 이야기, 명작에 관한 설명 같은 거

다른 일 하면서도 귀는 자유로우니

세월가면 잊어버리기 일수인 중요한 것들도

체계적으로 잘 엮어주니 얼마나 좋은지

여러 사정으로 못가는 연주회들

해설과 함깨 실황 중계까지 해 주니…

브론테 자매 이야길 다시 들을 때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불후의 명작 ‘폭풍의 언덕’ 이전에 세 자매는

남자 이름으로 시집 한 권을 출판했는데

딱 2권만 팔렸단다

그 시집에 실린시 한 편까지 낭독했는데

30살로 생을 마감한 그녀의 사상과 철학이 다 녹아 있는 시였다

어디서 읽은 기억이 있었는데? 오래 생각지 않이도

장영희 교수의 영미시 산책에서 스크랩 해뒀던 시였다

은둔형 철학적 대표 연주자 레히테르에 관한 이야기도

그의 일대기를 읽어 거의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조목 조목 밑줄 그어주니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은 흘려버리기 아까운 내용들 때문에

교회 입실이 늦어질 때도 더러 있을 정도로…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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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길로 새어 버렸지만

며칠 전 ‘화수 조영남’ 40주년 기념으로

가회동 갤러리 나무에서 전시회도 봤고

그의 그림들이 걸려있는 갤러리한 곳에서

그의 현대미술 특강도 들었다

그의 여친들을 병마용에다 패러디 한 그림이 있는데

그림 그린 순서대로 유명을 달리한 우연이 일어났다.

김점선. 최윤희…그리고 장영희교수

방송으로 브론테 자매의 이야기 듣고

장영희 교수의 그 시를 검색해 보니 쉽게 찾아져서

직타하는 수고를 들어주어 옮겨봤다

-난 왜이리 쓸데없는 짓거리만 골라하고 있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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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또 잠깐의 시간이 나서

좀 쉬고싶어 시원한 극장이 떠올랐다

대사 많지않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채택된 영화가내 아이들과 조벅 쇼핑 몰 안에 위치한 극장에서

특정한 요일에 세일 요금으로 본 영화였다

같이 볼 때는 영어 녹음이라 나는 다 알아들을수 없어도

애니메이션이라 흐름은 알았는데

다시 그 환상적이던 3D 화면에 빠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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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찾은 시간대엔 3D가 아니라 했다

그래도 내 말 다 알아듣는 내아이들 생각하며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아직 남아공 여행 중이다

남은 사진들 다 올리기 전까지

이노릇을 어쩌면좋단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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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미시산책 겨울편 ⑫] 부귀영화를 가볍게 여기네 – 조선일보

내일이면 스러질 인생 내 영혼의 자유에 경배

Riches I Hold in Light Esteem Emily Bront?(1818~1848)


Riches I hold in light esteem,

And Love I laugh to scorn;

And lust of fame was but a dream

That vanish’d with the morn:

And if I pray, the only prayer

That moves my lips for me

Is, “Leave the heart that now I bear,

And give me liberty!”

Yes, as my swift days near their goal,

‘Tis all that I implore:

In life and death a chainless soul,

With courage to endure.

늘 제 마음은 장터처럼 시끄럽습니다. 왜 이리 평화롭지 못한가, 왜 이리 기쁘지 못한가 가만히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이유는 결국 한 가지, 부귀영화를 가볍게 여기지 못하고, 사랑을 웃어넘기지 못하고, 명예는 단지 꿈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늘 입으로는 초연한 듯 떠들지만, 내가 내 마음을 꽁꽁 얽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에밀리 브론테가 1841년, 그러니까 스물 한 살 되던 해 쓴 시입니다. 자신의 짧은 생을 예견한 듯, 미련의 끈을 놓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종말로 치닫는 인생, 자유로운 영혼으로 용기 있게 살다 가겠다는 마음을 토로합니다.

아마 그래서 영문학사에 길이 남을 ‘폭풍의 언덕’ 같은 대작을 남길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도 저는 아무거나 그악스럽게 붙잡고 싶은 마음 다스리지 못하고 미몽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장영희·서강대교수·영문학 입력 : 2005.01.12 17:46 47

The Croods

9 Comments

  1. 푸나무

    04/06/2013 at 15:29

    지금만 여행중이실까요

    말꼬리 잡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삶이 여행일지니
    우리는 여행을 못잊는겁니다. ㅎ
    더군다나 그 어여쁜 생명들과 함께 였으니….

    영상진흥원에 요즈음 좋은 영화 이번주 내내 해요 함 가보셔요.
    저두 오늘 두개 봤어요.
    강의두 듣구요.
       

  2. 참나무.

    04/06/2013 at 21:47

    영상진흥원…좋은 곳인데
    요즘은 갈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요 잊고 있었는데…정보 많이 고마워요
    더구나 푸나무님이 좋은 여오하라시니…

    크루즈 페밀리는 자막이 아니고 완전 한국판이어서
    더빙한 흐믈흐믈한 배우 목소릴 못들어 유감천만…
    그렇다고 다시 3D로 …세 번까지 볼 영화는 아니고 말이지요…;;

    ‘..여행중’ 쓸 때 안그래도 삶 자체가 여행인데…했습니다
    말꼬리 재대로 잡혔네요..ㅎㅎㅎ
       

  3. summer moon

    04/06/2013 at 23:08

    저도 에밀리 브론테의 싯귀처럼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랑에 목메고…ㅠ
    (단, 명예욕은 없습니다,일찌기 주제 파악이 되었는지…^^)

    저는 차를 타고 어디를 갈 때나 라디오를 듣지 집에서는 거의 듣지 않고 지내는데
    참나무님과 라디오를 생각하면 참 부러울 때가 많아요.^^

    남아공여행 이야기는 몇달이 걸리도록 천천히 모두 들려주셔야 !!!!!!!!!
       

  4. 비바

    05/06/2013 at 01:38

    멋있어요~   

  5. 참나무.

    05/06/2013 at 04:16

    에밀리 브론테 시도 좋지만
    맨 아래 장영희 교수의 솔직한 글도 좋아서 …

    그러게요 남아공 여행기 …더 잊혀지기 전에 얼른 끝내버려야할텐데…^^
    컴백해서 아침에 갈 데있어 참 좋답니다…^^
       

  6. 揖按

    05/06/2013 at 04:41

    허허.. 참나무님은 이런 저런 것들을 너무 많이 아시고,
    그것들을 모두 다 놓침 없이 기록으로 남기시려니, 되려 심신이 아프신거 아닌지요..?

    나와는 경우가 많이 다르시겠지만,
    난 너무 아는 것이 없어서 머리 아플 일이 없어서요. ㅎㅎ

    미국에 돌아오니, 거리도 공원도 내 집이 있는 단지도 내 집도 모두 너무 너무 조용하고
    햇살은 밝고, 산들거리는 바람은 너무 시원하여,
    지난 7개월간 느껴 보기 힘들었던 평온함과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것이 행복하고, 내가 그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약간 미안하긴 하였으나,
    내친김에 더더욱 한가롭게 평온하게 지내보려고 합니다.

    마음도 더 비우면, 내 건강도 더 좋아질 것 같아서요…   

  7. 참나무.

    05/06/2013 at 04:55

    마음 비워야겠다..하는 그 생각마져 없애버려야 좋아질텐데 말이지요…^^

    한가롭고 여유로운 그 곳 일상 저에게까지 전해집니다
    외국 생활하고 오신분들 대부분이 서울은 너무 시끄럽고 ‘빨리빨리’ 돌아가
    정신없다 그러지요…지하철도 거리도 극장도 병원도 무슨 사람들은 그리도 많은지…
    저도 그 일원이지만…^^

       

  8. 벤조

    05/06/2013 at 16:09

    가만 보니,
    한국 참 재미있어졌어요.
    온 세상 문화를 다 섭렵하려니 바쁘구요.
    저는 오히려 여기서 한국문화만 접하고 사는 꼴입니다.
    에밀리 브론테도 다 꼬망년전 기억에 의존하구요.

    장영희씨의 저 책을 하나 산다고 하면서 자꾸 잊어버립니다.
       

  9. 참나무.

    05/06/2013 at 22:42

    옮은 말씀…^^
    우리나라 요즈음 문화적으로 얼마나 다양한지요. 세계의 유수 연주자들 대부분 방한하고 유명 화가들이나 갤러리 소장품들도 끊임없이 기획 전시되고 …
    전 언어에 약해서 외국서 그런 전시 만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처럼 편하겠는지요
    그래서 그런 전시 ‘가급적’ 다니나봅니다…^^

    장영희 교수의 ‘영미시 산책’ 꽤 오랫동안 조선일보에 연재되었었지요
    중간에 투병으로 잠시 쉴 때 독자들이 많이 안타까워했고
    다시 연재 시작했을 땐 얼마나 반가워했는지…그러나 ~~~결국…;;

    그녀의 글들 참 좋지요…더 사셨으면 좋았을걸…
    라디오 때문에 다시 짚어본 에밀리 브론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아니었으면 폭풍의 언덕도 탄생되지않았을 것이라고…

    에밀리…종래에는 모든 투약도 금지하고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했다지요
    30이란 숫자 요즘 다시 생각해본답니다
    ‘위대한 개츠비’ 그 파란만장 삶도 30 즈음이었다니- 최근에 본 영화로

    30…계란 한 판 나이 … 난 뭘 하고있었을까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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