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에 관한 詩 찾습니다

012.jpg

능소화의 계절…꽃만 찍을 줄 알았지

능소화에 관한 시가 단 한 편도 생각나지않아

아기 깨는 동안 오늘 아침은

능소화에 관한 시 찾아봤습니다만

그 많은 시들중어찌된 일인지

맘에 와닿는 시가 없네요

더러는 몇 몇 걸리는 단어 하나 때문에

못올리는 시들도 있었구요

글쎄요…간이 작아선지,

만사에 자유롭지못해서인지…

그래도 건진 건 ‘노을빛’에 관한

처음 알게된 능소화(凌宵花)한자어.

혹 그대에게 능소화에 관한 시 있으면

좀 알려주셨으면해서요…Plz~~

능소화 – 나태주

풍덕원, 옛 고아원이 있던 그 자리
전쟁 고아들 어른 되어 모두 떠나갔지만
여름마다 담장 위에 피어나는 붉은 능소화,
바깥 세상 그리던 고아들 눈빛으로 피었습니다.

– 하늘의 서쪽/ 1981 토우

능소화 연가 – 이해인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 시집 ‘작은 위로’ 2002 열림원

010.jpg

능소화 편지 – 이향아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 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 것을
싸웠어도 내가 먼저 말을 걸 것을
여름이 익어갈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밭의 상추 아욱 녹아 버리고
떨어진 꽃 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없이 살고 있는지 몰라
여름 그늘 울울한데
능소화 필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

– 오래된 슬픔 하나 2001/ 시와시학사

무슨 색을 좋아하니 – 이향아

미술 시간에는 주홍이라 했지만
집에서는 편하게 기명색이라 했다
사전에는 없는 말 기명색, 기명색
커서는 멋지게 오렌지색이라 했어도
오랜지색보다야 능소화 빛깔이지
무슨 색을 좋아하느냐
누군가 자주 내게 물어주었으면
여름 저녁 노을 빛
초가을 볕에 익은 꽈리
서리 맞은 감

– 살아 있는 날들의 이별 / 1998 도서출판 마을

014.jpg

능소화 – 김광규

7월의 오후 골목길
어디선가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서투르게 흉내 내는
바이올린 소리
누군가 내 머리를 살짝 건드린다
담 너머 대추나무를 기어올라가면서
나를 돌아다보는
능소화의
주황색 손길
어른을 쳐다보는 아기의
무구한 눈길 같은

– 하루 또 하루 / 김광규 / 문학과지성 시인선 390 / 2011년

저 능소화 – 김명인

주황 물든 꽃길이 봉오리째 하늘을 가리킨다
줄기로 담벼락을 치받아 오르면 거기,
몇 송이로 펼치는 生이 다다른 절벽이 있는지
더 뻗을 수 없어 허공 속으로
모가지 뚝뚝 듣도록 저 능소화
여름을 익힐 대로 익혔다
누가 화염으로 타오르는가, 능소화
나는 목숨을 한순간 몽우리째 사르는
저 불꽃의 넋이 좋다
가슴을 물어라, 뜯어내면 철철 피 흘리는
천근 사랑 같은 것,
그게 암 덩어리라도 불볕 여름을 끌고
피나게 기어가 그렇게 스러질
너의 여름 위에 포개리라

017.jpg

019.jpg

020.jpg

026.jpg

028.jpg

12 Comments

  1. summer moon

    26/06/2013 at 01:21

    아는 시가 없는지라
    저는 속 편한 바보처럼
    올려 주신 시들, 사진들, 그리고 음악 즐겁게 감상하다 갑니다.^^

    행복한 하루를 !   

  2. 26/06/2013 at 04:28

    김광규 시인의 ‘능소화’, 김명인 시인의 ‘저 능소화’ 도
    있습니다~ ^^
    (써놓고보니, 자매품 신신파스도 있습니다~ 뭐 이런 분위기네요 ㅋㅋ)   

  3. 도토리

    26/06/2013 at 04:49

    우리집 아들방 그늘에도 능소화 한그루 심은지 한참입니다.
    헌데 북쪽이어서인지 아직 꽃은 없는 듯..
    내일 아침에 다시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어요…^^*   

  4. 산성

    26/06/2013 at 06:12

    어디 다녀오다가 길 건너편에 능소화 발견
    바쁜데 기어이 유턴해서 몇 장 찍고 왔답니다.
    여기 오니 다시 능소화 그참^^

    해인 수녀님의 시 좋으네요.

       

  5. 술래

    26/06/2013 at 19:37

    여행 가기전에 능소화 핀거 찍어서 올려드리고 가려했는데
    컴이 말썽을 부리고 사진을 못 올리더라고요.
    그 사이 서울에 능소화 만발이로군요.
       

  6. 지해범

    27/06/2013 at 07:08

    나태주의 능소화, 마음에 와닿네요.
    관심을 가지고 보니, 능소화 꽃이 참 예쁩니다.    

  7. 참나무.

    27/06/2013 at 09:35

    섬머문~~괜찮아요 흔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끼니…^^   

  8. 참나무.

    27/06/2013 at 09:37

    밥님의 선택… 본문에 추가했어요…감사!   

  9. 참나무.

    27/06/2013 at 09:40

    원래 7월이 한창이니 좀 지둘리셔요
    손으로 만지지 않는 거 아시지요
    유도화처러 만진 손으로 눈비비면 눈병난다지요
    청담 후기 속편도 기다려요~~^^   

  10. 참나무.

    27/06/2013 at 09:40

    용서할게요 술래 님…
    플로렌스 여행 후기에 집중하셔요..^^   

  11. 참나무.

    27/06/2013 at 09:42

    나태주 시인… 특히 꽃에관한 시를 잘 쓰시지요
    유월기집애…쥐똥나무..올해는 생략하고 지나갑니다
       

  12. 참나무.

    27/06/2013 at 09:56

    산성님…능소화 사진 얼른 보여주셔요- 넘 발효시키지마시고
    이왕이면 수퍼 달님 사진캉
    그리고오~~

    “청담 후기 눈빠지게 기다립니다아- 부담 팍팍드리며…^^
       

Leave a Reply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