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를 돌보기로 한 이유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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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편 기가 살아났다

나이들면부인들은 갈 곳이 점점 많아지고

남편들 대부분은 기가 죽는다 했다

오죽하면 내가 젤 싫어하는 ‘삼식이 타령’으로

남편들의 꺾인 기를 더 심란하게 하는 요즈음이니. . .

우리 부부는 취미가 완전히 달라 따로 놀 때가 더 많다.

남편은 스포츠 중계를 좋아해서 퇴근하고 집에 들올 때

중요 경기 있는 날은 현관에서 신발 급히 벗다

신발 한 짝이 마루에까지 올라올 때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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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면 나는 틀어박혀 음악들으며

자유로운 손으로 별 것 별 것 다 하는 편이고오~~

그러니 오손도손 부부끼리 대화도 점점 줄어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둘이 싸운것 처럼 보였을것이다

그런데 아기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론 모든 생활의 축이 아기여서

아기를 사이에 두고 전에 없는 대화를 많이 하게 된 것이다

젊어 한창시절 우리집 애들 앨범엔 아빠 모습이 거의 없었다

남편은 사주에 역마가 들어 국내외 출장도 잦아

초등학교에서 대학 입학식 졸업식 그 외 집안 행사에도

‘아빠는 어딨어’ 하던 울집 애들이었다-다른 집들도 이럴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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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남편이요즘은 집에 일찍 들올 때가 많아졌다

아기 모습이 눈에 삼삼그려 친구들과 술자리도 마다하고

즐기는고스톱도 끊게되고- 남편은 잡기에 능하거든

자기말로 고스톱이나 폴라에 븉어 지는 적은 거의 없다네-믿거나 말거나…^^

아침 저녁으로 나 대신 한강 공원에 유모차 끌고 다니기도 하고

얘를 들면 어제 금요일 아들부부 오는 날 경우

나는 저녁 준비하느라 많이 바쁠 때 아기 우유도 곧잘 먹인다

남편은 초창기엔 우유 타는 것도 몰랐다

( 내 아이들 어렸을 때 분유 타본 적 있었나- 내가 기억 못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서도?)

여튼 그 때 당신 아이에게 못한 거 손자에게 다 쏟는 것 같아 보인다니까…^^)

예를 들어 아기 기저기 갈면서 ‘분유 160’ 부탁하면

물을 일단 160붓고 우유 4 스푼을 넣다가 나에게 딱 걸린 것이다

남편은 분유 1스푼 당 물 400 인 건 입력이 되었는데

분유+물합한 양이 160 이어야하는 걸 이해못하는 거였다

빡빡 우겨서 그것 때문에 작은 부부싸움 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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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들과 며느리를 일주일에 두 번 이상보게 되었다

그간 (아기가 올 집에 오기 전까지)집안 중요 행사 외에

다른 집처럼 일주일에 한 번(?) 같은 방문은 않았는데

요즘은 주 중에 올 때도 있다

물론 전화도 잘 않았고…

그러던 아들 며느리가 매일 아침 저녁 전화를 울리고

울집 식탁에 앉을 일도 많아졌다.

그간 아들 부부 ‘방문 가난’이 들었던 남편이 좋아죽는 것이다

지난 주엔 며느리가 살방궂게상추쌈을 직접 싸서 주더라네

부엌 식탁 오가느라 난 못봤는데…

솔직히 나는 내 할 일 바빠며느리 오는 걸 더 귀찮아 했다

어느 편이냐 하면~~집안 정리 정돈 잘 안하다

누가 온다 하면집안 대 청소부터 해야 하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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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느리들 육아, 한국 사회의 큰 문제인데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육아를 도와주면 그것 처럼 큰 행운이 없다던가?

육아비용이 상당해서 고소득 전문직 아니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들이 많다고. . .

우리 동네에도 어린이 집이 몇 군데 보여서

저 안엔수용된 워킹맘 엄마들 아기는 몇 명이나 될까

내가 참 중요한 일을 하는구나 어깨가 으쓱할 때도 있다만

실제로는내 오른쪽 어깨가 많이 아파 파스 붙이고 다닌다…ㅎㅎ

다 좋을 순 없다는 말이지…

남편은 허리, 나는 오른쪽 어깨,

서로 서로 번갈아 가며 파스 붙일 때

"…그래도 이쁜 걸 어쩌냐…"

허릴 내밀며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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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어린이 집

최근에 받은 건강 검진 결과 보름 후에 나오는데

별다른 이상없으면 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전시장 음악회 영화관 자주 안가도 좋으니

내 아기 우리 부부가 돌 볼 예정이다

내가 아기를 돌봐야 하는 이유 몇 가지 더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남편이 많이 행복해 하는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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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꽃 가꾸는 원장님은 아기들 때리진 않겠지

이러며 유모차 끌고 다니는 요즈음. . .

21 Comments

  1. 푸나무

    29/06/2013 at 01:35

    아 정말 여러가지 이유가 있네요.
    그것도 훌륭한 이유…..
    행복한 이유….

    유월이 저만큼 갑니다.    

  2. Hansa

    29/06/2013 at 03:10

    저도 얼른 할아버지 되고 싶어요… 하하

    추천!   

  3. 무무

    29/06/2013 at 07:48

    그럼요 그러시면 더불어 행복하지요 ㅎㅎㅎ
    무엇보다 아가가 제일 좋을걸요? ㅎㅎㅎ   

  4. cecilia

    29/06/2013 at 09:39

    이 세상에서 가장 희망을 주는 것은 순수함, 아기는 순수 자체니까

    세상의 그 어떤 놀이 보다도 힘을 주는 것 아닐까요?   

  5. 스프링복

    29/06/2013 at 14:19

    이렇게 낭만을 즐길 줄 아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둔 손자는 얼마나 좋을까요.   

  6. 산성

    29/06/2013 at 21:19

    어디쯤일지 짐작되는(?) 자리에
    벌써 코스모스가 피었군요.
    천변의 금계국도 만개했는지
    무슨 노랑꽃들이 얼마나 많이…란 전언을 듣고도
    아직 나가보질 못했어요.
    오늘 무지덥다는데 정신차려
    이열치열로 함 나가볼까 합니다.

    손주가 생기면 새로운 신혼으로 돌아간다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7. 도토리

    29/06/2013 at 23:02

    요즈음엔 아기에 꽂히셔서
    신발 먼저 거실로 들어오시는 일도 없으신건가요?ㅎㅎ
    행복해 보이셔서 참 좋아요.
    몸 아프지만 않으시면 다다다 좋은 일이네요..
    건강검진에 아무이상 없으시길..
    그리하여 기가 더 팍팍 사시길 바랍니다…^^*   

  8. summer moon

    30/06/2013 at 04:18

    아기를 돌봐주게 될 거라고 그러실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이 남편분께서아주 좋아하실거라는 거였어요
    아기를 위해서는 건가에 좋지 않은 것들은 모두 멀리 하실거라고도 짐작되었구요.^^

    두분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만 같아요,
    아기 사랑으로 웃음 가득한….^^   

  9. 김진아

    30/06/2013 at 13:56

    가족 모두를 한 곳에 집중하게 하는 대단한 힘…

    아가…^^

    이 순간이 지나면 ..언제 또 지금을 만나겠어요.

    저도..범준이 동생 이제 두 달여 남았는데요. 마음 가다듬고..심호흡 하는 중이랍니다. ㅎ   

  10. 술래

    30/06/2013 at 14:26

    그 행복한 맛을 멀리서 놓치고 살 일을 생각하니 억울해 죽겠습니다. ㅎㅎ

    저희 어머니 초기 치매일때 가장 사랑하던 첫 손주가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만 보시면 정신이 건강하실때로 돌아오곤 하셔서
    생명의 힘이라는게 이렇게 대단하구나~~~한 적이 있었어요.

    행복한 그림이 저절로 그려지네요.

       

  11. 인회

    01/07/2013 at 01:28

    행복한 이야기군요.

    아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어도 그게 행복이지요.

    자기자식키울때 몰랐던 재미를 남자분들이 느낀다더군요.
    저의 시숙께서도 그런분이 계셔서…정년퇴직하시고 반은 보시더군요.ㅎㅎ

    요즘은 삼식이보다 더심한 5식이 간식에 야식까지?ㅎㅎㅎㅎ   

  12. 참나무.

    01/07/2013 at 23:23

    푸나무님…시방도 비 오십니다
    많이 반갑다 하면 혼내실 분 계실태지만…
    요 며칠 이벽복씨께 빠져지내느라 아무것도 못했네요…   

  13. 참나무.

    01/07/2013 at 23:24

    한사님 께서는 틀림없이 멋쟁이 하부지 되실거에요…저도 호호..ㅎㅎ   

  14. 참나무.

    01/07/2013 at 23:26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건 안…아니 못생각하는 맹꽁이라
    태극기 달고 대표선수된 광국 선수 소식 읽고도 답글 못드렸어요

    진심으로 축하하고말고요
    결혼식장의 그 멋진 모습도 기억하는 저는…   

  15. 참나무.

    01/07/2013 at 23:28

    보행기 밀고다니는 엄지발가락 보는 일은 또 얼마나 행복한지요
    요즘은 아기에게 포옥 빠져지내느라 이웃 방문도 잘 못드리고…
    답글도 제때 제때 못드리고…   

  16. 참나무.

    01/07/2013 at 23:30

    만델라 옹 사저에 다녀오신 거 고맙게 잘 읽었어요
    추천도 드렸구요…자카란다 보자마자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계속 남아공 소식 부탁드립니다…스프링복 님께.   

  17. 참나무.

    01/07/2013 at 23:34

    산성님은 아는 것도 많으셔라
    울집 할아버지 우산쓰고 산책 나가더니 아기를 재우고 개선장군처럼 귀환했답니다

    저보다 더 아기를 사랑하는 듯
    맨날 뽀뽀를 날린답니다 ..^^
    그리고 산성 님 영화관 다니는 거 좋아하지않는 거 알지만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 꼭 보실 이유 있답니다
    편애하시는 바이얼린 주자 연주만 들어도 남는 장사-강추!!!    

  18. 참나무.

    01/07/2013 at 23:36

    지난 월요일 검진 받았으니 다음 월요일 결과나오겠지요
    무탈하리라 믿곤 있지만…

    당장은 오른쪽 어께가 좀 마이 아파서…
    그래도 자유형 열심히 하고있으니 곧 나아지겠지요.

    비와서 넘 좋아요 도토리 님~~   

  19. 참나무.

    01/07/2013 at 23:39

    맞아요 정답 썸머문 포스팅 모두 다 읽었어요
    소개해 준 영화 한국서 상영하면 꼭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부러운 건 자막없이 볼 수 있는 분들…
    그잖아도 어제 자막 해석에 문제 많다고 만물상 박해현 기자 기사 읽었답니다
    저도 느끼는 거 잘 표현했더군요

    요즘 한글 자막엔 ‘된장녀’ 맨붕…이런 용어도 나온다니까요…나원참…;;
       

  20. 참나무.

    01/07/2013 at 23:43

    오…그런 일이…술래 님 어머님 이야기 더 듣고싶어요
    울 아기도 날 …기억해 줄지 모르지만
    자라는 모습 오래 볼 수 있도록 …
    건강이나 지켜주시라는 기도밖에 할 게 없는 듯…
    플로렌스 이야기 고맙게 잘 보고있어요   

  21. 참나무.

    01/07/2013 at 23:49

    여행을 아주 많이 하시는 인회 님 흔적 고맙습니다…
    차차 방문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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