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광대다"
일찍 퇴근하여 아기랑 노는 남편 목소리가 저녁 준비하는 데 들린다. (광대라니 … 이야기가 꽤 길어질텐데 …)
지난 금요일 문자 한 통 받고 대학로로 향했다.
6월30일이 마지막인 이병복, 3막3장
꼭 봐야할 전시회 때문이다
5월부터 시작했다는 걸 캄캄모르고 있었다니
일요일은 남편 생일이라 가족들이 모이기로 했으니
토요일 밖에 시간이 없어서였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자 마자 제일 먼저 들리는 소리들
‘예매하셨나요’
‘어떤 거 예매하실건가요’
티켓사라는 젊은 남녀들이관객보다 더 많은 건 아닌지
사방팔방 좌악 깔려있는 듯…
낯선 풍경이다
마로니에 공원쪽은 더 낯설었다
공원가는 길은 다 막혀있고 막힌 임시 울타리엔
연극 포스터가 도배 수준으로 붙어있었다.
마로니에 공원은 수리 중…
갈 때는 전시회가 급해서디카 꺼내지도 못했다.
다 보고나온 뒤
비가 내리고 있을 때 몇장 담았다.
아르코 미술관 입구가 보이는 곳에 낯익은 분
단발머리로 일행 몇 분과 앉아계셨다
나도 모르게 그 쪽으로 발길이 향해졌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깐 ‘ 까페 떼아뜨르’
그 시절 이야길 나눌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말씀하시는 모습이 연세보다는 훨씬 고우셨다
KBS T.V 명인전 아름다운 뒷광대 무대미술가 이병복방영 당시- 73세? 현재 86세
1층 전시장을 들어가기 전
제일 먼저 만난 ‘까페 떼아뜨르’
낯익은 아치 문 그대로 재현한 입구여서
그 때부터 나는 추억 여행을 하는 듯 했다
전시장도 그렇게 꾸며놨고…
입구를 지나 좁은 통로(골목) 오른쪽은 자유극단 연보가
왼쪽엔 모니터 3개…
그 앞엔 박스 의자랑 해드폰 두 개씩 꽂혀있고
관객 두 분이이 그걸 쓰고 쉬임없이 돌아가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1. 연극 평론가 구히서 2. 연출가 김정옥 3.연극배우 박정자
순으로 이번 전시회를 기념하는 인터뷰였다.
좁고 긴 복도를 지나 본 전시장 들어서자 마자
반 투명 막들이 겹겹이 보였고
반가운 이의 작품 7점이 제일 먼저 시선을 끌었다
과꽃이 무슨
기억처럼 피어 있지
누구나 기억처럼 세상에
왔다가 가지
조금 울다가 가버리지
옛날같이 언제나 옛날에는
빈 하늘 한 장이 높히 걸려있었지
김영태 과꽃
왼편 앞쪽앤 KBS 명인전(?)에 소개된 제법 큰 화면이 보였고
안쪽은 중간 중간 막이 쳐져있었다- 대여섯개?
3번째 막은 ‘카페 떼아뜨르’
놀라워라!
소싯적에 내가 보던 무대가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ㅡ정말 작은 무대여서 또 한 번 놀라고…
도슨트 설명에 따르면
다른이들도 나처럼 모두 놀라더란다
당시 무대가 저렇게 좁고 작았냐고…
무대 뒤 화면으로 자료들이 쉬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칸칸이막과 막사이엔
낯익은 연극 팜플렛이나신문기사들…
작가의 무대의상 에스키스
드로잉과 간단한 원고지 등이 진열되어있었다
토요일 보고 듣고 하느라 3시간이 더 결렸는데
마지막 일요일 2층 전시장에선
피날레퍼포먼스가있다고 도슨트가 알려준다
아쉬워라 하필 집안 행사 있는날…;;
공연 시간은?
아직 모른다 하고…
찬찬히 명인전부터 작은 인터뷰 모니터까지
죄다 보고 듣고 하느라 3시간이 훨씬 넘게 걸린 것이다
( 길어져서2편으로 계속…)
summer moon
01/07/2013 at 23:32
‘로라스켓을 타는 오뚜기’
무슨 노랫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리내어 되풀해 읽어봅니다.
저는 아는게 없는데도 그냥 좋기만하네요
마치 오래 된 앨범을 들춰보는 것 같은 기분이고…^^
참나무.
01/07/2013 at 23:57
‘로라스켓을 타는 오뚜기’– 김동훈 모노드라마였지요
그 시절 연극에 미쳐있던 때여서 선 본 사람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예매해둔 거 아까워 달려나간 사건 터진날의 추억도 있답니다
어른들께 혼난 건 말할것도 없고…;;
당연히 그 남자랑은 이뤄지지않았지요…
이 연극 보러가지않고 그 남자랑 엮였으면 내 인생 달라졌겠지요..ㅎㅎ
참나무.
02/07/2013 at 00:05
아직 배경음악도 못심었는데…
비 오셔서 일찍 나가봐야겠어요 …다녀와서…
푸나무
02/07/2013 at 00:56
엄마가 보성에서 앨범을 한권 가져오셧는데
친척들 찍은 사진 속에서
세상에서 사라져간 분들이 많더군요.
기억을 위한 전시네요.
벤조
02/07/2013 at 05:45
저는, 추억은 있는데요…생생하지가 못해요.
카페 떼아트르와 추송웅을 좋아했는데
왜 좋아했는지를 기억못하는거예요.흑
참나무.
02/07/2013 at 11:24
혹시 화동의 그 소녀도 왔습디껴
잠시 추억여행했지요
다녀온 이후 지금까지…
참나무.
02/07/2013 at 11:29
카페 떼아뜨르… 저는 참 자주 다녔답니다
어쩌면 모르는 채
그 곳에서 먼저 만났나봐요 벤조님…^^
술래
02/07/2013 at 20:30
추억 여행…
얼마나 감미로웠을지 전 짐작은 할수 있을거 같아요^^
추송웅씨 정말 오랫만에 뵙네요.
High Culture에 지대한 영향을 준 플로렌스라는 설명을
읽는데 제일 먼저 떠오른 분이 참나무님이더라고요.^^
참나무.
02/07/2013 at 22:14
영광입니다 술래 님여행하시며 절 떠올리셨다니
2013년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된 일 축하할 일이지요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치않은 전시회였어요
참 열심히 부지런히 사신 모습 존경스러웠지요
오래된 것들 어쩜그리 잘 모아 보간해두셨는지도…
박정자씨 인터뷰는 지금도 늘 ‘시간없어 시간없어…’ 하신다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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