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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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깨면 우리집도 사부작사부작 깨어난다

조용조용 흐르던 음악 소리가 좀 높아지고

표정이랑 옹알이(?)도 업 그레이드된 듯한

울애기랑 끊임없는 대화가 시작된다

풀썩! 조간 미끄러지는 소리 들리면 거실에 모여

선취권이 먼저인하부지 대신 난 경제란 부터 펴야한다

나하곤 별 상관 무인 경제, 오늘의 운세나 펼쳐보고

부엌에 들어가야한다 -아침 메뉴 콩죽,

쌀이 거의 퍼져가는 냄비에 콩물을 붓고

스륵스륵 히말라야 핑크 소금 뿌리는 동안

아기는 보행기로 지 몫의 일을 벌인다

싱크대 서랍, 행주 죄다 꺼내고…

나는 다시 넣으면 또 꺼내고…

하루에 서른 12번도 더 반복한다

장난감보다 부엌용품들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울 애기

아고~~ 구여워서 반복해도 괜찮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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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하고 지루해 하는 듯하면 보행기에서 내려

살짝 바닥에 앉혀둬도 제법 오래 앉아 자알 논다

그 곁에 살짝 붙어 신문 큰 글자만읽기도 한다

만델라 옹의 쾌유를 비는 7살 소녀가 프리토리아

심장병원 방문한 엄마랑 찍은 사진도 보고

학교 폭력 피해자 부모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가해자 아이에게 복수도 하는갑다…;;

조용필 오빠는 이름 자체가 등록이 되어

이젠 법적으로 제재를 받을거라네

– 나이트클럽 용필오빠들 이제 다 죽겠네…ㅎㅎ

와중에도 가슴으로 읽는 시, 처음으로 정독한다.

타이밍도 절묘해라…

라지오에선 또 내 주제가도 흘려주네

오늘은 병상에서 항암치료 앞두고

걱정하는 이, 부디 부작용없기를

가급적이면 포르투갈 전도 볼 수있도록

기도목록 앞에 세우고. . .

[가슴으로 읽는 시] 여름 가족

사물 A는 아버지 흉내를 낸다. 분명 이 빠진 사기그릇인데사물 A는 아버지인 척 헛기침을 하며 사물 B를 연주한다.

그러면 찌그러진 양재기인 사물 B는 내 어머니인 듯 사물 A에 맞춰 우는소리를 낸다. 새벽 기침처럼 울리는 곡조에

춰 돌연 사물 C가 된 내가 참회를 닮은 자조를 뱉으면 길어진 아침의 혈관으로 빗물이 스며든다. 낯선 계절에 갇힌

아침.칙칙한 초록의 나라, 함석지붕으로비가 불협화음뿌리고, 무채색의 여름 속으로 뛰어들어간사물 C는 파랗게

질린다 ― 전기철(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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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란 말은 단순히 물건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한 물건을 만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무엇인가의 이름을 부르려면 골똘히 응시하거나 귀 기울이거나 해야 한다.

그래서 사물이란 말은 의미를 가진 물건이란뜻이 된다.

여기 아버지가 있다.

그러나 문득 아버지를 벗어놓은 아버지.

이 빠진 사기그릇 같은 아버지가 있다.

여기 어머니가 찌그러진 양재기처럼 놓여 있다.

어머니를 이탈한 어머니.

사기그릇과 양재기가 부부이니 사이가 좋을 것 같지 않다.

문득 그 부부의 자식인 ‘나’도 자조적 사물이 된다.

한 가족 세 식구의 불협화음, 여름날의 지루한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

칙칙한 초록의 나라’인 여름은 열 덩어리인 도시인에겐 힘겨운 계절이다.

차라리 모든 감정을 벗어놓은 사물이 되고 싶다.장석남

출처:2013. 7. 5 (금) chosun.com [가슴으로 읽는 시]

8 Comments

  1. 揖按

    05/07/2013 at 03:02

    글을 읽으면서,

    일상이란 이름의 행복의 기운을 느낍니다.
    만약 더 이상의 기쁨이 찾아오면 보다 못한 이웃에게 나눠주셔야
    믿으시는 분에 대한 예의이겠지요 ?

    나는 아직 조금의 할 일이 더 남았다고 생각하는데
    궁극적으로는 나도 그 길을 가려고 합니다.   

  2. 참나무.

    05/07/2013 at 03:26

    생활에 꼭 필요한 행정적인것들 차분하게 잘 처리하는 분들 보면 저는 존경스럽습니다
    어떰면에서 저는 생활 장애자에 속하거든요
    씰데없는 거 소소한 거에 매달려사느라 통칭 큰 것들을 많이 놓치고 사는 듯 해서요…

    제 딸아이도 영주권 시민권에 연연하지않기로 했다고…
    국적 포기 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요

    몇 년 후의 일이지만 외손주들도 한국에서 대학다닐 수도 있으니…    

  3. 김진아

    05/07/2013 at 03:41

    여름 가족…머그잔 하나 가득 커피 마시면서 천천히 읽었죠.
    조용필이름…웨이터 분들은 제외라고 하네요.ㅎ

    아이들은 싱크대가 재밌어요.
    와르르르 하며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도 신기하고 재밌거든요.
    깨지는 물건만 아니라면 뭐든 만지게끔 하는게 좋아요.
    손으로 시작하고 ..발로 쿵쿵..그리고 뛰어 다니면서 사내 아이들 ㅎㅎ

    아장아장 걸으면 잡아 당기는 힘과 호기심은 두배,세배로 올라가죠.
    그래서 식탁보라든지, 티브이 아래 받쳐 놓은 보와 같은 것은 가급적 치워 두시는게
    2차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   

  4. 참나무.

    05/07/2013 at 03:55

    여름가족 재미지지요
    진아씨 가족은 사물 A..B.C.D.E…그리고 또 F(동생 뱃속 아기까지) ..ㅎㅎ
    오랜만에 올려봤답니다.

    진아씨를 제 육아선생님으로 모실게요
    장식장 깔개 식탁보도 모두 치웠답니다
    소파 등받이랑 쿳션이 도처에 늘려있고…

    오늘은 오랜만에 저 혼자 아이랑 놀고있어서 좋은데요
    조용하니 오래자는군요…

    오늘 금요일…오후엔 재외동포 부부가 들어닥칠테고..ㅎㅎㅎ
       

  5. 술래

    05/07/2013 at 14:29

    이빠진 사기그릇과 찌그러진 양재기…ㅎㅎ
    작가들의 상상력과 예리한 관찰력 게다가
    절절한 표현력이 실감나게 느껴지는 시네요.

    참나무님의 일상이
    비 내린후 깨끗하고 시원해진 여름날 같아요.
       

  6. 참나무.

    05/07/2013 at 22:01

    숙면하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이어도 제 궤에는 아기 을음소리가 쟁쟁…
    ‘귀에남은 그대 음성’ 이 아니고 말이지요

    술래 님 포슽이 블로그 대문에 둥실 떠있어 기분좋은 아침이어요
    요상한 제목들 판치는 가운데서도…^^*   

  7. 해군

    07/07/2013 at 00:29

    일상의 평온함과 즐거움
    글과 사진과 음악까지…

    일욜 아침 저도 잠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사진과 글을 좌우로 함께 배치하는 거
    저는 안 되던데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수업료 내야 하나요?ㅎ    

  8. 참나무.

    07/07/2013 at 01:05

    간단한 태그랍니다 <… align=right> 혹은 left

    예를 들면 (어느 예술가…포스터)

    <img src=http://blog.chosun.com/web_file/blog/227/103227/1/20130705_082630_2df2807cf55761b9d5ff2fdcc1f7ef1b.jpg width=300 align=right>

    그대로 복사하셔서 올려보셔요
    그림 바로 곁에 글을 올리려면 이미지 사진은 좀 작아야겠지요

    (오늘 제 포스팅 대신 해군 님 영화 비공개 풀었어요
    이왕이면 여러사람들 개봉관에서 보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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