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메조- 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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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모두가 아니고 말고…

비 오신 다음날 한강물은 흐리다

달맞이꽃 먼저 눈에 띄어 담아보지만

자세히 보면 스치로폼 등속 雜도 많이 보인다

그래도 더 깊숙이는큰 물고기들도 사는지

가끔은 (운 좋으면) 튀어오르는 모습도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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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누운 능소화 꽃잎들…

추레한 모습이 날 보는 듯

그래도 풀잎에 내려앉은 꽃들은 좀 나아보이더라

어디서 누구랑 노는 게 중요한가

그래본들 모두 거기서 거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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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려있던 단 한 송이 능소화가

어제 왠종일 날 따라다녔다.

3박 4일조건 좋은 부부 동반북경 여행,

취소한 뒤여서일까

가고싶은 데 못가는 요즈음

갑돌이처럼 ‘그까짓거’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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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이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살아가면 갈수록
손에 잡히는 것보다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한가로운 오후
마음의 여유로움보다
삶을 살아온 만큼 외로움이 몰려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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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부터 바게뜨 꽁지 먼저 먹는 습관이 생겼다

프랑스 아해들 바게뜨 심부름은

*꽁지는 먹어도 된다는 허락이라 했던가

(*궁뎅이 비슷한 단어였는데 잊어버렸다)

짖꿎은 남자아이들 예전에 막걸리 심부름 시키면

몰래몰래 맛봤던 거처럼…

울집 남자도 홀짝거린 만큼 물을 부어

몇 번 혼난 기억이 있다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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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노날 시간,

금방 사 온 바게뜨랑 커피 타임…

부암동 나들이할 때 이번엔꼭

윤동주 문학관 가봐야지 결심하며

떠오르는 그의 시 한 자락들

얼마나 살았다고

세월 운운할까 . . .

어젠 가벼운 범랑 컵으로 커피 잔을 바꿔 마셨다.

여행의 추억이 줄줄이 따라나온다

딸네교우 심방갔을 때 꽤 많은 사람들께

이런 종류의 범랑 컵으로 커피가 서빙되었다

우린 왜이리 많이 샀냐 질문했다(썩 좋아보이지도 않은…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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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젊은 주부는 프리토리아 새벽시장

한 커피 가게에선 자기가 마신 컵을

‘원한다면’그냥 가져가라 해서 모인 거라 했다

대부분 조벅에 사는 이들이라

‘그런커피 가게조벅에도 있으면…’

자주 갔을텐데… 모두 한 마디씩 했다.

한국 오기 바로 직전 주일, 그 젊은 교우는

기념이라며 컵 두 개를 싸 주는 것이었다 (동생꺼도)

그 나라 커피도 싼데 뭐가 남을까

안할 걱정까지 하미 식은 커피 마자 마신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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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거미줄처럼 다시 그리운 그 곳

자스민 서점에서 산 마그네틱, 북마크… 등등 꺼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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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장일범 <무대 위의 사람 – 매혹의 연주가>

하필 편애하는라두 루푸

월요일은 슈베르트

어제는 브람스

오늘은 Mozart
*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 중 2. Andante
* Radu Lupu & Murray Perahia/피아노 [7:56]

(언제부터였나 선곡표 폰트체가 바뀌었네? 나랑 같은 ‘맑은 고딕’ 괜히 더 반가워서…

이런 사소한 거에도 나는 기분이 썩 좋아지니 참 철없고 단순하기 짝이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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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풍경- 윤동주 (1917-1945

창가에 햇살이 깊숙이 파고드는 오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본다.
하늘에 구름 한 점
그림처럼 떠 있다
세월이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살아가면 갈수록
손에 잡히는 것보다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한가로운 오후
마음의 여유로움보다
삶을 살아온 만큼 외로움이 몰려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참 친절도 하지…

시 몇 구절 보면 꼭 전문 찾아보는 이들을 위하여

Johannes Brahms 3 Intermezzi for Piano Op.117, Radu Lupu Piano

16 Comments

  1. 산성

    09/07/2013 at 23:05

    흐린 한강물,분위기 있습니다.
    음악 탓인지
    올려두신 시… 한 구절 탓인지
    잡고 뱅뱅 돌아가던 엄마 치맛자락 생각은 왜 나는지요.
    그리고 어린 나^^

    가는 거미줄이 능소화도 붙들었네요.놀라워라.
    오늘도 아가랑…?
    기운 내시라고…!

       

  2. 참나무.

    09/07/2013 at 23:13

    저는 이런 쉬운 시가 이런 느린 연주가 훨씬 살갑게 와닿더라구요

    아기는 슈퍼맨 옷으로 갈아입고
    흰죽먹은 하부지랑 한강나갔어요
    아기 보는 일 만만찮아요- 가끔은 골반까지 아프답니다…;;

    거미줄에 걸린 능소화…
    산성님이면 더 운치있게 담으셨을텐데
    어젠 오랜만에 전용 개인 개울에서 탁족도 하고…

    오늘 라두 루푸 모찰트도 같이 듣기로해요~~다른 공간, 같은 시간에…^^

       

  3. summer moon

    09/07/2013 at 23:26

    첫 문장에서 부터 ‘맞아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보이는게 전부도 아니고….
    솔직히 전부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너무 많이 보는게 두려울 때도 있어요
    그리고…. 너무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할 때도 있구요…저는요.^^

    여행-아주 취소는 말고 나중에 꼭 가시길 !
    기억력 좋으신 참나무님이시니까 머리 속에 ‘취소한 여행’들 모두 입력해 두셨다가
    가족들 일렬로 세워놓고 어느 날 ‘나 여행간다, 아무도 말리지 마!’ 그러시길요!^^

    꼭 간다하면 말릴 수 없다는 거 알면서도 이것저것 마음에 걸려서 뒤로 미루는 거-
    저도 머리 속에 입력하고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ㅎ

    거미줄 같은 마음에 걸리는 많은 것들
    음악과 커피 속에 섞어 천천히 마시면서 또 하루를….

       

  4. 참나무.

    09/07/2013 at 23:42

    바케뜨 꽁지 뭐라하셨나요?

    그럼요 그럼요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간격’ 필요하고말고요

    취소했는데 아시아나 사고까지 나서 괜히 후유~~했답니다
       

  5. 揖按

    10/07/2013 at 03:33

    아직도 하시고 싶은게 너무 많아, 마음을 비우고 살기엔
    차마 아쉬운게 너무 많은 참나무 님…

    그래도 사람들은 올려 놓으신 음악도 잘 듣고, 글도 잘 읽고 가는데요…   

  6. 도토리

    10/07/2013 at 04:46

    윤동주 시인은 채 30년도 못 살았으면서
    어찌 그리 맘 속을 헤집어 놓는 공감의 시를 쏟아낼 수 있었을까..
    그가 산 나이의 갑절을 살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거 수수수만가지인데……^^*

    시 ‘어느 날 오후 풍경’ 전문 올려주셔서 감사 감사합니다…^^*   

  7. 참나무.

    10/07/2013 at 05:05

    아직 두 다리로 걸어다니니
    우투커니…암것도 않고 살 순없지않겠어요
    늘 오라버님처럼 꾸짖어주셔서도 더 감사하고요…^^
       

  8. 참나무.

    10/07/2013 at 05:05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 젊은 나이에 너무나 어이없이…;;

    도토리님 틀림없이 전문 찾아보셨겠다…그지요..ㅎㅎ
       

  9. 池海範

    10/07/2013 at 08:27

    바게뜨 꽁지 말씀하시니까 칼국수 꽁지 생각나네요.
    어릴 때 어머니가 칼국수 자르다 마지막 부분 잘라 주면 부엌으로 달려가 집불에 얹어 구워 먹었지요. 바삭바삭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는데…   

  10. 참나무.

    10/07/2013 at 08:48

    지기자 님 아이디 바꾸셨네요
    잘하셨어요..가끔 한글 어감때문에 더러 웃지못할 일이 있었지요

    어린 시절 이야기는 왜이리 재밌을까요
    칼국수나 수재비 하는 날 곁에 붙어 장난질 하던 생각 저도 나네요…
    제아이 키울 때도 참 좋아하던 놀이였지요

    근데 하 바쁜 요즘 엄마들은…글쎄요?

       

  11. 푸나무

    10/07/2013 at 15:17

    능소화…이야기 하시면
    저는 꼭…네? 하고 뒤돌아봐야해요.
    나를 부르는듯해서 ….ㅎ

    푸나무지만 smdthghk….이게 능소화거든요. ㅎ
    저 어렷을때 친구집에 아주 두둥실…….꽤나 높은 굴뚝에
    피어올랐거든요.
    한강변 능소화보다 훨신 더 예뻣는데…..
    그래도 지고 매달려있는 맨 아래 사진은 아직도 예쁘네요. ㅎ

    로맨틱한 포스팅이네요.
    음악도….   

  12. summer moon

    10/07/2013 at 17:48

    바게뜨 ‘꽁지'(^^)-‘꾸르통’ 이라고 그러는거 같아요,
    아주 허물없고 짖궂은 표현써도 상관없는 사이에서는
    ‘엉덩이’란 뜻의 ‘cul’을 쓰기도 한다고…^^   

  13. 참나무.

    10/07/2013 at 20:56

    오호 높은 굴뚝에 핀…상상만으로도 멋집니다

    지난 주 토요일 청담대교 지날 때 다리 아래 핀 능소화가 다리옆구리에 삐져나왔길래
    제발 청담대교 아랫길 일부러라도 지나다녀봐야한다 했더니 말 떨어지기도 전에
    이사오기 전 동네에서 능소화를 울타리에 올렸다고 기념 축하 파티를 열었더랍니다

    그참~~ 로멘틱한 동네 이야기라 아이디가 능소화 님인 푸나무님이
    알아도 좋을 것같아 전해드려요~~살붙여서 포스팅 하나?

    (조간 떨어지는 소리 풀썩~~어떤이는 음악 때문에 부러 들온다고…살째기~~)
       

  14. 참나무.

    10/07/2013 at 21:03

    이젠 절대 안잊을거에요…’꾸르똥’은 제가 알아요
    요리 배울 때 식빵을 가로 세로 정육면체로 썰어 후라이팬에 버터로 살짝 구운것
    많이 해봤거든요…샐러드나 스프 완성 후 뿌리는… 간단히 cul~~

    오늘 서울 날씨 흐릴 것같음.
    방금 하부지께 신문 전해주며 베란다에서 내려다 본…
    플로리다 날씨도 궁금해하며…올핸 부디 큰 태풍소식 없기를 빌면서…

    아기는 우유 200 쉬지않고 다 먹은 후 이쁘게도 코~~ 자는 아침
    새 글 보러갈게요 후딱~~
       

  15. 술래

    15/07/2013 at 03:48

    능소화 덮힌 담벼락…
    제가 맨날 다니는 고속도로변 풍경이예요.
    그때마다 참나무님은 저절로 제 곁에 계시게 되고요.^^*

    까칠한 라두 루푸 아저씨를 좋아하시는군요.
    제 아들이 고딩때 한창 좋아했던 시절
    아들따라 엘에이에서 한번 뵈었습지요.   

  16. 참나무.

    15/07/2013 at 04:10

    정경화 23세 라두 루푸 25세때의 연주 들어보셨나요
    지난 주일 ‘무대 위의 연주자’ 주인공이어서 한주 내내 빠져지냈답니다
    슈베르트 연주 꼭 듣고파 밤마실까지 불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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