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이야기(송뢰-송승호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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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선지 어제는 인사동에도 바람이 약간 불었다

중부시장까지 갈 일이 있어 딱 한군데만 가보기로 작정했다
날씨 탓인지 지글지글 호떡 대신

막대모양의 아이스크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눈 팔지 않고 곧장 수도약국 근처에 도달

수도약국 바로 곁엔 긴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 소나무 끝자락을 보다

절묘하네!

맘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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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화백 송승호 개인전 전시 플레카드가 길게 쳐져 있었다.

오래 전 송화백 소나무 그림 한 장 보고 혹시 수도약국?

질문한 적 있었고 화백은 맞다 한 적 있었다.

수도약국 2층

작가 혼자 책을 읽고 있었다

전시장은 적막했다

크지 않은 전시장 두어 번 둘러보니

내 귀에는 ‘솔바람 물결소리’가 들리는 듯

송뢰, 솔바람이지 웬 물결소리?

남지심 작가 동명의 소설 제목이어서 자연스레 따라 나오잖아…

동아일보 여성공모 당선작이지 싶은데

박완서, 나목처럼

‘춤추는 가얏고’도 있었나? – 요건 확실치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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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점 빨간딱지가 있는 쓸쓸한 전시장

나까지 쓸쓸해져서원…

많이 팔려야 할텐데, 그래야 할텐데…

그러다 가격표까지 붙어있는 걸 보게된다

-누구 생각이지요(가격표 일일이 붙인 거…)

-화랑 측에서…

-그 좋은 발상이셔요.

( 작품이 전시장에 내걸리면 상품이 된다지만 잘 못 물어보거든요)

이런 저런 얘기 중에도 할 이야기 없으면 그림들 다시 둘러보며

아파트에 터억~~허니 걸려있으면 분위기 참 좋겠네.

그런 생각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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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사동 거리로 나와 딱 한 군데 더 들렸다

아하! 이우환 작품을 만난거다

– 우연은 없다 그 말 실감하며

하얀 접시 한 가운데 푸른 한 획

염치 불구하고 가격 한 번 물어봤다- 전시용이란다.

사진촬영 절대 불가(리플렛까지 희미하게 잘 못나왔네)

번듯한 가게에다 상주 직원 2명까지있는 작가의 작품 중

커피 잔 2인용과 주전자 100만원이라던가?

(커피 잔 셋트 30만원+ 주전자 70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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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르 작품들 비교하는 건 바쁘지만

혹 궁금해하실까봐

송승호화백 소나무 그림 대부분 300만원 ~ 아주 큰 대작은 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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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막대처럼 쥐고 먹는 아이스크림 인파를 뒤로 하고

종로 쪽으로 건너왔을 때에 생각이 나는 거다

아차! 전시장 풍경을 단 한 장도 못 찍고

– 그래봐야 작품에 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전시장 분위기는 남기고 싶었는데

‘솔바람 물결소리’에만 취하다 그냥 나오다니
오늘 예배 후 다시 가볼까도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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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인사동에서 솔바람 소리 듣고 싶은 분은

13일 오전까지

가능하면 지름신도 납시길 원하며

리플렛이라도 찍어 올려본다

아쉬워서 작가 사이트 헤매다 몇 장만 파일에 저장했다

네이버는 왜 그대로는 배꼽을 내밀까 심히 유감스럽다.

서귀포 풍경도 있고

사려니 숲, 또 거린사슴(?)도 있던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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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아크릴

작가노트: 문단은 읽기좋게 맘대로 나눴음.

서귀포시의 게스트하우스는 단가가 좀 씨다.

그럴바에 독방을 쓰자는 생각에 모텔을 찾았다.

천지연폭포 상류쪽에 위치한 강남장은 간판만 모텔이다.

그냥 여관 수준이다. 어쩌냐, 섬인데..

그래도 2만원에 독방이면 아주 훌륭한 호텔이 되는 거다.

냉장고, 티브이도 있고,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빨래도 손수 해다 주신다.

여행객들에 대한 배려는 세계 최고이시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건너편 풍경은 절로 스케치북을 바쁘게 한다.

시간이 길어져 야경이 되 버렸지만 한 낮 뙈약볕에 자빠져서 고생하는 거에 비하면 진짜 호텔이 되는 거다.

나름 독특한 그림을 만들어준 강남장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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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 종이에 먹

작가노트:

붉은오름이 있는 입구에서부터 사려니 숲길을 통과하는데는 15km,

뜨거운 날씨지만 숲 속은 선선했다. 가만히 있으면 춥기까지 했다.

가다가 멈칫멈칫, 풍경이 다 좋으니 구도가 좋아 보이는 풍경을 헤아리느라 숲 속에서 긴 시간을 쓴다.

오늘 중에는 숙소에 들어가겠지…라는 마음뿐.

5km도 채 걷지 않아 뒤돌아 보았다. 거 참 뒷모습도 좋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스케치북을 꺼내 망설임 없이 끄적였다.

삼십 분쯤 지났을까, 그제야 사람들이 한 두팀씩 지나간다.

넓지않은 길에 어색한 마주침을 달래는 건 인사다.

"안녕하세요, 여긴 날씨가 좋네요. ㅎ" "네, 시원하네요, 아 그림 그리시는구나.."

사려니 숲을 지나오면서도 마주치는 올레꾼들과 나눈 인사가 얼추 오백 번쯤 되었다.

숲을 나와 비자림로를 걸어 교래 사거리까지 다시 5km를 걸었다.

흔든 손을 뻘쭘하게 만드는 수 십 대의 차량들, 관광객들이 많긴 많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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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린사슴을 가다- 종이에 먹

작가노트:

조금만 높은 곳에 오르면 바다가 보인다.

제주는 뭍사람들이 그렇게 동경하는바다를 늘 마주한다.

이날은 바다를 보기위해 섬 가로 가지 않고 산에 오르기로 한다.

현재 내 무릎은 칠십오년을 사용한 것 같고 폐활량은 유치부 수준이라 차를 얻어 타기로 한다.

1100고지, 거린사슴 휴게소를 왔다. 서귀포시가 발아래 펼쳐진다.

그리 멀지 않아 보이는 곳에 월드컵 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아련한 추억이 된 축구장, 낯선 미소가 지어진다.

남서풍을 흘려보내며 짧은 스케치 한 장,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신다.

색다른 볼거리를 눈에 담고 내려가는 길에 목장 하나를 발견한다.

급히 차를 세우고 내려가 본다.

오, 이건 구도를 애써 만들 필요도 없는.. 앵글 안에 구겨 넣기만 하면 된다는 자연산.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초치기신공으로 스케치를 급 마무리 한다.

중문에서의 늦은 점심은 뭘 먹었는지조차 기억에 없을 만큼 나의 뇌세포는 목장스케치로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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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뢰 / 종이에 먹 (100x73cm)

작가노트:

안산 전시를 끝내고는 실망과 자책에 시름을 더한다.

문화적 재앙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예술이 이토록소외되고 있는지… 다시금 처절히 느낀다.

‘경제가 좋지않아서..’라는 건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인데 말이다.

전시회가집안잔치로만 끝나고있는 작금에 개인적 푸념이 삽질이 되고 있다.

더 배가 고파진다.

송뢰 松籟 -‘‘는 ‘세 구멍 퉁소’를 뜻하는 한자이다. 흔히 솔바람이라고 해석하지만

더 심오하자면 솔나무의 울림, 솔의 노래..대충 이런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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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안개 화선지에 수묵 담채 (100x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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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송승호

아침부터 저녁 같더니 이내 무채색의 세상이 된다.

어찌 수분이 부족한 줄도 알고 비도 겁나 뿌려준다.

가끔씩 던져지는 섬광에 북장단도 시원하다.


나의 전시장도 무채적 환경이다.

알맞게 차려입은 여타의 구도자들과 동화 되어 결코 기죽지 않고 오늘도 어울렁 더울렁…

미인송 머리에 인 아가씨, 오늘 같은 날은 찬찬히 놀다 가소.

처: 암자청소부 | 일원 송승호

11 Comments

  1. 김진아

    11/08/2013 at 00:25

    ㅠㅠ ….

    둘러보고 싶은 곳, 많은데…

    보고 싶은데도 못 보는…정말 슬퍼요.   

  2. summer moon

    11/08/2013 at 00:36

    큰 돈 주고서 소나무들 사다가 조경을 한다면서
    왜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에 관심이 없는 건지 모르겠네요
    사람들로 전시장이 미어질 듯 해야 하는 건데 말이지요.ㅠ

    안타까워하시는 참나무님 마음 옆에 같이 끼어서 저도….

    가끔 그릇을 깨뜨리는 저라서 70만원짜리 주전자는 그냥 구경만…ㅎㅎ

    ‘수도 약국’ 앞에 가서 기다리면 언제고 참나무님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3. 참나무.

    11/08/2013 at 00:49

    화백은 그림만 그리면 배가고프다싶니다…ㅠ.ㅜ

    300만원 정도면 누구에겐 껌값인데 말이지요…
    그릇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고(사잔작가에겐 대단히 미안하지만)

    넵 인사동…나혼자만의 랜드마크 수도약국 소나무 !
    정말 좋았답니다- 아무래도 오늘 한 번 더 가봐겠어요

    제주도 갈 날 있겠지 싶어
    참고가 될 것같아 작가노트도 추가했어요
       

  4. 士雄

    11/08/2013 at 10:58

    맨 아랫 사진 전시회 풍경 좋습니다.

    그림값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인지 화랑이나 작가의 마음대로인지…^^   

  5. 참나무.

    11/08/2013 at 11:01

    진아씨는 더 중요한 일 하시잖아요…^^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미쳐 못 올린 거 마자 올립니다
    슬라이드 사진도 다시 찍었고요…
    * * *
    (. . .)
    옛 선비들은 소나무 아래서 글쓰기를 즐겼다. 그래서 옛 문인들은 소나무 사이를 해집는 바람을 송뢰(松籟)라 하지않았던가. 여기에 지긋한 감성이 더해지면 송운(松韻) 이라 하여 잔 바람의 여운을 즐겼다. 여기에 조금 센 바람이 지나가면 한적한 바닷가의 파도소리에 비견하여 송도(松濤)라 하였다. 이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은 설야송뢰(雪夜..)…

    – 소나무에 담은 세상이야기(미술평론가 박정수 아트피플 편집장)/ 리플렛에서

       

  6. 참나무.

    11/08/2013 at 11:03

    글쎄요…저는 잘 모르겠는데
    직접 가셔서 한 번 물어보시지요.   

  7. summer moon

    11/08/2013 at 23:30

    알려주신 출처 따라가서 작가의 글들과 사진들 봤어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던….

    제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거나 비지니스를 갖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싶은 작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림을 정말 잘 그리고 또 열심히 그리는 화가라는 생각도…..

    소개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

    그리고 다음에 또 송화백님이 전시를 하게 되면
    참나무님, 저 전시 엽서나 팜플렛이라도 하나만 간직했다가 주실래요?, please!!!!!^^

    언제 기회가 닿으면 꼭 직접 보고 싶은 작품들이고 화가에요.   

  8. 참나무.

    11/08/2013 at 23:37

    넵 접수!!
    산문집 보낼 때 같이…^^

    한바탕 즐거운 폭풍이 지나갔어요
    오늘 메뉴 중에 계란 반숙도 급 추가
    에스프레소잔 응용했더니 그도 괜찮네요…감사~~

    송화백 한 마디로 진국입니다 소나무뿐 아니고 인물스케치도 그자리에서 쓱쓱
    만 여장이나 그렸다던가…제가 숫자에는 약해서…여튼
    정말 열심히 꽤안부리는 작가지요
    정체불명 추상화랑은 좀 구별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썸머문 식물 그림 또한 최고!

    전시회 끝나도 그의 사이트 이용하여 주문하시라도 링크도 해뒀답니다..
    관심 고마워요…아주 마니~~~^^*
       

  9. 푸나무

    12/08/2013 at 05:12

    어디서요? 이우환./…

    붉은 오름에서 작년 이틀밤 묵었는데….
    사려니 숲….좋아요.
    이럴 때는 부자면 좋겠어요.
    턱턱!! 사게… ㅎ
       

  10. 참나무.

    12/08/2013 at 06:38

    인사동 4거리 근처 ‘박영숙요’
    이우환 샘이 접시에 푸른 일획 직접 그린 건 전시용이고
    주인이 비슷하게 따라한 것도 꽤 높던걸요…휴우~~
    도대체 모방과 창조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설랑,,,쯧…;;

    사려니 숲은 아는데
    거린사슴 휴게소는 첨 들어보는 곳이어서
    요담 제주도 갈 때 참고하려고요…

    주왕산행 마이 부러워요~~    

  11. Pingback: 일원 송승호 개인전-송뢰(松籟) -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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