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블러깅을 못했습니다
남편이 한 달 여간 집을 비울 즈음
갑자기 좀 쉬고 싶었어요
그런 맘을 먹자 글 한자 쓰기 힘들더군요.
여차저차 설명을 드리고 쉬어야 마땅한데 무례하게 무단결석으로
이웃 분들께 적잖은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단 말씀 먼저 드립니다.
남편 없는 동안 몸과 마음 또 집안도 좀 정리하고 싶었다 할까요
그럭저럭 한 달이 후딱 가버렸네요
그리고 블로깅 쉬는 동안 남편 있을 때 못해본 짓거리들
제법 많이 했습니다.
지뢰밭 같은 방 ‘동작 그만’ 처럼 그대로 두고
우르르 일어나 영화 한 판 보고 오기도 하고
주말이면 저녁 늦은 외출도 하고. . .
서랍장 정리하다 타다 남은 양초들 모아둔 거
또 버리지 못하고 한 덩이로 만든 후
내맘대로포스트모던? 아방가르드?
아니다 ‘관능적 ..’이 더 어울리겠네…요래가며- 요거 아껴뒀답니다.
(‘산천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
촛불 밝혀두고 울고 싶은 날을 위하여…^^)
얘기가 두서없지만
오늘 아침 외출하기전 브람스로 말문을 열고 갔네요.
미쳐 설명도 못 드리고…
아무래도 저의 가을은 음악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많이 접하는 방송으로. . .
제목에 가을 안들어가도충분히 가을스러운(?)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
"만년의 심경을 표현하는데 클라리넷만 한 악기가 없다."
이런 말을 남겼을 정도로매말라 가는 영감 때문에
공포를 느끼던 60을 앞두고 대곡 창작은 접고 그간의 작품들
개작과 보완 위주로 정리나(?) 하던 불안한 시기에
친구 때문에 듣게 된 클라리넷의 음색에 깊이 심취하게 되지요.
그에게 구원의 소리나 마찬가지인 클라리넷이
열정의 불씨가 되어 홀린 듯 작곡한
지금 흐르는 클라리넷 5중주
말년의 정점이자 본질이란 해설을 들은 후여서인지
한가롭게 서울 숲 나들이 하면서 듣던
1악장이 오롯이 전해져서 같은 연주 찾았을 때
야호! 소리 절로나와 불쑥 올려만 두고 이제사 설명합니다.
요즘은 평균 수명도 길어져 왕가위 감독 영화 ‘일부종사’ 에서도 인생을 4계절로 나누면 40이전이 봄 그러면 브람스 시절 노년 60을 중년이라 우겨 가을쯤이라 해도 될까요?
브람스 하면 먼저 가을의 정서가 떠오르긴 하지만. . . 아침에 올린 전곡, 곡의 구성도 탄탄하고 애환과 쓸쓸함이 피부로 전해져서 모차르트 클라리넷과는 비교가 되데요
"노년이 찬란한 이유는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노인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보기 때문이다" – 빅토르 위고
바로 위에서 60을 가을이라 우기기도 했지만 노년 예찬(?)에서 위안을 얻는 거보면 저도 영락없이 겨울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오늘도 허리 쓰는 일 조금했더니 ‘아구구’ 소리가 절로 나와 컴 의자에 오래 앉아있질 못해 몇 번이나 쉬었답니다.
친절하신 이웃분들 많이 고맙습니다
그보다 더 많이 죄송합니다
추석이 코앞이라 또 맘이 어수선해지긴 합니다만
짬내어 밀린 글 부터 조금씩 읽겠습니다
답글 못드려도 답방은 드리겠습니다
. . . . . . .
아침에 올렸지만 다른 연주로 다시. . .
올 해 가을…다시 클라리넷에 빠질 것 같네요
Brahms: Clarinet Quintet in B Minor, Op.115 (1891)
David Campbell, clarinet./Bingham String Quartet:
P.S
9월 15일 남산 3호터널 근처
요즘은 일요일 쉬는 갤러리가 많네요 전시소개할 때 기자들은 이런 안내 정도는 했으면 좋으련만 다행스러운 건 나무와 바람 때문에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는 거. . .
잘은 몰라도 추석 시장 보면서 다시 갈 지 모르겠네요 …;; 다녀와서 안내하겠습니다.
Steve Bingham – violin .
Marina Gillam – violin .
Brenda Stewart – viola .
James Halsey – cello.
산성
15/09/2013 at 22:41
브라암스랑 함께 돌아오셨네요.
이 아침에 흐르는 멜로디, 그저 평화롭고 좋습니다
황동규 시인이 오셨던 그 청담의 겨울로도 돌아가 봅니다.
언젠가 하고 살펴보니 벌써 2010년 12월
우리 집 가서 확인해 봤어요 ㅎㅎ
세월 참 빠르지요
남은 세월도 그렇게 사라지리니…하다보니 약간 서글픔.
북두칠성,카시오페아,오리온 별자리
다 날별들로 뜯겨지지 않고 살아있었구나…라시던
시인의 시 처럼
잘 살아있기!
잘 살아가기!
단대목에 기운 내시고요.
참나무.
16/09/2013 at 00:54
그리고 바로 위칸에 ‘툭! ‘ 그 마로니에 열매 인증샷 올렸는뎁쇼
– 쓸쓸할까봐 친구들이랑 집 정리하다 찾아낸 꽃핀과
나란히 지금 제 컴 곁에 놓여있답니다 …
기운내시라는 말씀 접수하고이젠 ‘시장과 전장’으로 나가야겠네요
다녀가시는 분 들 산성 님 인사 그대로 전해드리고싶네요
일 하다 쉬는 시간에 종종 들오겠습니다…
정말 많이 고맙습니다…
도토리
16/09/2013 at 03:35
우리 동네 가로수… 마로니에예요. 칠엽수라고도 불리우는..
한창 열매가 땅위에 뒹굴고 있습니다.
브람스… 좋습니다…^^*
무무
16/09/2013 at 08:48
다시 뵈오니 참 좋습니다^^
김진아
16/09/2013 at 14:06
하하하~!
그저 좋아서 웃어요. *^^*
揖按
18/09/2013 at 02:48
무탈하게 돌아오신거지요 ?
도움도 안되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평소 몹시 유화한 성품으로 생각했던 건 잘 못인듯 싶습니다.
아주 매웁고 강한 분이십니다… ㅎㅎ
shlee
18/09/2013 at 03:07
신성님도 문을 열고
참나무님도 문을 열고
가을 바람결이 좋네요.
레오님만 문틈에
얼굴 보여주면 되는데…
^^
참나무.
18/09/2013 at 05:28
제가 꼭 돌아온 탕아같은 기분입니다
무무님 진아씨 도토리님 쉬리님..ㅎㅎ
참나무.
18/09/2013 at 05:29
매웁고 강하다?
블로그 상으로 보여지는 간극이랄까요
전 한 번도 못해본 생각입니다만…^^*
그간 밀린 포스팅들 다 읽어내질 못하여 답글은 못드리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