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담는 Bae Bien-U,

Bae Bien-U, OM1A-047H, 102x197cm, Gelatin silver print on fiberbased paper in artists frame, 2007

바람 속 고요한 선율: 풍경에 대한 배병우의 주관적 인식

정희 리-칼리쉬 (미술평론가)

눈이 이미지를 만든다. 사진작가 배병우는 그의 사진 작품을 차후에 개념적으로 보완하거나 디지털 보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동시대의 많은 작가들로부터 스스로를 차별화한다. 대신 그는 카메라의 예술적 역량과 그의 눈을 통해 풍경을 포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오로지 눈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인식을 정의하는, 이른바 고전적인 예술가들 중 하나다. 이러한 과정에서 배병우의 카메라는 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며 그의 손가락으로 하여금 셔터를 누르게 한다. 전통 동양화에서 붓과 팔꿈치, 그리고 마음 사이의 관계처럼 말이다.

Bae Bien-U, SEA1A-050H, 102x197cm, Pigment print on fiberbased paper in artists frame, 1999

그의 사진 작품은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미적 경험의 즉각적인 표현이며, 그의 아이디어와 컨셉은 카메라를 들기 이전에 이미 구체화되어 있다. 배병우는 일단 현장에 도착하고 나면 직감과 심미안에 의지하며, 카메라를 이용한 아이디어를 사진으로 바꾸는 데 단지 몇 분의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일회적인 경치를 담은 배병우의 작업은 육안으로 감지하기도 어렵고 접근하는 것마저 불가능한 분위기를 시각화한다. 이러한 순간은 경치를 작가의 숨결과 열정이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진정한 정물로서 보는 이에게 전달한다. 각 장면은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변하지 않고 영속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드러내어 그 고유한 가치를 획득한다.

Bae Bien-U, PLT1A-033H, 102x197cm, Gelatin silver print on fiberbased paper in artists frame, 2002

하지만 가깝거나 멀거나, 또는 느리게든 빠르게든 그는 바람과 빛을 관통하는 공기의 움직임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포착해낸다. 배병우는 그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 동틀 녘의 해안이나 숲에서 받는 인상을 객관화하고 싶어하지만, 그렇다고 자연을 단순히 묘사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연을 무한한 공허로 스며들게 하는 자신만의 탁월하고 고유한 방식으로 형이상학적인 감정을 필름에 옮긴다

Bae Bien-U, PLT1A-030H, 102x197cm, Gelatin silver print on fiberbased paper in artists frame, 2005

<윈드스케이프> 연작은 다양한 구성의 적용, 풍부한 흑백톤의 사용, 그리고 무엇보다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대비들의 조화를 통해 모든 면에서 배병우가 가진 심미안을 드러낸다. 배병우는 이처럼 자신만의 부드럽고 온화한 방식을 통해 미묘한 평온함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독단적인 생각을 버리고 묘사되는 대상이 무엇인지 의식하며 이러한 세계를 응시한다면 폭풍의 으르렁대고 덜그럭거리며 쉭쉭거리는 소리가 멈출 것이다. 배병우는 이러한 고요함을 포착함에 있어 영원성을 획득하기 위해 극적인 사건을 더하거나 시각적 비중을 늘리는 행위를 배제한다.

Bae Bien-U, PLT1A-043H, 102x197cm, Gelatin silver print on fiberbased paper in artists frame, 2002

바로 이 순간 점, 선, 얼룩, 형태, 색깔 등 모든 예술적 수단들이 한데 모여 내밀한 빛의 구조를 형성한다. 은폐와 재등장, 머무름과 나아감, 그리고 텅 빔과 꽉 참, 명확함과 모호함, 날카로움과 흐릿함 등 모든 이중적인 힘들이 자신들의 면과 윤곽, 그리고 크기를 포기한 채 변화를 위한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고요함이 시작된다. 어떤 이들은 평온을 선이나 열반, 또는 도를 깨우치는 데에서 비롯되는 명상적 효과로 설명한다.

Bae Bien-U, PLT1A-041H, 102x197cm, Pigment print on fiberbased paper in artists frame, 2012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내적 평화와 모두를 아우르는 자유를 느낄 수도 있다. 평온이란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변화와 깨우침의 순간이다. 그리고 바로 이 명상적 평온함 속에서 스스로의 내면의 귀로만 들을 수 있는 멜로디, 즉 바람에 흩날리는 고요한 선율이 생겨나는 것이다. [도록 서문에서 발췌]

출처: WINDSCAPE

1 OCT – 27 OCT 2013

9 Comments

  1. 산성

    12/10/2013 at 14:08

    최근에 어디서 봤더라…한참 더듬었더니
    삼성병원이었네요.
    전날 굶은 탓인지 소나무 사이를 흐르던 안개
    어디론가 깊이 번져 들어와 그대로 방치,
    함께 흐려지기로.
    마침 소나무는 안보이네요.

       

  2. 참나무.

    12/10/2013 at 15:04

    맞아요 일원동 삼성병원에 소나무 있지요

    가나아트 평창동 이번에는 ‘WINDSCAPE’
    별다른 보정없는 순간 포착이어서 저는 좋더군요

    요즘 가나아트 회랑엔 늘 반겨주던 장욱진 화백 덕소 시절 회벽을
    고대로 떼어 낸 식탁 그림이 없어 저는 섭섭하데요
    그대신 화장실이 새로워서- 최욱경전 때…

    before가 빠졌네요…
       

  3. 벤조

    12/10/2013 at 18:48

    이런 작품을 해설한다는게 참 존경스럽습니다.
    전 그냥 아무 말도 생각 안 나는데…
    배병우, 알파벹 이름이 독특합니다. 흘러가듯 불러야 맞는 이름?ㅎㅎ
       

  4. summer moon

    12/10/2013 at 19:18

    ‘Windscape’…작품들이 참 좋습니다!

    김영갑씨 생각이 나네요.   

  5. 참나무.

    13/10/2013 at 00:46

    그래서 전문가 아니겠는지요

    Bae Bien-U 흘러가는 불러드릴까요…ㅎㅎ
       

  6. 참나무.

    13/10/2013 at 00:48

    바람…하면 또 김영갑씨
    그의 작품들도 배병우씨처럼 따로 보정을 않아 더 좋지요

    사진만큼은 저도 고루한가봅니다…
    아직 김영갑 갤러리 가보지 않아 점점 제주도 숙제가 늘어납니다
       

  7. 해 연

    13/10/2013 at 05:37

    저도 김영갑 갤러리 숙제인데요.ㅎ   

  8. 참나무.

    13/10/2013 at 10:53

    해연님도요?
    언제였나 제주도 휴가가신 후기 읽은 기억이 납니다

    오늘 이곳에 다녀왔답니다
    꽤 긴 행보였내요   

  9. 푸나무

    13/10/2013 at 16:18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아 작년에도 좋아서 올해도 갔는데 불행히도
    문이 닫혀 있었어요.
    수요일이 쉬더라구요.

    정원도 멋지고 작품도 멋지고
    무인카페도 멋진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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