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할아버지의 아날로그 편지

Handel <Messiah 메시아> 중


양과 같은 우리 길을 잃고 헤맸다 & 할렐루야
* Thomas Beecham/지휘,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합창단

무대 위의 사람 – 매혹의 연주가는 한강변 산책길에서 들을 때가 많다

이번주는Thomas Beecham 卿이다

선곡표엔 없는 이름 뒤의 경은 내가 일부러 붙였다- 그러고 싶어서

그는 부자 아버지를 둔 덕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월급을

단 한 번도 미루지 않고 꼬박꼬박 지급했고 그의 부친이 사망한 후 상속받은 재산으로

탄탄한 오케스트라를 다시 창단하여사교계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이란 칭호도 받지만

단원들의 실수에도 관대했고격없이 지내는인품이었단다

그러나악평을 서슴치않는 음악비평가들에겐 당당하게 맞선 걸로도 유명했다 한다

예를 들면 ‘당신들은 음악을 듣지않고 읽기만 하는 사람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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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때문에 창을 연 건 아니고

헨델 메시아를 신청한 어떤 할어버지 사연 때문이다

젊은이들처럼 콩이나 게시판이 아니고 꼭 들어야 할 이유를

정성껏 쓴 아날로그편지라며 장일범씨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신청인 할아버지가 6.25직후 대구 어떤 교회 성가대에서

(교회 이름은자전거 타고 지나가면서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못들었음)

합창한 곡인데 당신은 테너 파트 맨 뒷줄이었다며

그 때같은성가대 출신 친구들 이름 대여섯명까지 다시 호명해 주었다.

장일범씨도 감동받았는지 부디 그 호명한 친구들 다시 모여 그 때처럼

합창 할 기회을 가지길 원한다 했고 그 방송을 나처럼 듣던 한 애청자도

그 할아버지처럼 늙고싶다며 보낸 사연까지 읽어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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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방송 들은지는오래지만 딱 한 번

다른 프로 ( 오후 4시 ‘노래의 날개 위에’ )

신청곡 보낸 적이있었다

내가 보낸 신청곡은

‘해변의 노래’빈 소년합창단 버젼

엄마에게 선물받은 테이프가 오래되어 늘어져서

냉동실에 넣는 등 온갖 방법 동원해도 아니되어. . .

그 신청곡은 그 이후 지금까지 듣질못했다

빈 소년 합창단 서울 공연오면 레파토리중에

일부러 찾아보는 것도 ‘해변의 노래’때문이다

그러나 내 신청곡은 듣질 못해도 전파를 타고

어떤 좋은 사람이 나에게 미샤 마이스키 CD랑

일본 소프라노 가수의 노래,

그리고, 일산 돌체 지키미 할아버지 도움으로

한글 번역한 가사까지 보내 준 사건이 생겼다.

그 사건으로 나는 ‘노날’ 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좋은 사람은 얼마 전에 회갑기념 음악회 주인공이다

그 이후 노날회원들은 ‘해변의 노래’ 16개 버젼을 가지고 있는

소망교회 앞 다이알로그 카페 사장님을 알게되어

노래의 날개 3집 CD까지 제작하게된다

음향 좋은 녹음실에서 노날 회원들 4부합창까지 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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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다이알로그는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다

마리아 칼라스 카페 처럼 최근에 사라진 EMI처럼 . . .

좋은 것들은 왜 자꾸 사라지는지…

사라져서 더 아름답고 그리워지는 것인지

그나저나 6.25 지나고 수복 후 고등학생이었던 그 할아버지

부디 옛친구들 몇 분이라도 연락이 왔으면 좋으련만. . .

마침 현진이가 자 주어서 명연 들으며

오늘 명연 선곡들 모두 참 좋았다- 누구 들으신 분~~

Composed by Tamezo Narita – Arranged by Evgeny Kissin
Hamabe no Uta (浜辺の歌)
Song of the Seashore / Played by Markus Staab

마침 우리가 제작한 CD에 없는 키신 편곡 피아노 곡이 있어서…

14 Comments

  1. 아카시아향

    17/10/2013 at 18:26

    예전에 사카에서 처음 뵜을 때
    가인님이 해변의 노래 몇몇 버전으로 들려주셨던 것 기억나요.

    라디오 방송에 엽서를 보냈던
    그 젊은 청춘들이 이제는…
    참 세월 빠르네요;;
    문학 소녀셨나봐요? 참나무님은.^^
       

  2. summer moon

    18/10/2013 at 03:45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져서’… 읽으려니까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나네요
    좋아하는 음악들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듣다보면 카세트 플레이어가 어느 사이
    다 씹어먹고 있어서 깜짝 놀라곤 했었던거 !ㅎ

    CD로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의 기쁨도 잊지 못하는데…
    저는 전에 가지고 있던 카셋 테입들을 지금까지도 꽤 많이 간직하고 있어요.^^

    저는 이 할아버지처럼 방송에 아날로그 편지를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네요.ㅎ   

  3. 참나무.

    18/10/2013 at 03:54

    소싯적 단골 DJ처럼 한 때 사카 마담…저만 가면 그 CD를 들려주곤 했지요…^^

    그 때 와플 굽는 기계 선물받았다며
    차별화된 와플 먹었던 기억도 있네요- 제가 정확하지요
    참 많이 아쉽답니다 사카 없어진 거.

    KBS게시판에다 음악 신청 한 일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네요 저는
    팔순도 넘었다는 이 할아버지 그 당시 친구…단 한 사람에게라도
    연락이 되어 후일담 들려주면 좋겠는데…

    오늘은 집에서 라지오 듣고있어요
    유정우 씨 얼마나 웃기는지…ㅎㅎㅎ
    2013/10/18 10:18:49

    오 탈자 때문에 제 글을 제가 못알아봐서 ..;;
       

  4. 참나무.

    18/10/2013 at 03:59

    저도 방송국에다 아날로그 편지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 당시 ‘별밤’ 같은 프로에서는 엽서등을 모아 전시회까지 하고 그랬지요

    저도 아직 옛날 테이프들 못버리고 있는 거 있어요
    이번에 대대적인 정리하면서도 한 박스 정도는 못버리겠던걸요

    CD 첨 출시되었을 때 일대 혁신이긴했어도 늘어진테입 되돌려가며 듣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하는 요즈음이네요- 가을 탓으로 …   

  5. 푸나무

    18/10/2013 at 08:07

    노래에 얽힌 스토리….멋져욤.
    16개 버젼이요?
    전 미샤…만…좋아요.
    귀가 예민하들 못해서
    처음 듣고 좋아한곡에 무조건 점수를…….ㅎㅎ    

  6. 산성

    18/10/2013 at 09:34

    분홍 패랭이 꽃 이뿝니다.
    자전거 타고 지나가며 떠든 그 사람, 잡아 오셔요^^
    모르는 할아버지 이야기에 문득 아버지 생각 납니다.
    쬐끄만 라지오
    품에 안듯 숨죽여 듣던 언니들.
    그 옆에 껌처럼(?) 붙어 가만히 누워있기^^

       

  7. 참나무.

    18/10/2013 at 11:57

    맞아요 처음 듣고 빠져버린 곡…
    오죽하면 방송국에다 신청을 했을까요

    그리고 저는 게리 카 콘트라바스 연주를 좋아하고요
    – 이도 유장한 스토리가 또 있어서…
    지금 다시 확인하니 모두 18개 버젼이네요
    가까운 몇 분들께 선물도 했는데   

  8. 참나무.

    18/10/2013 at 12:07

    패랭이꽃 스즈랑…모두 엄마꽃…^^

    멋쟁이 아버님과 멋쟁이 언니…또 생각하셨구나

    현진이 일당들 와서 저녁 해먹이고…방금 지네 집으러 가버렸네요
    기적같은 오늘 하루도 지나가고있네요

    이제부터 오롯이 나의 주말,
    ‘열심히 일한자 떠나라~~되갔습네다.

    오늘 저녁 달 무지허게 밝더이다
    아주 약간 느길똥 말똥한 14일 달이 저는 더 좋던데요
    제가 많이 모자란 사람이라그런지…^^    

  9. 푸나무

    18/10/2013 at 14:04

    아니 참나무님 저하고 짜셨세요?
    게리카라니요…..
    저 그사람 연주….
    콘트라바스…그 묵직한 저음…좋아서
    맨날 들었던 때 잇는데요.
    여전히 지금도 가끔….
    수상해욧, ㅎ    

  10. 참나무.

    18/10/2013 at 22:00

    슬쩍 손 한 번 잡고요…

    게리 카 연주 몇 곡 올린 기억 있습니다

    주말엔 또 어디로 행차하실까요   

  11. 초록정원

    19/10/2013 at 12:57

    17개 버젼 가지신 분 덕분에 빈소년 합창단도 손에 넣으셨나요..

    오랫동안 들었던 라디오 프로 때문에 그곳 폐인들과 아직도 연락하며 지냅니다.
    음악도 함께 할 사람이 있어야 더욱 즐거운 것 같아요.
    노래방에서 누군가 불러준 노래가 더 귀에 쏙쏙 들어오고 좋은 것 처럼요~
       

  12. 騎士

    20/10/2013 at 00:08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지면 교회에서는 메시아 공연 팀이 구성되고
    마누라는 어김없이 그 메시아 공연팀에 합류하여
    매일밤 연습하러 가니 내가 마누라를 대신하여야 하고
    죽어 납니다
    올해도 좀 있으면 또 메시아 한다고 나에게 일을 미룰 것 입니다
    마누라 나이도 60이 넘었는데 아마도 세월이 흐르면 메시아 합창단에서
    알토 파트장을 했다고 그러면서 신청곡 요청할 것 같습니다.
    마누라가 출연한다고 또 나는 어김없이 메시아 공연을 보러 가야 합니다.
    솔직히 메시아 공연하면 초청 솔리스트들이 별로여서 듣기가 거북 할 때도 있습니다.
    아마도 교회 초청 음악회라고 솔리스트들이 별로 연습을 안하는 모양입니다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그리고 일류 솔리스트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러나 좀 지루한 다른곡들을 들으며 " 에이멘 " " 할렐룰야 코오러스" 듣기 위해 지루함을 참고 기다립니다.

    항상 짜릿한 감동을 느끼면서 메시아 공연을 끝냅니다.
    연말이 닥아 오는군요…
    올해도 한해 가고 맙니다.
    늙어도 과거에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하여 추억을 간직하고 사는 것이 인간 같습니다
    좋은 음악 주일날 아침부터 잘 들었습니다   

  13. 참나무.

    21/10/2013 at 02:56

    감사합니다
    예술가 가족이시네요
    기사 님은 그림 사모님은 성악 또 따님은 바이올린…
    내년엔 저도 45년 간 이끌어 오신 화우회 참석하겠습니다

    새 글소식 있으면 자주 건너가 보겠습니다…
    좋은 한 주 맞으시길바랍니다
       

  14. 참나무.

    21/10/2013 at 03:03

    빈 소년 합창단 버전은 ‘아직’입니다
    아직 라이브로 듣고싶은 소망 아직 버리지 못합니다
    초정님은 제 해변의 노래 타령 ㅇ오래전 부터 아실테지만
    음악 신청한 일화는 처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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