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날이 있는 줄 몰랐다
라디오 듣다 알았다
10월 20일이 문화의 날이라네?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좋은 사람들과 1박 2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아직 해가 지지않아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오기 싫었다
하여 남은 하루 잠깐이라도 서춘 나들이를 하고싶었다.
먼저 류가헌에 들렸는데 내가 즐기는 전시가 아니어서
그냥 눈요기만 하고 퍼떡 나와버린 후
얼마 전에 개관했다는 박노수 화백 사저를
종로 구립미술관으로 꾸몄다해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토, 일 양인간 만난 좋은 사람들은 날보고 에너지가 넘친다 했다
당신들은 1박 2일 후 얼른 집에 가서 쉬고싶은 맘 뿐인데
다시 어딜 또 갈 여력이 있는 게 신기하단다
모두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인데
물론 손녀 본 사람도 둘,- 아직 중년급도 있었고지만…
내가 건강은 한가?
남들이 그러니까 그렇다치고
아 박노수 화백 사저 어제 다녀오길 얼마나 잘했는지
오고 가는 주변도 볼거리가 ‘아주’ 많았다.
옥인동 누상동 부동산…이란 간판들이 보이고
자그마한 일본풍 카페나 개성적인 에코백이 눈길을 잡는
소픔 가게들이 많아 들어가보기도 했다.
박노수미술관 뒷편으론 작은 단팥죽 가게도 눈여서봐뒀다.
토요일집 나설 때 이런 거 저런 거 챙기느라
디카를 소지하지않아 담질못해 유감이다.
필그림 하우스야 사이트가 잘 되어 있고
친절한 google있으니 뭐…
박노수미술관 좋은 점은문화의 날인데다주일이 끼어선지
내가 들어갔을 때 사람들 서너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현관 입구엔 ’20명씩 제한 입장’이란팻말이 보이고
도우미가 안내를 하고있었지만
곧 입장할 수 있었다.
현관으로 들어서니 신발을 벗어란다
오래 전 역삼동 Dr.박갤러리 이후
신발 벗고 입실한 갤러리 처음이다
신발 벗고 입실을 하니 괜히 조심스럽고 경건한느낌이 먼저전해졌다
관람객들도 조용조용 서로 배려하는분위기
한식이지만 적산가옥같기도 . . .
2층엔 벽난로 자리로 있고, 3층엔 다락방도 있고
작품들도테마를 가지고 잘 전시되어 있었다.
넓지않으니 오히려 집중하게 되는 장점도 있었다
회화 외 기증한 소품(문화재급 골동품?)들이
집 곳곳 정원 도처에 있어서 나는 결심했다
전시회 바뀔 때마다 가 보기로…
만약 화백 생시같으면 나같은 소시민이
감히 구경이나 할 수 있겠느냔 말이지
제일 부러운 건 집안에서 뒷동산으로 가는 가파른 돌계단이었다.
돌 계단 입구 실란(하얀 샤프란?-정확한 이름 모르겠음) 다 지기 전에
다시 한 번 가 볼 예정이다- 어쩌면 오늘?(나 성질 급함)
동산을 오르면 오래 된 석상도 있었고. . .
경복궁 역에서 제법 걷는 거리지만
아직도 해가 지진않아 아까워 다시 경복궁을 가로질렀다
고궁 뜨락에서 젤 먼저 보이는 자작나무는 노란 잎이 제법 많이 달렸고…
갤러리 현대엔 갈 시간 없어 학고재를 향해 걷는데
뭔가 휑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이유를곧 알게된다
기무사가림막이 없어진 것이다( 고흐, 모나리자…등등)
국립미술관 서울분점 개관기념전(11월 12일?)
큰 글씨가군데군데 보이고…내가 언제 다녀갔더라?
학고재엔 윤석남 개인전
액자에 나무 조각을 그대로 붙인 작품들이 많이 걸려있었다.
시간 남으면 인사동 쪽으로도 가보려고
안국역에 1박2일 가방을 보관함에 맡겨 두어
학고재를 나와 ‘예나르’ 지날 때 누가 나를 부른다
"저…이거…"
한 청년이 내 구겨진 손수건을 들고 있다?
내가 학고재에서 흘렸나 보다- 칠칠지 못하게시리
청년은 일행이 있는지 재빠르게 손수건만 건내주고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고흐 별이 빛나는밤 잃어버렸으면 앵통했을텐데…
아 참 좋은 세상
문화의 날 아는 지 모르는 지
주일,학고재에 들려 남의 손수건 집어 건내주는
저런 젊은이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 서울, 아름답고 말고…
(‘건내주고…’ 때문에 ‘어니언스 -편지’가 엉뚱하게도…)
융의 말대로 요즘 내가 디카를 깜빡 잘 잊고 다니는 일은
어쩌면 실수가 아닐지도
사진 없으니 편한 점도 있네
그래도. . .
Tip: 박노수 미술관 쉽게 가는 법– 아이 폰도 없는 나는 물어물어 갔지만 )
경복궁 3번 출구에서 마을버스09번
오가는 길 재미있어서 실실 걸어도 좋음
체력 안되는 분은 갈 때는 마을버스
올 때만이라도 걸어보기
인사동 대신 북촌 가회동 스쳐 지나왔다
‘우리 선희’ 배경으로 나온 아리랑 카페 지나
안국역 근처 ‘브람스 다방’은 어제도 못올라가보고- 언젠간…
보관함(사용료 2,000원)에 넣어 둔
1박 2일 가방 찾아서 집으로
1받2일 짧은 여행이지만
한 달 이상 행복할 것같은시간이었다.
아까 쥬폐 ‘시인과 농부 들으며 창 열었는데
지금 베버 ‘무도회에의 권유’가 흐른다
산성
21/10/2013 at 12:54
걸어다니신 길의 흐름,
메모 안하셔도 이 정도? 놀라울 뿐입니다.
전…두어개 외우다 보면 그냥 머리 속이 꽉 차버려서
아무 생각도 안나거든요.
국립미술관 가림막은 영국 함머니들 모시고 한바퀴 돌 때
이미 사라졌더군요.간단히 소개도 해드렸고요.
다시 올라가서(?) 내려와야겠어요.
가평 필그림 하우스로…^^
푸나무
21/10/2013 at 15:08
종로 구립 미술관 기억합니다.
검색하고 위치도…ㅎㅎ
참나무님 뒤 따라 다니기 벅차욤.ㅎ
참나무.
21/10/2013 at 15:14
저는 오늘도 다녀왔답니다
월요일인 것도 깜빡하고말이지요
정말 못말리는 여자- 아니 할머니랍니다
덕분에 시가 펄럭이는 광화문 주변과 서촌 나들이는 자알 하고왔네요…
참나무.
21/10/2013 at 16:42
산성님께도 필그림하우스-강추합니다
맨맨한 사람들과 1받2일 하기 최적의 장소더군요
홍천 힐리언스도 좋긴한데 워낙 가격이 높아서…
그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교통도 더 편리하고 주위 경관도 좋았답니다
(우리는 또 요즘 비수기라 50% 할인가격이었으니…)
기독교인 아니어도 바람 한 번 쐬고싶을 때 다녀오기 좋은 곳이데요
필그림 하우스…검색해 보시면 정보들이 좌악 뜰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