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인들의 아지트, 30년 전통 안국동 브람스 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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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있네
그때 나의 노래 죄다 비극이었으나
단순한 여자들은 나를 둘러쌌네
행복한 난투극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어리석었던 청춘을, 나는 욕하지 않으리

자주 지나치는 곳이어도 단 한 번도 안들어가 본

카페 아리랑

어쩌면 홍상수 감독이나 김상중

이런 사람들이 치맥을 즐기고 있을 것도 같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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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김이 피어오르는 골목에 떠밀려
그는 갑자기 가랑비와 인파 속에 뒤섞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세월이 떠돌이를 법으로 몰아냈으니
너무 많은 거리가 내 마음을 운반했구나
그는 천천히 얇고 검은 입술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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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는 조금씩 그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한마디로 입구 없는 삶이었지만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었던 시절도 아득했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있을까
모퉁이에서 그는 외투 깃을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나의 고백을 들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가 누구든 엄청난 추억을 나는 지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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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만큼이나 많은 사람들. . . 사람들

닭꼬치집 긴 줄은 줄지를 않는다

중국어 일어도 들리고

삼청동 호떡집은 불이난 모냥이다

골목으로 들어갔어도 언제나 줄이 길었다

골목 들어가기 전 들어간 후 한 번씩 사먹어봤다

양념장에 찍어먹는 거랑 꿀호떡 두 종류다

나는 두 번 다 양념장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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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걸음을 멈춘다, 어느새 다 젖었다
언제부턴가 내 얼굴은 까닭없이 눈을 찌푸리고
내 마음은 고통에게서 조용히 버림받았으니
여보게, 삶은 떠돌이들을 한군데 쓸어담지 않는다, 그는
무슨 영화의 주제가처럼 가족도 없이 흘러온 것이다
그의 입술은 마른 가랑잎, 모든 깨달음은 뒤늦은 것이니
따라가보면 축축한 등뒤로 이런 웅얼거림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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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날씨도 이 거리를 바꾸지 못하리
검은 외투를 입은 중년 사내 혼자
가랑비와 인파 속을 걷고 있네
너무 먼 거리여서 표정은 알 수 없으나
강조된 것은 사내도 가랑비도 아니었네

– 기형도- 가수는 입을 다무네

입 속의 검은 잎 / 1989 / 문학과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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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동을 빠져나와 안국 전철역 계단 오르기 직전

나는 다시 징광옹기를 지나 가회동쪽으로 걷고있었다.

아리랑 카페도 날 거부하는 듯

겨우 들어가 볼 맘이 생겨 문을 밀어봐도 꿈쩍도 않아 .

내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역시 단 한 번도 안가본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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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봄꽃들이 왜 가을에 필까

황매화가 우리동네에도 피더니

북촌 골목길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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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접어들 때에~~…’

김현식 노래 가사가 생각났고

‘그 곳’은 어쩌면 한가할 것같은 예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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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BLONZE 를 지나고…

매번 지나치면서 언젠간 가봐야지 했지만

역시 단 한 번도 안들어가 본 곳…

가회동이나 북촌 들어갈 때는 갈 데가 정해져서 쳐다만 보고

나올 때 역시 집에 갈 시간이 다급해저서인지

어제 일요일이어도

‘그곳’은 왠지 한적할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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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계단 꺾어지는 벽에 웬 비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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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를 돌 때도 다시 비틀즈?

이 사진을 찍는데 하필 여주인이

동시에 문을 열어 살짝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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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지는 않았다

낙원동을 향하는 창문쪽 테이블에

남자 둘이 열심히 얘길 나누고 있고

여주인이 친절하게 날 반긴다

– 혼자세요

네…늘 지나만 다니다… 오늘 처음 올라와봅니다

메뉴판을 내보이길래 주루룩 훑어보는 나에게

직접 만든 대추자를 권한다

진하고…국산만 사용한다고…

그걸 시키고 둘레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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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브람스로 장식되어있고

천정까지 브람스가 돋을새김되어있다.

비로소 알게된다

30년된 다방이라고…

근처에서 국민학교 다니던 고객도 가끔 들리고

‘아는 사람들’만 온다는 설명도 시원시원하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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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중 한 남자. . .낯이 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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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차 기다리는 동안

시네코드 선재, 나올 때부터 궁금하기 짝이 없던

하얀 사각 봉투 기어이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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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차가 배달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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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스카프 맞았다.

장밋빛 인생…전시회를 위하여 옷을 가져온 고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전한 한정판 스카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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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유심히 보던 여주인

“오늘 수녀님들께 샀다며 …”

크리스마스 장식을 여러 개 펼쳐보였다.

한 개는 꺼내어 벌써 출입구에 장식했다고. . .

– 첫 만남인데 진도 참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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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중 한 남자는 낯이 익다

내가 눈짓을 하니

음악 관련 종사자들도 자주 들린단다

나도 자주는 아니고 아주 가끔은 들리겠노라

고마움을 전하고 집으로 총총. . .

노라노 영화 본 이후여서. . . 잠시 들른 곳

여하튼 운수좋았던 날. . .

12 Comments

  1. 산성

    05/11/2013 at 09:42

    안국역에서 언제나 올려다 보이는 곳.
    다음에 저도 한번 들어가봐야겠어요.
    참 부지런하기도 하십니다.따를 자 없으리니…^^
    낯이 익다시는 저 분은 혹 사물놀이 김덕수씨 아니신가요?
    맞다면…
    카라얀,게르기예프,백건우,아바도,폴리니?로스트로포비치?
    사진이나마 함께 앉은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ㅎㅎ 퀴즈 풀듯이…
    흐르는 멜로디에 잠시 빠져 있다가 총총…

       

  2. 참나무.

    05/11/2013 at 10:27

    그러게요..오가며 언제나 올려다만 보던 곳
    이제사 몇 년만의 궁금증이 해소되었어요
    왠지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 보이던 곳 에감이 맞습디다
    시인들의 아지트라고도..
    시인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집합소라해둘까요- 김덕수도 맞았고요
    사실은 열거한 분들 겨냥해서 찍는데 거기 김덕수씨가…^^

    상으로 브람스 다방 가실 때 커피 한 잔 외상 달아놓으셔요
    사장님과 안면텄으니끼니…ㅎㅎ

    요다음 다시 갈 떼는 들고있는 저 크리스마스 퀼트,
    틀림없이 장식되어있지 싶습니다

    제가 나올 때는 항가리무곡이 흐르데요

    Jose Carreras – Close To Me …브람스 3번 테마곡이지요
    요담에 우리 이고데서 만날까요   

  3. 揖按

    05/11/2013 at 17:41

    인상적인 대화가 오고 가는군요…
    다방에 들어온 손님도 그렇고… 거기서 김 덕수씨도 보셨고요…
    노라노 스카프가 참 고급스럽습니다…

    서울, 아니 북촌에…볼수록 참 좋은 곳이 많군요….
    다정이란 칼국수집은 나도 아는 집 같은데.. 여주인이 안동 진성이씨인 …    

  4. 벤조

    05/11/2013 at 19:34

    떠돌이들이 사라진 거리에 참나무가…ㅎㅎ
    북촌 브람스, 한국에 가면 한번 가야겠는데
    그렇게 말하면 택시 운전사가 데려다 줄까요?
       

  5. 참나무.

    05/11/2013 at 20:57

    스카프…자세히 살펴보니 예사로운 게 아니데요
    시대별로 노라 노 선생의 작품들이 세련된 스타일화로 찍혀있답니다
    특히 미국 Macy’s 백화점 1층 진열장 전부 노라-노 작품들만 전시한 적 있는데
    – 이건 대 사건이지요…아무 백화점이나 1층 진열장 상상해보셔요!!!

    첨엔 물실크인 줄 알았는데 더 자세히 살펴보니
    all silk- 드라이 크리닝 해야하는…!
    허기사 옷을 가저온 오래된 고객들을 위한 사은품으로 제작되었으니…

    그리고 브람스 다방 사장님도 시네선재..자주 다닌다했습니다
    스카프내력을 자랑했거든요 제가…;;

    다정…홍상수 감독 영화 ‘북촌…’ 에도 나온 영화속 배경이랍니다
    자세히 아시는군요….안동 진성이씨면…?
       

  6. 참나무.

    05/11/2013 at 21:02

    벤조 님 서울 오실 때 벤조를 크게 울리셔요…^^

    브람스 다방 진짜 주소는 재동 xx번지…

    안국동 헌법재판소 가는 쪽으로…쉽게 찾을 수 있는장소랍니다
    4거리에서 도보변에 접한 곳이어서

    브람스 ..바로 아랜 젊은이들이 테이크 아웃 자주 하는
    이디아(?) 이름있는 카페가 있던데…
       

  7. 주은택

    05/11/2013 at 22:03

    내가 태어난 가회동에서 불과 몇 백 메터 떨어진 곳이라
    매우 반가운 사진들입니다..헌법재판소는 원래 백송나무있는
    창덕여고 였고요…안국동네거리에서 재동네거리 그 안에 있군요
    브람스 다방이..매번 귀국 때마다 한번씩은 꼭 걷고 오는 곳입니다..
    풍문여고 뒷족으로는 윤보선 씨네, 그리고 배우 남정임씨도 그곳에
    살았고요..아! 참 즐기고 갑니다..    

  8. 참나무.

    06/11/2013 at 01:17

    작가 정연희 선생님이 여동생이시라는 사실
    ‘글로리아 스완슨’ 선샛 대로 읽을 때 알았지만 인사드리지못했습니다

    시대 지나온 분들만 아는 특별한 이야기들
    짬나는 대로 건너가서 읽겠습니다

    자주다니는 풍문여고 근처랑 가회동
    자주 다니셨을 브람스 다방 근처…
    그 길 때문에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9. 비풍초

    06/11/2013 at 03:08

    엇 브람스 (라고 쓰고, 브라암스라고 읽는다) 다방 소개넹? 여기 제 시인친구 단골집인데요.. 동창들이 한달에 한번 정도 여기가서 야밤에 와인 마셔요.. 다들 술고래들.. ㅎㅎ
       

  10. 참나무.

    06/11/2013 at 07:29

    여하간에 일요일 제가 브람스 다방 들리길 참 잘했네요

    ( 미남 아드님은 제대했나요- 조심스랍게…;;)    

  11. 지해범

    07/11/2013 at 03:51

    분위기 좋은데요.   

  12. 참나무.

    07/11/2013 at 15:22

    그랬답니다 지기기자님도 한 번 가 보시면
    멋진 기삿감 되지않을까 싶은데요
    저도 다시 가보고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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