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를 팔지않는 집인데
‘원두 좀 팔지않겠냐’고 사정조도 아니고 허퍼삼아 청했는데
100g만 주겠단다.
-100이상 사지도 않아요 저도…
이런 말 했는지 기억은 안난다만
주인장은 조그만 목소리도 ‘120g정도’ 될꺼라며
드립 커피 큰 잔으로 마신 후 아기때문에
금방 나와야하는 나에게 계산할 때 건내주었다.
원두 사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
핸드픽으로 깨진 거랑 그래도 남아있는 껍질 모두 제거한 후
같은 봉지에 담아두는 버릇이 있다
깨진 건 몇 개 나오지도 않았고 껍질도 떨어지지않아
음.. 꼼꼼한 바리스타였구나..
거기까진 좋았는데
아무리 봐도 그람 수가 모자라는 것 같다?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120g 좀 넘을거라며
100g,시중가보다 훨씬 싼 가격이어서 기분이 아조 좋았는데
더구나 그날 ‘오늘의 커피’ 는 내가 선호하는 캐냐AA+
미심쩍어 저울로 달아보니 60g 조금 넘는데서 눈금이 머무는 거다
그럴 리가 없는데…그램수 속일 사람같지 않아
내 저울이 고장인가 서너 번 더 확인했다
더구나 그럴 *사이도 아닌데…
"요담엔 꼭 드립커피를 드셔요…"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고 나오는 나에게
부탁처럼 말하던 주인장 말이 숙제처럼 떠올라
네번째 옥인동 ‘수성동 계곡’ 09번 버스 종점에 위치한
입간판에 드립 커피 전문 goodthing coffee에 들렀을 때다
일민 미술관에서 "노라노發 기성복의 역사(?) 에 관한 전시회 본 후
약간의 시간이 남아서
카페엔 손님같지않은 나또래 부인이 혼자 앉아있었고
난 얼마되지않는 시간에 그 부인이 주인장 어머니라는 사실과
진주여고 동문이라는 것까지 알게된다
구팅이- 구석이란 경상도 사투리가
카페 제목이라는 것에 관하여 주인장과 얘기나눌 때
불쑥 나에게 진주사람이냐 물어서 그렇다 했더니
"진주여고나왔어요?"
– 네에…37횐데요(이상하게 이 숫자는 안잊어먹는다..ㅎㅎ)
카페 주인장 어머니는 한 해 후배란다
그러면 38회…
진주 이야기가 약간 오가고
나야 바쁜사람이라 금방 일어났지만…
그랬는데 어머니 선배인 나에게 그램수를 속이다니
도대체 이 일을 어찌해야하나
그 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핸드픽 하면서 깨어진 조각까지 랩에 싸고 일단 그대로 함봉하여뒀다
모월모일 한 번 더 가서 싸들고 간 봉지 꺼내며
‘그램수 확인해봐라…’
.저울이 고장이냐…’이래야 하나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려야하나…
기분 좋았던 마음과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거디어따
아직 남아있는 향 빠진 다른 커피봉지로 커피타임 할 때도
자꾸 뜯지않은 그 봉지가 숙제처럼 남아 찜찜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그날 들고갔던 가방을
다른 가방에 옮겨담고 외출하려는데
가방 안에 비슷한 싸이즈의 커피 봉지가 또 하나 있는 거디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소름이 돋았다
귀신이 곳할 노릇아니고 뭔가…;;
두 봉지 씩이나 받을 때 나는 뭐하고 있었을까
무슨 얼빠진 생각 하느라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까…이말이지
아니다 주인장은 다른 봉지에 넣은 걸 그대로 가방에 넣었다
한 봉지만 꺼내어 사단이 났나보다…;;
그간 의심하고 섭섭했던 마음은
고마움으로 바꿔면서 스스로를 자책했다.
주인장이 얼마나 꼼꼼하고 커피 사랑이
얼마나 간절한지 그냥 이해가 되더라
100g을 두 봉지로 나눠담는 일
미세하지만 그만큼 커피향을 더 즐기라는 뜻인데
원두사기 20여년 훨씬 넘는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계산할 때 나에게 생색내며 설명이라도 했으면
이런 오해도 생기지 않았을텐데
그러고 보니 주인장은 말수도 적은 사람이었다.
나랑 한 해 후배*사이인 어머니 설명으로
멀쩡하게 월급쟁이 생활자알 하다
갑자기 이런 커피집을 차렸단다..
내가 할 일 하나 뿐이다
나는 자주 가지도 못할테니
블로그질로 커피마니아가 주인인
굿띵커피 칭찬하기.
아기 없는 오늘아침
오랜만에마음으로 즐긴 ‘졸졸졸~~’
시냇물 소리같은 Goodthing 드립 커피에다
라두 루푸 슈베르트까지…
더더구나 기분 업 된아침.
오늘은또 어떤 좋은 일이 날 기다리고있을지…
Piano: Radu Lupu / Violin: Szymon Goldberg
Schubert Fantasie for violin and
piano in C major D 934(Full)
decimare
16/11/2013 at 01:45
봉지 커피에 중독되어 있는…제게는…너무나 먼 "귀퉁이"지만…
한 번…찾아가 보겠습니다.
참나무님의 광고(?)를 보고 왔다고 말하겠습니다. ㅎㅎㅎ
도토리
16/11/2013 at 03:01
아름다운 마음씨가 두루두루 느껴집니다.
등장 인물 모두에게요..ㅎㅎ
꿀까페에서 노래교실합니다.
이번 주에 시작했다네요..
무심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 매일 보던 글귀가 생각나서
저도.. 업을 박차고 즐기려고 합니다.끙….^^*
summer moon
16/11/2013 at 04:41
해피엔딩이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참나무.
16/11/2013 at 12:19
구팅이 표준어가 귀팅이인가요…
마레 님이 한 번 가보실 생각을 하셨다면 이 광고성 글 효력있는건가요
접대성 멘트아니고 꼭 가보신다면
제 이름 달고 외상으로해두셔요…^^
참나무.
16/11/2013 at 12:24
네 저도 여러 번 문자로 소식 전해받았어요
이번 주에 시작하는군요
토리샘 집 정도의 거리라면 가 보겠습니다만
우리집에선 좀 먼 거리라 답을 않았어요…
예전에 노날에선 우리 가곡만 아니고 모든 성악곡 같이 배운적은 있는데
다 지나간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할머니가 되어도 전문직에 종사할 일이 있는 거 얼마나 대단한데
무슨 그런 말씀을…절대 놓지마시길…
어느 금요일 시간내셔요 제가 자알 모실게요
참나무.
16/11/2013 at 12:27
맨 위 사진은 옥인동 커피공방 다녀와서 찍은 겁니다
우연히 그 때도 캐냐AA+여서 문단정리용으로 …
모두 덜렁대어 생긴 사건(?)이네요…ㅎㅎ
참나무.
16/11/2013 at 12:27
" 귀퉁이" 오타 – 마레 님 죄송…;;
decimare
16/11/2013 at 13:00
비싼 거….마시겠습니다. ㅎㅎ
참나무.
16/11/2013 at 13:03
넵~~아무쪼록…^^*
decimare
16/11/2013 at 13:17
저도…달고 마셔도 될까요?
비싼 거…
ㅎㅎ
士雄
17/11/2013 at 23:16
ㅎㅎ 광고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