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다니는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오랜 행상으로, 팔과 다리에 신경통이, 늘 “총각 어떻게 할겨, 살껴?” 그럼요, 살아야지요 살아봐야지요. 수산시장에서 – 윤중호(1956~2004) 한 해를 돌아보며 메리를 비는 저마다의 마음 고백. 크리스마스카드만 모아둔 라면박스를 툭하면 꺼내 열던 시절이 있었어요. 친구들이 절로 기억이 날 때요. 친구들이 절로 잊힐 때 요. 말장난이 난무하는 시대, e메일도 귀찮아서 이제 문자메시지로,SNS로 성탄절 인사를 전하고 말 때, ‘산다’ 라는 별말 아닌 그러나 별말인 게 분명한 삶에서 친구를 살려내는 한 시인을 생각합니다. 전야의 밤과 같은.<김민정·시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 . . . . . . P.S . . . . . . . . . .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마18:1-4) . . . .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엄니가
몸살을 앓으신다길래
영광굴비나 한 두름 사드릴까 하고
수산시장을 기웃거리다가
“아줌니 이거 어떻게 해요.”
주머니 돈을 꾸깃거리며 묻는 내게
“맛은 참 좋은디 비싸서……”
내 꼴이 꼴뵜던지
졸다 깬 눈을 다시 감으시는
아줌니의 피곤한 꿈 너머로
영광굴비 대신으로
굴비보다 더 싸게 엮여 들어간
친구 놈의 허연 얼굴이, 대롱대롱
바람에 흔들리고
불쌍하기는, 담장 밖에 갇힌 사람이
더 불쌍하지만
면회랍시고 책 한 권 밀어넣어주고
말을 잃고 있는 내게, 연애하라고
비죽이 웃던……
“……”
소주잔에 놈의 얼굴이 비치고, 거짓말처럼
황사바람이 불어오고
가톨릭에서의 고해성사라도 되듯 누군가의 이름을 머리에 두고 내가 잘해줬나 못해줬나
도토리
27/12/2013 at 07:15
이 곡…
들을수록 울고 싶어지네요….
어쩌지요….?^^*
dolce
27/12/2013 at 07:23
빨리 마음 푸세요….
너그럽게 봐주시고요. ㅎㅎ
초록정원
27/12/2013 at 08:21
2004?? 이미 고인이라는 건지?? 싶어 검색해 보니
저 세상으로 먼저 간 시인이군요.
살아본다더니.. 바보..
행색이 초라할만큼 가난했나 봅니다.
가난 할 수록, 많이 힘 들 수록 삶의 의지는 더 강해지는 것 아닐까 싶어요.
그가 남긴 또 다른 시가 마음을 두드리네요.
곰삭은 흙벽에 매달려/ 찬바람에 물기 죄다 지우고/ 배배 말라가면서/ 그저, 한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
– 윤중호 ‘시래기’
음악 너무 슬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