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타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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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줏굿은 한꺼번에 터진다고…어제 참 바빴다.

현지니 하부지 갑자년 동안 살면서

그리 심하게 감기 앓기는 첨이라했다.

현지니도 주말 동안 지네집에서 감기가 들었단다

열이 펄펄끊어 병원엘 다녀왔다며 약 봉지를 꺼내놨다.

 

어젠 설 대목 장도 봐 왔고

다녀오면 또 곧바로 해야 할 일거리는 태산인데

현지니는 당췌 잘 생각이 없었다

올리뷰 리뷰도 어제가 마지막인데 깜빡 잊고있었으니…;;

 

그렇거나 말거나 요즘 시장에 나가면 봄이 와있더라

어제 경동시장도 그랬다

요즘은 뭐 냉이까지 온상 재배 한다고들 하지만

어제 처음으로 푸릇한 보리 한 소쿠리 사와봤다

단돈 2천원….

이걸 어떻게 먹냐… 조리법 물어보니

된장풀어 국끓이면 둘이 먹다 셋 죽어도 모른단다- 나 참 귀가 앏아서리

 

봄동 두어 포기 사다 보드라운 건 쌈싸먹고

중간 건 겉절이, 질긴 건찌짐(부침개)

두엇닢 뜯어 된장찌개에도 넣어봤더니

짠 된장과 부드러운 단맛이 어우러져 그렇게 맛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두어 줄기 남아 굴러다녀서 참깨라면에도 넣었더니

라면 맛이 화악 달라지더라

‘명품라면이네…’ 이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니까

 

별거 별거 다 사서 121번 ‘화개사~서울 숲’ 버스를 타니

예전에 친절했던 그 기사를 또 만났다.

올라오는 승객들 웃는 얼굴로 일일이 인사하고

내릴 때미리 일어서지 말라하고

노인들 타면 손잡이 잘 붙들어라 그러고…

저러다 운전에 지장있을라 걱정될 정도로 친절한 기사아저씬데

어느 누구하나 고맙다 말하는 승객은 없었다.

 

버스 라지오에선 조영남 최유라 방송이 적당한 소리로 흘러서

설 대목 차 막히는 시간인데도 지루하지않더다

 

# xxxx~~

들뜬 목소리로 ‘지금 지갑에 들어있는 사진을 찍어 사진에 얽힌

약간의 사연 첨부하여# xxxx~~ 로 보내면

1등 한분께 로버트 청소기 …

또 다른 10분(?)도 뽑아 선물공세를 하겠다고. . .

 

사진과 사연 올라오는 동안엔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이런 코너도 있어서 요절복통하게했다.

어느 며느리가 당신 시부모님들 건망증에 관한 얘기

나도 한 건망증 하는 사람이라 귀담아 들었다.

 

어느 해 추석 전날 시댁에 간

며느리: 어머니 추석인데 왜 송편 안만드시고 만두를 빚으셔요?

시어머니: 아 맞다 나는 설인줄 알았네…

할 수 없이 그해 추석엔 송편 대신 떡만두국으로 차례를 지냈단다

 

며느리: 헷갈리시겠어요 할아버지 할머님께서

시어버지: 괘안타..울 아버지 어무이도 건망증 우리만큼 심하셔서 설인줄 아실거다…

 

차례 지낼 때는 시고모님도 오셔서 다 마치고 배웅할 때

택시비 드려도 아끼느라 버스타고 가실거라며

택시잡아 드린다고 시아버님과 같이 나가신 후

얼마되지않아 시고모님만 혼자 들오시더란다

 

시고모님: 내 못산다아..느 아부지때매… 택시 붙잡고 왜 지가 타올라 가버리노…

시어머님:잠잠하더이 또 시작이네..,핸드폰도 지갑도 안가졌으니

아가야~~ 좀 있다 돈 준비하고 길에 서있거라고마…곧 되돌아오실거다…

 

이런 이야기를 두사람이 어찌나 재미지게하는지

버스 안 사람들도 킥킥 웃었다

나도 좀 더 있으면 그 시부모님처럼 되지않을까 심히 걱정이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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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갑 안에 든 사진과 사진 설명 중에서 1등은

이혼한 부인과 딸 사진 보내면서 ‘다시 합치기를 원한다’는

어느 이혼남이 당첨이 되어 로봇 청소기를 탈 거라 했다.

 

대형 T.V 탄 사람은 시부모 모시고 사는 울산사는 어떤 남자

좋다며 어찌나 고함을 지르는지…정말 배꼽잡았다.

상품도 많고참 훈훈한 방송이다 생각하며

 

언제였나 손풍금 님도 이 코너 당첨 되어 방송 들어라 했는데

건망증때메 놓친 게 다시 아까웠다.

 

사람 맘이 거의 비슷한 지

나도그 이혼남 …

헤어진 부인 본명까지 말할 때 뽑혔으면 했는데

제작진들도 ‘다시 합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뽑았다 했다.

 

나 지금 왜이러고 있나…;;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데…쯧

현지니 늦게까지 안자는 바람에

또 올리뷰 리뷰 쓰느라 잠이 다 달아나버린 모냥이다

 

그나저나 보리 된장국 맛은 어떠려나

한 번도 안먹어 본거라 내가 더 궁금하다

13 Comments

  1. 산성

    28/01/2014 at 00:44

    늘어놓은 봄나물 소쿠리에 다정해지다가
    라지오 중계 방송에 다시 웃습니다.
    태워보낼 택시에 본인이 올라탈 세월이 된 것입니다.
    저도 새해 내내 감기 달고 사는 것 같아
    식구들에게도 미안하고 식탁위 약통에도 슬슬 지쳐 갑니다.
    할아버지 독감으로 아프셔도 감기 들이지 않으시니
    놀랍습니다.

    설명절 바쁜 시간, 봄바람으로 보드랍게 잘 보내시고요~

       

  2. 八月花

    28/01/2014 at 00:45

    설장 다 봐 오신 모양이네요.
    저는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모자라는 것만
    동네 가게에서 사려고요.

    보드라운 보리순으로 끓인 된장국.
    딱 한 번 먹어봤는데
    먹고나니 보릿국이라고..
    된장맛이 넘 강해서..

    너무 힘들지 않게
    명절 잘지내시길 바랍니다..

       

  3. 참나무.

    28/01/2014 at 00:54

    어제 잠결에 정신없이 올렸네요- 그저 봄 느끼시라고…^^
    잠깐이라도 웃으셨으면 다행이지요- 아마 그래서 올린 듯

    진짜 산성님 감기 오래가네요
    저는 아마 바빠서 감기 걸릴 시간이없나봅니다…

       

  4. 참나무.

    28/01/2014 at 00:56

    넵…그래도 둬 번 더가야지요

    오늘 아침에도 현지니하부지 밥맛없다고
    잣죽끓여서 아직 보리된장국을 안끓였네요
    저녁에나 아마도…

    인터넷…편하시겠다- 전 습관이 안되어서
    비번 서너 번 바꾸라는 말 들은 이후 그냥 포기…;;

    팔웡화님은 아직 건망증시기는 아니시지요..^^
    아고 늦었어요
    오늘 수영장 식구들 또 회식있다던데..허러럭~~
       

  5. shlee

    28/01/2014 at 01:46

    현지니 할아버지 아프셔서 어떻게해요?
    요즘 감기가 잘 낫지 않는것 같더군요.
    우리 아들도 계속 병원에 다니는 중…
    설날이 되기전에
    감기 나으시길~~~   

  6. 八月花

    28/01/2014 at 05:24

    흑흑
    24일 전 주문한 것만 배달해준대요.
    대목이라ㅡ
    마트 가야지요.에구.

    건망증은 소싯적 부터의 난치병입니다.ㅎㅎ
       

  7. 28/01/2014 at 05:51

    재미난 라디오 사연 엄청 웃었습니다~
    외워뒀다가 널리 알려야 마땅할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ㅋㅋㅋ
    (고맙습니다. 설에 집에가서 즐겁게 잘 활용하겠습니다~ ^^)   

  8. 선화

    28/01/2014 at 06:58

    저도 오늘 아침 냉이된장국 끓였습니다 바지락이 없어서 굴넣고는~ㅎ
    글구 설 세려고 떡집과 마트엘 댕겨왔습니다
    옛날엔 넘쳐나는 사람으로 제가 꼭 몸살을 앓았는데
    이제는 덩그마니 울부부만….
    간단히 차리려구요..
    늘 건강 잘 챙기세요~~^^
       

  9. 참나무.

    28/01/2014 at 07:59

    제 건망증도 오래오래된 지병입지요 괜히 반갑네요 팔월화님도 그러시다니.., 여행 사진들 빠뜨리지말고 전부올려주셔요 꼭!!    

  10. 참나무.

    28/01/2014 at 08:00

    오늘도 피검사 하러 가는 날인데 연기하데요 자리보전하고 누워있는 혀지니하부지 쉬리님도 아드님 수저들 꼭 펄펄 소독하시고 조심 또 조심하셔요… 우짜든지 체력을 보강해야합니다 우리 주부들은…^^ ( 일산 그 카페 요즘은 어떻게 누가 운영하는지요?)    

  11. 참나무.

    28/01/2014 at 08:00

    저 사실은 오늘 회식할 때 라지오 사연 몇 개 울궈먹었어요 요즘은 한 번 웃겨주는 게 제일아라며 … 내 주변 몇사람들 하하호호 많이 웃더만요…^^   

  12. 참나무.

    28/01/2014 at 08:10

    음…제주도 사람들은 왜 설 명절을?

    저녁엔 보리된장국 끓일겁니다 저도
    근데 울집 남자도 첨 보는 낯선 음식은 잘 안먹는데…은근 걱정이네요

    제주도민과 이리 소통하니 잘 즐겁습니다아~~^^*
       

  13. 조르바

    29/01/2014 at 01:35

    오랫만에 집에서 느긋한 시간 보내니 좋네요
    심어 놓으신 음악 들으며 몸과맘이 노골노골~행복감
    베토벤얼굴 떠올리기도하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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