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그날 밤은 보름달이었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밤의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꽃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ㅡ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ㅡ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ㅡ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ㅡ네, 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내 아이들은 박꽃이 무엇인지 한번 보지도 못하고
하나씩 나이 차서 집을 떠났고
그분의 눈물은 이제야 가슴에 절절이 다가와
떨어져 있는 것이 하나 외롭지 않고
내게는 귀하게만 여겨지네

ㅡ 문학과지성 시인선 193 이슬의 눈 70p

어제 이 시간 즈음 이 시의 탄생 배경을 들려줬다

전혀 어울리지않는 낭낭한 목소리로

다른 책에서읽었던 기억이 있었던. . .

어제 잠자리에서 마종기 시집 이 페이지를 펼쳤다

시인의 아버지마해송선생의 동화책을 읽고 자란 우리 세대

시인의 탄생 연도를 표지 안쪽에서 살펴보니 1939년생

나보단 윗 세대지만 비슷한 느낌이 전해진다

책보다는 아이폰을 좋아하는내 아들 역시 박꽃을 모를 것이다

오늘부터 어기야버기야 본격 설 준비에 돌입 할 것이고

나는 짬짬이 ‘마데 인 차이나’ 조화 달고 갇혀있을

울 엄마 생각 하는줄 우리집 사람들은

아무도모를 것이고. . .

배경음악, John Dowland:Flow my tears 바꾼다

방과 후 엄마에게풍금으로 먼저 배웠던

구노, 슈베르트세레나데들언덕위의 집,

‘깊어가는 가을 밤에’…이딴 거 배우던 그 시절로

. . . . . . . . . .

잠시만. . . . . . .

4 Comments

  1. 선화

    29/01/2014 at 04:56

    참나무님! 저도 오늘부터 짬짬히~ 설 준비를…ㅎ
    마침 부엌에 제 컴이 있어 지금도 ‘무우굴밥’을 뜸들이며 잠시 짬을내서
    참나무님 글을 읽어봅니다 (三食씨 울 짝 점심으로..)
    "박꽃" 전 알지요… 근데 박꽃은 왜? 달빛 밤에 봐야 더 멋진건가요?
    하얗고..왠지 슬퍼보여서? ㅎㅎ
    설 명절 잘 보내시고 넘 맛난것 많이 준비하지 마세요!! ㅎㅎ   

  2. 산성

    29/01/2014 at 08:25

    박꽃 정도는 모두들 알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 동네 천변에는 박꽃 올리는 쉼터가 제법 있거든요.
    하기사 알고 보는지
    그냥 흰꽃이라 생각하는지는 물어봐야겠습니다.
    박꽃이 아름답구나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그 시절의 쓸쓸한 대화법입니다.

       

  3. 참나무.

    29/01/2014 at 12:12

    남자들은 왜 모두 라면을 좋아하시는지들…^^

    요즘은 참깨라면을 잘 먹데요
    매콤한 소스 때문인지…
    박꽃은 밤에피지요…그래서인지도…
       

  4. 참나무.

    29/01/2014 at 12:14

    밤에 피는 하얀 박꽃…우리는 그 정서를 아는데
    요즘 세대들 글쎄요…

    참 로맨틱한 부자시지요
    현지니 떠나고 이제사허리펴고 좀 쉽니다
    감기는 좀 나아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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