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

…여늬 때처럼 인사동 한 바퀴 돌고 안국동 네거리에서

제가 많이 좋아하는대사관저 돌담길 따라 걸을 때였어요.

검정 옷에 좀 많이 크다싶은 코사지를

가슴에 달고 걸어오는 여인이 있었어요.

거리가 점점 좁아지자 코사지는훨씬더 크게 다가왔고

얼굴을 올려다보니 연세높으신 분인데화장도 꽤 짙어보였어요.

으음 대담하신 분인갑다 …그러고 지나쳤는데

아…그분은 천경자화백이셨어요.

다시 되돌아 가 인사를 드릴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점 점 더 멀어지고…

되돌릴 수 없는 그 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버린겁니다

한참 지난 후 당신 작품들 시립미술관에 몯 기증하고

미국 따님 댁에 계시면서 치매를 앓으신다는 소식은

선생님의 사위 되는 분의 전시회(일민 미술관)에서 듣게됩니다.

이후 지금까지별다른 소식을 듣진 못했네요.

제가 정신이 없어 혹 타계소식을 모르는 건지

혹 아시는 분계시면 알려주셨으면…

천경자의 1954년작 ‘목화밭에서’ 작품 사진
천경자의 1954년작 ‘목화밭에서’. 세로 114cm, 가로 89㎝. 종이에 채색. /개인 소장

출처: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어머니가 떠오르는 그 이름 ‘천경자’ 2014. 3. 6 (목)

오늘 아침 홍라희 관장의 목화밭과 함께 올라 온 기사를 보니

선생님은 그 때 혹시 갤러리 현대,

당신 전시회 일로 볼 일 보시고 저랑 반대로

인사동으로 가시는 길은 아니셨을까…

요즘 흔한 영화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망설이지않고 다시 뒤쫒아가서

많은 얘길 했을 것같습니다

밝은 배추색과 형광 오랜지 색에 관해서

사기그릇같은 핑크색물고기나

북해도의 영란(스즈랑)…

오늘 경칩이니 개구리가 그려진 쥘부채 이야기도. . .

. . . . . . .

이 이야기 전에 했나싶어

제 글들 천경자로 검색해보니

잡글들 참 참 많기도 하네요

고정희 시인을 다시 만나

음악,..그림 제목과 같은 목화밭으로 했다가

아무래도 아니어서 그 때랑 같은 조합으로

. . . . . . .

…무슨 잠꼬대같은 소린지…

그저 홍라희 관장처럼

엄마생각 나서 그러나… 하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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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생각
고정희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대 쓸쓸함에 다가갔다가 그 쓸쓸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어떤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가 돌아오는 발걸음을 멈췄을 때, 내 긴 그림자를 아련히 광내며 강 하나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거리에서 휘감고온 바람을 벗었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이쁜 은방울꽃 하나가 바람결에 은방울을 달랑달랑 흔들며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이후 이 세상 적시는 모든 강물은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서는 내 뒷모습으로 뒷모습으로 흘렀습니다

6 Comments

  1. summer moon

    06/03/2014 at 18:59

    생각해보니까 제가 처음으로 참나무님 블로그에 오게 되었을 때
    읽게 되었던 것이 고정희 시인의 ‘그대 생각’ 이었어요,
    시를 읽으면서 자주 찾아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지요
    그땐 전 블로깅을 시작하기 전이었고…^^

    천경자 화백님 근황이 저도 궁금한데…

    그분의 화집들을 보면서 ‘나이 듦’ 대신에 그분의 정열과 여행과 사랑을 만나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강함과 깊이가 여전한 작품들!   

  2. 도토리

    07/03/2014 at 00:37

    천경자화백님도 그립고 궁금하고
    고정희 시인의 시어들도 아름답고.. 하지만
    오랫만에 만난 썸머문의 자취가 더더 반갑습니다..
    그 사람의 내음을 느끼면서
    흠흠거리며 얼굴을 파묻고 싶어지는…ㅎㅎ^^*   

  3. 참나무.

    07/03/2014 at 06:14

    …긴 답글 개인적인 거라 부끄러워 다 지웠어요…;;

    그냥 토리샘 답글이 제맘이어서…대신합니다아~~^^*

       

  4. 참나무.

    07/03/2014 at 06:19

    이우환샘 이야긴데요
    인사동 박영숙 아뜨리에에 그의 푸른 한 획 접시가 있는데
    이우환 샘 작품은 가격이 없고
    그 아뜨리에 주인장이 그은 하양 주전자랑 접시의 한 획…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뜬금없이…;;

       

  5. 초록정원

    07/03/2014 at 06:38

    저는 딱 맘에 드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가는 여인을 뒤에서 보고
    앞모습이 궁금해서 막 앞질러가서 봤더니 이효재씨더라구요~ ㅋ
    제가 더 놀랬지만ㅎㅎ 인사하고 왔던 기억 있어요.
    여느 여인들처럼 여자끼리 수다하면서 가더라구요~
    맨얼굴빛이 맑더군요. ^^

    쫓아가서 인사 하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다 아쉽네요~ ^^
       

  6. 참나무.

    07/03/2014 at 06:45

    그러게요…가리늦게 사위되는 분과는 많은 얘기 나눴어요 그 사위도 대단한 분이지요 자기 작품 알려지기전까지 장모님 얘긴 단 한마디도 않았을만큼 고집있는 분이데요 따님도 섬유공예가지요… …효재씨는 여러 번 만났지만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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