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느리게, 놀멘 놀멘

. . . . . . .

어제 주일은 아무것도 않고 집으로 오려고

설렁설렁 느리게 걸었다

버스 타기 직전…

잠깐 생각을 고쳐 충무아트홀 안으로 들어가봤다

무슨 공연인지 젊은이들이 많기도 했다

프랑켄 슈타안인지 반 고흐 뮤지컬인지

‘비오는 날의 수채화’展

제목 때문에 들어가 부담없이 잠깐 거닐다

응봉산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아무래도 개나리 다 지기 전에 올려다만 보다

숙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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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허탕치고 세 번째였다.

처음엔 서울숲에서 가는 길이 폐쇄된 걸 모르고

두 번째는 비가 와서 미끄러질까봐 접었거든

어제처럼 화창한 날그냥 실내에 있기는 아깝더란말이지…

예상한대로 사람들도 나처럼 ‘개나리다 지기 전에’

이런 마음이었는지 길을모르는 사람이어도

앞사람 따라 그냥 올라가면 될 정도였다

내 바로 앞의 노인은 ‘이제 막죽이다’

경상도 분인지 이런 말도 살짝 들렸다

딸인 듯한 여인이 곧장 뒤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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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할머니 한 분도이쁜 여자아이랑 같이여서

나이를 물어보나 손가락 4개를 펼쳐보인다

워낙 급경사 코스여서 …

내년 쯤엔 나도 울 혀니지 데리고?결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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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엔 일출 보러 멀리 다니기도 했는데

그도 점점 시들해져서 동네 가차운 응봉산도 안올랐다.

나름 서울 전망이 한 눈에 내려보이는 곳이긴 한데…

4월4일 개나리 축제전에 훨씬 더 빨리피었다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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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넉넉한 시간되면 남산까지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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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Jeongotgy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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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書堂契會圖 more<–

늘 올려다 보던 응봉산 내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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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길로 돌아 와

라지오랑 책이랑 T.V랑 함께

존 바비로리경 브람스 2악장처럼

느리게 .놀멘놀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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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심포니4번. 2악장 – Wiener Philharmoniker

Sir John Barbirolli

8 Comments

  1. 도토리

    07/04/2014 at 08:52

    아침보다 사진이 많이 늘었어요.ㅎㅎ
    공부할 것도 참말로 많네요.

    살곶이 다리는 이성계가 이방원에게 쏜 화살이 빗나가서 박힌 다리라고..
    어디선가 읽고 겨우 기억해놨는데
    자료가 넘넘 방대하셔요…헥헥….^^::   

  2. 아지매

    07/04/2014 at 09:15

    거의 맨날 맨입<?>으로 "아름다운"울 듣고 읽고 즐기고 있잖니
    저의 죄송한 마음도 드네요 보답할 길이 있길 ^^
    이 곳에 가만 앉아서 그리운 경치도 감상하고
    참나무 종류가 많네요 그냥 모조리 도토리나무라고만 알았는데 ㅠㅠ
    몇사람이 어제 가까운 산엘 갔었는데 한글을 조금 아는 아이도 왔길래
    "개나리" "개나리"를 가르쳐주느라 나리 나리 개나리도 불러보고
    이렇게 님과 이심전심이었던 시각이 있었구나 괜히 친한 척 ^^ 해봅니다
    오늘도 좋은 오후!! 보내세요   

  3. 참나무.

    07/04/2014 at 10:50

    넵 조조하나 보러 가려고 대강 올려뒀다
    다녀와서 사진도 바꾸고- 아마 이후에도..저야 늘 그렇지요
    첨주터 다듬어 내놓진 못하지요…한가할 때 실실 보셔야합니다.   

  4. 참나무.

    07/04/2014 at 10:51

    독일엔 우리나라 봄꽃이 거의 다 피나보데요
    크로커스 스노우드랍은 물론 복수초 개나리까지…
    진달래류도 피나 모르겠네요?

    양지쪽은 잎과 꽃이 반반이고
    음달은 ‘아직’ 오랗더군요…
    매 번 좋으시다니 저는 더 고맙지요…^^

    제 아니디가 참나무여서 참나무과는 아는 편입니다만
    다른 종류는 자꾸 잊어버려서 올려뒀습니다 공부삼아…

    재밌는 시 하나 올려드릴게요
    오래 전에 포스팅했지만서도 늦게오셨으니 아마 모르실 것같아서
    잠시만요 복사해올레요~~
       

  5. 참나무.

    07/04/2014 at 11:03

    아지매님께:

    탁족(濯足) – 윤정구

    청계산 골짜기 물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졸참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키 크고 어깨 우람한 굴참나무 사이
    땅딸막한 졸참나무가 중얼중얼
    직속상관 관등성명을 외우고 있었다
    (사단장 물박달나무 연대장 산초나무 대대장 호랑버들…)
    지나던 봄바람이 귓속말로 속삭인다
    (진달래가 면회 왔어)
    졸참나무는 깜짝 놀란다
    어릴 적 소꿉친구 진달래가 웬일인가
    소문이야 믿을 게 못 된다 하더라도
    내가 저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잘 알면서
    말 한 마디 없이 동네를 떠났던 고 미운 계집애
    졸참나무는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직속상관 관등성명!)
    갑자기 나타난 호랑버들이 지휘봉으로 뱃대기를 찌른다
    지휘봉에 찔리는 순간
    외웠던 것을 몽땅 잊어버린 졸참나무
    고개를 떨구어 죄 없는 땅바닥을 내려다본다
    콧등이 시큰해온다
    (진달래가 왔다고, 달래가!)
       

  6. 참나무.

    07/04/2014 at 12:50

    휴대폰 안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 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梧田)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입을 때
    흔들어 봐도 안 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 넣고 걷다 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 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시냇가에 앉아 구두와 양말 벗고 바지를 걷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새긴
    화끈한 문신(文身)들!
    인간의 손이 쳐서
    채 완성 못본 문신도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을 수 있는 것이 어디 있는가?

    – 탁족(濯足) – 황동규

    ※ 탁족: 여름철에 계곡 물이나 냇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좇는일

       

  7. 김진아

    07/04/2014 at 15:12

    올 봄 제 핸드폰 벨 소리는 비발디로 ..^^

    제가 참 좋아하는데 그 동안 묵혀 놓았던 것을 마음 놓고 벨소리로 즐기고 있어요.

    산에도 가고 싶고 여기저기 정말 다녀 보고 싶은 곳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응어리지는 것이 안될 것 같았거든요.

    바쁘다 보니 블로그 글을 읽고 음악을 흥얼거리다가도 울컥 하기도 하면서..

    봄이..마음까지 싱숭생숭 만들어요.

    건강하시고…내내 옆에 계셔 주세요. ^^

    참나무님..   

  8. 아지매

    07/04/2014 at 16:33

    참나무님께:
    참 다감하시다^^
    찡하게 감동을 주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해가 제법 길어진 저녁 날씨도 포근하니 바깥으로
    저녁상을 내놀까 잠시 유혹도 느꼈지만 아직은 기분만 앞서는 형편 ^^
    제게 주신 시를 음미해보면서 너무나 다복한 저녁시간을 갖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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