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보다 내가 오래살아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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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니하부지 눈치없음 때문이다.

아직 내 컵과 내 수건 따로 쓴다는 걸 잘 모른다

당신 컵이라고 정해준 컵도 있는데

손에 집히는대로 물이나 커피를 타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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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잔뜩 불편하다

물론 눈치못채게 내 커피잔은 얼른 씻어

싱크대 2단에 올려두고 문닫아 두지만

물 빠지는 동안이나 가끔 잊을 때 있으면

집히는 대로 아무 잔에나 마신다

아들잔도 따로 있어서 울 집에 오면

일부러 거기다 커피 타 주곤 하는 데

아들은 총각 때 쓰던 지 잔을 기억한다

내 수건도 따로 쓰는데 가끔 간수 잘 못하면 되는대로 써버린다

자주 삶아도 이상하게 남이 쓰던 수건은 싫은 냄새가 나더라카이

– 남이 아닌가? 우린 천생연분이 못되어서그런 지

여튼 내가 좀 별나고 많이 까칠한 성격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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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일도 언제나처럼 예배 후 광희문 근처를 걸었다

광희문 예전 사진 모란꽃(작약이라지만 전부터 모란이 익어서)

활짝 핀 사진과 지금 사진 나란히 찍어 서울 시청에 보내라는 이웃 말이 생각나

다시 생생한 지금 모습 담다가 보니 광희문이 활짝 열려있는 거다

두 아이들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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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힌 시멘트 건너엔 관리소(?) 처럼 보이는 곳에

마침 직원인 듯한 아저씨가 있어서

-왜 모란을 다 파엎었어요?

‘수리하면서 관리하기 힘들어서…’ 그랬다며

깨끗하니 좋지않느냔다

– 손으론 얄궂은 화분(내 눈엔…;;)을 가리키며

별 까탈스런 사람도 다 있네…라는 표정이다

시청에 민원 넣을 일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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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요즘 제일 예쁜 회화나무 새순이나 담으며

충무아트홀까지 설렁설렁 걸었다

시간도 널럴하여…

잠깐 지나면 금방 자라버릴테니

좀 많이 담아둬야지…이카미…^^

라지오에선 4월7일 이후 프로 개편한다더니

이영애 목소리 닮은 음악평론가 김강하씨와

금난새씨 목소릴 꼭 닮은 홍승찬교수랑 대담 중이었다.

(금난새씨만 보면 아버님 금수현선생 생각이 난다

부산서 중학 다닐 때 우리학교 교가도작곡한 초대 교장님이시다 …)

음악 연주자들 자주 만나는데 평소엔 까칠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특히 바이올린 주자들은 더 까다로워 곤란한 경우를 당하지않느냐며…

대답이 재밌었다.

‘겉은 딱딱하고 속은 무르’다는 대답이었다

연주만 하고 사는 예술가들은 현실적인 생활에서 상처를 자주 입으니까

스스로 까칠하게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정도 친하게 되면 아주 소탈하고 물러서 집에까지 초청받고

요리까지 대접받기도 한단다- 물론 그 어느 정도 되기까지가 문제지만

(또 삼천포로 빠졌네…다시 본론…;;)

여튼 광희문에서 혜화문 성곽길까지 언제한 번 걸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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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먹으러 울집으로 퍼떡 온나’

하는 전화소리가 들렸다.

얼른 거실로 나가

-밥도 없는데요?

신경 쓸 것없단다…밖에 나가서 먹을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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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이네가 우리집 코앞으로 이사온 이후

외식한 번 해주고싶었다는 거다

그렇다고 나한테 상의 한 마디 없이

그 쪽 형편도 묻지 않고 덜렁 영령을 한 거다

아들 내외는 집밥 먹는 줄 알고

집에서 입는 옷 그대로 들어왔다.

현지니 옷은 집에 있어서 무장을 했지만

아들은 수면바지를 가리키며 어쩌냔다

-바로 코앞 동넨데 뭐 어때…

막 이러며 현지니만 덜렁 안고 패내끼 먼저 나가버린다

그 코 참 길기도 하네

혼자만 괜찮으면 다 괜찮은건 지…

난 며느리께 슬쩍 저녁 어쩔 계획이었냐 물어보니

낮동안 외출해서 집에서 그냥 아무 거나 먹을 계획이었단다

( 음…저녁 사 주고 좋은 소리도 못들을 시추에이션이구나…)

아들도 귀찮아서인지 마침 어둑어둑해서인지

아버지 바지 하나 건내도 그냥 나선다

– 세상에나 수면바지 차림으로?

눈치없는 울집 남자는 한 턱쏜다는 기분으로

혼자만 기분 좋은 모냥인데

난 계속 찜찜했다.

마침 현지니가 일등병 머리를 해서

"조일병~~ 더 야물어졌네~~ " 케사며

많이 웃어서 그럭저럭 넘어가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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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눈치없는 냥반

만약 내가 먼저 죽고 혼자 남으면

아들 내외에게 얼마나 더 눈치를 받을까

치아가 시원찮아 깍뚜기도 1.5cm 넘으면 안되고

-세상에나 털니도 맨날 뚜껑닫지않고내가 닫는다…쯥…;;

김치도 조금만 익으면 젓가락질 멈추고

숟가락 담글 국물은 꼭 있어야 하고

‘간단한 국수’ 타령도 자주 하고

전기 포터에 커피 한 잔 끓이면서 물은 서너 잔 되도록 붓는다

-아무리 시켜도 고칠 수 없어 포기해따…

귀도 많이 잡숴서 울집 거실은 전쟁 난 것같다

예전엔 T.V가 안방 거실 두 대였는데

안방옛날 T.V는 뭘 신청하라 그래서 귀찮아 버렸다

특히 요즘처럼 야구 중계라도 있는 날은

귀가 터져나갈 것 같다

조금만 줄이자 해도 삐져버린다…;;

우리끼린 이름 뒷자도 순純자 돌림이라

삐순이라 흉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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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현지니에게 인기 1순위라 큰소리 뻥뻥치는 …

비위맞추기 쉽지않고

당뇨끼로 있으면서

현미밥 잡곡밥은 절대로 안먹고

모리낭아 밀루꾸 캬라메루 숨카놓고

혼자 먹다 키기도 하는 …

눈치라곤 개뿔도 없는 이 남자.

단 하루라도 내가 더 오래살아야할낀데…

22 Comments

  1. 선화

    14/04/2014 at 05:15

    일단은 현지니…….넘 귀엽고 야무지고 똑똑하게 생겼어요~~ㅎㅎㅎ

    남자는 죽는날이 철드는날이라꼬~ㅎㅎ
    똑 같습니다!!! 울집도…
    김치도 아주 작게 썰어줘야하고 달랑무우도 아가들 먹는만치 작게
    파김치도 먹기 좋게 썰어야하고…
    칫솔은 맨날 구분 못하고…(저는 그래서 이젠 감춰놓고 써요~새걸루다!! ㅎㅎ)

    어느집이고 남자가 먼저 가야죠
    그말있잖아요 아이들집에 맡기고 어딜가면 구박뎅이!!
    집에 두고 어딜가면 맘이 편치 않아 웬수뎅이!!
    그만큼 순진하고 단순하다는 말이겠지요?

    그래도 혼자 사시는것보다 두분이 함께 늙어가는게 보기 좋습니다!!   

  2. 도토리

    14/04/2014 at 06:56

    울집 남잔,
    나 어리버리하다고 걱정되어서리
    내 뒤에 가겠답니다.
    뒷정리해야한다꼬….^^   

  3. cecilia

    14/04/2014 at 07:00

    참나무님! 아기 얼굴이 많이 단단해졌네요.

    참나무님 남편분과 함께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4. 초록정원

    14/04/2014 at 07:27

    아버님 살아계실 적에, 실내 건조대에 널어둔 우리방 수건을 걷어서 쓰시길래
    놀래서 그거 우리방 수건인데요~ 했다가 난리 났던 적 있어요.
    니 마음이 그런 줄 몰랐다~ 라시며 얼마나 역정을 내시던지요.
    컵도 따로 쓰는 거는 지금도 작은 녀석만 알아요~ ^^

    까칠한 거 아니고 모두를 내준 만큼 일부분만이라도 사수하고픈
    보호색인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

    **

    조일병 우유 먹는 표정 행복해 보이고 살짝 장난끼 머금은 표정 귀여워요~ ^^

    **

    그래그래 맞아맞아~ 하며 읽어내려오다가 맨 마지막에서 싸한 느낌..
    그게 부부죠~ 남편이고~
    이 세상 누구누구해도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 ^^

    두 분 다 건강 잘 지키시고 오래오래 해로하셔요~
    저희 어머님 보니 아버님이 정신줄 놓으실 때부터 당신도 따라서
    급격히 하강곡선 타시더라는.. ㅠㅠ
       

  5. 보라순이

    14/04/2014 at 07:34

    현진이 할머니 닮았어요^^
    항상 좋은 글과 음악 감사 드립니다   

  6. 아지매

    14/04/2014 at 09:50

    숭카논 칫솔" 완전히 빵 터집니다 바깥 풍경도 내내 넘 즐거웠지만 속사정<?>은 카타르시스 백점 올습니다 염색채가 한개 모자라는게 그런 것이구나 너무도 내 속사정하고도 같아 후련합니다 ^^참고로 지는 칫솔을 꺼구로해서 소금병에 넣어 보관합니다 소독도 좋고 미연방지가 되며 몸에 좋다는것 일부러 피해가는 남정들 절대로 안건들이니까요
    혹 대신동에 있는 중핵교? 자갈치아지매하고 언제 한 번 꼭 짚어보십시다/^^
    오늘도 좋은 오후 즐겁게 보내시길 여긴 새초롬한 4월 하늘 영 아니올시다
       

  7. 해 연

    14/04/2014 at 11:32

    현지니!
    지금이 제일 이쁘고 커질수록 낯설어져요.
    너무 금방 금방 달라져서요.ㅎ

    하부지 눈치 없으셔서 걱정 되시는 거죠.ㅎ
    맘대로 안되는 거지만 아주 조금 차이였으면 좋겠어요.
    나는 좀 길어서…ㅎㅎ   

  8. 참나무.

    14/04/2014 at 12:01

    제 얼굴도 아시는 보라순이 님은 도대체 누구실까요
    보라 좋아하는 …한 사람 생각나긴 하는데
    혹 이 답글 보시면 전화나 문자 한 통 부탁해요~~   

  9. 참나무.

    14/04/2014 at 12:02

    아지매 님 오늘도 다녀가셨네요…늘 고맙습니다
    제 중학교는 수정동에 있던…
    엄마가 전근을 자주가서 국민학교도 세군데 다닌 영원한 전학생이었어요…^^

    부산사셨군요
    대신동도 자주갔어요 친척들이 그 곳에 많이사셔서…^^
       

  10. 참나무.

    14/04/2014 at 12:08

    해연님은 마르코님 생각나시나봅니다
    어찌나 지극하신지…전 죄가많습니다…ㅎㅎ

    울 현지니 작년 10월 24일이 첫돌이었으니
    한 돌 반이 10일 남았네요…
    성격이 좋아서 머리깎을 때도 칭얼대지않는 아이 첨이라고
    미용사들이 칭찬을 많이 하더라네요…^^

    드라마 보며 늘 바느질하니까 눈이 침침해서
    제가 양지꽃도 못알아봤나봅니다…^^
       

  11. 선화

    14/04/2014 at 12:20

    참나무님이 말씀하셔서 보게된 ‘밀회"…….
    특히 피아노곡이~~ ( 음악이 곁들여 더 멋진!!)
    전 충분히 그녀가 이해가 됩니다!!!

    오늘밤 첨으로 재방을 안 볼듯요~~^^
       

  12. 참나무.

    14/04/2014 at 12:25

    밀회 (체널 47번)재방 보느라 답글이 많이 늦었네요

    마침 며느리도 현지니 데릴러 와설랑 같이 보느라고
    현지니는 하부지랑 놀고 …
    왜냐면 야구 때문에 제가 본방사수를 못했거든요
    근데 사실은 저도 본방 시간을 잘 이자뿐답니다…^^

    오늘 8편 보니 마리아 주앙 피레스 얘기도 나오데요
    선제가 40이면 김희애는 60이라는 말 한 다음에
    – 제가 이번에 내한한 주앙 피레스를 만나서 ..^^

    7편엔 또 심혜진이 릴리 마를렌도 부르고 …뒷장면은 아유~~~!
    전 정말 까마득 몰랐거든요…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 것같아 웃었답니다
    *
    그니까 대부분 남편들이 울집남자랑 비숫하다 그 말씀이시네요
    그러면 덜 억울하고…^^ 선화님께…
    *
    도토리님이 어리버리면 101배 더한 전 어찌하오리까…^^
    혼자살기는 아무래도 여자가 쫌 낫지싶어서…^^

    *
    세실리아 님은 화려한 싱글이시니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누리실 테지요…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살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겠어요…^^

    *
    초정님 요담에 릴리 마를렌 꼭 손잡고 같이가요
    아시는 분이 담장 디자인을 하셨다니…이도 보통 인연이 아니다 싶습니다…^^

    조일병 오늘도 인기폭발이었어요
    어찌나 야물어보이는지
    하부지는 왜 진작 머리깍지않았냐 난리였어요…^^

    근데 전 제 컵이 지나치게 많아서 사실은 쫌 미안하기도하답니다…;;
    ( 바느질에 T.V두 편 연속으로 봤더니 눈이 침침해설랑 다시 수정했어요..^^)
       

  13. 참나무.

    14/04/2014 at 12:34

    저도 오늘은 본방사수 할 예정
    야구 없는 날인지 하부지가 코~ 자주시네요…

    우두커니 보면 그냥 자버릴 수 있어서
    바느질거리 챙기는 중입니다…현재 스코어^^

    근데 조마조마헤서 우짠데요
    오늘은 꼭 들킬 것같아서…;;
       

  14. summer moon

    15/04/2014 at 00:08

    일등병 현지니 사진에 완전 반함!!!!! :)

    어머나,
    참나무님한테 이런 결벽증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제가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정리’ ‘청소’에 목을 메는 수준이었는데
    같이 사는 사람은 완전 반대였거든요,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제가 바뀌기로 결심을 했는데…
    너무 많이 바뀐거 같아요
    이젠 엉망으로 해 놓고 살기 시작했다는….ㅋ   

  15. 한풀선사

    15/04/2014 at 07:32

    좋은글 감사합니다    

  16. 15/04/2014 at 15:22

    저의 부모님도 수건도 따로, 컵도 따로, 숟가락도 다른 모양으로 쓰세요. 심지어는 화장실도 따로 쓰세요 ㅎㅎㅎ 그러면서 오십년넘게 사신게 정말 신기할 정도인데요.. 그래도 또 서로를 위하는건 세상에서 제일 최고인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    

  17. 참나무.

    15/04/2014 at 22:25

    그니까 밥님 청결벽은 부모님 유전자 그대로셨군요…^^
    수저는 저도 당연히…^^   

  18. 참나무.

    15/04/2014 at 22:25

    감사합니다 블로그 없으신 분이시네요…   

  19. 참나무.

    15/04/2014 at 22:30

    전 정이정돈꽈는 아닙니다

    제 방은 거의 난리통 수준이거든요
    남들 볼까 두려운…;;
    장 정리된 썸머문 아뜰리에 제가 잘 알잖아요…^^
    그 버릇 어디가겠는지요

    울 현지니 요즘 별명
    돌콩..깎은 밤톨 추가…^^*   

  20. 진솔

    15/04/2014 at 23:21

    또 참나무네로 빠졌네….. 느낌이 어떠세요?
    삼천포와 인연이 많은 사람이어섭니다.   

  21. 보라순이

    16/04/2014 at 09:39

    전화나 문자 못드려요
    제가 모르거든요…
    작년 겨울 가로수길 예화랑에서 뵜어요
    몬드리안 칼라 블럭 가방 드셔서 알아 뵀지요
    오래된 팬입니다 ^o^   

  22. 참나무.

    18/04/2014 at 03:30

    보라순이님
    가로숫길 예화랑 가끔 가긴했는데 …
    잘난척 하니라고 그 가방 제목이 ‘오마주 몬드리안…”

    요담에 또 만나면 아는 척 해주셔요
    저는 모르고 혼자만 아시면 반칙이잖아요…ㅎㅎ
    더구나 이 난장판 블로그을 오래다니셨다니
    제가 차 한 잔 대접해드리리다…^^*

    진솔님은 누구실까요
    조블러 아니면서 답글 남기는 거 저는 잘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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