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못과 치매

헨리 폰다와 그의 친딸 제인 폰다… 캐서린 햅번 주연의 황금 연못

단절된 가족들이 화해하는 내용의 가족영화지만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건

80살 생일을 맞은 헨리 폰다에게 딸 친구가 소감을 묻자

’40살 생일 보다 두 배 나쁜기분이다’는 대사였다

만약 나도 80까지 살면저런 멋진 소감을 말할 수 있을까…

80이란 나이…실감 안나던 때 본 영화다.

뚜렷이 기억나는 장면 하나 더:늘 다니는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헨리 폰다의 놀라는 모습이다

– 예전에 언급한 적 있다.

혹 기억하는 분들 한 말 또 하네 할까봐…;;

최근에 나도 우리 동네에서 길을 잃은 적 있다.

수영을 마친 후 셔틀버스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살짝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떴을 때 내릴 장소를 두어 정거장 지나고 있었다

헐레벌떡 떠나려는버스에서 내려 우리집으로 향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아파트가 보이고 우리집으로 가는 길이 안보이는 것이었다.

내 기억력만 믿고 더 걸어가니 사람들 왕래도 없는 처음 보는 낯선 길이었다

마침 할머니 한 분이 박스를 수집하고 있어서

큰 길 방향이 어느쪽인지 물었더니 쭈욱~~한참 더 올라가라고만 하셨다

쭈욱 걸어가도 대로가 안보이고 차가 지나다니는 고가도로만 보였다.

어찌어찌 걷다보니 한강으로 가는 나들목이 한 군데 보여서

옳다구나~~ 반갑게 들어갔나 빠져나오니

청담대교가 보이는 것이었다…도대체 얼마를 헤맨건지…

집에와 그 이야길 했더니

울집남자: "치매끼 아냐? 나 치매 뒤치닥거리 못한다" 이러며 놀렸고

아들: 잠결에 잠깐 방향 감각을 잃은 게 아냐? 이어 폰 끼고있었나?

며느리: 이 동네 골목이 좀 많이 복잡해서 저도 혜맨 적 있어요

이모: 저희 친정엄마도 총기가 젊은이 못지않았는데 갑자기 치매가 왔다.. 얼른 병원가보라…이랬다

나의 위로: 그 때 한참 세월호 후유증애 시달려 악몽까지꾸던 때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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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제 수요일또 요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오르세 미술관전 보려고 7호선 이수역에 내려

국립박물관 방향 출구를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금방 찾을 수 있는데…왜 출구 안내가 하낫도 안보이지?

제법 넓은 역이어서 지하도 안에서 뱅뱅 헤매어도

도대체 ‘국박’ 이란 글자 자체가 안보였다.

마침 지나가는 사람들도이어 폰낀 젊은이와

지팡이 짚은 할머니뿐이고 안내원 있는 쪽을 찾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자동판매기라 그도 쉽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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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쥐나도록 곰곰 생각했다

아차…여기는 이수 내가 갈 데는 이촌

그니까 4호선으로 갈아타야 되는환승역인데 . . .

4호선 환승역 왜그리 긴 지

마침 지하철이 당도해서 급히 올라탔다.

근데 사당…웬 사당?반대로 탄 것이다

다행히 건너편이어서 계단 오르지 않고

금방 탈 수 있었지만 참 많이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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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현지니만 한 여린 대나무 순 건너로 지나가는 빨간 미니스커트의 싱그러운 처자…

지나 갈 때까지 한참 서 있었다 …저런 시절이 나에게도 분명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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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참한 건 비슷한 경우를 강세황전 때 한 번 더 경험한 일이다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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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은 중앙선 타고 집으로 오면서 알게 된다

이촌에서 왕십리까지 15분 – 배차 간격이 좀 뜸하긴 해도

왕십리야 내 나와바리여서 눈감고도 찾을 수 있으니

요담국박 오갈 땐 꼭 중앙선!…잊지말자 그랬는데

생각없이 7호선을 탄 게 사단이었다

. . . . . . .

이수, 아트나인 영화보러 자주와서

김유신 말(馬)처럼 습관적으로 내려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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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남산 타워 …사적인 포토 존이다

손오공 설쳐봐야부처님 손바닥이듯…

나는 저 탑 볼 때마다 반갑다

누구는 파리에팰 탑조성 되었을 때

에펠 탑 안에 서 있었다는데…

흉물스런 에펠탑 안보이는 장소가 거기 뿐이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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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영장 회원에게서 더 비참한 이야길 들었다

치매끼 있는 할머니 한 분 이번 달 등록 취소를 당했단다

한달 전에 치매걸린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자주 우시면서

할아버지 보고싶다 하소연을 심심하면 하셨단다

수영보다는 시간 떼우러 말벗 그리워사우나실 락커룸에서

오전 시간 다 보내며 한 말 또하고 또하고. . .

귀찮아 하던 어떤 회원이 사무실에 불평을 해서

The Heart Asks Pleasure First -Michael Nyman Valentina Lisitsa

– 황금 연못 영화 한 장면: 황혼…저물면서가장 아름답다고?

늙은이들 위로하는 말 일 뿐이다

직접 실감하는 일 참 많이 비참하다

80세? 까마득 했는데…

5 Comments

  1. 도토리

    15/05/2014 at 08:24

    애고 참… 참나무님의 경우는
    두어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시기 때문이예요.
    이어폰은 편안한 행보일때 꽂으셔야하는데
    지하철에서 내릴 역 챙기기보다 음악에 폭 빠져 즐기고 계시다든지,
    환승을 하려면 좀 긴장을 하셔야하는데
    만만하게 보고 책을 읽으신다든지….
    그런거잖아요?
    블로그 읽다보면
    젊은 사람들도 따라가기 어려운 정열과 기억력을 가지신게 분명하거든요.
    여태까지 과잉 똘똘하셨던거구요. 이제부턴
    한가지씩만 하세요…^^*   

  2. 푸나무

    15/05/2014 at 12:59

    하하 사적인 포토존…멋집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는 안헤매는게 이상하던데요.

    자주 그래요.
    그거야
    지하철이 이상한거죠. 하하   

  3. 푸나무

    15/05/2014 at 13:00

    비오시는 날 전 국박 가려구요.
    아껴두고 있어요.    

  4. 참나무.

    15/05/2014 at 13:42

    맞다 푸님도 길치 방향지 맞으시죠- 반가워라…^^

    8월3일까지니까 너긋하신 말 가보셔요…
    김영나 관장 부임한 이후 부쩍 서양미술전이 자주 열리네요
    참 좋은 일이지요
    여행중에 가본들 우리나러철 편안하게 볼 수 있겠는지요
    특히 페키지인 경우는…

    한가지 아쉬운 점 중간 중간 의자 없는 거…
    자꾸 DDP 의자가 생각나더군요…
       

  5. 참나무.

    15/05/2014 at 14:01

    토리샘 말씀대로 T.V보며 바느질 하는 건 끊었어요

    이어폰 금지령도 내렸지만
    차도에선 이어폰 한 족만 하기로…ㅎㅎ

    근데 수영장에서 퇴출당한 할머니 생각아 자꾸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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