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생일을 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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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일이다

울집남자: 클나따 6월 2일 며느리 생일을 잊었다…;;

새벽일찍 딸에게서 전화가 왔더란다

며느리 생일상 잘 차려줬냐고?

나: 그러면 진작에 알려주지 왜 이제사?

‘산호(No.1)가 내가 너~~무 보고싶다 했고

해수(No.3)도 하부지 냄새 넘 맡고싶’다 해서

전화하는 김에 늘 아이들 생일까지 꼭꼭 챙기는 아빠라

당연히 며느리 생일은 알고있겠지…하더란다

나: 6월2일 월차냈다던 날이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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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과 대강 끝내고 수영가면서 전화를 했다.

나: 깜빡하고 생일을 잊었네 …오늘이라도 생일 턱 내고싶은데 시간되냐?

아들은 ‘시간있다 …’며 외식이냐 집밥이냐 물었다

나: 너희들원하는 대로…

집밥을 원해서 어제 수영다녀온 이후 계속 바빴다.

보통 때는 격의없이 숫가락 하나만 챙기면 되는데

이름하여 생일상인데…

며느린 충청도産이라 생선보다는 고기 위주로 장을 봤다

경상도식은 미역국이나 끓이고조구(조기 경상도식)나 굽고

삼색나물이나 하고 그러지만…

조구대신 불고기 나물 대신 잡채하면서

전까지 하느라 혼자서 바빴다

마침 울동네 E마트 어제 관자가 보이길래

흰자랑 노른자 따로 갈라부추 썰은 것도 다문다문 뿌려

육전은 노른자에만 담구고 관자는 흰자로지졌더니

색도 곱도 맛도 좋아 어제 인기 메뉴였다.

케익은 모두 싫어해서한가운데뚫린

파운드 케익안에다초도 세우고…

산책길에 꺾은 빨간 찔레꽃으로

식탁 꽃꽂이랍시고해 두고…

아끼는 냅킨까지 깔고 맥주잔과 소줏잔

둘 다 준비하는데 며느리가 먼저 들어왔다

-술은 뭘루 할까

"소맥으루 할까요 어머니…ㅎㅎ"

울 며느리 한 술한다

그래서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더라.

아들도 오고 준비한 거 다 차리는 동안

울 현지니 좀 색다른 생일상을 자꾸 넘본다

요즘은 지 의자에 앉질않고 식탁에 해작질 하고싶어 해서

울집 식탁은 가끔 난장판이 되곤한다

이대로 합세하면 밥이 어디로 들어갈 지도 모를 일이어서

난 현지니를 박수근화백 스타일로 업고는 시원한 바깥으로 나왔다.

이럴 줄 예상하고 현지닌 미리 저녁 먹였거든…

울 현진인 밖에만 나오면 신나 하고

반나절 동안 음식 냄새에 취한어제는

나도 시원한 바람이 더 좋았다.

한강쪽 하늘엔 도톰한 초승달도 떠 있었고

더구나 달무리까지-요건 특별 보너스구나 하미…^^

좀 놀다가 헤어질 시간

"정말맛있게 잘먹었어요 고마워요 어머니"

접대성 인사가 아닌 진심 담긴 인사라는 걸 알아차리겠더라

-미안했다 내년엔 절대 안잊을게 …

생일은 이른 건 상관없고 늦게는 안챙기는 거라 하던데

뒤늦게라도 정성 담아 차린 게아마 통했는지…

내년 달력엔 나도 표시를 해놔야겠다

꼼꼼한 울집 남자도 올해는 실수를 했으니

P.S:배경음악 배경:

J. S. Bach — Chaconne in D Minor

(trascription for the left hand alone by J. Brahms) Michel Béroff, piano

Schuber 벌 Renauld Capucon(Vn), Jerome Ducros(Pf)(3.06)

수영 시작 시간이 11시여서

늦어도 10시 반까진 수영장 락커룸에 도착해야하는데

장일범씨 어제 선곡 좋아서 또 지각을 했다

클라라가 피아노에 얼마나 집착하는 지 잘 아는 브람스는

오른손을 다쳐 연주를 못하고 있는 클라라를 위하여

왼손만 사용하는 바흐 샤콘느를 토대로 피아노 곡을 선물했다.

이 곡은 슈만도 작곡했다는데

클라라는 슈만, 브람스… 누구 곡을 더 자주 연주했을까…

이런 씰데없는 잡생각도 했고

그보다는 블로거 이웃 두 분 생각하며 들었다

한 분은 최근에 브럼스 레퀴엠 라이브로 다녀왔다그래서

또 한 분은 손열음 앵콜곡으로 선택한 배경 애기해줘서…

블로그가 이미 내 생활을 차지한 지 오래다

하필 두 이웃 모두 ㅂ.

. . . . . . .

Chaconne in d minor by J.S.Bach (Arr. John Feeley)

15 Comments

  1. 선화

    06/06/2014 at 01:48

    에효~ 저런 시어머니가 어디 있을꼬~~ㅎㅎ
    (저도 참나무님 같은 시어머니가 되야징~^^)

    며느리가 한술 한다는 소리에 웃음이!!
    진심은..어디서고 늘 통하지요 더운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니시느라~수영할랴~ 블러거질할랴~ 밥하랴~ 손주보랴~ㅎㅎㅎ
    건강 해 보이셔서 늘 좋습니다!!

    저는 새해 달력을 받으면 중요제사& 생일부터 동그라미!!!

    저 쩜~있다 현대미술관 가요~~참나무님 생각하면서~ㅎㅎㅎ   

  2. 선화

    06/06/2014 at 01:50

    참! 음악이 넘 좋아 반복반복~ 화장하면서까지~^^
       

  3. summer moon

    06/06/2014 at 05:46

    어머, 요즘은 시어머니가 며느리 생일을 이렇게 까지 챙겨주나요?
    아니면 참나무님의 며느님 사랑이 특별하기 때문에?^^

    생일이 아니더라도 ‘집밥’과 ‘외식’중에서 선택을 하라면
    당연히 참나무님표 ‘집밥’을 선택할거라고 혼잣말을 해 봅니다.ㅎ

    며느님이 잘 알고 있을거에요
    자기가 얼마나 럭키한 사람인지 말이에요
    참나무님 삶 속에 함께라는 사실, 기쁨….. :)   

  4. 참나무.

    06/06/2014 at 12:31

    제주도 현대미술관 …정말 가고파요..
    멋진 곳이라는 이야기만 무수히 들었습니다.

    집안 행사- 생일 제사 등속은 여태까지 현지니하부지가 다 알아서 챙겼는데
    올해는 어쩐일인지 깜빡 한 모냥입니다
    그래서 생일장 본 것도 다 쐈답니다- 주머니돈이 쌈지돈은 아니거덩요..ㅎㅎ

    (음악은 잠깐 바꿨어요 고루고루 들으시라고…^^)
       

  5. 참나무.

    06/06/2014 at 12:34

    대학로 다녀왔어요 또…
    양희은 어머님 윤슌모 여사 작가와의 시간 다녀오니라고
    조선일보 기자님이 특별히 알려주셔서 더럭 약속한 죄로…오늘 처럼 더운날
    잘은 몰라도 올들어 제일 ‘화창한 날’ 아니었나싶더군요…ㅎㅎ

    처음으로 팥빙수 사먹었답니다
       

  6. 벤조

    06/06/2014 at 13:42

    깜박해서 더 즐거웠던 생일이었군요.ㅎㅎ
    예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족’이라는 작품,
    참나무님이 만들고 계시잖아요!
       

  7. 참나무.

    06/06/2014 at 14:07

    ‘예술 중에서 가장 아름다움 가족 이라는 작품’

    벤조님의 어록 복창합니다…

    빨래 한 통 널어두고 사진 몇장 더 추가했습니다

       

  8. 해 연

    06/06/2014 at 14:24

    며느리 생일을 깜박한 죄(?)로
    더 푸짐해진것 같아요.ㅎㅎ

    좋은 시어머니 노릇하기 어렵죠?

    그래도 밑지는 장사 아니에요.ㅎㅎ   

  9. 다프네

    06/06/2014 at 19:29

    와~ 저도 이런 시어머니 계시면 당장 시집가겠어요.ㅋㅋㅋ; (누가 오래나~?^^;)
    도대체 참나무님은 언제 그 많은 일을 다 하신대요? 음악도 들으시고, 가장님 식사도 해드리시고, 예쁜 가방도 만드시고, 밖에서 가진 멋진 시간도 다 가지시고, 며느님 생일상까지… 세상에~ 울트라 초특급 수퍼우먼이신가 봐요. 그쵸?^^    

  10. 松軒

    07/06/2014 at 00:09

    어머 좋으시겠어요
    며느님 생일상까지 차려 주시는 그 즐거움
    저도 맛 보고 싶어요..

    참나무님 사시는 모습 엿보는것으로
    덩달아 즐겁습니다..

    저도 며느리 보고 싶은데…
    아들이 바쁘다나요….
    저도 며느리 보면 생일상 차려 주는 기쁨
    꼭 맛볼꺼랍니당….ㅋ

    즐거움 주신 참나무님께 추천~~~~~~꼬옥!!!..ㅋ   

  11. 바위

    07/06/2014 at 02:29

    며느님 생일상을 손수 차리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한 술하는 며느님이 몹씨 감격했겠네요.ㅎㅎ
    우리 며느리도 한 술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잠시 부러운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브람스가 클라라를 위해 바흐의 샤콘느까지 편곡해서 바쳤군요.
    메누힌의 바이올린만 듣다가 피아노로 들으니 새로운 맛이납니다.
    좋은 음악에 구수한 사연까지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12. 참나무.

    08/06/2014 at 08:55

    맞아요 해연님
    옛 어르신들이 어른노릇 하기가 더 힘드다셨는데…절감합니다

    현지니…보고있으면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딨을까 하지요…^^
       

  13. 참나무.

    08/06/2014 at 08:58

    하는 일이 많으니 제대로 하는 기 하낫도 없네요

    어디 좀 다녀오느라고 답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천천히 건너가볼게요~~^^
       

  14. 참나무.

    08/06/2014 at 09:00

    다 때가되면 되더라구요
    울 아들도 결혼이 늦었답니다
    혼자 살 줄알았는데…인연이 나타나니 다 해결되던걸요

    송헌님도 머잖아 시어머님 되실겁니다…^^
       

  15. 참나무.

    08/06/2014 at 09:16

    음악 마니아이신 바위님은 음악에 발목잡히셨지요…^^
    슈만 클라라 브람스…

    날짜가 맞았으면 좋았을텐데…
    우리집 대소사는 애들 할아버지가 미리 챙기는데…

    이번엔 깜빡하는 통에…
    내년부턴 저도 카렌다에 체크하기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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