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김달진 미술연구소

[가슴으로 읽는 시] 들녘

들녘

냉이 한 포기까지 들어찰 것은 다 들어찼구나
네 잎 클로버 한 이파리를 발견했으나 차마 못 따겠구나
지금 이 들녘에서 풀잎 하나라도 축을 낸다면
들의 수평이 기울어질 것이므로

― 정채봉(1946~2001)

그림: 박상훈

동화 작가 정채봉 선생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에 실려 있는 짧은 시이다.

이 생명세계는 한껏 차서 가득한 상태에 있다. 서로 잘 어울리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에 있다. 들에 나가서 운 좋게 눈에 언뜻 띈 네 잎 클로버. 그러나 그 네 잎 클로버를 잡아떼서 취할 생각을 버린다. 클로버를 취하면 팽팽한 균형과 조화가 깨지기 때문이다. 차서 가득한 상태에서 모자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기울지 않고 평평하던 상태가 틀어지기 때문이다.

풀꽃, 물고기, 새, 벌레, 돌멩이 어느 것 하나 그냥 있는 것은 없다. 이들은 숨 쉬고 활동하며 거대한 화엄(華嚴)의 세계를 이룬다. 화엄의 세계 안에서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물론 낱낱의 생명이 주인이다.

문태준 |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Mozart, Piano Sonata K.332 in F Major – II Adagio

영화속의 클레식: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

리스본 행 야간열차에 나오지요-에센 바흐 연줍니다

http://www.ddd21.co.kr/book/view.asp?idx=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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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컵 중계로 세상이 들썩들썩한데

조간 펼치고 제일 먼저 읽은 기사는 슬픈소식이어서 아래로 내립니다

매월 전시 정보 소식 제일 먼저 찾아보는 김달진한국미술 정보센터소식…

평창동 가나아트 순회 버스 다닐 때 버스 안에서 참 자주 만났던 분. . .

[최보식이 만난 사람] "3개월 남았네요, 길바닥에 쫓겨날지 잠 못 이루는 날이 계속되네요" 2014. 6. 23 (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김달진(59) 한국미술정보센터 소장이 이런 이메일을 보내왔다.

"23일 제가 ‘김세중기념사업회’에서 시상하는 한국미술저작출판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저희 공간 문제가 3개월 남았네요. 정말 길바닥에 쫓겨나게 되는지, 잠 못 이루는 날이 계속되네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기사화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문제는 김달진 개인의 문제가 아니랍니다."

무슨 공간 문제? 그는 자신의 사정을 당연히 내가 모두 알고 있는 걸로 생각한 것 같았다. 그가 일러준 대로 신촌역 8번 출구를 나와 8번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갔다.

서울 홍익대 근처 골목 안에 있는 건물. 그가 ‘저희 공간 문제’라고 지칭한 ‘한국미술정보센터’는 이 건물의 3개 층을 빌려쓰고 있었다. 도서관, 전시관, 자료실, 수장고로 이뤄졌고, 그 속에는 미술 관련 단행본ㆍ희귀본ㆍ연속간행물ㆍ미술학회지ㆍ연구논문 등이 보관돼 있다. 자료를 무게로 따지면 18t쯤 된다. 일반인 무료 열람이다.

"전세보증금이 9억7000만원입니다. 이 중 8억2700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어요. 그런데 ‘일몰제’라고 해서 이 지원 사업이 종료됐다는 거예요. 보증금을 정부에 반환해야 할 기간이 3개월밖에 안 남았어요. 평생 발로 뛰며 모아온 자료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된 겁니다." 사건과스토리 <–기사 전문

6 Comments

  1. 도토리

    23/06/2014 at 05:48

    드러나지 않게 세상의 균형을 이뤄주는 네잎클로바 같으신 분이 곤경에 처하셨네요..
    중요한 일인데
    .. 어떡하죠?   

  2. 참나무.

    23/06/2014 at 07:39

    그러게나 말입니다
    정말 맨몸으로 모운 귀한 자료들…
    안타까운 일이지요…반가운 소식 있었으면 좋겠어요

       

  3. 산성

    24/06/2014 at 00:05

    아마도 귀 밝은 이가 듣고 또 도와주시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꼭 이루어지던데..

    시집 제목이 책,또는 글 전체로 다가올 때가 있지요.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깜짝 놀랄만큼 멋진 제목.
    역시나 시인이라니…

       

  4. summer moon

    24/06/2014 at 04:49

    미술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 그러셨었어요
    정부가 바뀔 때 마다 미술계가 ‘뒤집어’져서
    도대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일들이
    남아나질 못한다고…ㅠ

    정말 유감스럽고 걱정이 되네요.ㅠㅠ    

  5. 참나무.

    24/06/2014 at 05:57

    세 종류의 다른 글…
    산성님은 시에 빠지실 줄 알았어요
    더구나 정채봉 시인이신데…^^   

  6. 참나무.

    24/06/2014 at 10:31

    썸머문 덕분에 보게된 영화 ‘리스본…그리고 책까지…
    다 읽게 되면 아주 긴 리뷰를 남기거나 아니면
    ‘…아무말도 하지않…’ 거나…될 것같아요

    책에도 모짜르트 음악이 거론되어있네요
    감독도 깊이 감동받고 영화를 만든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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