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만나는 꽃 같은 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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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듯올 듯하더니

‘아나 콩콩’ 약 올리듯

다시 더운 날씨군요

허긴 삼복 중이니…

한강 바람이 불어 시원한 우리집도

어제 처음으로 에어컨 가동을 했네요

사실은 ‘리스본행 야간열차’

영화랑 소설…비교하던 글 올리려다

아차~~ 오늘 월요일 아침…

하여 지우고맙니다

대신 골목에서 만나는 꽃이나

스치로폼 화분에서 열리는 고추를 보는 듯한

오태진기자의 글로 …

긴 설명 필요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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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쯤 식당은 한산했다. 늦은 아침을 드는 예순 줄 남자에게 주인 할머니가 말을 건넨다. "많이 묵고 돈 많이 벌어. 요즘 택시 벌이가 시원찮아서 하루 벌어 하루 밥 묵기도 힘들다대. 그러려니 하고 너무 속 태우지 말어. 어쩌겄는가, 그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제." 남자는 택시 기사인 모양이다. 주방으로 들어가 밥통에서 밥을 더 퍼 온다. 집처럼 천천히 편안하게 먹고 일어나면서 인사한다. "잘 묵고 가네." 손님·주인이 스스럼 없이 말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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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여름휴가 길에 여수 유진식당을 찾았다. 차림은 딱 한 가지다. 둘이 앉기 바쁘게 꽃 그림 찍힌 커다란 양은 쟁반째 백반 상이 나온다. 한눈에 집 밥 같은 손맛이 보인다. 짭짤하게 묵은 깍두기는 지금도 아삭거린다. 젓갈 진한 배추김치, 수더분한 열무김치, 새콤달콤 오이냉채, 무채, 콩나물에 씨알 섭섭지 않은 조기 구이 네 마리가 올랐다. 한 사람에 두 마리여서 한참을 발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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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고추에 곁들인 된장은 짭조름한 것이 맛 깊게 구수하다. 요즘 드문 집 된장이다. "고추가 뻣뻣하고 보기보다 맵네." 둘이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던지 할머니가 풋고추를 한 주먹 쥐고 와 놓아준다. "요거 내가 키운 건디 안 맵고 맛있어." 정말 부드럽고 싱싱하다. 여덟 찬에 콩나물국, 된장까지 모두 할머니가 차리고 담갔다. 소박해도 맛깔스러운 한 끼가 3000원이다. 식당 연 16년 전 값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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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네 살 정순심 할머니는 큰딸이 다섯 살 때 남편을 앞세웠다. 건설 현장 따라다니는 밥집을 하며 두 딸을 키웠다. 다른 집보다 싸게 맛있게 정성껏 했더니 소문이 나 일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24년을 모은 돈으로 화장동 주택가 큰길가에 아담한 이층집 짓고 유진식당을 차렸다. 식재료는 새벽 도매시장에서 사 오고 웬만한 채소는 텃밭에서 가꿔 댄다. 거드는 아주머니 한 사람 두고 아침 여섯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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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주로 운전기사, 환경미화원, 일용 근로자다. 어찌 알고 여행자들도 찾아온다. 기사 밥집으로 삼은 버스 회사 사장이 할머니에게 "쉬는 날을 만들어보시라"고 해도 기사들 생각하면 명절도 쉴 수 없다. 할머니는 어렵던 시절 동네 사람들이 도와줬던 일을 잊지 못한다. 물정 모르는 과수댁 대신 영세민 등록도 해줬다. 할머니는 "배 곯아 봐서 배고픈 사람 마음 안다"고 했다. 잘 먹고 나서는데 할머니가 문밖까지 쫓아 나와 불렀다. 입구에 둔 공짜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뽑아 먹고 가라"고 했다.
출처:한 끼 3000원 백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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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숲 나 혼자만 아는 곳이라 우기는 분홍찔레꽃

올해는 어처다 놓쳤는데 우리 동네 골목에서 만나다니

잘은 몰라도 올해 마지막 찔레꽃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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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지않는 언덕 위의작은 교회당 같아서. . .

10 Comments

  1. 푸나무

    21/07/2014 at 07:28

    사진들이 글과 딱 맞아요.
    비는 내일 오후에 온다고 하니…
    독말풀 향기가 좋죠?
    이름답지 않게스리…
       

  2. 참나무.

    21/07/2014 at 07:37

    독말풀 저 모르는데 찾아봐야겠어요?

    맨 위 흰꽃 문주란도 저는 처음 알았어요
    가게 주인 할아버지가 매일 열심히 화분들 돌보시거든요
    문주란 곁엔 귤(?) 도 열린 듯하고…   

  3. 도토리

    21/07/2014 at 08:22

    글도 맛깔스러워요…
    ^^*   

  4. 참나무.

    21/07/2014 at 08:33

    아항~~엔젤 트렘팻을 독말풀이라고도 하는군요
    – 그래서 트럼펫 연주를 올렸는데…

    여튼 푸나무님 이름 참 잘 지었습네다아~~~

       

  5. 참나무.

    21/07/2014 at 08:35

    평소에도 오태진 논설위원 들 좋아했더랬어요
    전 어려운 글은 딱 질색이어서…^^

    날씨 따끈하지요 약방 안은 시원하시겠습니다만
    동대문 시장 안도 시원했어요
    오랜만에 나갔는데 왜그리 재밌는지!
       

  6. 해 연

    21/07/2014 at 09:22

    교인이 돌아가셔서 납골당까지 갔다 왔는데 정말 덥데요.
    이런날은 그져 집에서 아슬아슬하게 입고
    요렇게 시원한 포스트 읽는게 제일 청량해요.ㅎㅎ

       

  7. 참나무.

    21/07/2014 at 09:36

    아슬아슬하게… 상상하니 괜히 웃음이 납니다
    해연님은 가능하시겠네요…

    저는 차라리 일 삼매경에 빠져 더위를 잊는 쪽을 …
    천 가게를 다니면 아이디어가 마구떠올라 참으라 애쓰면서말이지요
    -일 중독…이도 큰 병인 것같습니다

    음악 들으며 블로깅 하는 시간이 쉬는 시간입니다
    맛난 저녁 해드셔요 꼭!~~    

  8. 참나무.

    21/07/2014 at 09:38

    아참 돌아가신 분과 친하게 지내신 듯한데
    깜빡하고…
    이 복중에…유가족들도 애쓰셨겠네요
    호상이면 좋으련만?- 이도 결례되는 일인지도 잘 모르겠고
    우짜든지 남은 가족들고 건강하게 여름 잘 지내시길…

       

  9. 김진아

    21/07/2014 at 10:08

    올해도 골목길 누비는 즐거움은 느끼지도 못한 체로 여름을 넘기고 있습니다.

    참나무님 덕분으로…

    눈이 이쁘게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   

  10. 참나무.

    21/07/2014 at 10:11

    진아씨는 더 큰 일 하시는데 뭘 그러셔요

    저도 까칠공주님처럼 다래끼가 나서 안과 다니는 중이랍니다
    아예 곪아터지게 내비둘 걸 마이싱을 넘 오래 먹고있어 기분이 별로랍니다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눈을 혹사해서인지…다 제탓이겠지요만…^^

    아직 퇴근 전이시지요?
    건강 잘 챙기셔요 진아씨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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