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짠 페르샤 양탄자들 중 가장 비싼건 실수로 잘못짜진 무늬를 다시 고쳐 제대로 만든 것이란 얘길 읽은 적 있다
요즘 여가에 만들고 있는 악기 무늬를 가운데 두고
로그 캐빈으로 둘러싸는 작은 티코스터 (tea Coaster) 중 하나가
완성 후 보니까 자꾸 찜찜하여 기어이 튿어서 다시 고쳤다
우리 퀼터들은 좀 찜찜하면
무조건 튿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 듯
게을 부리다 결국 더 많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 . .
퀼팅 후 발견을 해서 다시 ‘수리’ 하면서
수직기를 마주 하고 앉아 속을 끓이며 어렵게 고쳤을
얼굴도 모르는 페르샤 여인들의 심사를 알 것 같았다.
현악기는 샌드위치까지 완성됐고 관악기는 많이 남았다
어렵게 수리를 하고 조간을 펼치니와닿는 시 한귀절이 있네
아침에 만나는 한시는 처음 올리는 것같다.
주말은 여유로와 이리라도 수선을 한 것이다 신새벽부터
도자기 작가등 예술가들이아주 명품이거나
맘에 여엉 차지않는 작품들은
팔지도 선물도 않는다는말도 있다
순식간에 쓰던 실이 어디로 도망을 간다 – 울 현지니 짓
어떤 건 퀼팅 실 색갈이 두 세가지인 것도 있다
금방 쓰던 실이 온데간데 없을 때 귀찮아서
그냥비슷한 실 골라 해 버릴 때도 있거든…;;
짙은 수박색과 짙은 고동색이어서
그럭저럭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겠다만
이런 건 기념으로 내가 갖기로 한다.
시답잖은 소품 몇 개 만들면서 나원참…ㅎㅎ
태풍끼가 있는 심한 바람이지만
아직은 시원한 바람불어 기분좋은 아침이다
엊그제 주말을 보낸 것같은데 벌써 또 주말이라니…
근데 재봉질 아니해 본 사람들이
밑실 끊어지는 소리…
그 느낌을 알까 모르겠네. . .
장마 주륵 툭, 빗줄기 가만가만 실눈에 꿰어 그리움 한 겹 덧대는 피복이 벗겨져나간 빗줄기가 닿으면 ―이애자(1955~ ) |
/ 김성규
올처럼 장마를 기다리긴 처음인가 하면 아니다. 몹시 가무는
불볕 여름이면 장마라도 오지, 했던 적이 더러 있었다. 올해는
마른장마로 지나가나 했는데, 빗소리가 퍽 반갑다. 곡식들은
물론 물에 기대 사는 목숨은 다 비를 기다렸다. 폭우만 아니
라면 며칠씩 들이닥치는 비의 방문도 기꺼이 맞을 정도다.
‘주륵 툭’ ‘밑실 끊어지는 소리’로 시작돼 끝없이 이어지는
장맛비. 처음엔 ‘실눈에 꿰어 / 그리움’을 덧대던 빗줄기도
곧 기세가 등등해지며감전이 두려울 정도의 ‘물창살’로
변하곤 한다. 그래도 큰 피해 없이 안에서 바라보는 장마는
비의 나라 주민이 되어보는 여름날의 경험.
폭설 속의 눈 나라 주민처럼 늘 반복되는 일상 속의 작은 일탈이다.
그 속의 ‘자발적 가택연금’이라면 길게 즐길 만도 한데, 그래도 ‘바깥’이 그립단다. 그바깥이 단순히 ‘바깥’일 뿐이랴.
‘일잔’ 같은 바깥의 권속도 그리우려니….정수자
연담
26/07/2014 at 03:17
밑실 끊어지는 소리, 느낌 제가 압니다. ㅎㅎ
살짝 특.. 소리가 들렸다 싶으면
곧 이어 맥없이 돌아가는 재봉틀과 건성으로 나오는 박음질.
밑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만사 다 꽝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죠.
요새는 재봉질 안하지만 오늘 참나무님 글 읽고
옛날 생각에, 요새 세상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토리
26/07/2014 at 05:00
바느질 하자면 필요한 것이 제법 많을 듯 합니다.
자 모양으로 생긴 고무판하며….^^*
아카시아향
26/07/2014 at 06:54
재봉틀로 드르륵~ 박으신게 아니고
한 땀 한 땀, 뜨시나봐요.
정말로 놀랍니다!!
우리 동네 퀼트 집에 아조 맘에 드는 가방을 하나 만들어 전시 해 놨는데
이게 도톰하긴 한데 혿겹이어서 혹시 폭신한 안감을 대어 하나 만들지 않겠냐 했더니
그러지 말고 저보고 하나 직접 만들어 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국엔…
담 달이나? 언제고 시간 내서 문화회관 같은 곳에서
정식으로 한달간 배워보려고 해요.
한 달 배우고 나면, 에코 백은 하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이 무지무지 덥다면서요? 어떻게들 견디시는지.
더위 먹지 않으시도록… 건강 유의 하셔요~
악기 시리즈, 다 완성하셔서
오케스트라 하나 구성!!^^
해 연
26/07/2014 at 12:22
그 느낌 알아요.ㅎ
쪽 이불, 상보,
이런것 만들었었거든요.^^
초록정원
26/07/2014 at 14:16
자다 깨면 엄마는 늘 손재봉틀을 돌리고 계셨어요.
이불 호청 누비고 삼베를 쪽으로 이어서 밥상보도 만드시고.
저는 재봉틀질은 안했는데, 그래도 북에 실이 없으면 감아드린 적은 있어요.
저도 안다구요.. ^^
참나무.
26/07/2014 at 22:56
"…밑에서 잡아주지않으면…"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연담 님 답글은 한 수 위시군요
재봉하셨다니 더 반갑습니다…^^
참나무.
26/07/2014 at 22:58
저 파란 고무판과 둥근칼만 있으면
가위는 없어도 된다고 미싱퀼터들은 말하지요
그래도 제일 정확한 건 사람의 눈이랍니다…토리샘~~~
참나무.
26/07/2014 at 23:01
저런 소품들은 모두 손 퀼트지요
경우에 따라 가방 등 큰 것들은 미싱이 효율적이고요
솜이 들어가면 한결 품위이있어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한달간 기초만…아주 잘 하셨어요..향님께 박수 짝짝…^^*
참나무.
26/07/2014 at 23:05
드르륵 하다 밑실 떨어지면 젤 짜증나는데…^^
어머님께 얼마나 살방궂은 따님이셨을지 충분히 상상됩니다
참나무.
26/07/2014 at 23:05
해연님두요?
어제 영화보면서 해연님 생각 많이했답니다
우쿨렐레가 자주 등장하거든요
여가나시면 비밀정원…보셔도 괜찮으실텐데…
24일 개봉했답니다…저는 운도좋게 우연히 근처에 갔다가…
오늘 영화이야기 참조하셔요~~^^
교포아줌마
27/07/2014 at 05:27
여전하시네요.
글에 바느질에 음악에….
밑실 끊어지는 소리
그 느낌 알고 말고요.^^*
즐감하고 갑니다.
참나무.
27/07/2014 at 12:48
교아님 …얼마만이신지요
반갑습니다
답글을 이제사 발견했네요…
교아님 솜씨야 제가 잘 알지요
– 라벤다 주머니 귀한 자수 때문에 해 바뀌면 다른 라벤다로 바꿔가며…^^
안부 주셔서 건강하게 잘 계신다고 믿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