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빙(Xu Bing)이 젊은 예술가에게 보내는 편지

쉬 빙(Xu Bing, 1955~ )

중국 충칭 시에서 태어나 북경에서 자랐다.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1975년부터 2년 동안 시골에서 지낸 후, 1977년 북경중앙미술학원

(the Central Academy of Fine Art)에 입학해 판화를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1987년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에 미국으로 이주

현재까지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하면서 살고 있다.

2001년 911 테러로 뉴욕에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고 난후 그 현장

에서 먼지를 수집해 그것으로 “먼지는 어디서 스스로를 수집하는가?

(Where does the dust collect itself?)” 라는 선불교 시와 같은 글귀를

남기는 설치 작업,영어의 알파벳을 한자의 상형문자로 그려내어 새로운

영어 문자체(New English Calligraphy)를 만들어내는 등의 개념 작업이 대표작이다.

다양한 매체를 가지고 작업하는쉬 빙은 언어를 통한 소통에 문제를 제기하고 문자와 그 뜻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쉬 빙은 2008년 북경중앙미술학원의 부총장으로 임명됐다.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와 언어 소통을 주제로 작업해오고 있는 중국 작가쉬빙

참조:

쉬 빙이 젊은 예술가에게 보내는 편지

첫째, 나는 매우 바쁘고,
둘째, 당신의 편지에 있는 솔직하고 구체적인 질문들은 간단하게 몇 마디로 대답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제각기 다 다르고 자기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미 성공한 예술가들에게 왜 다른 예술가들은 그들의 타고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느냐고 물어보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편지를 읽어보면 누구나 당신이 자신의 미래와 예술적 책무에 대해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자질이 아닙니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성공적인, 뛰어난 예술가가 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조건입니다. 당신은 그걸 알아야 합니다. 나는 항상 예술가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예술이란 무엇이며 그것의 원칙은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술가가 이 세계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자신과 사회, 문화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존재하는지를 식별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당신은 사회와의 당신 특유의 소통적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당신의 작업이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면, 사회가 당신에게 보답하기 전에 사회와 무엇을 교환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에겐 내가 살 수 있는 집이 있고 작업할 수 있는 작업실이 있으며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무엇이 교환되었는가?’ 미술관과 컬렉터들은 내 작업을 기꺼이 높은 가격에 사려고 합니다. 그들은 무엇을 샀을까요? 예술작품 그 자체는 그저 하나의 재료 덩어리일 뿐이에요. 그런데 그게 실제로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가치란 꼼꼼하고 세련된 솜씨에서 오는 것일까요? 많은 예술가들이 나보다 더 꼼꼼하게 작업합니다. 오히려 작업에서 가치 있는 부분은 가치 있는 사고방식을 사회에 제공하고, 예술적 표현의 새로운 형식을 제공하는 것과 관련돼 있습니다. 이 ‘새로운 흐름(new mode)’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잘 팔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직 팔릴 수 있는 경우에만 전환의 실마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흐름의 발견은 재능, 자신이 사는 시대에 대한 감수성, 그리고 현 문화와 환경에 대한 표준 이상의 인식 능력에서 발생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것은 기존 예술의 방법론들을 재구성합니다. 따라서 좋은 예술가는 생각하는 사람이며 예술의 언어로 생각을 해석하는 데 능숙합니다.

당신의 편지를 보고 나는 당신의 목표가 매우 높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동시에 당신은 빨리 경제적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이것은 올바른 사고방식입니다. 물론 어떤 ‘가치’든 상품으로 변질될 것이고 결국에는 팔릴 것입니다. 거리의 예술가는 매 10분마다 하나의 작품을 팔 수도 있습니다. 선물 가게의 예술가는 하루에 하나의 작품을 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상업 갤러리의 예술가는 한 달에 하나의 작품을 팔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들은 한 작품이 끝나자마자 팔아버리고 다른 이들은 그들의 전 생애에 단 하나의 작품을 팝니다. 이것은 전부 당신이 어떤 작가가 되고자 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내가 위에 언급한 몇몇의 원리들은 조금 폭이 넓고 당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지도 못합니다. 아래에서는 당신한테 도움이 될 만한, 내 경험에서 비롯된 몇 가지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예술을 공부한 모든 사람은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하지만 모든 사람의 조건은 다릅니다. 여기에는 지식, 예술적 감수성, 금전적 배경 및 가족 배경 등이 포함되지요. 모두가 강점이 있고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일을 좀 할 줄 아는 사람들은 그들이 어떠한 한계에 마주치게 된다 할지라도 그것이 자신에게 유용한 것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한계를 잘 활용하면 강점으로 전환됩니다. 나는 중국에서 아주 보수적인 미술교육을 받았고, 서구의 현대미술에 합류하기 위해 미국으로 온 것도 서른다섯 살이 된 후의 일입니다. 당신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젊은 미국 예술가들은 일찍부터 열린 현대미술 교육을 받았습니다. 언어와 문화적 적응력으로 보아, 뉴욕의 현대미술 현장에 섞여 들어가는 것은 당신에게 더 쉬울 것입니다. 당신과 비교하면 나는 자연스럽게 융화되진 못했지만 이러한 “부족함” 덕분에 나는 다른 이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뽑아내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사회주의적 미술교육 배경으로 인해 나는 아마도 현대미술을 남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고, 이는 또한 새로운 문화적 환경에서 살며 언어적 장벽에 맞서는 데서 자라나는 것입니다. 나는 언어, 말들, 그리고 오해에 특히 민감합니다. 나의 작업은 다른 이들의 작품은 하지 않는 특징들을 표현합니다.

나의 관점은, 당신이 어디에 살든지 간에 그곳의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는 곳에 예술이 있습니다. 당신의 곤경과 당신의 문제는 사실 당신의 예술적 창의의 원천입니다. 경력을 쌓기 위해 뉴욕으로 오는 대다수의 젊은 예술가들은 주류에 들어서기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당신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이곳에서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당신은 작업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예술가라면, 당신은 (살면서 그리고 일하면서) 미술계 바깥에서 관여하는 모든 방면에서 보물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것은 조만간 당신이 작품을 창작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주류 시스템에 빨리 뛰어드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과 맺을 적절한 위치와 관계를 찾으십시오. 하지만 그 시스템으로 거기 이미 있지 않은 뭔가 새로운 것을 가져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시스템이 당신을 받아들이는 데 이유가 될 무언가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시스템 자체에서 발견될 수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오직 다른 어떤 차원, 혹은 두 개의 영역 사이에서 온 것이어야만 당신은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오늘날의 예술은 풍부하고 다양해졌습니다만, 방법론에 있어서 더욱더 좁아지기도 했습니다. 너무 많은 예술가들이 현대미술의 ‘기준’을 만드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사실 이런 종류의 예술가들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작업을 하세요. 그리고 당신의 재능이 발견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오늘날 소통의 속도와 간편함 덕분에 반 고흐 시대와 같은 그런 비극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술관과 큐레이터들도 예술가들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더 이상 흥미로운 작업이 나오지 않을까봐 불안해합니다. 당신이 뭔가 좋은 것을 제시할 수 있는 한 미술관 큐레이터들은 전시를 하기 위해 그것을 잡아채가려고 할 것입니다.

성공을 기원합니다.

뉴욕에서, 쉬 빙

출처 <–

<– 책클릭하시면 인터파크로 바로갑니다.

Schumann – Piano Quartet (FULL) in E flat major, Op. 47

I. (0:009:52) Sostenuto assai – Allegro ma non troppo
II. (9:5213:30) Scherzo: Molto vivace
III. (13:3020:48) Andante cantabile
IV. (20:4829:05) Finale: Vivace

음악이 기니까…오노 요꼬의 편지도…^^

당신은 열여덟, 서른, 혹은 쉰 살일 수도 있으나
당신 인생의 이때에 예술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당신은 젊습니다.
우선 당신의 선택을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예술가로서의 끝없는 마술 같은 삶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세상은 당신의 것입니다. 세상은 당신의 작품을 위해 무한한 재료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다시 세상을 바라보십시오.
세상은 갑자기 다른 곳, 너무나 흥미롭고, 너무나 아름답고 또 너무나 신비로운 곳이 됩니다.
즐기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즐거움을 우리와 함께 나누십시오.
당신은 예술가로서 삶의 무궁한 신비를 펼쳐 세상과 함께 나누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작업으로 소통할 사람이 딱 두 명뿐일 수도 있습니다. 속상해하지 마십시오.
자기 작업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속상해하십시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작업을 봤는지, 또는 얼마나 많은 리뷰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절대로 속상해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작업은 존재할 것이고 계속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어떤 주목을 받게 되든지 혹은 받지 못하게 되든지 간에,
당신의 작업은 우리 세상의 윤곽을 계속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무명의 예술가라 하더라도 당신이 만드는 것,

그리고 당신이 나눠주는 것에 대해관심을 쏟으십시오.
당신의 작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세상에 작용하고,

그 답례로 당신이 나눠주는 것의 10배를 돌려줄 것입니다.
당신이 고물을 내놓으면 당신은 고물을 돌려받을 것입니다.
당신이 혼란을 내놓으면 당신은 자기 자신에게 혼란을 주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뭔가 아름다운 것을 내놓으면당신은 삶에서 10배로 더 큰 아름다움을 돌려받게 될 것입니다.
그게 법칙입니다.
당신은 이제 공원 안에 있는 나무와 같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도시가 잘 숨 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긴장을 풀고 침착하십시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직관과 영감에 의지하십시오. 그것에 그냥 따르십시오!

말이 난 김에, 예술가가 되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결정으로 인해 이로움을 얻는 아주 많은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큰 성공 빕니다.

사랑합니다!

뉴욕에서,
요코 오노

6 Comments

  1. 참나무.

    04/08/2014 at 22:22

    바쁘신 분들은 그냥 통과하셔요

    얼마전부터 글자들을 조형화 한 작품들이 자주 보이더군요
    지난 번 서울 숲 페이지갤러리에서 만난 쉬 빙의 문자그림..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영어를 한자처럼 쓴 글 …이제사 조금 감이 오네요
       

  2. purplerain

    04/08/2014 at 23:15

    아아~~너무 감사드립니다
    페이지 갤러리 이사란 분이 글자그림(?)에 대해 설명해 줘서 도움이 됐었는데요 이런 자세한 포스트 또 올려 주시니 정말 좋네요
    책도 한 번 꼭 읽어 보겠습니다   

  3. 참나무.

    04/08/2014 at 23:31

    ㄱㅁ씨- 아이디가 어려워서..ㅎㅎ)

    젊은이에게 보내는 책 클릭하시면 인터파르 책소개 더 자세히 나옵니다
    값도 착하네요 요즘 웬만한 책들은 2만원 가까지 되던데…^^

    다행입니다 도움되셨다니…동시접속입니다아~~^^*
       

  4. 선화

    05/08/2014 at 00:26

    쉬빙도 그렇지만…

    오노요꼬도 글을 잘 쓰는군요( 편지~)

    오랜만에 맑게 갠 날씨와 어울리는 넘 좋은 음악 덕분에요~~^^
       

  5. 참나무.

    05/08/2014 at 12:57

    저도 그래서 올렸어요- 요지만 짧게 잘 쓴 편지같아서
    릴케의 편지도 생각나지요…

    제주도 큰 피해없어 다행입니다…^^
       

  6. 벤조

    07/08/2014 at 03:37

    이 한편의 편지를 읽고 오노요꼬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가가 되어야겠어요, 젊어지려고, 말리지 마세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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