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죄송한 일이지만 저에겐 몹쓸 병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한 순간 글 한자 쓰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새 포스팅 뿐 아니라 답글 한 자까지도… 왜 이런 증상이 종종 발생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무슨무슨 이유로 몇일 쉬겠다 미리 통보를 드려야 하는데… 저를 이웃으로 하신 분들은-대단히 불행하게도- 저의 이런 무례를 몇 번 경험하셨을 줄로 압니다 늘 충분한 이유나 설명도 없이…말하자면 불량 블로거지요 그래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늘 아침에 만난 편지 하나로 말문을 열게되어 보관해둡니다 당분간 비공개로 해뒀다가 -언제 공개할 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공개가 되면밀린 답글부터 드려야겠지요 ㅡ 다행이 몇 개 되지않네요 더 죄송한 일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종종있을텐데 어쩌면 좋을지… 답글칸을 닫을까~~도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 . . . . . .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편지는 다소 길어서 그냥 나가서도됩니다
– 홍대앞에서 온 편지
만오천원 월급 받는 조교와 결혼해 ‘서교동 달동네’서 40년을 살았죠… 참 많이 싸웠고, 살 만하니 아파요 전화로 생떼 써 등록한 할머니예요. ‘글 선생’이 소탈하고 푸근해 맘에 들어요. 저는 글을 쓴다고 써왔지만 띄어쓰기도 제대로 몰라요. 살도 붙일 줄 모르고요. 그냥 짤막하게, 아이들 결혼하면 주려고 썼던 글들을 작은 책으로 낸 적 있지요. 애들 외지 나가 공부할 땐 신문이랑 책, 전시도록에서 오린 글과 사진들 모아 편지로 부치는 게 낙이었어요. 집안일 끝내고 한가로이 우체국 가는 길이 어찌나 좋던지. 요즘도 빨간 우체통 앞에 앉아 어디론가 사랑 담아 보내는 이들의 표정을 보노라면 참 행복해요. 늦둥이 딸이 여섯 살이랬지요? 우리 손자도 여섯 살인데. 종종 편지 띄울게요. 바쁠 테니 답장은 하지 말아요. # 서교동 달동네 동네에 ‘북 페스티벌’이 한창이에요. 남편이 매일 책을 한 보따리씩 사 들고 오네요. 오늘은 사진 공부 하는 아들 준다고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과 ‘고흐의 다락방’을 사왔어요. 저는 두꺼운 공책 한 권 사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지요. 극동방송에서 10분 걸으면 저희 집이에요. 올해로 40년 살았어요. 열 평 남짓 마당에 배추와 무 심겨 있던 낡은 집이었죠. 돈이 조금 모이면 이곳저곳 고쳤어요. 마당엔 동네 아이들 타라고 그네도 매달고요. 대문 열면 당인리 발전소로 석탄 싣고 가는 기찻길이 보였는데. 철길 양쪽엔 상추, 깻잎 심은 텃밭이 줄줄이 있고요. 돌이 갓 지난 딸아이 끼고 낮잠을 자노라면 기차가 덜컹덜컹 지나갔지요. 낮은 담 너머 우리 아이들 주라고 이것저것 넘겨주던 옆집 영훈이 엄마는 이곳을 ‘서교동 달동네’라고 불렀답니다. 그곳이 지금은 서울서 가장 번화한 동네가 되었으니 신기하지요? 젊은이들 찾아와 좋기는 한데 밤늦도록 노래하며 담배를 피워 대는 통에 요새 잠을 못 자요. 이사할 때가 된 걸까요? # 남편의 손 그사이 소식 뜸했지요. 남편이 아팠어요. 간단한 수술이라더니 두 시간 넘도록 소식이 없어 일 났구나 했지요. 병실로 돌아와 다시 짜증내는 걸 보니 마음이 놓여요. 이젠 거의 회복되어 손주랑 그림도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사러 나가요. 은퇴 후 마음앓이를 했나 싶어 가슴이 짠했답니다. 1973년 5월 15일, 마거릿꽃 한 다발 안고 1만5000원 월급 타는 조교와 결혼했지요. 며칠 전 내가 "우리 참 많이도 싸웠지? 살 만하니까 아프다 그치?" 했더니 남편이 빙그레 웃어요. 누군가 "남편 손이 멋진 줄 나이 들어 처음 알았다"고 하길래 저도 남편 손을 훔쳐본 적 있어요. 콧등이 시큰했지요. 생각보다 작고, 생각보다 거칠어서. 평생 돈 좇은 적 없고, 누구를 넘어뜨리고 일어선 적 없고, 언성을 높인 적 없던 사람. 그래서 늘 빠듯했지만 남편 덕에 두 아이 반듯하게 자랐다는 고마움이 커요. 하긴 모르죠. 나 몰래 딴짓했을 수도, 호호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중2 아들 드디어 중딩 아들에게 소리 지르기 시작했군요. 저는 때리기도 했어요. 새 옷 사주면 친구들한테 벗어주고 오고, 집에 안 와 학원에 찾아갔더니 등록한 사실이 없다고 해서 기함한 적 여러 번이었죠. 당시 유행한 통바지 자락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온 동네를 쓸고 다니길래 세탁소 가져가 밑단이랑 통 좀 줄여달라 했더니 주인이 물어요. "아드님한테 허락받았어요?" 녀석이 하도 느긋해서 "넌 대체 인생의 목표가 뭐니?" 물었더니 "재미있게 사는 거"라고 해서 두 손 들었잖아요. 아들은 그러려니 하세요. 중학교 때 조용하면 대학 가서 사고 쳐요. 그저 엄마 보면 웃게만 해주세요. 사진 공부한 아들은 장가갈 생각도 않고 돌아다녀요. 요즘은 아는 형 잡지 일 도와주고 돈을 버는지 엄마 머리 하얘진 것도 모르고 화려한 색깔 옷을 사다줍니다. "야무지게 모아야지"란 말이 목까지 올라오지만 결혼하면 그리하겠나 싶어 고맙게 받지요. 아들이 행복해 보이니 저도 행복해요. 자식은 그런 거예요. # 시아버지 곧 추석이에요. 장충동 산꼭대기에 신혼방 얻었더니 시아버님 시간만 나면 찾아와 이것저것 손을 봐주셨지요. 철없는 며느리에게 언제나 "고생한다, 조금만 기다려봐라" 하시며 사랑을 주셔서 동네 분들은 친정아버지인 줄 알았대요. 아들이 교수 되니 "어미야, 네가 복이 많다, 네 덕에 애비가 잘된다" 하셔서 어찌나 송구하던지요. 당신 돌아갈 날 아셨는지 저희 집 오셔서는 아들과 둘이 목욕하고 며칠 후 세상 떠나셨어요. 기일이면 남편은 꽃을 한아름 사와 아버님 사진 옆에 올려놓고 촛불을 켜요. 그리고 밤새 책을 읽지요. 꽃이 질 때까지. 그것이 우리 집 추도 예배랍니다. 작달비 멎으니 바람이 선선하네요. 이번 명절엔 쪼그려앉아 전 부치지 마시길. 나처럼 빨리 늙어요. ※이 글은 이화여대와 극동방송에서 20년간 상담 일을 해 온 수필가 김을란 선생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김윤덕 기자의홍대 앞에서 온 편지-<– 출처
어느 날 은퇴한 남편 손을 봤어요… 생각보다 작아 콧등이 시큰했죠
사랑하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입니다.
남편 손이 닿으면 우리 집은 구석구석이 밝아져요. 은퇴하더니 집수리에 더욱 열심이네요.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부아를 내면 남의 집처럼 얘기한다며 서운해해요. 요즘은 저를 위해서 한다는 말이 "밥하지 마"예요. 밥 달라 소리보다 더 무서워요.
프레드 리먼 | 알렉산드라 리프(저자) | 박대정 (옮긴이) |마음산책
| 2011-08-25| 원제 Van Gogh’s Table: At the Auberge Raboux
해 연
26/08/2014 at 09:51
상수동 옆 서교동.
그때도 서교동은 고급주택가였어요.
최규하대통령 집도 있었고…
당인리 발전소 근처 한강 옆 동네가 달동네였지요.
지금은 카페가 많이 들어 섰어요.
나는 상수동 달동네서 살았어요.
홍대 후문, 조금만 걸어가면 극동방송!
거기도 싹 밀어내고 아파트 지었드라구요.
댓글난 닫는것도
비공개로 하는것도 용기있어야 하나봐요.ㅎ
거의 매일 포슽 올리다가 그게 싫어졌다면 정말 큰 병이네요.ㅎ
빨리 낫기를 바람니다.^^
참나무.
26/08/2014 at 10:05
홍대 앞에서 온 편지 덕분에 ‘그래도’ 쬐끔은 치료가 되었네요…^^
이 편지 읽을 때 무슨 해연님 생각도 쫌 했는데 – 정말입니다
이유가 있었군요…상수동 사셨다니!!!
핑게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 맞네요…우린 뭔가로 엮여저 있는 거 확실합니다
요 며칠은 ‘그리스인 조르바’ 에 온 정신이 다 팔렸어요
예전에 분명히 앍은 것 같은데…안읽었는지도 모를 일이네요
안소니 퀸…영화도 본 걸로 기억하는데 …
맨 끝장면 조르다 딴스 추는 장면도 Y-tube 에 낯익어선 아닐 지?
제가 절 못믿겠답니다…
아 이젠 말문이 열리는 걸보니 몹쓸병 치료가 된모냥입니다…
답글 칸 닫았다 또 열고싶으면 어카나…소심해서 못닫는답니다…쯧…;;
잎사귀
26/08/2014 at 10:35
그거이 몹쓸병이라면
저는 원래부터 그 병인데요 ㅎㅎ
요즘엔 사람 만나는것도 싫어서
꼭 가야할, 가고싶은 , 약속해 놓고도 안가고 마는 지경이랍니다ㅜㅜ
올리뷰책도 받아놓고 리뷰쓰기 죽어도 안되어 그도 못올렸고요.
참나무.
26/08/2014 at 12:08
혼자가 편해지는 병…
우리 어디가서 상담 좀 받아야되는 거 아닐까요..ㅎㅎ
올리뷰…저도 리뷰 부담 때문에 안신청하기로한 거 오래구요…;;
purplerain
26/08/2014 at 12:18
저는 어디 여행 가셨나 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꼭 매일매일 포스트를 올리고 답글을 달아야 하나요?
좀 편히 하셔도 되지 않나 해서요…
저도 무언가 귀찮아지면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 못된 병 있어요
누구나 조금씩 그런 증상 있고 그런거잖아요^ ^
아침에 조간에서 슬며시 웃음 띄우며 읽었던 기사입니다
참나무.
26/08/2014 at 12:49
매일이다시피 일상사라도 올리니까 헛걸음 하시는 분들께 미안해서 그런답니다…^^
새 포스팅은 안올려도 성실하신 분들은 꼭 답글 답방 하시던걸요…더러는 답글 보다
조금이라도 더 긴 답의 답글 드리는 걸 원칙(?)으로 하는 분도 계신답니다
그런 면에서도 전 불량블로거 인정합니다…^^
비온 후여서 시원해서 좋으네요 오늘은…
shlee
26/08/2014 at 14:20
참나무님~
좀 불량해도 되요~
^^
맘대로 해도 되고요~
^^
참나무.
26/08/2014 at 14:36
근데 전 마이 불량해요- 답글에 인색한 이유는 그노매 오타 때매..^^
지금도 보니 조르바를 조르다로…
어떤분은 답글 조차 워드 창에 써서 옮기시던데…;;
조 위 제 답글 중 ‘원칙’ 은 이웃에 대한 ‘예의’ 또는 ‘배려’로 고쳐야겠슴둥.^^
굿바이 헤이즐…전 쉬리님 향 커피 끊었나? 했지 뭡니까..ㅎㅎ
오늘 선재에서 ‘비긴 어개인’ 봤어요…보셨나요
추워서 지금 가디건 걸치고 컴 열었어요..^^
shlee
27/08/2014 at 02:05
헤즐넛이랑 헤이즐이랑
착각~ㅋㅋㅋㅋ
딸이 같이 보자고 해서
보려고 합니다.
dolce
27/08/2014 at 03:51
무엇에 든지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
어렵지만 그래야 정말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요즘 아주 옛날에 올린 것들을 보곤합니다.
그때 열심히 댓글 다시던 참나무님의 모습도 보이고요.
음악 가져가면서 미안해 하던 글도 있고….
(8년전에 조수미의 사랑은 꿈과 같은 것 재방하시면서 ㅎㅎ)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또 겨울이 되고…. 봄이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봄을 맞이하고 그렇게 되겠지요
그 새로운 마음으로 기쁨과 평강이 충만하세요.
참나무.
27/08/2014 at 23:16
주인공인 ‘자유인’ 이 부러워 교수직을 버리고
새로운 다른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책…요즘 읽고있어요
다 읽고나면 저도 좀 변할 수 있을까요
요즘 좀 한가하신가봐요…오래 전 글을 다 찾아 읽으시다니요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참나무.
27/08/2014 at 23:18
비긴 어게인…노래도 잘 부르던 키에라 나이들리 …요즘 자주 방송타던데요
따님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요
‘원스’랑 막은 맥락의 영화지만 ‘음악적 교감’에다 축을 맞췄더군요
보시고 리뷰 올려주셨으면…^^
trio
29/08/2014 at 17:18
이건 몹쓸병 아니예요.
그냥 자유하세요.
블로그…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 아니잖아요?
물론 궁금하지요. 안보이시면…
그래도 그러려니…생각하기로 했네요.
저도 똑같은 몹쓸병을 앓고 있으니까요. ㅋㅋ
덕분에 잔잔한 삶의 이야기..즐감했습니다.
참나무.
29/08/2014 at 22:07
고맙습니다 동지들이 많으네요…^^*
우리 앞으론 새 포스팅 없어도 그러려니…합시다
많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