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에서 듣는 쇼팽 발라드- 김문경 강의 잊혀지기 전에

8월 풍월당 월례강좌 ‘클래식 어드벤쳐’를 듣고 보고 왔습니다

제목: 바르샤바에서 듣는 쇼팽 발라드

일시 : 2014년 8월 30일 토요일오후 2:00 ~ 오후 4:30

강사명 : 김문경

강의 소개 : 피아노라는 악기로 쇼팽만큼 세련된 시정을 보여준 작곡가는 없습니다. 벽돌 하나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건된 도시 바르샤바에서 쇼팽의 걸작 발라드 1~4번의 우아한 낭만성과 완벽한 고전미를 직관적으로 느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쇼팽이 태어난 바르샤바 근교의 젤라조바 볼라, 쇼팽 박물관, 바르샤바 대학, 쇼팽의 심장이 묻힌 성십자가 교회에서 쇼팽의 흔적들을 찾아 나서 봅니다

김문경씨의 말러 교향곡 5악장 (베니스에서의 죽음 )강의 들은 이후

제 시간 허락하는대로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좀 일찍 가서 제 자리 확보해 놓고4층로젠 카발리에 카페로 내려가

느긋하게 공짜 커피 한 잔 하고 5층으로 올라가니

벌써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빼곡히 차 있고

풍월당 직원들은 보조의자까지 뒷쪽에 준비하고 있었지요

김문경씨 어제는 흰바지에 검정 상의 빨간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오른쪽에서 자료 준비하고 있었고요

와지 엔키 공원 내쇼팽 동상 -버드나무 아래 쇼팡의 우울을 절묘하게 표현한 …

2시 정각에 ‘히든싱어’로 먼저 시작하겠다며

커텐이 드리워진 방 세 개 중에서 가수 신승훈이

몇 번방에서 나오는 지 알아맞추는 장면이…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보는 프로인지

한 번만 봐도 대강 느낌은 전해지더군요

뒤이어 자신이 직접 꾸민거라며 1.2.3번 커텐 속에서

흐르는 연주만 듣고 아쉬케나지 쇼팡 연주를 알아맞치는 게임이었어요

무딘 저는 그게 그것같아 도통 알 수 없지만 답은 3번방이었어요

‘정만섭 선생님은…’ 손톱 긁히는 소릴 듣고 ‘아라우’를 알아맞친다 해서

또한 번 더 기가 팍 죽었더랬습니다.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 Chopin Ballade no.1

발라드 1번 G단조 Op. 23

연주: 아르투로 미켈란젤리

전곡 연주 이후엔 루바토 라는 음악 용어를 충분히 설명했어요

대가들의 어록을 방점찍은 모니터로 비춰주면서…

모두 주옥같지만 제가 워드가 느려 다 올릴 순 없고

제일 짧은 것 하나만

저 나무들이 보이나요? 바람은 잎을 스치며 지나가지만 나무는 변함이 없죠.

바로 이것이 쇼팽의 루바토입니다(리스트)

루바토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얹는 체리가 아니다.

아무 느낌도 없는 민머리 이마에 개성적인 애교머리를 이식할 수는 없다.

루바토는 두드러지건 미묘하건 간에 엄연히 음악적인 삶의 한 방식이고 범주이다(러셀 셔먼)

하나만 올리기로 했는데 재밌는 설명이라 인심씁니다…ㅎㅎ

클래식 강의가 이처럼 재밌다는 겁니다

발라드 2.3.4번은 크리스티안짐머만 연주로 들었는데

짐머만 손이 그렇게 고운줄 몰랐어요.

약지의 실반지도 인상적이었구요

쇼팽 발라드 2번 F장조 Op. 38

전곡 감상 끝나면 중간 중간 바르샤바 도시 기행은 또 얼마나 재미진지

나치 폭격으로 납짝하게 된 바르샤바를 두고

다른 도시에 새로운 바르샤바를 건설하자…

아니면 바르샤바 그 자리에 다시 건설하자…

두 안건이 이사회에 제기되고…

그들은 다시 건설하자로 합의 후 벽돌한 장까지

전 시민이 참여하여 비슷하게 건설한 모습을 이곳 저곳 보여주었지요

그리고우리 모두를 자괴감에 빠지게

숭례문 불타기 전과 후를 보여주었습니다

관계자들은 바르샤바여행은 못했을거라며…;;

재탄생한 아담한 도시 바르샤바는, 인간의 존엄은 값으로 매길 수 없으며

그것이 독재자보다 생명력이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하고 있다( A.M. 통)

보이 스카웃까지 동원하여 다시 재건된 바르샤바 건축물들

어쩌면 그리도 멋진지…아르누보 양식도 보이고

건물 대부분은 테투(문신) 까지 했더라며 우릴 또 웃겼어요

퀴리 부인 박물관

바르샤바 대학 도서관

도서관 옥상의 공중 정원, 올라가는 길도

계단이 아니고 완만한 비탈길이었어요

모던하면서도 친 자연적이 바르샤바 대학 도서관과

서울대 도서관 비교하며 거의 감옥같지 않냐고…;;

서울대 가끔 갈 때 저는 그냥 넓구나 그런 생각만 했는데…

그래도 저 속으론 서울대 미술관이 있어서 다소 위안은 됩디다

일부러 낡은 모습으로 만든 화면 속 건축들은 눈물겹기까지 하여

바르샤바 여행하고싶게 하던걸요- 꿈을 가져볼까요

쇼팡 생가, 음악 형식으로 된 각각의 방과

이별의 곡 악보가 펄럭이는 커텐,

박물관에 보관된머리카락 일부를 본 이후엔 더더욱!!!

쇼팡 박물관

젤라조바 볼라(Zelazowa Wola) 쇼팽의 생가

아는것 만큼 들린다 해야할까요

어제도 여러 음악 형식을 직접 피아노 연주까지 하며

리얼하게 강의한 덕분에전에 못들었던 부분까지 쏙쏙들리던걸요

중간 중간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중

‘아틀라스’‘어부 아가씨’(시 하인리히 하이네)는

바리톤:크리스티안 게르하허 한글 자막까지 실어 보여주었고


Arnold Bocklin, ‘The Isle of the Dead’

슈베르트 ‘난쟁이’ Der Zwerg D.771

바리톤: 디스카우-제랄드 무어 컴비로 들려주며

준비한 자료화면들도 낯익었습니다

왕비를 사랑한 난쟁이 이야기, 결국 왕비를 죽이더군요

이런 전설을 담은 옛 시가도 발라드의 한 분야를 차지하는 줄은 몰랐어요

발라드 하면 그냥 달콤한 사랑노래 정도로 알았는데…

가사 끝부분은 슬프더군요

"난쟁이는 결코 육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 . . . . . .

쇼팽 발라드 3번 A플랫 장조Op. 47:

아담 미추카에비치의 시 ‘물의 요정’ 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답니다

물의 요정 해설할 때는 쇼팽 뱃노래 들려주며루살카, 싸이렌,

워터하우스 그림이 자료 화면으로 많이도 떴습니다

The Lady of Shalott (1888) by John William Waterhouse

루살카( 르네 플레밍) The Siren

쇼팽 발라드 4번 f단조 Op. 52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은 한 손으로 연주한다.

이런 연주가는 무질서한 소리의 혼합만을 만들

소수의 피아니스트들은 두 손으로 연주한다.

그리고 선택된 극소수의 피아니스트는 네 손으로

연주한다. 엄지손가락은 호른이 되고 비올라가 된다

피아노 연주는 아무리 인간적 및 초인간적 의미가

담긴 탐구일지라도 결국 하나의 색다른 근육운동

뿐이다 ( 러셀 셔먼 )

발라드 설명할 때신승훈의 ‘사랑해선 안될’…과

‘아드리느를 위한발라드’를 신파조로 연주 후

이런 게 발라드가 아니고~~~

쇼팡의 발라드는 이야기를 담은 시,

한마디로 하면 ‘담시’라며 1.2.3번을 종합한 듯한

4번 전곡을짐머만 연주로 들려준 후

얼이 나간 듯한 우리를 향하여 이런 연주는

3D가 아니라 6D정도 아닐까 ~~하더군요

풍월당 구름채 스피커로 제대로 들어 본 저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제가 좀 더 용기가 있었다면 ‘김문경씨 강의도 7D…’ 했을겁니다

한 사람의 노고로 여러 사람들이 만족해 하는 표정들과

박종호 선생 표현대로 강의 중간 , 까자 먹는 시간에도

뭔가 보고 있던 그가 생각나서. . .

김탁환씨는 책 한 권 출간할 때 1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는데

잘은 몰라도 김문경씨는 얼마나 많은 연주를 들었으며

얼마나 많은 독서를 했는지조금은 짐작이 가더군요

(비 인기종목 클래식 강의실 빽빽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서…)

끝으로쇼팡의 3가지 유언 아시나요 …

대강 요약하면

1. 내 무덤에 폴랜드 흙을 뿌려달라

2. 심장은 바르샤바에

3. 장례식에는 모찰트 레퀴엠을..

유언 설명 후 심장이 묻힌 성 십자가 성당까지 많이 보여주었고요…

9월 강의:라이프치리에서 듣는 바흐 커피 칸타타

부디 별 일 없길 …

오디오 생활도 접어 CD도 안사고 타발질도 느린 제가

필사해가미 보관하는 이유는 로데오 거리에

불가사의하게 자리한 풍월당 …오래오래 있었으면~~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집에서 멀지않아 저는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큰 행운이고요.

Krystian Zimerman – Chopin Ballade No. 4 in F minor, Op. 52

13 Comments

  1. 선화

    31/08/2014 at 03:48

    우왕~~ 얼마나 행복하셨을까요?

    저는..유일한 남동생이 폴란드에 오래 살아서 두번 가 봤어요
    잘사는 유럽나라들에 비해 조금은 가난해보이고 쓸쓸해도 보였지만
    가서는..제일 먼저 쇼팽이 생각났었지요

    찬찬히 잘 읽고 뿌듯한 마음으로 갑니다
    최근 블러그중 최고!!! ㅎㅎㅎㅎ
    음악고 다~~아~~ 듣고요!!!!   

  2. 참나무.

    31/08/2014 at 07:49

    선화님은 여행을 참 많이 하셨네요
    그냥 몇박 몇일 여행이 아니었을테니 더 부럽습니다

    제가 본 것들 기억하며 검색해 보는데 제대로 찾아지질않네요…
    어제 강의도 바르샤바 여행하며 느낀 개인적인 얘기도 보태져서 더 실감났답니다

    이 칸은 조금씩 업뎃하겠습니다..^^
       

  3. 31/08/2014 at 14:10

    사진보면서 서울대 도서관이 감옥같이 보이는게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본 바르샤바 도서관이 재떨이 모양같아서 웃었는데요 ㅎㅎㅎ
    저는 정말 감각이 없나봐요 ㅋㅋㅋ

       

  4. trio

    31/08/2014 at 14:34

    에고고, 부러워요.
    연주회에 가는 것보다 훨…..실속있는…

    파리의 몽소 공원에 있는 쇼팡…
    페르 라 쉬즈 묘지에 있는 심장없는 쇼팡의 무덤…
    아직 폴란드에 가 보지 못했는데…
    이 글 보니 당장 폴란드로 날라가고 싶네요.

    서울에 가면 풍월당 강의를 꼭 듣고 싶은데…
    왜 이리 발을 떼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김문경이 남자?
    하얀 바지, 검은 상의, 빨간 나비 넥타이?..패션이…ㅎㅎ
    그동안 이메일 보면서 의례이 여자인줄 알았거든요.
       

  5. 연담

    31/08/2014 at 23:09

    참나무님 블로그 읽으며 전 참 배우는게 많아요.
    제가 너무 아는게 없다는 걸 아프게 느끼죠.
    풍월당 운운.. 하실때 저는 고베 풍월당 (후게츠도)과자 생각만 나더라구요. ㅎ
    서울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6. 참나무.

    01/09/2014 at 00:41

    ㅎㅎㅎ 밥님 혹시 애연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잖아요…농담입니다…   

  7. 참나무.

    01/09/2014 at 00:52

    트리오 님 부디 저보다 먼저 가 보시길 바랍니다
    고색창연한 도시의 기운들이 고대로 살아있는 바르샤바
    트리오 님 사진으로 담으면 금상첨화겠지요…

    폴란드인들은 사체 나누는 일을 우리처럼 이상하게 생각하지않는다네요
    사체가 나뉘어져 묻힌 몇 몇 명사들 얘기도 해줬는데 잊어버렸네요 메모를 않아서

    트리오 님도 풍월당 편지 받아보시나봅니다
    언제가될 지 모르지만 풍월당 강의실이나 카페에서 뵈올날도 올까요

    미국서도 ‘콩’ 다운로드 받으면 KBS F.M 들을 수 있는데
    시차 때문이라면 ‘다시듣기’도 되거든요
    정만섭씨 유정우씨 김문경씨 강의 라지오로 늘 듣습니다 저는
       

  8. 참나무.

    01/09/2014 at 00:58

    풍월당…일본 나마까시랑 까자 생각 먼저 하셨다니 웃습니다…^^

    꽤 오래된 곳이랍니다 한 번 검색해보셔요
    회원등록하면 다달이 메일도 온답니다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라 교통도 편하고요…

    연담님 짬짬이 올려주시는 글들 깊으시던데요…
    전 정성껏 가꾸지도 못하고 제맘대로 …
    쉽게 파박~~ 올려버리는 천둥 벌거숭이라 죄송합니다…;;
       

  9. 조르바

    01/09/2014 at 04:37

    김문경씨 강의 몇개 들었는데
    그중 인상적이었던게…말러와… 300인..클레오파트라 관련
    서울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군요…그때… 좋은 강의와 문화공간 때문에…ㅎ   

  10. 참나무.

    01/09/2014 at 07:39

    오호 바쁘신 워킹우먼이 언제 감문경 강의까지~
    황장원씨 말러강의도 들어봤는데 …역시 말러 전문가는 김문경씨더군요
    지지난 토요일 말러 강의도 썩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간 거구요
    악보 모우는 특별한 취미가 있더군요 또…

    제 친구는 예당 세익스피어 강의 듣고 자랑 많이하던데…
    여튼 대단히 인문학적인 약학도더군요
    유머 감각도 굉장하고
    그 외 풍월당 강사들 모두 대단하지요
       

  11. dolce

    08/09/2014 at 04:45

    한국은 이런 면에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음악을 이렇게 세밀하게 즐길 수 있다니….
    하여튼 참나무님 덕분에 같이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풍월당이름이 창이나 가야금 연주가 어울릴 것 같은데 ㅎㅎ
    지킴이 운동을 하셔야겠네요.

       

  12. 참나무.

    08/09/2014 at 07:45

    이번주 토요일엔 라이프치히에서 듣는 커피 칸타타…
    많이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답니다

    풍월당 카페는 유럽 살롱을 연상하게 해뒀지요
    요담 내한하시면 음악 마니아시니까 꼭 방문해보시기바랍니다
    이런 강의뿐 아니고 강남에서 음반판매하는 유일한 곳이거든요
    – 물론 온 오프 다 가능하고요
    박종호로 검색 한 번 해보셔요~~
       

  13. dolce

    08/09/2014 at 14:07

    아 네 감사합니다.
    박종호 살좀 빠졌는지 ?? ㅋ

    온라인으로 한번 가봐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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