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얼굴

너의 얼굴이 흐른다. 너의 얼굴이 비낀다. 너의 거울. 너의 얼굴. 나는 너의 얼굴을 찾아 세상을 떠돌았다.

낙엽이 흐를 때. 새가 솟을 때. 나는 어디에서나 너의 얼굴을 만졌다. 나는 어디에서나 너의 얼굴 안에 있었다.

아무것도 지우지 못했다. 너는 언제나 잊히는 얼굴 하나였다. 나는 그날 너의 얼굴을 걸었다. 바람은 같았다.

―이준규(1970~)


당신은 도처에, 어디에나 있다. 낙엽이 핑그르르 돌며 떨어질 때나 한 마리 작은 새가 하늘의 악보

에서 음표처럼 솟으며 기쁨을 노래할 때에도 당신의 얼굴은 있다. 무엇인가 탄생하거나 무엇인가 소멸

에도 당신의 얼굴은 있다. 이 세계의 미세한 움직임과 사건 하나하나에 당신의 얼굴은 들어 있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은 나의 거울에도 담겨 있다. 나와 당신은, 나와 세계는 서로 이어져 서로 친밀하게

주고받고 있다.그러므로 우리 사이에는 만감(萬感)이 있다. 당신은 나의 내부에 있다. 우리는 서로의

내부에 있다. 우리가 서로의 거울 안에서 풍경처럼 흐르고 있다니! 시인 문태준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출처

6 Comments

  1. dolce

    28/01/2015 at 04:53

    나는 이시를 읽으면서 블로그 들의 얼굴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야 말로 흰백지 위에 상상의 날개를 펴며 그려 볼 때가 있지요
    그리고 그 불확실성속에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곤하지요.
    어쩌면 그래서 블로그가 더 아름다운 그리고 흥미로운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는지도…..

    좋은 시 좋은 음악 오늘도 변함없이 즐감하고 갑니다.

    우리가 서로의 거울 안에서 풍경처럼 흐르고 있다니….. ^^**   

  2. 벤조

    28/01/2015 at 06:56

    시인이 시를 해설하니 만감이 흐르는군요.
    옮겨주신 참나무님께도 감사!
       

  3. 참나무.

    28/01/2015 at 12:32

    시 한수로 아름다운 상상을 하셨군요
    블로그로만 만나던 이웃 오프로 대면할 때는 그래서 두려움도 많지요

    음악 고르느라 신경 쓰다 쇼스타코비치 로망스가 선택됭ㅆ네요
    여러 번 올린 곡이지만 …선곡이 맘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새 글도 좀 올려주시면 더 고맙겠어요~~^^
       

  4. 참나무.

    28/01/2015 at 12:35

    가끔은 시보다 해설이 더 와닿을 때도 있지요
    문태준 시인은 참 걸망하데요 (경상도 사투린데…나이보다 올되다 비스므레한…ㅎㅎ)

    솔직 담백 거짓도 없은 분이라 직접 만난 이후 그의 시가 더 좋아지더랍니다.

       

  5. 선화

    28/01/2015 at 23:14

    걸망이 그런뜻이군요( 전 경망스러운?? ㅎㅎ)

    저도 음악이 젤먼저~~ㅎㅎ

    문태준 시인의 글(시)은 언제나 좋습니다
       

  6. 참나무.

    29/01/2015 at 00:18

    겡상도 사람들만 아는 방언일겁니다 아마도?

    영화 ‘등애’ ost로 사용된 곡이지요

    오늘도 최고로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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