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는 시간, 당신에게

그녀가 두 아이와 겨울 휴가를 떠나려고 차에 짐을 싣고 있는 걸 이웃들이 보게 되었다. 이웃집 부인은

‘또 영월에 가요?’ 하고 물었다.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8년. 하지만

그녀의 여름과 겨울 휴가지는 변함없이 영월 산골의 시댁이다. 어디 다른 곳엘 가더라도 반드시 시댁에 먼저

들러 인사를 하고 며칠 머물다 가곤 했다.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는자신의 상심도 상심이지만외아들

을 먼저 보낸 시부모님의 고통이 헤아려져서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시댁엘 가겠다고 맘을 먹었다.그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뿐이기도 했다. 시부모님은 ‘아직 젊은데 네 갈 길을 가도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남편이어디 긴 출장이라도 떠난 것처럼 살았다. 남편이 너무 짧게 너무 많은 사랑을 주고

떠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혼자서 두 아이와 살아야 하는 현실이 버거워세상의 다른 어떤일보다 두 아이와

함께 아빠에 대해 애길 하고 아빠를 만나러 가고 시댁에 가서 인사를 하는 시간이 오히려 행복했다. 그녀

에게 가장 뭉클한 순간은 영월 산골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와 아이들을 반겨주시는 두분의 눈빛을 볼 때

이다. 그 안에는 언제나 아들을 다시 만나는 듯한 반가움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경사진언덕에썰매를

수 있게해 주셨고, 그리고 며느리와 손자들에게 굳이 안방을 내어주시곤 했다. 장작불을 떼는 산골의 밤.

새벽 3시 무렵 방이 식어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다시 온기가 올라오곤 했다. 아버님께서 늘 그 시간이면

다시 장작불을 떼어 주시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는 삶을 다시 한 번 사는 것처럼, 다시 한 번 더 위로받는

것처럼 세상 모든 근심을 녹일 수 있었다. 처음엔 어른이 고생하시는 것이 마음 쓰여 만류했지만, 그것이

곧 아버님행복이란 걸 알게 된 뒤론 그 따뜻함을 감사하게 받기로 했다. 그녀가 드릴 수 있는 드리고

부모님이 해주시는 건 감사히 받는 것.그것이 가장 단순하고 가장 큰 행복이라는 걸 그녀는 알게 되었다.

바로 지금 그녀와 두 아이는 그 행복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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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 집에 있을 때 듣는 라지오 프로에서

시아버지가 며느리와 손자를 위하여 새벽 3시에

군불을 다시 뗀다는 부분을 얼핏 듣고 다시듣기 하면서 직타했다.

초저녁에 군불을 떼어도 새벽 3시 방이 식는 거 나도 경험하여

충분히 그 상황이 전해져서 자초지종이 궁금했다.

방송 프로그램은 저녁에, 당신에게 지만

지금은 저녁이 아니어서 해지는 시간으로

해 질 녘 시작하는 이 프로오프닝은 가급적 들으려 애를 쓴다.

오프닝끝 멘트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싶어서일 것이다.

제일 싫어하는 직타라 원문과는 많이 틀릴 것이다

죄송한 일이지만 방송 구성작가 김미라씨의 글인지

아니면 다른데서 빌려온 글인지도 잘 모르겠다.

한 마디로 라지오는 내친구를 길게도 늘어놓는다

광고의 맥을 짚어내는 카피라이터들은 짧은 한 문장에 모든 걸 담아내야 해서책상에서 고민하는

후배에게한 선배가등을 떠밀며 ‘책상에서 짓지 말고 밖으로 나가 주워오라’ 삶은 움직이고 느끼고

찾아내는 사람의 것이라 했답니다.

밖에서건 안에서건 많이 웃고 많이 움직이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한 주가 되길 바랍니다.

무심히 흘려보내 버리기엔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니까요. 여러분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녁에, 당신에게
무심코 스쳐 지나온 이야기, 삶의 갈피에 숨겨진 이야기,
사람 사는 세상의 아랫목 같은 이야기들로 빚은 위로의 시간.

오늘 BGM도세상의 모든 음악 시그널

잠시 후 6시 정각 KBS 1F.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은 2009년 2월 27일 천리포 수목원에서

복수초. 크로커스. 설강화 snow-drop

Tiger In The Night / The Royal Philharmonic Orch

15 Comments

  1. 순이

    08/02/2015 at 13:15

    라디오를 들으시며 타이핑을 하시는 군요
    순간의 감동도 지나치는 법이 없이 이렇게
    기록하여 간직하시고 또 들려주시니 대단하십니다.
    작년 4월에 뵙고 그냥 10개월이 흘렀네요.
    그래도 늘 만나는 듯 정답습니다.
    건강을 회복하셔서 더욱 활발한 모습 기다립니다.
       

  2. 교포아줌마

    08/02/2015 at 18:03

    세시에 불을 지피시는 아버지 마음

    따습게 잘 자라고.

    헤아려 기꺼이 받아들이는 며느리 마음

    살아나가는 원동력이 되는 마음들이지요. 소중한.   

  3. 참나무.

    08/02/2015 at 23:01

    현지니가 있을 때는 귀담아들을 수 없지요
    그래서…
    중간 중간만 받아적고 스토리는 대강 끼워맞춰 원작가들껜 미안한 일이지요

    이순원씨 찬 순한분이데요
    제가 만나본 강원도 분들 대부분… 물론 순이님도…^^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담소한 적 있어서
    물론 이순원씨는 절 모르시고요 …그 자리에 그냥 듣기만 해서

    올해도 작년처럼 서촌에서
    또 아람누리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아~~

       

  4. 참나무.

    08/02/2015 at 23:04

    프로그램 의도대로 사람 사는 세상
    따땃한 구들막 같은 이야기지요
    위로가 되는 시간이랍니다.

    그녀집 아이들 아빠없어도 틀림없이 잘 자라겠지요
    저런 사랑 듬뿍 받으니…

    그리고…밥 딜런 잘 들었어요
       

  5. 참나무.

    08/02/2015 at 23:08

    아참~~ 스노우 드롭 하얀 꽃잎 속 하트도 꼭 확인하셔요~~^^   

  6. 선화

    08/02/2015 at 23:21

    잘모르지만.. 이순원씨 이름에도 순하고 고운느낌이
    느껴지는데요? ㅎㅎ

    (저도 늘 직타를 하다보니 오타쟁이~~ㅎ 거기다 컴맹!!! ㅎ )

    제주엔 어마어마하게 눈이 왔습니다
    늘 그렇듯 봄님은 부드럽고 곱고 순하게 우리곁에 안오시는듯합니다

    서울도 춥다는데 건강도 잘 챙기시면서요~^^
       

  7. 참나무.

    08/02/2015 at 23:44

    오호~~제주에 눈이 많이 …
    그래서 어제서울이 추웠나봅니다 – 이번 주는 대체로 풀린다네요

    선화님 이번 포스팅 참 잘하셨어요
    요즘 큰 이슈여서…오늘도 기사가 많이 떴네요

    [新제주도민 ‘푸이다이’]
    제주도의 新三多, ‘푸이다이(富一代·자수성가한 中부자 1세대)’를 사로잡다

    제주도 신삼다
    ① 일류 국제학교 – 명문 사립 ‘브랭섬 홀’ 分校
    ② 청정 자연환경 – 中도시에선 상상 못할 공기
    ③ 값싼 부동산 – 베이징의 3분의 1 수준

    정말이지 좀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사안이더라구요

    아름다운 섬 제주를 말이지요…ㅠ.ㅜ

       

  8. 선화

    09/02/2015 at 01:52

    매화꽃들~~ 다 얼어 죽을까..걱정됩니다
    오늘쯤 사진을 찍을까??도 했는데

    그러함에도 제주는 햇살만 퍼지면 금방 눈녹듯 사르르~ㅎㅎㅎ

    제주가 정말 문제가 많긴합니다 먼저 도지사가 너무 함부로
    이민법을 허술하게 남발을 했다는군요

    그나저나 답답해요 컴요~ 혼자 말씀듣고 해 보려니….ㅎ   

  9. 참나무.

    09/02/2015 at 02:13

    설중매 한 번 담아보시지그러셨어요- 사진 잘 찍으시면서..^^

    선화님 아직 포토워크 설치하지않았어요?
    조블 운영자 블로그에 가서 다운 받으면 모든 사진들
    한꺼번에 같은 사이즈로 편집하면 사진 올리는 거 쉬운데요
    일일이 커셔 사용하지않아도…가로 세로 비율 신경쓸 필요도 없고요…;;

    컴맹인 저도 독습 했으니 선화님은 더 잘 하시거예요…^^
       

  10. 마이란

    09/02/2015 at 03:53

    군불때는 아궁이는 아니고 화목 보일러였지만
    저도 지난 겨울,
    엄마가 새벽에 장작 넣어주시는 방에서 자고 왔답니다.

    먼저 살던 동네에선
    설강화와 크로커스 많았는데 새 동네에선 아직 못봤구요
    요즘 뒷마당 나가는 문 열면
    아득하답니다..
    꽃향기가 어찌나 진한지..
    처음에 어딘가에 히아신스가 숨어서 올라오는 줄 알았어요.
    아직 꽃나무 이름 모릅니다. ^^

       

  11. 참나무.

    09/02/2015 at 05:37

    화목 보일러와 연가나는 풍경… 취하다 왔네요 방금…

    이제보니 전체공개로 했더만요…^^

    크로커스와 스노우 드랍(미라닌 꼭 요래 발음해서.ㅎㅎ)
    매일 아침 만나는 꽃 내 커피 용기여서…

    열심히 올려주시길…
    향기 짙은 꽃나무 이름도 궁금하고
    …   

  12. dolce

    09/02/2015 at 13:04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아믕도 같이 전하는 사람의 마음과 함께
    훈훈해지는 것 같습니다.

    두 딸을 데리고 혼자 사는 며느리를 섬기는 (?) 시부모님의 사랑도 아름답고요.

    그래도 며느리가 안쓰러워서 더 늦기전에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요 ^^**
       

  13. 참나무.

    10/02/2015 at 00:05

    역시 맘 따뜻하신…돌체님^^
    저도 그부분이 자꾸 걸리더랍니다
    이런 마음씨 알고 좋은분이 나타나줬음 참 좋겠지요

    놓치치 아까운 감동의 순간들 알아주신 분들 고맙습니다아~~
       

  14. 푸나무

    10/02/2015 at 15:11

    천리포가 부르네요….
    휙 한번 가야지
    봄 무르익기전에요. .   

  15. 참나무.

    10/02/2015 at 22:54

    정말이지 설강화 필 때 가보싶네요
    평생회원 지인이 있어서 파도리가 보이는 저 언덕 천리포 내 숙박시설에서
    1박이라도 하며 이른 새벽 산책 하기로 약속도 했는데…
    참 어렵네요 저는 푸님처럼 ‘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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