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장애와 봄의 뒷길

오늘은 나무늘보처럼 쉬고싶어 피검사만 하고집으로 가는 길

왕십리 광장에서 강원도 직거래장이 열리고 있어 기웃거려봤다

검사때문에 아침 식전이라 출출해서일까

메밀전(?얇게 지져 양념무채로 싼 거)

몇몇가지 찬거리 사들고 서울 숲행 분당선

에스컬레이터 내려가자마자 차가 서있어서

(종착역이라 가끔은 좀 많이 기다릴 때가 많아서)

얼른 1등으로 탔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없다?

나가려는 찰나 모든 문이 닫기며 반대로 가는거다

우야꼬 회차하는 차를 또 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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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비단 님 집에 갈 때 의정부 역에서 문자하면

‘집에서 출발하겠다. 동두천이나 소요산 아무데나 내려도 된다’ 해서

동두천은 ‘동두천 중앙역’도 있어서 혹시 헷갈릴까도 싶고

신산스런 삶의 여인들이오버랩 되어

이왕이면 종착역이고 어감도 좋은 소요산에서 내린다 했다

( 잠깐꿈정님의 ‘정원소요’ 산딸나무가 스쳐 지나갔다

-올해는 서울 숲 산딸나무도 못 보고 봄이 지나가는구나~~했고…)

의정부에서 소요산 소요시간 찍어보니 33분

문자로 출발 알리니루시아 님 답: "푸욱 주무시고 오시라"

하여시키는 대로 이어폰 꽂고 푸욱 잔 모냥이다

잠결인지 꿈결인지 양주가 보여서 잘 가고있나보다. . .

곧 종착역이겠지…안심하고 다시 눈을 감았는데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얼핏 지나쳐온 역 이름이 보이는 것같았다

그럴 리가 없지…망설이는 사이 망월사역이 보인다?

어라? 아까 분명히 지나온 역인데…어인 시츄에이션?

그러는 동안도봉산역까지…

거꾸고 가는 거확실해서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렸다

회기역에서 분명히 소요산행 탔고

의정부 지나면서 문자도 했는데???

계속 물음표를 달고 다시물어 물어확인 후 소요산행탄 후

겨우 숨돌리고 아까 소요산 가느냐 물어본 할아버지가

바로 내 곁에 앉길래 -내가 계속 어리버리해서인지…

여차저차 얘길 했더니 내 말을 도무지 믿으려 하질않고

‘잘못타신게지요…반대방향 가는 차가 어딨나요’

"분명히 의정부…양주까지 갔다니까요"

해도 말같잖은 소릴 하고있네…하는 표정이었다.

정신없는 노인네 취급을 하는지…

이후 입닫고 가만있었더니 우리 얘길 듣고있던 바로 옆 할머니가

‘양주까지 갔으면 되돌아올 수도 있다’

‘양주가 종착역인 1호선도 있다’

그러시는거다.

비로소 지원군을 얻은 양

ㅡ 치매는 아니구나 휴우 안심도 하며

어쨋거나 루시아님 만나 자초지종 얘기하니

루시아님도 지하철은 잘 몰라 이웃들에게 물어본 결과

하루에 한 두번 양주-인천행이 있긴한데

소요산 가는 승객들은 모두 하차하라고 안내방송도 하고

무엇보다 승객들이 우루루 다 내리는데

어이하야 되돌아갔는지 의아해 하더란다

– 하필 왜 그 귀한 차를 탔냐며..ㅎㅎ

연구 결과 이어폰과살짝 잠이화근이었다.

음악에 몰입하면 아무것도 안들리는 이 생활장애자 때문에

귀한 시간들을 빼앗았으니 이 노릇을 어이하나

" 내 다시는 지하철에서 이어폰 안끼겠다"

로 미안감을 표했지만

지켜지지않을 거란 거 잘 안다

역시나 그 약속 오늘 다시 어긴거다

나 혼자 탄 분당선, 왕십리 승차장에서 제법 가더니

차가멈추자 기다렸다는 듯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빗자루 들고

중간중간 광고찌라시 꽂혀있는 거빼며 내 주변까지 오길래

"이 차 어디가는거냐" 물었더니

내가 멀리서 자다 온 줄 알고…어디가냔다.

서울숲.

"그럼 잠시 기다리셔요곧 떠납니다"

왕십리 승차장에 진입하자 많은 사람이 우루루 탔다

요담에도 사람들 우루루 탈 때, 우루루 내릴때 나도 따라해야겠다 다짐했다

이번에도 이어폰과’생활장애’가 문제였다

쉬운 걸 잘 못한다.

월말 세금 단 한 번에 내는 거 성공한 적 별로없다

그러나 노는 귀로 좋은 음악듣기

어찌 포기하겠냐 말이지 …

오늘도모 프로 오프닝 시 한 귀절로

생활장애자는 위로를 받았다.

그때가 봄철이었다는 것도 몰랐다.

모든 꽃이 왜 그렇게 빛나게 밝았는지도

꽃을 보던 친구가 왜 갑자기 떠났는지도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날이 있었다.

더 도도하고 더 맑고 더 반짝였던 시절,

(… ….)

마종기시인의’오래된 봄의 뒷길’ 일부

듣자마자 맘을 바꿔 서울숲 봄의 뒷길 한 바퀴 돌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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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는 노란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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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나무도 하늘을 다 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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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도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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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산딸나무를 만나게된다

여행 후 처음 서울 숲 가 본날,

꽃은 이미 피고 다 져버린 줄 알았는데

꽃피는 시기를 내가 모른탓이었다

눈부실 지경으로 피어있다 요즈음…

지는 추세인 병꽃도 처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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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올리고… 비공개로해 두고… 놀멘놀멘 추가. . .)

현지니 요즘 바람나서 자꾸 밖에 나가자길래

한강둔지병꽃까지 보고 왔다.

어떤 중년 쯤 되는 남자 비둘기 많은 곳 윗쪽에

혼자 가부좌 틀고 있는 모습도 보고

데크에서 자전거 타다 잠시 쉬는 젊은 청춘남녀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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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한강변 엘리베이터까지 타고…

자전거 길이 없어지고 곤란한 계단에서

낑낑거리느라 애 좀태우고…

– 병꽃 보고 엘리베이터 타려면 할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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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파른 계단을 겨우겨우 내려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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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내리자마자 입구에서 노 부부도 만난다

우리부부도 언제 누가 먼저 저런 모습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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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디카에 손이가서 기다리는 척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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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엘리베이터까지 타게된다

-손자세요/ 네에~~/힘드시죠 / 네에/ 안보면 보고싶고 보면 힘들고…

/…네에~~두 분 참 보기좋으십니다 / . . . . . . .

그리고 팥빙수 처음 맛본 날

아들이 현지니 데리러 와서 집밥 달라했고

육개장 맛나다며 며느리까지 불러 저녁밥 맛나게 먹고갔다.

오늘 하루 나무늘보처럼?

아나콩콩이다.

그래도…

눈부신 햇살 아래 봄의 뒷길 …천천히 걸어봤으니

이젠 빛나는 여름 맞아야지…

내일은 카페 경춘선-노날 모임있는 날

카페뜨락에 아직 아그배피어있나 물었더니

아직 피어있단다.

"신난다~~ "- 요즘 울 현지니 자주 쓰는 말

… ….

( . . .. . .)

뜰의 장미, 백합, 비둘기와 햇살……

그 설레는 아침의 예언이

낮은음으로 우리를 감싸 안으리.

너는 내게는 유일한 몸이었다.

뒤돌아선 날의 내 피가 보였니?

밤마다 입술을 깨물던 초조함도,

다듬지 않은 긴 머리털도 보였니?

은퇴한 나무의 아직 엉성한 잎사귀에

오래전에 버리고 간 봄의 간청이 잠 깬다.

내일은 길고 멀어서 확인할 수 없고

그래, 맞다, 너는 나를 빛나게 했다.

저기 장미, 백합, 비둘기와 저녁 햇살……

마종기- 봄의 뒷길 일부 <하늘의 맨살> 문학과지성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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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선화

    23/05/2015 at 00:04

    아고~ 단숨에 읽어 내려 갔습니다
    잼나게….먼저 해연님의 글이 재미있으면서 쓸쓸해
    보였다면 울집 남자도 계시고 현지니 품안에 델꼬 계시니
    힘들어 보여도 외로워 보이진 않습니다

    문득~ 그러니… 반찬투정 심하셔도??? 이뻐라 해 주셔야 할듯요~ㅎㅎ

    그집 며느님은 복도 많아라~^^   

  2. 푸나무

    23/05/2015 at 03:10

    아 찔레곷머리 시간에는
    튜립나무꽃도 봐줘야 하는데….

    사진이 여름입니다.    

  3. 그리움

    23/05/2015 at 09:28

    뽕나무 열매- 오디도 그리움속에 들어가요 ㅋ
    입속이 새까매 가면서~
    옷 앞섶?? — 오랫만에 써보는 말이라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까지 물들여 가면서~~
    오디가 익는 계절에 고향가게되면 과일가게에서 사먹는 뽕열매는 단맛이 덜한, 물맛같은- 옛맛이 아니었어요
    나무를 휘어잡아 따먹었던 어릴적 오디가 제맛이었는데——
    약간 붉은색 띠는것도 그런대로 맛나고
    검붉은 색 띠는건 너무 단맛으로 꿀맛 저리가라였어요

    참나무님
    인사드립니다
    선화님은 단숨에 읽어내려간 참나무님의 글이 저에겐 시간을 들여 읽어내려가야
    아하! 하는 이해를 하네요
    뭐든 나래되어야 됨을~ 글 까지두요~~
    뵙게됨을 감사드립니다

    시인의, 그 어머님의 편지를 찾았습니다
    댓글달아주신 님으로 부터요
    다시 감사드립니다

       

  4. 말그미

    23/05/2015 at 14:46

    생황장애자, 여기도 한 사람 있어요.
    얼핏하면 오늘 몇일이냐 묻는다고 퉁먹고,
    모임날 느닷없이 흔히 빠지고… 그렇습니다. 아이고~

    얼마 전 한강 저길 한 번 걸어봤어요, 아이 친구 엄마랑.
    포스팅해야지 열심히 사진 찍고 그것도 잊어뿌리고 못 올리고.
    지금사 올리려니 연산홍이 고와서 너무 늦어 못 올리고…
    꽃은 빼고 올리려니 김빠져서 못 올리고…ㅎㅎㅎ   

  5. 연담

    23/05/2015 at 17:45

    참나무님.
    산딸나무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
    가봐야죠, 서울 숲!   

  6. 참나무.

    25/05/2015 at 00:10

    이상하게 건강에 좋은 음식을 꼭 안먹는답니다
    그럴 땐 정말 밉지요…아마 선화님도…^^   

  7. 참나무.

    25/05/2015 at 00:11

    말그미님두요? 안그래보였는데..괜히 더 반갑습니다
    저 요즘 아주 작은 코기리표 보온병 선물받아 즐거이 사용 중이랍니다
    크지않은 게 큰 매력…우리세대 코끼리 밥통 추억 많지요…^^
       

  8. 참나무.

    25/05/2015 at 00:14

    저는 산성님 포스팅으로 먼저 봐서 싸이트 알려드릴가 했는데
    답글로 어느 분이 좌르륵 올렸더라구요

    그래도 글이란 게 올리는 방법도 중요하니 요담에라도 산성님 댁에 가보셔요
    아마 음악도 흐를겁니다?

    저도 오디(경상도에선 오돌개) 많이 따먹고 입과 혀가 보라색으로 변했던 적 많았지요

    음 그리움이란 아이디…많은 뜻이 있었군요…
       

  9. 참나무.

    25/05/2015 at 00:16

    산딸나무 굉장하답니다 특히 서울 숲은 대 단지여서…
    올리길 잘했네 했답니다
    추억을 주렁주렁 건져올리게되어서…

    그리고 코렐 큰 장점 …포개져서 장소절약된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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