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동네도 비 오시나요

人格이 어디 저절로 생깁디까,

커보이는 偉人은 없는 법이죠… 우리 되도록이면 작아집시다

김창완 가수

‘오랫만일세’가 맞나? ‘오랜만일세’가 맞나? 요즘엔 뭐 모르는 거 있으면

휴대폰으로 뒤져보면 다 가르쳐주지만 무슨 오기인지 이건 찾아보기가 싫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떨까? 친구 안부 묻는 것도 격식을 차리고 맞춤법

맞춰야 한다면 세상 팍팍해서 어떻게 사나 싶기도 하네. 얼마 전 술상머리에

반(半)농담이겠지만 역사 시간에 선생님들이 입 떼기가 겁난다고 합디다.

뭐 조금만 빗나가면 아이들이죄다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 사건이 난 해가

그해가 맞느니 틀리느니 보통 시끄러워지는 게 아니라고….

그나저나 잘들 지내시나? 예전 같으면 어르신들께 드리는 문안이라는 게 아침 저녁으로,

또 집을 들고 날 때 늘상 하는 것이었는데 세상이 좁아졌다는 요즘에 와선 아주 특별한 일이 됐네.

꽃소식은 그렇게들 목이 빠져라 기다리면서도 가까운 친척, 정다운 친구, 고마운 은사님 소식은

그저 휴대폰 문자 들여다보는 게 다니 원…. 사람과 사람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건지….

얼마 전에 내가 일하는 방송국으로 이런 사연이 왔었네. 중년의 여자분이신데 지하철을 타고 병원과

병원을 오가며 택배 일을 하신답디다. 처음에는 멀미가 심해서 고생을 하셨는데 요즘에는 이력이 나서

일도 재밌게 잘하시고 덕분에 월급도 꼬박꼬박 챙기시는데… 아, 글쎄 며칠 전에는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배송할 물건을 안고 있다가 손잡이를 놓쳤다지 뭔가. 그래 이리저리 비틀대다가 그만 앞에 앉아계시던

노(老)신사분의 백구두를 밟고 말았다네. 순간 너무 놀라고 죄송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더니

어르신께서 껄껄껄 웃으시며 "신발을 밟아 줬으니 오늘 운수 대통하겠는걸요" 하시더라는 거라.

어르신의 호탕한 말씀에 옆에 있던 승객들도 모두 기분 좋게 웃었다고 하는데….

참 푸근한 사연입디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재칠보시(無財七布施)’가 생각나더군.

좋은 말 하고, 인자한 표정 짓고, 사람 들어오면 자리 내어주고 하는 게 뭐 대단한 일일까 싶고,

나이 들어 가면서 그 정도 인격을 갖추는 건 저절로 되는 거 아닐까 했지만 돈 안 들이고 하는

그런 보시도 거저 되는 일이 아닙디다. 나이 헛들었다는 소리 안 들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언사시(言辭施·말을 공손하고 곱게 하다),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부드럽고 기쁜 얼굴로 대하다),

상좌시(床座施·자리를 양보하다)’…. 줄줄이 암기하면 뭐 합니까, 행하지 않으면 다 소용없습니다.

욕심 내려놔야 된다고 SNS들 얼마나 많이 합니까?

그렇게 해서 욕심 내려놓아지면 세상에 학교 다 필요 없습니다.

얼마 전에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씨를 만났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얼마나 기타를 잘 퉁기는지 모릅니다.

정말 장인(匠人)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타 한 수만 가르쳐 달랬더니 ‘힘 빼고 치세요’ 그러는 거예요.

이 듣던 소리지요.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몸을 경직되게 하지 말라는 얘기지만 어쩌면

굳어 있는 마음이나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인지도 모릅니다.

새들만 봐도 힘주고 날아가는 새는 한 마리도 없습니다.

하여간 그런 말을 하는 기타리스트를 보는데 한없이 작아 보여요.

한없이 겸손해 보이는 거예요. 힘을 빼면

사람이 저렇게 작아 보이는구나 싶더군요.

근데 신기한 게 그 사람이 점점 작아지는 듯싶더니 그분 뒤로 음악의 세계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겁니다.

화가가 작아질수록 그 뒤에 피어나는 그림이 아름답고,

시인이 작아질수록 그 시인 뒤에 수놓아지는 시의 세계가 황홀한 거지요.

지난해 교황님이 오셨을 때 한 사람의 작은 인간으로 보입디다.

내게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은 작은 화단으로 남아 계시고,

족적이 큰 사람들이야말로 삶의 흔적이 작습니다.

바늘구멍 사진기의 구멍이 작을수록 더욱 또렷한 상(像)이 맺힙니다.

마찬가지로 위대한 인간이야말로 작아지며 그 작은 인간을 통해 보이는 세계가 한없이 넓게 펼쳐집니다.

그런 위인들을 통해 우리는 진정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거지요.

우리 되도록이면 작아집시다.

작은 인간이 되어 우리의 후대에게 더욱 아름다운 인간과 세계를 보여줍시다.

눈앞에서 커 보이는 사람은 절대 위인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큰 모습은 세상을 가리는 검은 그림자일 뿐입니다.

작아집시다.

그리고 더 작아집시다.

써놓고 보니 부끄럽습니다.

내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면 용서하시고

일간 한번 봅시다. 친구들 건강을 빌며….

출처: 사외 칼럼 [가수 김창완의 ‘그래 걷자’] 친구들에게

이 남자 참 맘에 듭니다…오늘 같은 날은…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김창완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하늘도 이별을 우는데

눈물이 흐르지 않네
슬픔은 오늘 이야기 아니오

두고두고 긴 눈물이 내리리니

잡은 손이 젖어가면 헤어지나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저무도록 긴비가 오는가

그대 떠나는 날에 잎이 지는가
과거는 내게로 돌아서

향기를 뿌리고 있네
추억은 지난 이야기 아니오
두고두고 그 모습이 새로우니
그때 부른 사랑노랜 이별이었나
그대 떠나는 날에 잎이 지는가
처음부터 긴 이별이었네

연일 실리는 하버드대 클래스데이 초청강연도 재밌네요

배우 포트먼, 母校 하버드大서 연설 "내 한계 모를때…<–한가하실 때…

15 Comments

  1. 엘리시아

    30/05/2015 at 12:39

    참나무님
    작아지자라는 말이 맘에 와닿는군요.
    이미 충분히 작아지고 있지만요. ^^

    김창완씨에게도 예외는 있어요.
    술을 엄청 많이 한다는데
    건강도 우선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분의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 ^^

       

  2. 八月花

    30/05/2015 at 15:00

    비가 오시길래 우산들고 나갔다가
    사람 붐비는 홍대앞에서
    아주 성가셔 혼났습니다.
    기분좋게 바람부는
    테라스 활짝 열어젖힌 카페에서
    낮술을 했습니다.
    산미구엘 한 병.
    커피값이 갑자기 아깝더라고요.ㅋ
       

  3. 참나무.

    30/05/2015 at 21:58

    엘리시아 님 답글창이 죽어도 안열려서…
    매주 토요일마다 칼럼이 올라오더라구요…늘 좋아서 첨으로 올려봤습니다
    마침 비도 오고 그래서…^^

    좀 괴짜인 면도 많다지요
    친구들이랑 밤늦게 놀다가도 혼자 후르륵 오토바이 타고
    춘천까지 갔다온다는 일화도 들은 적 있어요…ㅎㅎ
       

  4. 참나무.

    30/05/2015 at 22:00

    팔월화님 갤러리 호감 알려주셔서 많이 고마워요

    테라스에서 낮술…역기 분위기파
    전 대낮엔 술 안, 아니 못마십니다- 얼굴벌게져서 챙피해서요..ㅎㅎ
       

  5. 선화

    30/05/2015 at 23:39

    힘뺀다는것….

    살면서 그 모든것에 해당되는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잘 알려면 같이 여행을 해 보던가 화투를 쳐 보던가
    골프를 쳐보면 그 인간됨됨이를 안다고 하였지요

    오늘은 낮게 안개가 드리운 고요한 날씨입니다
    그 동네도 그런가요? ㅎ

       

  6. 참나무.

    31/05/2015 at 01:13

    저는 골프도 화투로 못치니 어쩌나요..ㅎㅎ

    2편 마자 올리고 이젠 나가야합니다
    아침엔 흐렸는데 지금은 개었네요

    본문에도 올렸지만
    5월 마무리 잘 하시고 6월에 만나요~~^^
       

  7. trio

    31/05/2015 at 14:41

    노래 참 좋습니다.
    이 가수 저도 많이 하지요.
       

  8. 참나무.

    31/05/2015 at 21:55

    반갑습니다 같이 좋아하신다니…
    비 오시는 날이면 자주 생각나는 노래지요
    이런 노래 부르는 남자가 있어… 참 좋다…그러면서요

       

  9. 참나무.

    31/05/2015 at 21:59

    아참 그리고 민화투…삼단삼시마 이런 건 칠 줄알아요
    고스톱을 모른단 말씀이었어요…ㅎㅎ   

  10. trio

    31/05/2015 at 23:40

    마침 비오는 동경 사진을 포스팅하면서
    참나무님 이 포스팅 주소와 함께 이 노래를 올렸습니다.
    사전 허락받아야 하는데… 사후에 이렇게 알려드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11. 선화

    31/05/2015 at 23:57

    민화투 삼단삼시마~ 뭔소리인지요? ㅎㅎㅎ

    저는 민화투 몰라요 고스톱은 형부들이 알켜줘서 아주아주
    오래전 해 봣는데..이젠 다 잊었어요~ㅎㅎㅎ

    구여운 참나무님!! ( 죄송!) 멋진 6월보내세요~^^   

  12. 참나무.

    01/06/2015 at 01:08

    요담에도 이런 인산 아니하셔도됩니다 트리오님…^^*
    잘 모르는 노래셨다니 제가 좋은 일 한 것같네요
    저는 예전에 여러 번 올렸거든요   

  13. 참나무.

    01/06/2015 at 01:14

    민화투: 화투 촛짜들이 하는 기본적인 거
    삼단: 청단 홍단 초단(?)
    삼시마: 비시마 풍시마 …하난 생각안남…
    만져본 지 골백년이나 되서..ㅎㅎ
       

  14. 도토리

    02/06/2015 at 08:13

    비풍초ㄸ팔삼..
    주워들은 풍월로
    낼 것 없을 때 내는 순서래요. ㅎㅎ..

    저는 어렸을 떄 외갓집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화투쳤더랬어요.
    민화투 육백 고스톱.. 못하는 게 없었는데
    지금은 다다다 잊어버렸어요.
    작년에 친구들과 남해에 갔을 때 이틀 연거푸 화투쳤는데 꽁찌였어요.
    옛날 실력이 어디로 갔는지…ㅋ^^*   

  15. 참나무.

    02/06/2015 at 12:30

    이젠 에전같지않네요..며르리 생일삭 고까짓거 차리는 것도 왜이리 힘이드는지…
    음식이 배로 남아 내일도 저녁먹고 가라했답니다- 손은 왜이리 큰지…ㅎㅎ

    글고 전 비풍초 이웃블로거 오신 줄 알았네요…^^
    울애들도 방학동안 시골가서 배워오더라구요
    근데 기억력 비상하십니다 역시 공부잘하신 분은 다르네요..ㅎㅎ

    아 기운을 다 소진하여 일찍자야겠어요
    낼아침에 눈이 뜨질랑가 몰겠네요…아이고오~~허리어께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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