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월 모일
모자
나는 분명히 모자를 쓰고 있는데 사람들은 알아보지를 못한다 ㅡ신현정(1948~2009) |
모자를 쓰면 다니고 싶어진다. 비행선처럼 둥둥 떠서. 기차처럼 길게 내달려서. 금세 휘파람을 불게도 된다.
모자에는 흥이 가득하다. 새털같이 가볍고 발랄한 흥이 가득하다. 심지어 뱃고동 소리도 들어있다. 모자를
쓰면 어딜 조금 가도 먼 데 가는 것 같다. 여행하는 때처럼 재미가 쏠쏠하다. 이왕에 모자를 쓰려거든
공작 깃털이 달린 것을 써보자. 나비 같은 모자를, 민들레 같은 모자를, 뭉게구름 같은 모자를 써보자.
눈빛이 초롱초롱한, 신기해하는 아이의 마음으로 살아도 보자. 생글생글 벙긋벙긋 웃는 얼굴을 하고서.
생전에 시인은 시 ‘바람난 모자’에서 "모자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 휘파람새 같은 것으로 //
너구리 같은 것으로// 물고기 같은 것으로// 아니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으로라고도 썼다.
시인의 당부처럼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모자를, 흥을 벗지 말자. 가슴으로 읽는 詩 -시인 문태준
도토리
09/06/2015 at 06:43
모월 모일 모자를 쓰고 모처를 거닐고 싶습니다..^^*
purplerain
09/06/2015 at 22:31
제가 처음 뵜을때도 모자를 쓰고 계셨지요 ^^
참나무.
10/06/2015 at 00:23
어려운 일 아니지욥 토리샘~~
컴이 고장이 심한 듯 원격서비스받아도 여전히 자주 다운되어
큰 수리를 해야할 것같네요 오늘은…^^
참나무.
10/06/2015 at 00:28
그러셨군요..가로수길 어느 화랑인 건 기억하겠는데…
제맘같은 시여서 올려뒀답니다…
시인의 다른 시도 찾아보고싶었고요
오늘 아침 석류꽃 보며 마음은 제주도로 훨~~날려보냈지만…^^
여행을 참 자주 하셔서 부럽고요~~^^
엘리시아
10/06/2015 at 08:21
참나무님도 모자를 좋아하시는군요.
오랫동안 보관했던 시 한편을 찾았습니다.
먼지도 털었네요 ~ ^^
모자를 하나쯤
정윤천
나와 함께 견디고 왔을 가난한 시간 위에도
하나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잘 변하지 않던 습관에게도
하나쯤
햇볕에 그을려 자꾸만 늙어가는 목덜미에도 하나쯤
내 쓸쓸한 눈매라거나 이마 위에도 하나쯤
외양에는 별다르게 신경을 써본 일이 없던 나로서는
좀 엉뚱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지금과 같은
심경의 변화 위에도 하나쯤
예전과 같이 억지로 밀어붙이거나 힘으로는 말고
제법 이처럼 공손해진 손길과 마음으로
되도록이면 사뿐하면서도 폼이 나도록 하나쯤
정말로 주머니가 좀 헐렁해져도 좋으니
제대로 된 모자점에서 하나쯤
거울을 보기 위하여, 머리 한쪽을 벅벅 긁어 보이며
멋쩍은 표정으로 그 앞에 서보기도 하는
거기 비쳐 있는 너를 향해서도 하나쯤
굴렁쇠처럼 멀어져가는 세월의 뒷그림자에게도
손이라도 흔들어주는 마음같이
하나쯤.
참나무.
11/06/2015 at 00:14
처음 접하는 시…고맙습니다
제가 모자 애용하는 건 미장원 잘 안가는 이유도 있답니다,…^^
八月花
11/06/2015 at 03:37
저도 모자 쓰고 시퍼요..
근데 쓸 수가 없어요.
머리가 답답하고 죄이는 것 같고 .
게다가 진짜로 안어울린다는…ㅠㅠ
머리띠도 선그라스도 마친가진데 선그라스는 그나마 억지로
필요하니까 쓰네요..
참나무.
11/06/2015 at 07:55
팔월화님 헤어스탈…모자쓰면 망가지지요
소시적에 저도 하고다니던 지바고머리 (줄리 크리스티^^)
전 일할 땐 또 머리띠 잘 합니다..그러니 머리엔 아예 신격을 못쓰지요
음식도 맛갈스럽게 잘 하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