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에서 만난 조영남전,작가와의 시간

조영남 현대미술전이큐레이터 신정아 기획으로 부천 석왕사 법당에서 지난 5월 24일부터 시작되었다
주일인 어제 작가와의 시간도 있다 해서 참석했다.
계단 높이 있는 법당으로 올라가기 전수국을 먼저 만난다.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지고 오졌던 시절
한 삶이 아름다웠지
한 삶이 눈물겨웠지

도록과 그림에도 적혀있는 작가의 글을 대강 추려보면

몇 달 전부터 팔자 드세기로 유명한 신정아 큐레이터가 부처님 오신 날을 기해 절에서
미술전시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흘리듯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 되물었죠
조: 어디서 미술전시를 하자구?

신: 절에서요

조: 뭐라구? 절에서 그림전시회를 하자구?

신: 네 법당에서요

조: 너어디 아픈 건 아니지?

신: 멀쩡해요

(… ….)

하여 지난 늦가을 석왕사를 다녀왔고…

쿨한 주지스님 영암스님과 인연을 맺어 판을 벌리게 되었단다

“이번 일은 신정아 큐레이터가 근대 한국미술문화사에 길이 남을 요란한 스캔들 이후에 처음으로 시작하는 조심스런 신장개업으로 이건 뭐 재미를 떠나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미술 이벤트가 될 것”이라 했다. 신정아씨가 동국대학교 조교수로 활동할 당시 영담스님은 동국대학교 이사였고 교도소 출소 이후 영담스님은 신정아씨와 함께 해외봉사활동, 다문화가정 지원 등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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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에 있는 석왕사는 꽤 멀어 집에서만 보기로 한 황금방울새는 처음부터흥미를 유발시켜 더운 날이지만 파라솔과 이동 다방도 빼고 두꺼운 책을 넣고 읽다가 소사 지나 두 정거장이나 더 갔고…또 역방향을 잘 못타서 쉬운일을 어렵게 하느라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했다. 1호선은 정말 어렵다 -징크스가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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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럴한 법당 안을 기웃거리며 메르스 때문인가 관객들 없을까 걱정하는 우릴 보고

음료수 통과 도록이 있는 법당 앞 데스크 안내자는아직 시간 넉넉하니

점심공양부터 하고 오라며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친절하게 위치 안내까지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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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이 많이 핀 화단 2층 식당에선 걱정과 달리 사람들이 많이도 모여 식사 중이었다

신도건 아니건 참가객 모두에게공양 제공했으면

비용도 만만찮을텐데…조영남 전은 항상 후하더라

언제였나…남산 근처 힐튼 호텔에서도 관객들 모두에게 알찬 뷔페 대접했었는데

나물 종류도 다양한 비빔밥 길상사 이후 몇 년만인지

우린 예전에 길상사에서도 자주 만난 사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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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법당 중간 중간 보라색 칸을 지어 낯익은 화투 그림과

T.V 뉴스에서도 만난 그림들이 주르륵 걸려있고

연합뉴스 등 몇 몇 낯익은 로고를 단 카메라맨들이 곳곳에서 준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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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콘 빵빵한 자리에 자릴 잡고 사 온 도록을 펼처가며

두 사람을 기다렸다. 도록 첫장도 보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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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간이 되어 신정아씨는 메르스 사태로 이달 13일 열릴 예정이었던

작가와의 대화가 연기됐다고 사과한 뒤 이번 전시는

“불교의 만(卍)자, 기독교 십자가를 통해 (종교의) 화해를 말한다”

짧게 설명 후 또 한 분을 소개한다며 마이크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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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에서 처음 만난 오신 줄 알았다며

광화문 세종대왕 조각하신 김영원 작가께 즉석에서

준비 안된 인삿말을 부탁했다. 역시 짧은 인삿말이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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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주인공 조영남씨는 옷을 입으며 이래야 예의겠지만

더워서 다시 벗겠노라…

처음부터 웃음으로 분위기를 밝게 잡았다.

한 쪽으로 비켜 서 있는 신정아씨 쪽을 보며

“10년 전 알게 됐는데, 그땐 정말 예뻤다”

“어느 날 스캔들을 일으키는데 정신이 없더라”고 말한 뒤 거침없이

“감옥살이를 500일 넘게 했던가? 이 모두 너무 예쁜 탓” 이라 말해

법당 안은 웃음이 빵 터졌고신정아씨는 고개 숙이며 그저 미소만 지었다.

저 여자가 13세에 출가한 숫총각(확인 해보진 않았지만)과

온갖 여자들은 다 내 여자 친구라 하는 날 같이 엮었다며

대단한 여자라고도 해서 법당에 앉은 많은 관객들은 다시 왁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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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어 간략하게위에 있는 전시 취지들 짧게설명 후

노인들 습성이 묻지않아도 계속 떠드는 걸 싫어한다며

질문만 받겠다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질문 없으면 이걸로 끝! 내겠다 해서 또 한바탕 웃음.

뒤이어 몇 몇 종교적인 질문들

이를테면 불교를 기독교를 어찌 생각하느냐

통상적인 우문들이 있었지만 쿨 한 답변을 해줬다.

이번 전시 취지처럼 모든 종교들 다 수용한다

소시적 살던 ㄷ자 집 구조를 알기쉽게 손으로 만들어 보이며

한 쪽은 유교집안… 일년 내내 제사지내는 집

다른 행랑채 세 준 집은가짜꿀을 만드는집

남은 가운데방 한 칸에서 당신 가족들이 살았는데

어머니 김정신 권사님은 10년간 가짜꿀을 만드는 현장을 도왔다 했다

“내 주를 가까이 하려함은…”

조청을 주걱으로 젓는 시늉을 하며 열창을 하자 법당 안은 완전히 웃음 바다…

“왜그런 가짜꿀 만드는 걸 도왔냐” 물으면

“그래야 세를 받아 너거들 학비랑 아픈 아부지 병원비 마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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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사람 앞으로 나가 (마이크 줄이 짧아)

“조강지처는 왜 버렸느냐”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바람피워 그렇다 끝”

 

같은 질문자가다시 후회는 없느냐

“사랑은 후회 반, 후회 안 하는 거 반”

 

이 답변은 불행을 당하면 어디에 의존하느냐에도 같이 말했다

어차피 사람 사는 일 행복과 불행이 반반아니겠냐로…

 

“언제교회를 다니지 않았느냐”

“신학대학 졸업과 동시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복음서 귀절 한 줄 보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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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삿말만 하고 한 켠에서 내내 조용히 서 있는 그녀를 보며

우리는 작가 조영남 & 큐레이터 신정아 와의 현대미술 담론을 좀은 기대했는데

질문이 종교쪽으로 흐르는 게 싫었다.

참다 못한 동행이 번쩍 손을 들어 앞으로 나가

‘화투를 소재로 하게 된 계기’를 물으며 물꼬를 트길 바라자

“…질문다운 질문이다”

라며 꽤 긴 현대미술에 관한 담론을펼쳤다.

백남준선생이 피아노나 바이올린 부숴버리며

좋은 연주 외! 굉음도 낼 수 있다는 발상을

당신처럼 가난했으면 결코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아직 중국에도 백남준을 앞설만한 예술가는 없다 했다.

100년 전 뒤상은 물이 내려가는 변기에다

역발상으로 물이 솟구치는 멋진 제목

‘분수’를 붙였기 때문에 유명해 진 게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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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천편일률적 그림 전시장에서

사람들이 왔다가 무미하게 그냥 나가는 걸 보고

대중들 대부분이 좋아하지만 아무도 하지않은 화투를 택했노라

연이어 영암스님도 화투가 화엄의 세계라며 쾌히 법당을 빌려주셔서

나름 자유로운 영혼이라자처하며 사는 데

더 자유롭고 쿨한 스님께 꼬리를 내렸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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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날 즈음 어떤 기자라며 신정아씨께 질문을 하겠다 했다.

(보아하니 작가와의 시간 보다 신정아때문에 온 듯? )

한 쪽 옆에서 내내 서 있던 신정아씨가 마이크 앞에 나와

계속 기자들 전화가 그 내용으로 와서 모두 거절하고

아예 전화를 받지않았는데 여기까지 와서 또 질문을 받는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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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을 때 잠깐 들어왔다가,

“백화점이 무너지기 몇 분 전에 들어갔다 하루 만에 구조되어

두 달 반 병원에 누워 있었는데 죽다가 살아났다”

증세가 있다면,

“내일모레 비 오는 정도는 몸으로 알 수 있다”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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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 2시가 훌쩍 지나가버리자

조영남씨도 곧 생방송 있다며 마치자 했고

우르르 사진 같이찍자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더라

우리도 사인이라도 받자고 우물거리다 포기하고

집으로 올 때는 7호선을 타게 되어 편안하게 왔다

다시이어 폰 끼고 황금방울새에 집중하며…

도착할 무렵

-경춘문자 ‘제목없음’

카페 경춘선 앞마당에 탐라수국 한창일 때와 지기 시작하는 사진 두 장과

-뷰티풀 선데이 되세요~~~!^^

“조영남 &신정아 만나고 가는 중”

-어떤 이야기 잔치 벌렸을 지궁금해요~~^^*

… ….그래서 주절주절…

혹시 때 맞춰 못가도 한 송이 꺾어 말려두라 부탁했다

작년 탐라수국이 화석처럼 아직도 꽂혀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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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흐벅지게 핀 산수국 오져서
차마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가담가담 오시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우비 갈맷빛 이파리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가슴 졸이는 물방울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지고 오졌던 시절
한 삶이 아름다웠지
한 삶이 눈물겨웠지

― 허형만 ( 1945~ )


요즘 산에 산수국 핀다. 핀 것 보니 참 예쁘다. 핀 것 보니 마음에 흡족하고 흐뭇하다. 꽃의 색이 변하는 것 지켜보노라면 계절이 차츰 바뀌어 지나갈 것이다. 물을 좋아하는
산수국에게 비가 오셨나 보다. 물방울이 마치 작은 열매들처럼 조랑조랑 매달렸나 보다. 시인은 산수국 핀 것 보고 사랑의 시절을 회상한다. 마음이 몹시 끌렸던 한 시절을 떠올린다. 애처로웠고 눈물 또한 있었을 한 시절. 그러나 그 옛 시절은 산수국처럼 사랑스러웠고 오달졌었다고 말한다.
산수국 핀 것 보면 눈부신 빛 같고, 하나의 숲 같고, 둥근 탄력 같고, 구르는 바퀴 같고,
멀리 던지는 원반 같다. 비록 오늘 하루가 한바탕의 웃음이며 한바탕의 눈물일지라도 우리도 산수국처럼 탐스럽게 피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슴으로 읽는 시] 문태준 시인 / 입력 : 2015.06.27 03:00

Tchaikovsky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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