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묘한 조합

"사랑을 하면 가슴팍에 짐승이 돌아다닌다"

-어떤 짐승이요"

"코끼리보다는 자발스럽고 원숭이보다는 점잖은 짐승. 말이나 소가 아닐까

(… ….)

말 키우는 델 마구간이라고 하듯 사랑하는 사람이 크는데는 가슴간 아니겄냐?

라지오 진행자는 이정록 시인의 ‘아버지 학교’ 에서 시인보다 더 시인같은 어머니…

그런 어머니여서 시인이 되었나 보다~며 여러분들 가슴간엔 뭐가 들어있냐 되물었다

(이하 생략) -볼트체 부분은 내맘대로 재구성…;;

#

오늘은 부지런을 떨어 좀 일찍 나서서 충무아트홀에서 교회까지 걸었다.

한양 공고 담벼락 시가 있는 길…

짓이겨진 괴화랑 떨어진 능소화들 보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광희문 근처 카페MAJO & SADY 지날 때 갑자기 커피가 고팠다.

요즘 먹기싫은 마이싱 먹느라 아침 커피도 안마셨으니…

‘예배시간 졸지않으려고’ 이유를 달고 에스프레소 일 잔

우끼는 건 메뉴판 에스프레소 앞에 ‘씁쓸이 마조’ 라 적혀있다.

3,800원…동네 싼 커피만 마시다

‘옴마’ 잠깐 돈아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잘 추출된 커피여서 금방 맘이 바뀌었다.

손잡이 있는 보덤 유리 물잔도 맘에 들어

광희문이 곧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

오늘은 디카를 깜빡 했다.

언제였나? 2층에서도 마신 적있는데…나중에 찾아 올리기로 하고…

그래도 인증샷은 있어야지…괴발개발 하다 급히 디카질…

목사님의 설교는 도스토에프스키 ‘이반'(까라마조프…)의 대화로 시작되어

-물론 사도 바울까지 연결되었지만…흥미롭게 잘 듣고

예수님 살과 피도 마신 후 미루던 DDP로 향했다.

003.JPG

운도 좋지 1시반 도슨트 설명 직전에 전시장에 도착했다.

도슨트 얼굴이 어디서 본 듯했다?

나이도 어린 청년인데 설명을 재밌게 잘 한다.

나름 의식(철학, 거창해서 지우고…)도 있어보이고…

"…고백할 게 있습니다 저는 서양화 전공인데…"

동양화 설명은 처음이다. 그간 서양화 기획전들을 주로 해 왔다.

이번 전시가 딱 50번째… 하필 간송문화전이어서 반성할 기회를 가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대주의에 빠진 게 아닌가 하고…

간송문화전 1,2회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렸는데 벌써 시들해진 듯 하다.

작품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 자신의 설명 이후부디 잘 보고 선전 많이 해달라…

는 요지의 ‘부탁 말씀’까지 끝났을 때퍼떡 생각이 났다.

-혹시 로스코전때…?

아~~맞단다.

그 때도 인상적이었는데…

첫 시작을 어떤 아주머니가 입장료 반환 요구를 했다.

유치원생 아들이 그려도 비슷하게는 그렸겠다…로 주의 집중 후

서두로 꺼낸 말이 이번 일은 하기 싫었다.

로스코 작품들은 대부분 그냥 조용히 보는 게 좋은 데 ‘오히려’ 자신이 방해가 될 것같다

‘비슷하게 꾸민 로스코 채플방에서만이라도…’

조용히 ‘혼자’ 보라며 그 앞에서 설명을 멈추는 것이었다

-글쎄 주최측의 계산인 진 알수없지만

어쨋든…뚜렷하게 인상에 남았던 도슨트인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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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

시키는대로 꼼꼼하게 잘 감상했다..서너 번 돌면서

대형 스크린 앞에서는 양반다리로 앉아 편하게…

주일인데도 붐비지않아 시원하게 피서 한 번 잘 했다

처음으로 성북동 보화각 그립지않았다- 요즘은 공개도 않지만…

벌써 5회가 기다려진다.-아직 전시 제목도 안 정했다는…

그 많은 소장품들 다 보여주려면 도대체 몇 회까지 진행될까.

고죽(枯竹: 마른 대나무) 이정(李霆, 1554-1626) 흑견금니 25.5×39.3cm 《삼청첩(三淸帖)》

공부도좀 했다. 순죽(筍竹: 죽순과 대나무) 고죽(枯竹: 마른 대나무)

우죽(雨竹) 풍죽(風竹) 신죽(新竹) 통죽(筒竹)

검은 먹 대나무는 묵죽(墨竹), 청록으로 채색하면 녹죽(綠竹)
 맑은 날의 대는 청죽(晴竹), 안개에 묻힌 대는 연죽(煙竹),

이슬 맞은 대는 노죽(露竹), 눈 맞은 대는 설죽(雪竹),

바위틈에서 솟았으니 석죽(石竹)

순죽(筍竹: 죽순과 대나무)이정(李霆, 1554-1626) 흑견금니 25.5×39.3cm 《삼청첩(三淸帖)》

(간송문화전 본격 후기는나중에…계속…)

대관령국제음악제 오늘 마지막 실황중계방송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세음 들으며…

누가 신청한 ‘시원한’ 러브 스토리 테마곡이 연이어 흐른다.

아래 그림 설죽 앞에서 도슨트가 질문을 했다

‘언제 그렸겠냐’…한문을 알면 그림 곁에 설명이 있지만

여름에 설죽을 그려 지인에게 선물한 것으로 추측한단다.

오늘은러브 스토리로 시작하여 러브 스토리로 마감.

하여… 억지로 ‘묘한 조합’ 해 본다

요즘 간이 부었나보다…나도참…

설죽(雪竹: 눈 맞은 대) 유덕장(柳德章, 1675~1756), 지본채색, 139.7×92.0cm

팔순을 일년 앞둔 묵죽 대가의 득의작입니다. 이 그림은 채색 설죽이라는 점에서 조선시대 대 그림에서 드문 경우입니다. 한겨울의 눈 쌓인 푸른 대나무는 추운 시기에도 그 푸르름을 잃지 않는 대나무의 생태를 잘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초록 염료를 사용하여 착색 설죽을 탁월하게 그려냈습니다.

독폭으로 그려진 작품으로 화폭이 가로로 넓어졌기 때문에 구성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8폭 중 하나로 제작되던 설죽과는 달리 왼쪽에 두 그루의 대를 더 배치하였습니다. 아울러 2개의 큼직한 바위로 두 무리의 대나무를 받치게 하였고 바위 아래의 눈 덮인 땅에는 풀 한포기를 더 그려 넣어서 여백을 채우는 동시에 오른쪽 풀과 어울리게 하였습니다. 초록의 대도 먹으로만 그릴 때처럼 농담을 달리하여 뒤의 대와 앞의 대를 구분하였고 눈 쌓인 댓잎의 표현도 이전의 어느 설죽보다도 더 자연스럽습니다. 댓잎들도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원숙한 솜씨로 쳐내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생기가 흘러 달관의 경지가 느껴집니다.
눈 쌓인 바위는 윤곽선만 엷은 먹선으로 긋고 바위 표면은 비워두어서 눈 덮인 바위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설죽이나 연죽과 함께 자주 그려지는 풀들의 잎도 부드럽게 휘면서 눈을 이고 있습니다. 눈 쌓인 대밭의 정경을 여유와 생기를 담아 그렸는데 평생을 대 그림에 바친 노대가가 모든 역량을 집약하여 조선 대 그림의 손꼽히는 절품(絶品)을 만들었습니다.

추가설명:

대나무 위의 눈은 흰색을 입힌 게 아니고 주위 윤곽만 그리고 흰색을 남긴 것

전문용어로 유백법(留白法) …참고로 고대박물관에서 본 흰 달처럼…


이경윤 <고사관월도> 비단에 수묵, 31.1×24.8㎝, 고려대박물관

P.S:

찾았다.

006.jpg

아포카토 1잔 하면서. . .

기자정신? 2014/07/28 08:51

꼭 1년 전…이 카페 생긴 지…

6 Comments

  1. 바위

    03/08/2015 at 09:29

    무더위 속에 ‘러브스토리’들으니 좀 시원해집니다.
    사실은 하도 더워 혼자 있지만 에어컨을 틀었지요.
    아마도 전기세가 참나무님의 커피 한 잔 값에는 상당할 듯 합니다.ㅎㅎ
    저는 커피와 더위를 바꿔 먹었지요.

    오늘도 많은 공부하고 갑니다.
    대나무에 얽힌 용어들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어릴 적 집 방문 위에 걸어두었던 대나무 그림이 생각납니다.
    꽤 이름 있는 진주 사람 화백의 그림으로 들었거든요.
    물론 지나간 이야기일 따름이지요.

    늘 참나무님의 멋진 글과 사진들, 음악이 이 ‘조블’에서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무더위에 건강하십시오.
    앗차, 마이싱을 먹는다니 혹시 감기라도….?    

  2. summer moon

    03/08/2015 at 18:44

    몇번이나 간송 작품들을 보려고 시도했는데 아직까지 인연이 닿질 않네요
    봄, 가을 오픈에 맞춰서 갔더니 DDP에서 연 전시로 대신한다고 하고..ㅠㅠ
    친구가 보내준 작품집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꼭 작품들을 직접 만나리라고
    굳은 결심을…^^

    이렇게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아주 큰 기쁨과 위안이 된다는거 !!!!
    고마워요 참나무님! :))
       

  3. 참나무.

    04/08/2015 at 01:10

    커피값은 시니어 카드 덕분에 생기는 이익으로 대신한다…맘 먹으니 좀 편하데요…^^

    그러게요 이번에 공부 좀 했네요
    한가하신 날 DDP간송문화대전 4부 한 번 가보셔도 후회없으실 듯…
    외국에 사는 분들이 서울시민을 얼마나 부러워하겠는지요

    진주 출신 예술가들이 의외로 많지요
    오늘도 많이 더운 날… 가능하면 실내에서 만나셨으면 더 좋겠습니다

    발병이 나서 그간 먹기싫은 마이싱을 상용했네요
    그래서 커피도 줄이고있고요-다 나아갑니다.

    오늘 D-day…후회없는 만남이시길 빕니다
    저야말로 조블 덕을 많이 본사람이라 더 간절하지요
    만남 장소…소공원 바로 입접해있는 카페도 있는데…
    가능하면 실내에서 만나시길바랍니다
       

  4. 참나무.

    04/08/2015 at 01:17

    성북동 5,10월 간송미술관 가는 즐거움은 없어졌지만
    DDP 간송전 다 가 본 이후 나름 편리한 점도 많아 요즘은 즐기고있답니다.

    2,3편은 사적인 감상보다는 정확도를 기하려고 주로 퍼올렸고요
    올리지 못한 작품들 더 많은데…
    갈 때마다 간송 선생 참 대단하신 분…존경심이 우러난답니다

    이번 전시엔 간송 선생의 그림 글씨 모작들도 전시되어있어서
    볼거리가 많았어요…복중에 피서삼아 한 번 더갈까 합니다.

       

  5. 바위

    04/08/2015 at 08:23

    참나무님,
    어쩌다 보니 먼저 보고드립니다.
    오늘 조블 블로거 열 분이 오셔서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 만났지요.

    점심은 운영자 두 분과 코리아나호텔 일식집 ‘사카에’에서 가졌습니다.
    딱 부러진 결과는 없었지만 유익한 모임이었습니다.
    여성분은 데레사님, 순이님, 예원님이 오셨습니다.

    조블 운영자 두 분도 무척 우호적이었습니다.    

  6. 참나무.

    04/08/2015 at 08:30

    많이 궁금했습니다…합류할 형편이 못되어…
    먼저 알려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운영자 두분이 우호적이었다니…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함께하신 10분… 정말 수고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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