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조용하게 빛나면서 물결 쳐 오는…’

나이 든 고막

싱싱하고 팽팽한 장구나 북같이
소리가 오면 힘차게 나를 불러주던 고막이
이제는 곳곳에 늙은 주름살만 늘어
느슨하게 풀어진 채 소리를 잘 잡지 못한다.
나이 들어 윤기도 힘도 빠진 한 겹 살,
주위에서는 귀 검사를 해보라고 하지만
그런 것 안 해도 알지, 내가 의사 아닌가.
그보다는 늙은 고막이 오히려 고마운걸.
시끄러운 소리 일일이 듣지 않아도 되고
잔소리에 응답을 안 해도 되는 딴청,
언제부턴가 깊고 은은한 소리만 즐겨 듣는다.
멀리서 오는 깨끗한 울림만 골라서 간직한다.
내 끝이 잘 보이는 오늘 같은 날에는
언젠가 들어본 저 사려 깊은 음성이
유난히 크게 울리는 사랑스런 내 귀.

― 마종기(1939~ )

001.jpg

나이가 들면서 귀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몸에 주름은 늘고 탄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감각 능력의 무너짐은 산기슭에 흘러내리는 흙의 형편과 다를 바 없다. 직업이 의사인 이 시의 화자도 점점 듣는 기능이 떨어져 고민이 많다.

그러나 늙은 고막을 갖게 된 것이 다행다복 아니냐고 말한다. 말씨가 우악스러운 것을 소상히

듣지 않아도 되고,또 게으르게 넌지시 딴청을 피울 수도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것이다 조용조용하게 빛나면서 물결 쳐 오는 부드러운 소리만을 선택해서 듣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말끔하고 고운 음색(音色)만을 듣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완전하고 촘촘한 것보다 미진하고 엉성한 것이 나을 때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출처: [가슴으로 읽는 시]2015. 8. 17 (월)문태준 시인

편애하는 마종기 시인은 언제부턴가 깊고 은은한 소리만 즐겨 듣는다.

멀리서 오는 깨끗한 울림만 골라서 간직한다.

하시고…문태준 시인은

조용조용하게 빛나면서 물결 쳐 오는 부드러운 소리만을

선택해서 듣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 .고 해설한다

. . . . . . .

유구무언

. . . . . . .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 . . . . . .

9 Comments

  1. 도토리

    17/08/2015 at 07:41

    위안이 되옵니다..^^*   

  2. 참나무.

    17/08/2015 at 08:18

    맞아요…오늘 시랑 해설 모두 그렇지요…
    주말 잘 지내셨나요.
    ‘러덜리스’ 란 영화는 일요일 보고…(금방 내릴 듯해서…;;)
    오늘 오전엔 암살도 봤네요
    주일 설교 중 목사님이 말씀하시던 대사 한 줄 때문에…

       

  3. 바위

    17/08/2015 at 08:52

    마종기 시인의 부친이 마해송 선생이지요.
    오래 전 초등학교 시절 ‘새벗’에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옛 생각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8/17 17:54:04
       

  4. 참나무.

    17/08/2015 at 09:27

    우리 세댄 마해송 선생의 동화들 많이 읽었지요

    올 5월에 출간된 [마흔두 개의 초록] 시집에 수록된 시지요
    시 제목처럼 고막은 늙어도 감성을 더 살아있는 듯한…
    마종기 시인 딱 한 번 뵈온 적 있는데 동안이셨어요

       

  5. 산성

    17/08/2015 at 10:49

    내가 의사 아닌가..정말로 그러네요.
    의사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상태를
    조심스레 짐작해 보는
    쓸쓸한 세월에 와있습니다~

       

  6. 참나무.

    17/08/2015 at 23:05

    마종기 시인의 시집에 몇 권 꽂혀있네요
    ‘이슬의 눈’은 두권씩이나…저도 있는데 착한분이 선물해서…^^

    황동규시인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그 이상으로 마종기시인을 더 편애하나봐요 저는…

    76세라시니요..
    아버님을 추억하는 박꽃에 관란 시가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7. 연담

    17/08/2015 at 23:05

    저도 고막이 늙었나봐요……
    우리 아들 웅얼 거리는 소리 못 알아듣고 알아들은 척하느라 진땀 빼는 요즘입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게 위로가 됩니다. ^^
    세월이 더 지나면 울 엄마처럼 답답해 하는 시간이 오겠죠…..   

  8. 참나무.

    17/08/2015 at 23:10

    앗 동시접속입니다 연담님~~
    저의 건망증 시리즈 언제 한 번 올려봐야겠네요
    ‘아직’ 눈과 귀는 쓸만하지만요…^^

    울집 남자는 귀를 마니 잡숴서 제 아이들이 오면 놀란답니다
    t.v 볼륨 소리에…;;

       

  9. 참나무.

    17/08/2015 at 23:11

    또 오타…박꽃에 관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