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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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성수에서 낭독회도 열린다는정보는 알았지만

정확한 요일과 날짜는 내 후진 머리에 입력되어있질않았다.

격주 화요일 하콘열린다는 건알고있는데

날짜가 기억 나질 않아 혹시 놓칠까봐 확인 차

카페성수 페이스북에 들렀다가

오늘 화요일 낭독회가 있는 걸 알게된 것이다

어떤 분위길까 살짝 몰래 엿보기로 했다

그래도 일부러 시간에 맞춰 갈 용기는 없어서

시작 시간 2시 지난 후 몇 번 가봐서 이젠 아는 체 하는 직원께

"예가체프 드립 커피로" 한 잔 청했다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주문하면 빨리나오지만

-예가체프는 메뉴에 없는데요?

케냐 AA밑에 있었는데?

메뉴판 확인하니 이디오피아 커피…

그게 왜지맘대로입력이되었을까

그냥 케냐AA 시켰으면 나쁜머리 들통나진않았을텐데…

여하튼 커피 메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늦게’가 관건이다

낭독회 시간 모르는 사람인 척…나딴엔 꼼수부리느라…;;

카페 성수는 지하에서 주문 후 그공간에서 마시거니

1층에 올라가야하는데 지하에서 1층까지

계단을 한 번 꺾어야해서 나는 좀불편했다

주문 후 올라가서 자릴 확보하고 알람 벨이 울리면

다시 내려와 주문한 커피 가져가야하기때문에

혹시 낭독회 방해될까봐…그런 배려도 있었겠지

덕분에 직원이 정성껏 내리는 드립커피 보면서

필터도 뜨거운 물에 한 번 헹구는 거 배우게 된다

난 그냥 드립퍼랑 잔만 헹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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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성된 커피 들고 1층으로 올라갈 땐

살짝 떨리기도 했다.– 어떤분위길까 도대체…

계단 끝날 즈음 조용조용 낭독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런데 손님들이 아무도 없다?

오른쪽 긴 테이블, 둘러앉은 낭독팀들이 보이고

베란다두 테이블에만 일반 손님들이 앉아들 있는거다

아무도 날 주시하지않는데도좀 긴장이 되었다.

베란다까지 나갈 용기는 없고

책이 꽂혀있는 벽 쪽으로 살짝 숨어 앉았다.

일단 커피 한 모금 마시며온 신경은 낭독팀에 가 있었다.

다른 손님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팀들이 들어 와

낭독 소리에 주춤 하며 베란다로 나가기도 하고

다시 지하 계단을내려가기도 했다.

계속 안보는 척하며 나도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수요일 울동네 도서관 반납일이거든요’

누가 묻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리 그래도 얼른 한 컷은 담았다.

남자 한 명에 여자 7~8명(?)

-뒷쪽은 보이지도 않았지만 똑바로 보질 못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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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분량을 돌아가며 낭독한 뒤 느낌을 서로 주고 받고

다시 다음 페이지를 돌아가며 낭독하고…

시작 시간 뒤에갔으니 몇 번을 반복하는 진 알 수도 없었고

오정희씨 단편인데 나는 읽은 적도 없는 작품이었다.

그 시간 내가 읽은 책 내용도 기억이 하낫도 안나고…

P시가 나오고 주인공 이름이 혜순인 것만 기억난다.

낭독팀 중 남자분이 P시가 나올 때 파주를 떠올렸다 했던가?

그랬더니 다른 사람이 "맞을 것도 같네요"

‘파주…작가 집이 춘천이니까’ 그런 말들은 기억나지만…

오정희 작가..우애령교수 출판 기념회에서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슬쩍 만나본 게 전부인데

P시가 나오고 주인공 이름이 혜순…어떤 단편일까

이제사 고백하지만 카페 성수 종류별로 맛보는 이유 중엔

청담모임을이 카페에서 계속할할 수 있을까…

속샘이 있어서는 아닐까

하여… 낭독회 참여 방법도 직원들께 물어보고

하필 오늘 안나온 카페 메니져 명함도 얻어와 보고

메니져랑 아직 통화는 안해봤다.

카페성수 측 모든 조건이 맞다 해도 결론은 불가…

겨울비님 하던 일을 대신 할 사람생각이 안나는것이었다.

그럴려고 그랬는지 오늘 가인님이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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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문화센터에서 정호승 시인을 만났는데

사인 받으며 ‘청담을 기억하느냐’ 물었더니

겨울비 님 타계소식까지 알고 계시더라며…

낭독팀들이 다시 페이지 읽어나갈 때

나는 살짝 카페를 나와

낯익은 골목길 접어들었다.

나날이 바뀌는 우리동네 골목 풍경…싫증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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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현지니 재운 후

그녀의 답글이라도 찾아보려고

조블 대문 검색창에 청담 해봤더니

이게 무슨일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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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풍금님 포스팅 한 편이 발견된다.

겨울비님 답글 몇 개 찾아올리며

그녀를 추억하는 긴 글이었다

날짜는 9월 11일인데

왜 이제사 발견이 되었을까

언제였나…

그녀가 저세상 가기 전 기적을 바란다며

글 하나 올리고 하도 쉬쉬해서

곧바로 비공개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

다시 공개를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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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엔 다른 일로 전화를 해봤지만 받질않았고

지금은 늦은 시간이라 전화하기가 좀 그렇다

-사실은 비공개로 올려두고 날을 넘긴 후 공개를 해서

허락도 받지않고 링크를 해도 될 지 모르겠네…

(…청담으로 검색한 그대로 올립니다- 폰트체만 바꾸고

많이 불편하면 내릴게요 손풍금님~~)

조선 블로그에서 만나 그녀. <겨울비> <–클릭

2015.09.11블로그명 : 꿈꾸는 장꾼.

…만들기로 했습니다.<청담>그녀는 시인을 섭외…의 마음에 움직입니다.청담 모임에는

참 아름다운 여인들이 함께합니다.내가 청담 모임에 갔다 온 이후 택배가 왔는데 모직…

10 Comments

  1. 도토리

    07/10/2015 at 04:44

    참으로 안타까운 겨울비님.
    청담…

    청담을 다시 열면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2. 참나무.

    07/10/2015 at 08:14

    그러게요…청담 열기 적당한 장소를 보니
    다시 그녀가 생각나서…이런답니다

    낭독에 열중하고있는 사람들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기도했고요

    내일은 어린이집에 갈 줄 알았는데 하필 소풍하는 날이라
    오늘 잠깐 인사만 하고 다녀왔는데
    아무래도 담주 월요일이나되어야겠네요.

    당분간은 준비기간이라 새로운 데 서서히 익힐려면
    아이도 어른들도 애를 좀 쓰야겠습디다.

       

  3. 손풍금

    07/10/2015 at 11:32

    요즈음은 괜한일에도 마음이 사나워져 거칠고 메마른 기분을 어찌하지 못하고 높고 쓸쓸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잦습니다.
    청담을 기억하고 겨울비 님을 마음 속에 꼭꼭 숨겨두며 슬픈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올려주셔서 다시 한 번 든든한 참나무 언니와 함께 손 꼭잡고 겨울비 님께 찾아간 것 같아 너무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떠나간 아름다운 사람과 상관없이 가을이 다시 깊어가고 있습니다.
    ……너무도 그리운 겨울비 님.
    그리고 <청담.>
       

  4. 참나무.

    07/10/2015 at 12:56

    백 번 이해하고말고요…

    ‘페터 카멘친트’ 얘길 아니할 수 없네요
    페터가 친구 리하르트의 어이없는 죽음을 안 직후엔
    온갖 욕을 하며 지냈다고 회상하는 장면이 있지요

    좀 나아지면 서울 숲 산책로 같이 걷고싶었는데…

    어제 손풍금님 글 처음 만나 읽을 때 소름 돋았어요…;;
    좋은 추억 잘 간직했다가 아름다운 글로 다시 살아나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말해놓고도 겁나했던…
    "저러다 덜컥하면 어쩌지…"했던 일이 실제상황이 되어버렸으니

    그나저나 이번아이도 잘 자라도록…
    출판기념회나 기다립니다

       

  5. 백자도요

    07/10/2015 at 14:07

    “꿈이여 다시 한 번!”이 아니고 새로 해볼 수 있잖을는지요?
    그러면 저도 핑계 삼아 고국나들이 한 번~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주시게.
       

  6. 참나무.

    07/10/2015 at 14:52

    어이쿠~~이리라도 안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령 ‘언어로 세운 집’ 오늘 당첨된 새 책이 와서 읽고있었네요

    청담…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
    ‘다시한 번…’ 할 수있으면 얼마나좋을까요

    도요님께서 좌장을 맡으시면 가능한 일일지도…

    고국나들이 하실 때 가끔 타이밍 맞아 부부동반 하셔서
    자리지켜주시면 청담회원들 모두 참 든든했는데 말이지요
       

  7. 산성

    08/10/2015 at 14:21

    카페성수,
    미리 들여다 본 저도 그런 희망이 있었지요.
    박창수씨가 찜한 곳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청담…참 그리운 시간들입니다~
    잊혀지기 전에…!

       

  8. 참나무.

    08/10/2015 at 14:56

    …기타 연주로 월광 듣고있습니다.

    카페 성수 어제도 오늘도 다녀왔고요
    모든 공간 다 익숙합니다 이젠…

    청담 그리워하는 분들 이곳에서 만남 한 번 가져보자~~
    이러며 탐구 끝냈습니다…활성화된 카페여서
    갈 때마다 썰렁하지않아 왜 내가 더 고마운지모를일입니다

    현지니 보느라 녹초가되는 요즘입니다…

       

  9. 도토리

    10/10/2015 at 05:59

    어제 정동극장에서 배비장전 봤습니다.
    .. 무용하는 조카 덕에 엄마 모시고 손자 데리고..
    오후 4시 공연을 보기에 하루 왠종일이 걸렸습니다.
    미수 노인 모시고 가려니 서울 도심 운전하여서 시간도 빠듯 아슬아슬하게시리
    맘 고생도 했습니다. 운전기사 남의 편 쿠사리도 해감시롱..ㅎㅎ
    헌데 끝나고 나오다보니 정동극장 1층 마당에서
    시 낭독회(?)같은 거 준비중이던데요.
    얼마 전에는 소설가 성석제씨가 모셔진듯 하고..
    여튼 시, 소설과 작가와 독자들의 만남의 장 같아보여서 좀 들여다보고 왔습니다.
    동행이 있어서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심하게 살짝만…^^*
       

  10. 참나무.

    10/10/2015 at 10:17

    부럽습니다. 천애고아인 저는…^^
    그나저나 4시…참 어중간한 시간대군요

    눈도 밝으셔라…
    성석제씨였다면 재밌었겠네요.
    정동극장 주변 저도 다니면서 유심히 살펴볼게요~~

    요즘은 우리동네만 돌아다닙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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