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著 ‘언어로 세운 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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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으로 스캔한 추억의 한국시 32편이어령 著 언어로 세운 집

이 책이 올리뷰 선정 도서로 올랐을 때

나에게 꿍꿍이가 있어서 무턱대고 신청했다

요즘 영인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

어느 토요일 강연회 참석하고 전시회도 둘러보다

어쩌면 만날 수 있는 저자께 사인을받기로 ㅡ나 유치한 사인녀…^^

그 때 자연스럽게 올리뷰 얘기하며

‘이번 책 내면서혹 숨겨진 이야기 없으신지’

운 좋게 귀한 얘기 들을 수 있으면 사인한 앞장 사진 올리며

남들은 못들은 이야기 술술 풀어놓으면 재밌지않을까

바쁜 분이니 혹 출타 중이면 영인문학관장 강인숙 교수야

얘기하기 쉬우니 – 얼굴까지 익힌 사이라… 하 자주 댕겨서…

슬쩍 말 걸어 비하인드 스토리 조금이라도 건질 수 있을텐데…

그러나 웬걸?

토요일이두 번이나 지나도 내가 시간이 나질 않았다.

하필 바쁜일은 왜그리 많은지

차분하게 올리뷰 숙제할 시간도 없었으니

기어이 마지막 날 시간에 쫒기며 창을 열게된다

마감 앞둔 기자들 심사 이해하고말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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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손전화는 딸이 주인이라 대한극장 생일 이벤트

1+1티켓 이벤트 오늘 밖에 시간이 나질않아

귀한 기회놓치기싫어 기어이 조조보러 달려갔다.

다 못읽은 뒷편 (주석부분)이 있어서 좀 일찍 집 나서서

장미 정원에 자리잡은 후 약속에 응해준

좋은 사람 기다리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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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을 읽을 때는 시를 지나치게 해부한 느낌이 강해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그의 수많은 독서량과 정보… 박학다식에 주눅이 들어서겠지…)

그러나 읽어갈수록 첨엔 말도 안되는 이론을 펼치지만

결론 부분에서는 손들게 하는 설득력에 무너지곤 했다.

오래 전 ‘흙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읽을 때의 충격이 되살아 나기도했다.

언제부터인가 살짝 거부감이 생겨 그의 책을 읽지않았었다

-아참 최근에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읽었구나

특히 나를 놀라게 한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마지막 연 백합의 골짜기 그 백합이

은방울꽃이 잘못 번역된 걸 속속들이 파해친 부분이다

은방울꽃 하면 꺼뻑 죽는 나에겐…

그 귀절 읽을 때 내 블로그에도 몇 번 올린 적 있는

은방울꽃 당연히생각났다 (찬송가 몇장이었지?)

The Lily of the Valley

#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지상과 천상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시의 세계에서는 한울타리 속에 있다. 인간은 땅 위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인 까닭이다.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는 것을 영어로 컨시더(consider)라고 하지만 원래의 뜻은 ‘별을 바라다본다’라는 말이다. 옛날 사람들은 실제의 바다든 삶의 바다든 별을 보고 건너갔다. 점성술과 항해술은 근본적으로 하나였던 것이다. 인간의 이성과 과학(천문학)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이 세상에서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은 밤하늘의 별이요, 마음속의 시(도덕률)”라는 칸트의 경이(驚異)는 사라지지 않는다. ―’슬프고 아름다운 별의 패러독스’ 103P

#

한 때 그는 대한민국에선 독서나 시 읽기다 무용지물이란

묘한 이론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번 책 맨 뒤에 실은

박남수 -새의 주제인 비평가들을 비꼬는 장에서

그의 솔직함에 감동을 받았다.

…이 글을 써온 내자신이 "순수를 겨냥해 산탄을 쏜"그 많은 포수꾼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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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귀절엔상을 당한 가운데 이 글을 끝냈다며

아버님의 소 책자 제목을인용한다

<새는 울되 눈물을 흘리지않나니> 중

"이제까지 무수한 화살이 날았지만 아직도 새는 죽은 일이 없다"

수많은 비평가들이 순수를 겨냥해 산탄을 쏘아대도

새(시인)는 죽지않는다는 아버님의 말씀에 위안을 얻었다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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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주장하고싶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책 장서 목록으로 꼽아도 좋겠다고.

책 끝부분 부록을 붙여놓은 것 처럼

이번 책에 실린 시집 초판본 사진과 시인들의 약력까지

일목요연하게 실은 것도우기는 이유 중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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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마지막에 올린 박남수-새

아침에 대한극장 장미정원에서 주운 꽃잎, 아직 향이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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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많은 일을 한 하루…

좋은 일도 일어난 하루였다

조조보러 가는 시간 조성진 소팡 콩쿨 한국 최초 1위 소식과

수요일 조재혁이 들려준 슈베르트 즉흥곡

해설과 함께여서 피부 속속 스폰지처럼 스며 들 때

어떤 아주머니가 내 어께를 톡톡?

뭔가 큰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이어폰을 뺐더니

"카드가 떨어졌어요"

하나에 빠지면 혼줄을 놔버리는 못되먹은 버릇 어이하나…;;

어찌나 고마운지

"오늘 참 좋은 일 하셨어요"

고개숙여 인사까지 드렸다고 같이 영화본 이에게 말했더니

"그래요… 세상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지요…"

그렇고 말고요 맞짱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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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정원은 쓰레기통까지 장미 무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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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정원이라고 장미만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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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카페 성수…

좋은 사람께 소개하고싶어

"레옹- 르노가 참 많이 늙었더라"

러브 인 플로방스 영화 얘기 나누며 우리동네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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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푸르너스 카페 벤치에도 앉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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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현지니 어린이집 데려오기 늦지않았다

낙엽 왕관까지 쓰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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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또 가족 외식까지 있어서

쓰다만 리뷰에 덧부친다

리뷰가 별볼일 없어

클릭한 이들께 미안해서 어쩌나…;;

그나마 숙제 마쳤다고

이제사 한숨이 쉬어진다

다신 올리뷰 신청 말자~~ 했는데

이번엔 또 이주헌씨 책이라

안할 수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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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참나무.

    22/10/2015 at 00:33

    The Lily of the Valley -우리찬송가는 88장
    88올림픽으로 외웠는데 깜빡 잊고 기어이 찾아봤네요
    번역은 완전히 틀리지만 참고로 올려둡니다

    이건 뭐 리뷰가 아니고
    권주가가 있다면 권독가? 하고 혼자 웃습니다…ㅎㅎ
       

  2. 도토리

    22/10/2015 at 09:27

    현진이의 왕관이 멋집니다..!!^^*   

  3. 참나무.

    22/10/2015 at 10:54

    같은 조氏라고 현지니 형아라며 좋은 분이 축하한다고 메시지가 왔네요…^^

    우린 창녕曺氏인데 아무리 한문이름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서…;;

    얼핏 趙氏가 아닌가 싶은데…혹시 아시나요?

       

  4. 교포아줌마

    23/10/2015 at 22:43

    이 어령
    이십대에 시야를 넓혀주던 분.
    참나무님 하루를 글 한자한자 다 씹어가며 읽었어요. 맛있게.
    죽은 새는 없다. ?
    글쎄요.
    날아 높이 오르지 않은 새는 더러 화살에 맞아 떨어졌을 수도.

    새소리는 새소리로 그대로 듣기.
    부엉이 부엉부엉   

  5. 참나무.

    24/10/2015 at 10:56

    저도 그랬어요…’흙속에 저 바람 속에’ 씹어가며 읽던 충격이라니요…
    이후 창창일로…그 분에게 이상하게 거부감이 일었는데
    이번 책으로 많이 해소되었다 해도 되겠네요
    – 제가 원래 비평 평론쪽은 싫어해서…;;

    ‘저녁에’ 를 더 유명하게 많든 수화선생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궁핍했던 시절 비싼 물감아끼지 않고 외로움을 한 점 한 점 채워나간 블루…블루…
    – 제맘대로 환기 블루가 우겼지만…

    블루는 왜 동서양 화가들께 비싼 칼라였는지?
    베르메르도 청금석 블루를 아끼지않고 사용하여 지금까지 변색않았다지요

    *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

    교아님이 오늘은 ‘그 별 하나’가 되어주셔서 제가 또 오바를 좀 했네요…^^

    답글 못드려도 언제나 정독하고있어요
    그림같은 풍경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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